뜨거운 태양의 계절이 가고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느낌이 드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모든 생물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계절에 맞게 적응하게 마련입니다. 나뭇잎에 단풍이 물들고, 짐승들이 털갈이를 하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로 환절기가 되면 다가올 겨울에 대비해 여러 가지 신체변화를 겪게 됩니다. 다만 사람은 문명의 도움으로 자연의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어 다른 동물처럼 그 변화가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입니다. 사람의 피부도 환절기가 되면 여러 가지 변화된 자연환경에 맞게 변하는데 예를 들면 자외선이 약해짐에 따라 멜라닌세포의 활동이 감소하여 멜라닌 색소를 적게 만들고 그 결과 기미나 주근깨 같은 색소성 피부질환의 경우 병변의 색깔이 옅어지고, 그 수가 감소합니다. 또한 피부의 신진대사가 떨어져 새로운 각질세포의 형성이 감소되어 피부의 각질층이 얇아집니다. 모근의 신진대사도 떨어져 수염이나 머리털의 성장속도도 여름철에 비해 떨어집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환절기에는 대기 환경이 건조해져 피부에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시킵니다. 대기가 건조해지면 피부를 통한 수분증발이 많아져 피부가 건조해집니다. 이와 같은 건조상태를 방치하게 되면 건성습진, 구순염, 아토피습진이나 주부습진과 같은 피부질환이 잘 생기거나 악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1. 건성습진 건성습진은 병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피부가 건조해져서 생기는 습진입니다. 우리 피부에는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기름기(유분)을 공급해주는 피지선이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주로 얼굴이나 가슴, 등의 윗부분에는 피지선이 많이 분포해서 피부가 건조해지는 경우가 드물지만 팔, 다리 손, 발, 배 부분에는 피지선이 없거나 많지 않기 때문에 피부에 기름기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공기가 건조해 지면 각질층에 있는 수분이 쉽게 증발하게 됩니다. 피부가 건조해지면 각질층이 손상되어 하얗게 각질이 일어나고 가려움증이 생기게 됩니다. 특히 팔, 다리에 이런 현상이 잘 생기게 되는데 이때 긁거나 자극을 주게 되면 피부가 더 많이 손상되어 건성습진은 더 나빠집니다. 특히 40대를 넘게 되면 피지 생산이 자연 감소되고, 각질 재생 능력도 떨어져 각질층이 얇아지므로 건성습진이 더 쉽게 생길 수 있습니다. 노인들이 별다른 이유없이 팔, 다리나 배부분을 가려워하며 긁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이것이 대표적인 건성습진의 증상입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잘못된 목욕습관 때문에 젊은 나이에도 건성습진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욕조 속에서 몸을 불린 다음 때수건으로 피부를 미는 경우라든지, 사우나를 자주하는 경우에는 각질층이 손상되고, 손상된 각질층은 수분증발을 막지 못하므로 피부가 쉽게 건조해져서 건성습진이 쉽게 발행하게 됩니다. 일단 건성습진이 생겼을 때에는 피부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소양감을 없앨 수 있는 적절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 습진을 가라앉힐 수 있는 국소 도포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부의 각질층은 4∼6주 정도면 자연 회복 될 수 있으므로 건성습진의 경우 적절한 치료와 예방에 주의를 기울이면 4주정도면 충분히 치유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부적 요인이 질병발생에 영향을 미치므로 주의사항을 잘 지키지 않으면 언제든지 쉽게 재발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건성습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목욕할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물속에 머무르는 시간은 5분 이내가 적당하고 비누사용은 자제하여 얼굴이나 겨드랑이, 외음부 등에만 비누칠을 하고 나머지 부위는 물로만 씻는 것이 좋습니다. 때수건과 같은 것으로 피부를 문지르는 것은 절대 금물이며 사우나의 횟수도 격주에 한 번 정도로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샤워후에는 반드시 피부에 수분을 공급할 수 있는 보디로숀이나 크림을 사용하고 수분증발을 막을 수 있는 보디오일을 발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끝으로 공기중의 적당한 습도유지를 위해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2. 구순염 계절이 바뀌면서 입술이 마르고 가라지는 경험을 한 사람이 꽤 많을 것입니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구순염"이라고 표현되는 입술에 생기는 습진이 그것인데 입술이 지나치게 건조해져서 생기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그 밖에도 립스틱과 같은 화장품이나 치약, 구강 청정제 등한 알레르기, 입술에 침을 자주 바르는 습관이나 지나친 흡연에 의해 입술이 말라서 구순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입술이 갈라져 피가 나는 경우도 있고, 세균이나 칸디다균에 의해 2차 감염이 일어나 만성적인 구순염으로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피부에는 기름기를 공급해 주는 피지선이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입술에는 피지선이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입술의 점막은 주위 환경이 건조해지면 쉽게 마르게 됩니다. 이때 일시적으로 이런 현상을 모면하기 위해 입술에 침을 바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침이 마르면서 입술을 더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에 구순염을 더 악화시키게 됩니다. 또한 흡연을 하게 되고, 흡연에 의해 말초 혈액 순환이 저하되어 입술은 더 건조해집니다. 여성의 경우 입술화장을 할 때 립스틱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향료나 색소에 의해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립라이너가 보편화되면서 립라이너에 의한 알레르기가 많아지는 경향을 띠고 있습니다. 알레르기에 의해 습진이 생기면 입술 점막이 손상되어 수분손실이 생기게 되고 구순염은 악화됩니다. 구순염이 생기면 국소 도포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해서 습진을 가라앉히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 알레르기를 전혀 일으키지 않는 순수한 바세린 연고를 하루에 3∼4회씩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아토피습진 아토피습진은 대부분 영·유아기때에 처음 발생하여 사춘기 이후에는 저절로 좋아지는 유전성 피부질환입니다. 하지만 가끔 (전체 아토피습진 환자의 10% 내외) 성인이 되어도 지속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인의 아토피습진은 대부분 팔, 다리의 접히는 부위나 목, 귓볼 등에 잘 생기고, 나머지 피부도 건조한 것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환절기가 되면 별다른 이유없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토피습진이 있는 경우 피부자체가 건조하므로 앞에서 언급했던 '건성습진'이 더 잘 생깁니다. 치료방법이나 예방법은 건성습진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아토피습진은 건조한 환경외에도 스트레스가 중요한 유발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과도한 음주나 흡연, 수면부족이나 과로 등을 피해야 하고 규칙적인 식사, 충분한 수면, 적절한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성인기의 아토피습진을 극복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4. 주부습진 사철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는 것이 주부들의 생활이지만, 특히 환절기가 되면 건조한 환경 때문에 주부습진이 악화되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부습진은 잦은 빨래나 설거지로 인해 물과 세제와 빈번히 접촉함에 따라 피부의 각질층이 손상되어 생기게 됩니다. 건조해진 피부는 자체 방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여러가지 세균이나 곰팡이 혹은 화학물질에 의해 쉽게 손상됩니다. 따라서 주부습진이 생겼을 대에는 적절한 국소 도포 스테로이드제나 요소(Urea)성분이 포함된 연고제를 사용하여 치료해야 합니다. 주부습진은 원인이 되는 물일을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쉽게 재발하게 됩니다. 따라서 치료할 때 주의해야 하는 것은 전신적인 작용이 있는 주사약이나 먹는약의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전신적인 작용이 있는 약을 반복 투여하게 되면 치료효과는 좋을지 모르지만 전신적인 부작용들(당뇨, 고혈압, 골다공증)이 나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부습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빨래나 설거지는 모아서 한두번에 끝내는 것이 좋고, 반드시 속에는 면장갑을 끼고 고무장갑을 사용해야 손을 보호해 줄 수 있습니다. 물일을 끝낸 후에는 부드러운 세수비누를 사용해서 손을 씻어 피부에 남아 있는 세제를 제거하고 보습작용이 뛰어난 핸드크림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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