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부산을 연결하는 경부고속철도(KTX) 2단계 사업이 완공됐다. 1992년 첫 삽을 뜬 지 18년 만에 서울~부산을 잇는 423.9㎞의 고속철도망이 연결됐다. 내달 1일부터 고속철 운행이 시작되면 5000만 인구 중 3500여만명이 2시간대 생활권으로 들어오고, 지역 경제와 관광·문화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우리는 고속철이 경사(慶事)를 맞는 오늘 고속철 관련 산업의 내일을 염려해야 하는 모순(矛盾)된 처지에 있다. 국토 면적이 워낙 좁고 앞으로 남은 국내 고속철 공사가 오송~광주~목포의 호남선을 포함해 모두 333㎞밖에 안 돼 고속철 관련 산업 일거리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이번 2단계 사업 구간 중 76%를 교량과 터널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18건의 특허를 취득했고, 첨단 신기술·신공법에 대한 경험도 쌓았다. 시속 400㎞대 고속열차도 개발하고 있다. 고속철 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를 토대로 해외 시장과 대륙 노선으로 뻗어가는 길밖에 없다.
2000년대는 철도의 르네상스다. 한때 낡은 수송수단으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철도에 대한 투자 붐이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철도차량만 해도 시장규모가 2009년 197조원에서 2020년 360조원으로 팽창할 것이라고 한다. 전 세계 철도산업 규모는 원자력 발전 시장을 웃돈다. 확대냐 정체(停滯)냐의 갈림길에 선 KTX가 수출 길을 뚫을 수만 있다면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할 수도 있다.
국내 철도의 기술 수준은 프랑스·일본·독일의 70~80% 수준이고 고속철 시공 경험도 적다. 중국은 고속철도 투자가 늦었으나 우리보다 빠른 고속철 차량을 훨씬 싼 값에 공급할 능력을 갖췄다. 우리 고속철이 이런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면 프랑스의 시스트라(Systra), 일본의 해외철도기술협력협회처럼 해외철도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민관 합동 시스템을 구상해 볼 일이다.
한국이 단독으로 해외시장에서 경쟁국들을 따돌리기는 어렵다. 고속철의 활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건설공사, 차량 개발·제작, 보수·유지, 운영 시스템 중에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해 다른 나라를 앞서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일본·독일·프랑스·중국 중 몇 개국과 공동회사를 설립하거나 프로젝트별 컨소시엄을 결성해 해외 시장공략의 돌파구를 찾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