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음압병동 입원 확진자)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확진 환자가 처음 발생한 게 1월 20일이니까요. 벌써 50일 가까이 됐습니다. 이제 확진자의 수는 수천 명이 됐죠. 모두가 힘듭니다. 정부도 의료진도 또 불안에 휩싸여 있는 국민들도 누구 하나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아마도 가장 힘든 건 확진 환자 본인들일 겁니다.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어려움을 겪고 계실 텐데, 어제 저희 뉴스쇼를 들으시던 확진자 한 분이 저희 앞으로 연락을 직접 주셨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이때에 병의 증상은 어떤지 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혹은 당부의 이야기들. 경험담을 진솔하게 말씀하고 싶다고 하셔서요. 저희가 오늘 연결을 해 보려고 합니다. 열흘 넘게 음압 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계신 분이세요. 익명으로 연결한다는 점은 여러분 양해해 주시고요. 만나보겠습니다. 선생님, 나와 계세요?
◆ 확진자>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어떻게 뉴스쇼에 연락해서 알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셨어요?
◆ 확진자> 뉴스쇼는 제가 매일 출퇴근하면서 듣던 방송이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제가 직접 코로나19를 당하면서 당사자로서 우리 국민들께 제가 어떤 좋은 정보도 드리고 큰 힘이 되고자 제보를 하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경험담을 나누고 국민들께 좀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태는 어떠신 거예요? 전화하실 만한 겁니까?
◆ 확진자> 네, 엊그저께까지만 하더라도 계속 고열 38도까지 오르내리면서 많이 힘들었거든요. 다행히 어제부터는 좀 열이 내려서 이렇게 대화하거나, 병실 내에서 걷거나 하는 데는 이상이 없는 것 같아요.
◇ 김현정> 다행입니다. 고열에 일주일 정도 시달리시다가, 한 열흘 만에 열이 떨어지기 시작하신 거군요.
◆ 확진자> 네.
◇ 김현정> 증상에 대해서 하나하나, 실제로 경험하신 분 얘기를 듣고 싶은데요. 우선 대구 예식장을 다녀오고 나서 감염이 되셨다고 제가 들었거든요.
◆ 확진자> 네.
◇ 김현정> 예식장 가신 건 언제입니까?
◆ 확진자> 지난 16일 일요일에 다녀왔어요.
◇ 김현정> 대구가 지금은 일제히 마스크 쓰시고 집 밖으로 안 나가고 그럴 정도로 삼엄한데, 그때만 해도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던 거군요.
◆ 확진자> 제 아내, 아들이랑 셋이 내려갔는데 아내가 저보고 마스크를 꼭 끼라고 얘기했는데 저는 안 꼈거든요. 그런데 그날 가서 진짜 놀란 건 결혼식장에 결혼하는 팀이 3팀, 4팀이 있었는데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마스크 끼고 있었던 사람은 제 와이프랑 아들 둘뿐이었어요.
◇ 김현정> 그때만 해도 31번 신천지 확진자가 나오기 전이니까.
◆ 확진자> 아무도 마스크를 안 꼈어요.
◇ 김현정> 그때만 해도 마스크에 대해서 분위기가 좀 소홀할 때였죠.
◆ 확진자> 네. 와이프 말만 들었으면 하는 후회가 돼요.
◇ 김현정> 부인분하고 아들은 안 걸렸고. 선생님만 감염되신 거예요?
◆ 확진자> 네.
◇ 김현정> 그 결혼식장에 얼마나 머무셨어요?
◆ 확진자> 제가 11시 50분에 도착해서 결혼식에 참석하고 1시에 출발했어요.
◇ 김현정> 그러면 1시간 10분밖에 대구 지역에 머물지 않으신 거네요.
◆ 확진자> 네. 그 짧은 기간에 엘리베이터인지 화장실인지 식장인지 모르게 그냥 감염이 됐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겨우 1시간 10분 동안 대구에 머물고 타 지역으로 바로 이동했는데, 그 1시간 10분 동안 감염.
◆ 확진자> 네. 아직도 정말 믿기지가 않아요.
◇ 김현정>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 인가요?
◆ 확진자> 화요일에 약간 오한이 왔어요.
◇ 김현정> 일요일에 예식장을 갔다 오고 이틀 뒤에 오한 증세부터.
◆ 확진자> 약간 오한이 있었고. 그다음날 수요일은 몸이 정상이었다가 목요일에 다시 오한 증세가 왔는데, 금요일 밤에 한기로 새벽에 너무 몸이 추워서 깼어요.
◇ 김현정> 열이 나고 쭉 지속이 아니라 열이 났다 또 내렸다 이러는군요.
◆ 확진자> 네. 그때 약간 근육통까지 있었어요. 어깨 근육, 목 부위가 뻐근했어요.
◇ 김현정> 기침은 안 하셨어요?
◆ 확진자> 기침은 크게 안 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열이 그 정도 났는데도 기침은 안 났고요.
◆ 확진자> 네. 기침은 안 했고 금요일 저녁에 온도가 38도로 올라가면서 눈이 못 뜰 정도로 아프고. 다음에는 고열 그다음에 근육통이 막 순식간에, 동시에 나타났어요.
◇ 김현정> 화요일에 증상 나타나기 시작해서 금요일 쯤 되니까 오한, 발열, 근육통, 눈이 빠질 듯이 아픈 것까지 다 일제히. 그런데 그때도 기침은 안 하셨고요.
◆ 확진자> 네, 크게 기침 안 했어요.
◇ 김현정> 날짜를 좀 따져보면 일요일에 감염이 되셨는데 화요일부터 증상 나타났고 불과 이틀 뒤에 증상 나타나기 시작해서 좋아졌다 안 좋아졌다 하다가, 금요일부터는 뭔가 이상하구나라는 느낌 확 올 정도로.
◆ 확진자> 네.
◇ 김현정> 화요일부터 안 좋아지기 시작하셨을 때 집에서 진통제 같은 거 그냥 드신 거예요? 아니면 그것도 안 드셨습니까?
◆ 확진자> 화요일쯤에는 약간 오한이 있다가 없어지길래 몸이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가.
◇ 김현정> 그럴 수 있죠.
◆ 확진자> 목요일은 약간 오한이 있어서 저녁에 그냥 감기약 하나 먹고 잤거든요.
◇ 김현정> 그러다가 이거 이상하네, 몸살 감기 아니네 하고 1339에 신고하신 건 언제입니까?
◆ 확진자> 토요일 새벽 2시 반에 이건 아니다, 내 몸이 이상하다... 혹시 코로나에 감염되면 다른 사람들 피해 줄 수 있기 때문에 1339로 전화를 했어요.
◇ 김현정> 토요일이면 2월 21일.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오고 갑자기 급증하기 시작한 그 초기군요.
◆ 확진자> 네.
◇ 김현정> 증세는 평소 감기몸살 걸렸을 때랑 다를 바가 없군요.
◆ 확진자> 네.
◇ 김현정> 여러분, 이거는 알아둬야겠네요. 평소 감기몸살하고 다를 바가 없었다. 1339에 전화해서 결국 이제 음압 병동까지 가게 되셨어요. 들어가고 나서는 상황이 어땠습니까?
◆ 확진자> 갑자기 고열이 오르고 바이러스 억제제 약이 좀 독하다 보니까 두통과 속 메스꺼움 이런 것들이 너무 심해요.
◇ 김현정> 두통과 메스꺼움.
◆ 확진자>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 김현정> 그 약을 먹으면 열이 떨어지기는 합니까?
◆ 확진자> 약을 복용하고 2시간 후면 약간 떨어졌다가 37.3, 4도? 다시 3~4시간 지나면 열이 올라가고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는 그런 단계.
◇ 김현정> 한창 때는 식사도 거의 못 하셨겠네요.
◆ 확진자> 식사는 아직도 제대로 잘 못하고 있어요.
◇ 김현정> 지금 한 열흘 만에 상태가 호전이 된 겁니까?
◆ 확진자> 어제부터 열이 좀 내려갔어요.
◇ 김현정> 첫 증상 발현된 날로부터 열흘 동안.
◆ 확진자> 너무 많이 힘들었어요. 내가 왜 코로나에 감염됐는지 내가 왜 누나 딸 결혼식에 가서 고생해야 되는지 스스로 자책을 좀 많이 하고 원망도 많이 했어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김현정> 몸도 몸이지만 마음이 많이 힘드신 거군요.
◆ 확진자> 네, 맞아요. 저로 인해서 장모님하고 또 직장 동료 한 분이 감염돼서 그 두 분한테도 많이 죄송해요.
◇ 김현정> 죄책감이. 그 직장도 그러면 폐쇄에 들어갔습니까?
◆ 확진자> 네.
◇ 김현정> 주변에서는 괜찮다, 괜찮다 그러는데도 확진자 본인 입장에서는 죄송한 생각이 드시는 거고.
◆ 확진자> 네, 마음이 너무 아파요.
◇ 김현정> 선생님 잘못이 아닙니다. 너무 죄책감 갖지 마시고요. 국민들께 꼭 당부하고 싶은 말씀 있다고 하셨는데 한 말씀하시죠.
◆ 확진자> 마스크 지금 구입하기 힘드시지만 그래도 집에 있는 마스크라도 꼭 껴서 사회 활동하시고 공공시설이나 사람 많은 곳에 가급적 참석은 자제하셔서 개인 건강을 꼭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만 감염되면 괜찮지만 나로 인해서 내 가족 또 내 직장 동료 모든 분들이 또 힘들어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 위생에 꼭 힘써주시고요.
그리고 제가 한 시간 30분이라는 그 짧은 시간에 제가 코로나19에 감염이 되었는데 진짜 절대로 방심하지 마시고 내 스스로가 개인 위생만 좀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신다면 코로나19 이겨낼 수 있다고 저는 확신을 해요.
◇ 김현정> 네. 국민들께 경험담을 전하고, 당부의 말씀, 정보를 전해주고 싶으시다고 용기 내서 연락주신 것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요. 선생님, 퇴원하시고 나서 다시 한 번 저희 제작진에게 문자라도 좀 하나 보내주세요. 제가 방송 통해서 안부를 전하겠습니다.
◆ 확진자> 네, 감사합니다. 진짜 꼭 완쾌해서 나갈게요.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힘내십시오.
◆ 확진자> 네, 감사합니다. 힘내십시오. 건강하십시오.
◇ 김현정> 네. 정말 감사한 분이네요. 국민들에게 힘내라 끝인사를 하면서 지금 전화를 끊은 이분은 대구에 잠깐 결혼식 다녀왔다가 거기서 감염이 된 분이세요. 지금 증상이 발현된 지 열흘째. 음압 병동에서 뉴스쇼 앞으로 연락을 주신 익명의 청취자, 확진자 만나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