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학부생으로서, 고등학교 재학 중 이상익 선생님께 수학을 배웠습니다. 주로 분당 미래학원과 서연학원에서 강의를 들었었죠^^
저는 서울대학교에서 주관한 국어경시대회와 연세대학교에서 주관한 논술경시대회에 입상한 후 입상경력으로 특별추천 자격을 획득하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당시의 수시 전형 격이었던 학교장 추천제 전형을 통하여 합격한 바 있습니다. 그 이후로도 수시 전형 제도에 대해 여러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할 정도로 수시 전형에 대해서는 연구를 많이 해왔었습니다.
그러나 금년 2002학년도에는 서울대학교를 위시한 많은 대학에서 혁신적이라 할 정도로 수시 전형 제도가 확장됨에 따라 2000학년도 서울대학교 학교장 추천제 전형에 합격했던 저의 경험담과 관련 지식들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런지 의심이 되기도 합니다.
여기에 자기소개서와 수학계획서 작성에 있어 유의하여야 할 사항과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을 조금 올려봅니다. 이 내용들은 제가 작년에 작성하였던 학교장추천제분석이라는 글에서 시대에 맞게 일부 내용을 수정하고 추가할 내용은 추가하여 작성한 것입니다.
모쪼록 도움이 되길 바라겠으며, 아울러 여러분들께 수시전형과 입시에서의 승리가 함께 하기를, 건투를 바라겠습니다.
수시 전형에 있어서 자기소개서와 수학계획서의 비중은 명목상으로는 상당하나, 실질적으로는 기본점수가 많이 부여되며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부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꾸어 말하면 그만큼 이 부문에서 점수를 잃고 들어가게 되면 다른 부문에 부담이 생기므로 철저히 준비하여 실수가 없도록 해야 할 부문이기도 하다.
서울대학교에서는 각 모집단위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자기소개서, 수학계획서 등의 소위 비교과영역을 전형 요소별 평가 비중에 있어 학교생활기록부로 대표되는 교과영역의 평가와 같은 비중을 두고 있다.
▶수시 전형에 있어서 자기소개서의 작성
자기소개서는 자필로 작성하여야 하며 흑색, 청색의 필기구만이 사용 가능하고(단, 연필류는 제외) 가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어느 대학이나 동일하다.
자기소개서는 본인의 품성, 인성, 경력, 가정환경, 성장 과정 등의 내용을 담게 된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것이 이력서 내듯이 죽 나열되는 방식이 되어서는 평균점 이상을 받기 힘들다. 본인이 지원한 학과와 결국 연관지어서 생각할 수 있도록 하여 간접적으로 본인이 지원학과에서 수학할 충분한 자질이 갖추고 있음을 은연중에 내비출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금년 2002학년도부터 서울대학교 수시 전형에 있어서 모집단위가 광역화 통폐합이 됨이 따라, "본인이 지원한 학과"라는 것이 상당히 애매모호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즉, 모집단위가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 하는 식으로 이질적인 학단위들이 도매금으로 통합됨에 따라 자기소개서와 수학계획서 작성에 크나큰 어려움이 생겼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법과대학이나 경영대학 등 소위 4년 학부제 단위의 경우에는 이러한 어려움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법과대학에 지원하게 된다면, 자기소개서에서 본인의 품성은 되도록 법학과 연관을 지어서 생각할 수 있는 부문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불타는 정의감" 따위의 신파극조가 되어서도 곤란할 것이다. 본인의 성장 과정을 소개하는 형식을 취하여 본인의 경험담을 쓰면서 이를 은근히 법과대학에 지망하게 된 이유와 연관지어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면 좋다.
인문대학이나 사회과학대학 같은 광역 모집단위는 여러 이질적인 학과들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광역모집을 시행하게 된 이유가 "충분한 전공탐색의 시간을 부여하기 위함"임과 동시에 "학문간 학과간 연계의 강화"이므로 자기소개서에서 해당 모집단위 중 특정 학과(예를 들어 인문대학 중 영어영문학과 라던지 사회과학대학 중 경제학부)로 반드시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너무 공공연히 내비치면 되려 감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야겠다.
따라서 인문대학이나 사회과학대학과 같은 광역 모집단위를 지망함에 있어서는 특정 학과에 대한 지향 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인문대학이나 사회과학대학에 포함되어 있는 학과 학문 전체에 대한 일반적 관심(예를 들어 인문대학의 경우 어문학에 대한 관심 또는 사학(史學)에 대한 관심의 표명)을 나타내면서 은연중에 특정 학과에 대한 특별한 관심(기회가 닿는대로 중국어와 중국문화에 대해 더욱 깊게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방학의 기간을 이용하여 중국여행이라도... -중어중문학과에 대한 관심 표명의 일례)을 나타내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자기소개서에서 본인이 감명깊게 읽은 책을 한 권 소개하는 것도 분량이 허락한다면 권장하고 싶은 방법이다. 다만, 자기소개서는 면접시에 면접관의 질문 자료가 된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법과대학 지망자의 경우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을 읽었다고 하면 평소에 법에 관하여 관심을 많이 두고 있었음을, 즉 "준비된 학생"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될 것이다. 다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자기소개서는 질문 자료이므로 "법의 정신"을 읽지도 않았다면 곤란하다. 면접관이 "법의 정신"의 내용 중 특히 무엇에 공감하는지 등을 질문하였을 때 제대로 대답할 수 없다면 일찌감치 수시 전형에 대한 미련을 접고 수능 전선에 전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단지 책뿐만이 아니다. 다른 경험담도 단지 "자기소개서를 위한 경험담", 즉 지어낸 것이 되었다가 면접관이 그 부분에 대한 질문을 던져올 경우 횡설수설하게 된다면 합격은 이미 물건너간 것이다. 거짓으로 자기소개서를 채운 이를 교수가 선발해줄 리가 만무한 것이다.
자기소개서의 핵심은 평이한 듯 보이면서도 실상 모든 내용이 "본인이 지망 학과에서 수학할 준비가 된 학생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파격적인 것을 좋아하지 말라. 교수란 보수적인 집단이다. 본인의 음악적 취미? 그런 것을 적어넣을 이유도 없고, 여유도 없다. 다만 인문대학 지망생의 경우에는 고전 음악(클래식)을 즐겨 듣는다고 하면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 다른 학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본인의 신변취미에 관한 것은 고전적이고 교양적인 내용을 적으면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파격을 시도한다던지, 오직 진실로서 승부하겠다면, 역시 수능에 매진할 것을 권하고 싶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고등학교에서의) 동아리 활동과 학생회 활동이다. 세간에서 무엇을 잘 알지도 못하는 소위 전문가들이 대학이 고등학교 때 동아리 활동 등 특기활동을 중시하여 학생들을 선발하기로 했다고 떠들고 있지만, 실제로 수시 전형에서는 동아리 활동에 거의 비중을 두고 있지 않으며, "비교과영역" 평가 항목에서도 학교생활기록부 중 특별활동에 대해서는 별반 관심을 쏟지 않을 것이며 점수화되었을 때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였다고 해서 무언가 어드벤티지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교수들은 고등학교 때 동아리 활동이라는 것이 과연 어느 정도의 수준이나 갖춘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으며,
둘째, 그 동안 파행의 극치를 달리던 일선 고등학교의 동아리 활동이 하루아침에 활성화될 리가 없으니 어차피 구색맞추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셋째, 동아리 활동 등 특기활동이 그렇게 뛰어나다면 수학능력과 관련이 있는 분야에서는 입상실적이 있을 것이므로 이는 입상실적을 참조하면 될 일이며 굳이 수시 전형에서 이를 반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학생회 활동은 이와는 정반대로, 학생회에서 활동했다고 하면 비록 미관말직일지라도 호의적인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학생회 활동은 리더쉽이 요구되는 자리임을 교수님들도 잘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여기에서, 실제로 일선 고등학교의 학생회 간부 자리가 그런 것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기로 하자) "겨레와 함께 미래로"라는 거창한 기치를 내걸고 한국학벌사회의 정점에 있는 위상을 지속하고자 하는 서울대학교에서 학생회 간부에 호의를 보이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하다고 하겠다.(본교 출신으로 현재 정치권에서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L모씨와 또다른 L모씨, P모씨, C모씨 등은 모두 고등학교 때 학생회 간부 출신이었다고 한다. 모 교수가 강의 중 자못 자랑스럽다는 듯이 내뱉은 한마디에서)
따라서 당연히 자기소개서에서 동아리 활동은 전혀 언급하지 말거나 그냥 이런 일도 했다는 정도로 언급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으며(예외가 있다. 동아리 활동의 내역이 지망학과에서 요구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 언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문학반과 인문대학이라던지 향토지리풍속연구동아리와 사회과학대학 등이다. 그냥 언급하는 정도가 아니라 본인이 상당한 재능을 보였음과 뛰어난 활동을 하였음을 겸손한 문체로 언급해야 한다)학생회 활동은 대대적으로 소개하여 본인이 특히 학교의 어떤 일을 입안하여 자치적이면서도 선도적으로 수행하는 과업을 이루었는지까지 쓴다면 더욱 좋다. 학생회에서 한 일이 없다면 하나쯤 만들어서 쓴다고 해도 탓하고 싶지는 않다.
자기소개서에서 학생회 활동의 중요성과 비중은 나날이 확대되어 가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중요성은 재삼 강조하고자 한다. 학생회 활동을 자기소개서에서 언급함에 있어 두려워 할 필요 없이 재직 기간 중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있었던 긍정적인 발전들을 모두 자기의 공로로 돌리는 것이다. 학교에서 축제를 하였다면 그 과정에서 학생회 간부로서 본인이 얼마나 뛰어나고 활발한 활동을 하여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축제를 이끌어내었음을 강조하도록 한다. 학교가 무슨 특성화 고등학교 내지는 무슨 시범학교로 지정되었다면 그에 발맞추어 학생회 내에서 본인이 어떤 캠페인을 주도적으로 시행하여 많은 학우들의 동참과 지지를 이끌어냈는지 강조하도록 하라.(실제로 그런 캠페인을 했었는지는 아무도 확인해보는 사람이 없다. 그러므로 걱정하지 말자.) 인터넷 직접민주주의 시대를 열어가는 학생회로서 학생회 홈페이지를 제작하여 많은 학우들과 쌍방향 의사소통을 하면서 많은 학우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얼마나 많은 학우들의 건의사항을 학생회 정책으로 입안하였는지 서술하라. 학우와 교사를 연결하는 하나의 교량으로 그 직무에 얼마나 성실하였는가 또한 빼놓지 말자.
▶수시 전형에 있어서 수학계획서의 작성
수학계획서에서 담아야 할 내용은 왜 해당학부를 지망했는가가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며, 그 외 대학재학 중 학업이나 기타 희망사항에 대한 내용이 들어간다. 그런데 자기소개서에서 이미 해당학과를 지망하게 된 이유(즉, 본인이 준비된 학생이라는 것)를 간접적으로 많이 언급해 주었을 것이다. 따라서 수학계획서는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물흐르듯이 써나가면 된다.
향후 희망사항에 있어서 주의할 점은 법대에 있어서는 고시, 그리고 경영, 경제 부문에 있어서는 외우기 힘든 영어약자로 되어 있는 각종 자격증 시험, 그리고 인문학, 사회학에 있어서는 순수학문이라는 개념이다.
우선 법대 지망생은 수학계획서 내용 중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학부 재학중 고시 공부를 시작하겠다는 내용을 적어서는 안 된다. 요즘 법대 교수님들이 걱정하는 것이 바로 "법학의 붕괴"라는 것이다. 물론 자기 제자들이 고시 많이 패스하기를 바라지 않는 교수님은 없으며 학교측에서도 이에 사활을 걸다시피 한다. 그러나 교수님들은 다른 한편으로는 법학을 학문으로서 연구하려는 이는 없고 모두 법조인이 되려고만 하는 풍토를 개탄한다. 이대로 가면 법학교수 없어지겠다는 뼈있는 농담도 나돈다. 3, 4학년만 되면 강의는 뒷전인채 도서관에서 법전과 씨름하는 학부생들을 교수님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따라서 본인의 희망이 어떻든간에, 절대로 학부 재학 중에 고시 공부하겠다는 말은 쓰지 말라. 입학한 다음에 고시 준비한다고 해서 대학에서 약속 위반이라고 제적하지 않으니까 수학계획서에는 좋은게 좋은대로 쓰는 걸 권하고 싶다.
고시 공부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되 차후 직업에 관해서는 언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때 "사시 패스하고 연수원 나와서 그렇고 그런 송무변호사로 살아가거나 로펌에라도 들어가고 싶습니다"라던지 "판검사 몇 년 하다가 부장검사나 부장판사 하고 난 후 경력 끝내고 변호사 개업하는 거죠"라는 식으로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직접적으로 이렇게 쓰는 사람은 없으면서도 수학계획서를 읽어보면 아무런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이 "그렇고 그런 송무변호사"로 살아갈 것만 같은 사람들이 지천에 널려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 것은 왜일까?
미래에 대한 언급을 하고자 한다면 확실한 비전이 있다는 사실을 명기하도록 하자. 국제상사법(국제상무법, 국제상법)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며 국내의 다국적 기업들도 국제 거래와 관련된 법 문제(지적재산권 등...)에 능통한 사람들을 찾고 있다. 로버트 할리 같은 사람들이 왜 우리나라에 와 있겠는가? 아직 우리 인력 중에 이런 분야에 능한 사람이 적으며 특히 개업변호사나 로펌변호사를 선호하고 기업변호사를 기피하는 경향에서 이러한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향후의 시대는 분명한 기업변호사의 시대이다. 근본적으로 법정에서의 법률분쟁이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는 소모적인 일인데 반하여, 기업에서의 법률 자문 활동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다. 그러므로 기업에서의 법률 자문 활동이나 국제 거래에 있어 법조인의 증대되는 역할 등에 주목하도록 하자.
경영, 경제 관련 학과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잘 읽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신자유주의, WTO 체제, ISO 국제표준 등 요즘 경제의 흐름을 알고 있으며 이를 대학에서 "학문으로서 깊이 연구해 보고 싶다는 것"을 강조하도록 하자. 자격증 헌터가 되겠다는 말을 쓰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는 것은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인문학, 사회학은 "기초 학문의 붕괴"를 가장 염려하는 이들이다. 본래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은 "구 문리대학"(문리대학이란 과거 서울대학교의 한 단과대학으로서 현재의 인문대학과 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을 통합해 놓은 단과대학이다)세력이라고 불리는데, 기초학문으로서 상당한 예우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예우가 기초학문의 붕괴로 인해 무너져 가고 있기에 문리대 세력군 측에서의 반발도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국립대학교가 기초학문을 지켜내지 않으면 누가 기초학문을 연구하지?"라는 것과 "기초학문 없이 어떻게 응용학문이 발달하며 산학협동을 할 수 있지?"라는 것이 이쪽 주장의 단골 메뉴이다. 최근에는 서울대 공대 출신 총장이 임용됨에 따라 문리대 세력군과 총장파의 교내 암투(?)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런 것에 대해 당연히도 아는체 할 필요는 없지만 면접 등에서 본의 아닌 말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알아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인문대학이나 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을 지망하였다면 이들 교수님들을 안심시켜 줄 내용을 수학계획서에 써서 그 분들을 위로해 드리도록 하자. 즉, 본인은 인문학 등 기초학문에 학문으로서 지대한 매력을 느껴 대학에서는 어떠어떠한 특정 주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말이다. 학년별로 연구 과제를 설정하고 학부 졸업시 졸업 논문으로는 결국 그간 학부에서 각 학년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하는 무엇에 대해서 쓰겠다고 하면 비전이 있는 학생처럼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