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에 갇혀버린 주민들을 상대로 벌어진 15개월간의 전면전 이후 1월 19일 집행이 시작된 휴전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는 사회의 모든 구성 요소가 파괴돼 거의 거주가 불가능한 상태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이제 이전에 이스라엘군이 봉쇄하고 있던 가자지구 북부에 접근할 수 있게 되어 의료 및 인도적 수요를 평가해볼 수 있다. 상황은 끔찍하다. 남아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국경없는의사회 동료들은 자기가 살던 동네를 알아볼 수 없고 병원들은 파괴됐으며 사람들이 겨울을 날 곳은 폐허 뿐이다. 다음은 국경없는의사회 긴급대응 코디네이터인 캐롤라인 세귄(Caroline Seguin)이 현장에서 전해온 문답 내용이다.
2025년 2월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의 파괴된 거리 ©Nour Alsaqqa/MSF
지금 가자지구 북부 상황은 어떻습니까?
북부지구에서 파괴 정도는 절대적입니다. 땅 위에 남아있는 게 없어요. 평생 이런 건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팔레스타인 동료들은 자기 동네를 알아볼 수가 없어 일부는 아직도 충격받은 상태이고 일부는 문자 그대로 무너져버린 상태입니다.
가자시에서 파괴의 정도를 보고 이미 충격을 받은 상태였는데 이제 우리가 북쪽 자발리아로 와봤더니 말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없어요. 폐허와 죽음의 냄새만이 있습니다. 아직 잔해 속에 갇혀 있는 시신들 때문입니다.
의료보건체계 상태는 어떻습니까?
가자지구 북부에 더는 의료보건체계는 없습니다. 카말 아드완 병원은 형체없이 파괴되었고 알 시파, 알 아우다와 인도네시아 병원은 심각한 손상을 입어 부분적으로만 기능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병원에서 모든 의료기기가 고의적으로 파괴된 것으로 보이는 점에 완전히 충격받았습니다. 하나하나 산산조각이 나서 아무 의료 조치를 더는 하지 못하게 되어버렸더라고요. 그런 조치의 동기가 뭔지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기기들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려는 목적의 기기들입니다. 이 병원들 상태를 보니 너무 끔찍했어요.
2025년 2월 가자지구 북부 인도네시아 병원 내 파괴된 의료기기로 가득한 공간 ©MSF
이 지역에서 사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 수요에 비해 의료보건 서비스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가자지구 북부와 가자시 사이에 지금 소아과 중환자실 병상이 단 6개뿐인데요. 전쟁 전에는 150개였습니다. 환자 병상 수는 2,000개에서 350개로 확 줄었습니다.
공급 상황은 어떻습니까?
필수적 품목의 유입은 휴전 이후 개선됐지만 수요가 너무 커서 아직도 기초적 물품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식량, 물, 텐트와 대피처에 사용될 재료 수요가 큽니다. 물 관련 시설에 가해진 파괴 정도가 심하거나 완충 지대 접근이 불가능한 곳에 위치한 경우가 있어 물 부족이 심각한 문제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자발리아와 베이트 하눈에서 물을 트럭으로 공급하기 시작했고 파괴된 보어홀(borehole)을 수리하고 있지만 이것은 일시적 방법이지 막대한 수요에 대처하기엔 부족합니다. 우리는 전쟁 때문에 활동을 남부에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 다시 북부에서 활동을 재개하려니 시간이 걸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휴전 집행 이후 4주가 지나도록 우리는 아직도 가자지구 북부에서 필요한 규모의 막대한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는 것은 목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도주의 구호 공동체가 이렇게 긴급히 인도적,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주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과 국제사회 관계자들은 대피처와 식량, 그리고 이들의 공급 역량을 긴급히 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 가자지구 북부에서 사람들이 마주한 현실은 어떻습니까?
사람들은 정말 어려운 상황 속에 놓여있습니다. 자택의 잔해 속에서 최선을 다해 다시 거주하려 하지만 정말 어렵죠. 겨울 날씨 때문에 아주 낮은 기온과 다량의 강우, 강풍에 노출됩니다. 그런데 보호 받을 벽조차 없고요. 의료보건 접근성이나 제대로 된 주거환경, 물이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15개월의 전쟁 동안 실향 후 텐트 속에서 살며 마주한 환경은 더욱 나빴죠. 이러한 고난 이후 이제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재회하고 삶을 재건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수가 떠날 의도는 가지고 있지 않아요. 상상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안전하게 인도적 지원을 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5년 2월 자발리아 소재 파괴된 건물 사이를 지나는 국경없는의사회 차량 ©MSF
첫댓글 땅 위에 남아 있는 게 없는 폐허가 된 마을을 바라보는 심정이 어떨지 상상조차 힘드네요...
인도적, 의료적 지원을 안전하게 보장해 주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