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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사람들이 어떻게 규격(規格)에 맞춰 집을 지었을까라는 의문에 규구준승(規矩準繩)이란 기본 원칙이 있었다는 해답이 나온다.
규구승(規-콤파스, 矩-곱자, 繩-먹줄)에 대해서는 요즘 목수들도 대부분 이해를 하지만 준(準-수평)을 이해하는데 어려워한다.
규구준승(規矩準繩)은 중국 고전(古典) 여기저기에 자주 등장한다.
살면서 지켜야할 기본원칙을 목수 연장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우리의 성조(聖祖) 단군은 호랭이와 곰을 대동하는 모습으로 기억되는데,
중국의 복희와 여와는 곡척(曲尺)과 콤파스를 들고 뱀처럼 서로 엉켜있다.
어떤 이는 복희와 여와가 배달민족의 기술자이였다고 월토당토 않은, 가당찮은 얘기를 하는데
하여간 복희와 여와에 뿌리를 둔 중국은 걸핏하면 고전에 규구(規矩)를 들먹였다.
그들의 조상이 정말 기술자였었는지 알 수 없지만 큰 강변 문명 발상지 족속들 수리(數理)와 기하학이 뛰어났다.
맹자(孟子) 이루장구상(離婁章句上)편에 등장하는 규구준승을 예로 설명하면,
孟子曰(맹자왈) 離婁之明(이루지명) 公輸子之巧(공수자지공) 不以規矩(불이규구) 不能成方員(불능성방원) ...
맹자왈: 이루의 밝음과 공수자의 재주도 규(規)와 구(矩)로서 않으면 능히 직각과 원을 이룰 수 없고...
이루(離婁)는 투시도 되고 망원도 되는 특별한 눈을 가진 사람이다.
왕년에 미국 드라마에서 '소머즈'란 여인이 이런 눈을 가졌다.
공수자(公輸子)는 송나라 사람인데 아버지가 제나라에 패하고 죽자 노나라로 피난을 갔다.
정교한 기술이 발달한 노나라에서 공수자는 아버지 복수위해 로보트를 만들었다는데,
실력이 얼마나 좋았던지 대나무로 까치를 만들어 날리면 3일 동안 내려오지 않았단다.
공수자가 만든 인형이 SF영화에 등장하는 '터미네이터'쯤 되였던지 삼년동안 제나라는 이 때문에 곤욕을 치뤘다.
하지만 이러한 재주로도 규(規-콤파스)와 구(矩-곱자)가 없으면 완벽한 원과 직각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聖人旣竭目力焉(성인기갈목력언) 繼之以規矩準繩(계지이규구준승) 以爲方員平直(이위방원평직) 不可勝用也(불가승용야)...
성인이 이미 기력이 다하여도 규구준승(規矩準繩)의 원칙을 이어, 방원(方員)과 평직(平直)을 만드므로 용도가 무궁하였다.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고, 비록 성인일지라도 눈에 힘이 빠지고 기력이 쇠하면 솜씨가 또한 무뎌지나 규구준승의 원칙을 이어가니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요즘 사람 초등학교 1학년만 되어도 정확한 원을 그릴 수 있는 것처럼 옛사람도 원을 그리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직각을 만든다는 것은 그리 녹녹치 않다.
구고현법(句股弦法)이나 피타고라스 정리를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에겐 그다지 어렵지 않은 문제지만 그렇지 못하면 난관에 봉착한다.
하지만 근래의 목수조차 그것을 알지 못하고서도 건물을 척척 지어냈다.
피타고라스 정리를 알고 있으면 평면의 직각을 사진처럼 구해낼 수 있다.
요즘 목수들도 이 정리를 이용해 3, 4, 5 또는 6, 8, 10 등으로 평면의 직각을 구하는데
장인(匠人)은 이 방법을 쓰지 않았다.
직각을 구하는데 보다 기초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실용적이고 용이하다고 하셨다.
직각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가지 있는데, 원과 원의 지름이 만나는 두 점에서
원에 내접하는 두 선분은 교차점에서 직각(90도)이고, 보다 더 기초적인 방법은
선분과 그 선분 위에서 그린 두 원의 교차점을 잇는 선분은 직각이 된다.
장인은 이 방법을 응용해서 평면에서 직각을 구현해 내셨다.
주초를 놓을 때 위에 두번째 방법을 응용해서 직각을 만들고 검증해 보면 알겠지만 보다 용이하고 실용적이다.
요즘은 평면에 먹을 놓거나 실을 띄울 때 귀퉁이에서 시작하는데 이때에는 피타고라스 정리를 알아야 일이 순조롭다.
귀퉁이에서 시작하는 경향은 콘크리트 기초가 도입되면서 부터라고 하셨다.
피타고라스를 모르는 옛 장인들은 두번째 방식을 응용하기 위해 중앙에서 시작해 길이를 재나갔다고 하셨다.
승(繩-먹줄)은 직선을 만드는 도구이니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정확한 준(準-수평)을 구현하는 것은 도구가 열악한 옛날에 어떻게 했을까?
건물 주변에 해자를 파서 물을 고여 수평을 잡았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야 말로 월토당토 않은 얘기다.
피라미드를 만들 때 동물의 창자를 물수평(투명호스)처럼 이용해 수준을 맞췄다는 얘기도 있다.
투명호스는 중간에 공기 방물이 들어가거나 내경이 변하면 오차가 발생한다. 창자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
늙은 목수에게 문짝으로 수준을 봤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방법이 옹색해서 설명은 하지 않는다.
준(準)이란 글자는 氵(삼수변)과 隼(새매준)이 합성된 형성문자다. 氵은 뜻을 나타내고 隼은 모양을 나타내는데,
옆에 그림에서 네번째 도구의 모양이 나무가지에 매가 앉은 모양과 비슷하다.
이 도구 매의 몸통 부분과 나무가지 부분이 직각이라는 가정하에 사용법을 추측해 보면,
무게중심이 한 가운데 있다면 맨 위에 실을 매면 매의 몸통부분은 수직이 될것이고
매가 앉은 나무가지 부분은 수평이 될것이다. 무게중심이 한 가운데 있지 않다면
매의 몸통부분을 다림으로 구한 수직에 일치시키면 나무가지 부분은 수평이 될 것이다.
나무가지 아래에 실을 수평으로 연장시키면 수준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도구의 무게중심은 한가운데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는데 그 근거는 '工'에 있다.
일 전에 工(장인공)자는 요즘도 목수가 자주 사용하는 다림추를 상형한 글자라고 한 적이 있었다.
위에 '一'은 손잡이 막대기이고, '|'은 실이며, 밑에 '一'은 추인 돌맹이를 본 뜬 상형자라는데, 아무리 봐도 밑에 '一'을 돌맹이 모양이라 할 수 없다.
옛날 목수들이 먹통으로 다림을 보았다고 하지만 밑에 '一'을 먹통이라 하기에도 모양이 너무 차이가 난다.
하지만 工자에서 밑에 '一'을 위 네번째 도구 위에 실을 메단 것이라면 모양이 비슷해 보인다.
한자리에서 자란 나무도 모두 제각각이다. 길고 짧고 굵고 가늘고 이처럼 제각각(各) 자라는 나무(木)를 보고 만든 글자가 격(格)이다.
여기에 도구(規)를 들이대면 규격(規格)이 된다. 이 기본원칙에서 규격에 등급이 생기고 품격(品格)이 올라간다.
구고현법이니 피타고라스 정리를 정확히 이해 못해도 기본원칙에 충실한 것이 더 실용적이고 효용적이라고 장인은 말씀하셨다.
옛날 옛날에 산 꼭대기에 토끼 한마리가 살았다.
그 산 꼭대기를 경계로 한쪽은 월나라가 있었고 반대쪽에 당나라가 있었다.
토끼는 제 멋대로 돌아다녔는데, 당나라에 넘어가면 월나라 사람들 월나라 토끼라고 우겼다.
당나라 사람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여기에서 '월토당토'란 말이 생겼다.
그냥 웃자고 한 얘기다.
'얼토당토않다'는 것은 '얼하지도 않고 당(當)하지도 않다'를 줄인 것이다.
얼은 '어루'인데 한자로 말하면 가(可)쯤 될 것이다.
따라서 '가당(可當)치않다'의 우리말 표현이 '얼토당토않다'이다.
구고현법이나 피타고라스나 그게 그거다. 그냥 초등학교 수준의 기본 원칙만 알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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