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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야기가 있는 숲길 원문보기 글쓴이: 구절초#
22. 충북 괴산 삼송리 소나무 <천연기념물 제290호 1982년 11월 4일 지정> | ||||||||||||||||||||||||||||||||||||||||||
충청의 천연기념물 그 천혜의 비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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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그루 시녀목-용의 형상 닮아 왕소나무·龍松이라 불려 조선 태조 이성계 세그루 심어… 6·25때 두그루 불타 소실 연 숙 자 기자 · 생태교육연구소 터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소나무는 마을에서 3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수령이 600년으로 추정되며 높이 13.5m, 둘레 4.91m의 거송이다. 아래부터 꼬여 올라간 모습이 마치 용이 승천하는 모습 같다 하여 용송이라고 부르고, 17그루의 소나무 중 가장 오래되고 기품이 당당해 왕소나무라고 불린다. 백두대간 청화산 자락에 16명의 시녀를 거느리고 작은 왕국을 이룬 왕이 있다. 푸른 기상을 드리우고 600년 동안 왕의 자리를 확고히 지켜온 괴산 삼송리 소나무다. 우리나라 소나무 중에서 가장 크고 빼어나다는 이 나무는 행정구역상 경북과 개울 하나를 두고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마을 뒤편에 자라고 있다.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삼송리 마을 안으로 300m가량 들어가면 어울렁대며 이어진 논두렁 너머로 소나무 왕국이 나온다. 사시사철 푸른 빛을 띠고 있는 이 왕국은 논물에 드리운 봄과 초록 융단처럼 이어진 여름, 황금빛 가을 벌판을 배경으로 시시때때 아름다운 풍광을 그려낸다. 봄에 이어 가을에 다시 찾았을때 왕국은 넘실대는 황금 들판 위에 올려져 있어 왕가의 기품이 더 크게 느껴졌다. 푸른 왕국에 군계일학으로 서 있는 왕소나무는 멀리서도 왕임을 알 수 있을 만큼 위풍당당했다. 여기에 시녀목들이 왕을 둘러싸고 예를 갖춘듯한 모습은 자연의 화폭 속에서 잔잔한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근엄한 자태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설수록 왕국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상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진다. 밑동에서 똬리를 틀다 두 줄기로 갈라지는 나무는 우리 소나무에서만 느껴지는 특유의 멋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아름드리 줄기마다 붉은빛을 띠며 물고기 비늘처럼 갈라진 나무껍질은 꿈틀대며 승천하는 용의 형상을 하고 있어 마을 사람들이 왜 용송(龍松)이라 부르는지 알게 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왕의 자리지만 600년 동안 권좌를 지켜오느라 만만치 않은 세월을 보낸 듯했다. 꼿꼿한 왕의 풍채에는 뒤틀리고 구부러지고, 잘려나간 고난의 시간이 줄기에 고스란히 훈장처럼 박혀있다.
왕소나무 앞에 사는 이종선(76) 할아버지는 오랜 기억을 끄집어내 나무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지금은 왕소나무가 한그루지만 예전에는 세 그루가 있었어. 그래서 마을 이름도 삼송리라 불렀지. 두 그루는 6·25때 불타 없어지고 이 나무 하나 남았어. 지금은 소나무 뒤편 산을 개간해 농사를 짓지만 전에는 소나무가 있는 곳이 산자락이었어. 동네 사람들이 농사짓다 힘들면 쉬기도 하고, 수박을 썰어 잔치도 열고, 마을 아이들이 모두 나와 놀기도 했지. 80년대 전까지는 매년 나무에 제를 올려 풍년을 기원했는데 사람이 점차 도시로 빠져나가고 노인들만 있으니 제사지낼 사람이 없어" 이처럼 삼송리 마을과 고락을 같이 해온 나무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나라를 세울 즈음 속리산 자락을 내려다보며 심은 것이라고 한다. 조선이란 나라의 최고 리더가 된 태조는 세 그루의 소나무를 심으며 어떤 왕국을 꿈꿨을까, 자못 궁금해진다. 이후 이 작은 왕국은 마을 사람들과 하나 되어 당산나무로 살아왔다. 하지만 불타 없어진 두 그루 소나무는 스러져간 조선의 왕국처럼 이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져간다. 마을 숲을 조사한 바 있는 반기민 충북생명의 숲 사무국장은 "충북의 마을 숲은 대체로 방풍림이나 휴식공간의 개념으로 심어진 것이 많았다"면서 "삼송리 소나무숲은 바람막이 역할보다는 동네 사람들이 모여 놀고, 이야기하고 일하는 소통의 공간으로 역할을 한 둥구나무 숲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반 국장은 또 "우리 지역에는 후평숲과 금관숲 등 아름다운 마을 숲이 곳곳에 있다"고 말하고 "자연 유산인 숲은 긴 시간의 역사와 마찬가지여서 삼송리 왕소나무숲처럼 잘 가꾸고 보전해 미래세대를 위한 자연·문화공간으로 남겨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못난 소나무가 산하를 지킨다'는 옛말이 있다. 왕소나무가 비틀리고 꼬여 자라지 않았다면 벌써 베어졌을 것이란 사람들의 생각은 나무가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600년을 강건히 버티고 살아남아 마을을 지키는 왕소나무를 바라보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근원의 세계를 나무는 알고 있는 듯하다. 시간으로 무장한 소나무 아래 서니 푸른 바람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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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삼송리 왕소나무, 용송(龍松)이라고도 하지요. 지난 태풍에 뿌리 뽑혀 넘어졌다고 하는데, 다른 이의 카페에 갔다가 사진이 있어 아쉬움 담은 마음으로 모셨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