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조미 (糶米)
임제(臨濟)가 원주(院主)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는가?"
원주가 말하였다.
"읍내〔州中〕에 가서 좁쌀을 사 옵니다."
선사가 말하였다.
"다 샀는가?"
원주가 말하였다.
"다 샀습니다."
선사가 주장자로 한 획을 긋고 말하였다.
"이것도 사 왔는가?"
원주가 문득 "할(喝)" 을 하거늘 선사가 때렸다.
다음에 전좌(典座)가 들어오자,
선사가 앞의 이야기를 들고 물으니,
전좌가 말하였다.
"원주가 화상의 뜻을 몰랐습니다."
이에 선사가 말하였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좌가 문득 절을 하거늘, 선사가 또 때렸다.
천복일(薦福逸)이 송했다.
공덕천(功德天)의 장수나 어둠의 여자 3) 를
지혜 있는 주인 4) 은 아무도 취하지 않는다.
후세의 자손이 모두가 멍청하니
많은 벼릿줄, 땅에 깔렸으되 누가 들어 주리요.
천동각(天童覺)이 송했다.
임제의 완전한 기틀, 격조가 높으니
방망이에 눈이 있어 가을 털끝을 가린다.
여우와 토끼, 몰아내어 가풍이 준엄하니
변화한 어룡(魚龍)이 벼락불에 탄다.
사람을 죽이는 칼과 사람을 살리는 검이여,
하늘 가에 번쩍이고, 털을 불어 끊는구나.
1등으로 영(令)을 행한 재미가 특별하나
10분 아픈 꼴을 누가 당해야 되는가?
불타손(佛陀遜)이 송했다.
놓아 버리고 거둔 일이 예사로움 같으니
행인들은 길 다니기 어렵다 말을 말라.
주장자를 비껴 메고 동서로 왕래하니
6월의 먼 하늘에 흰 눈이 내린다.
불감근(佛鑑懃)이 송했다.
좁쌀을 사온 대사의 의기가 교만해서
경솔하기 봄 눈 같아 멋대로 나부낀다.
땅 위에 떨어지자 사람들 사랑하나
바람결 당할 힘이 없어 당장에 녹는다.
운문고(雲門杲)가 송했다.
한 무더기 붉은 불길, 푸른 하늘 찌르니
놋과 금과 쇠와 동의 단단하기를 묻지 말아라.
그 속에 들어가면 모두가 물이 되니
모기나 각다귀가 어떻게 머무르랴.
열재(悅齋) 거사가 송했다.
하나는 할을 하고 하나는 절을 했으나
모두가 좁쌀을 사러 갔었다.
원주는 작용를 얻었고
전좌는 본체를 얻었다.
지해일(智海逸)이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어 말 하였다.
"후대의 자손들 모두가
'임제는 지경을 차지하고 가로막아서
물도 새지 못하게 했다' 고 하나,
임제 선사의 노파심이 간절한 줄은 전혀 알지 못한다.
여러 선덕들아,
알겠는가?
임제의 한 자루 방망이가 두 무더기의 흙을 때렸도다.
가문이 눈에 뜨이게 쇠퇴하니 자식을 길러도 아비만 못하다.
그대들, 보지 못했는가?
단제(斷際)를 산 채로 묻어 산중을 어지럽히니
낙락한 규율은 천고에 빛나더라.
장산천(蔣山泉)이 염하였다.
"무슨 까닭으로 남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가?
원주는 글은 아나 셈을 몰랐고,
화주〔街坊〕는 셈은 아나 글을 몰랐다.
한 사람이 한 쪽 손을 내밀줄만 알았더라면
무슨 일을 완성하지 못했겠는가?
설사 임제의 방망이가
더욱 높았더라도 열 되를 한 말이라 할 줄만 알았다."
황룡남(黃龍南)이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어 말 하였다.
"할을 해도 때리고, 절을 해도 때리니,
친소(親疎)가 있었는가, 없었는가?
만약 친소가 없다면 임제가 눈먼 방망이를 휘두르지는 아니했으리라.
만약 나〔歸宗〕라면 그러지 않았으리라.
원주가 할을 하니 지나쳐 버릴수 없고,
전좌가 절을 하니 지나쳐 버림이 옳지 않다."
또 말하였다.
"임제는 영(令)을 시행하였고,
나는 놓아 버렸으니,
30년 뒤에 누군가가 이야기해 폭로하리라."
대위철(大潙喆)이 염하였다.
"원주는 할을 했고, 전좌는 절을 했고,
임제는 영을 시행했으니,
고금에 홀로 뛰어났도다."
동림총(東林摠)이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어 말 하였다.
"대중들 중에 어떤 이는 헤아리기를
'임제가 보검을 뽑아 들었고,
원주는 법에 맞지 않게 칼날 앞을 범했으니
그 까닭에 방망이를 맞았고,
전좌(典座)는 시기를 잘 알았으니
그 까닭에 임제가 방망이로 덮어 주었다' 고 하며,
또 어떤 이는
'임제와 원주는 마치 함(函)과 뚜껑이 맞듯 하고,
화살과 칼이 겨루는 것과 같다.
이 까닭에 방망이로 인가해 주었다' 고 하며,
또 어떤 이는 '전좌는 당장에 속아서
그 뜻을 잘 알지 못하므로
임제가 바른 영을 시행했다' 하며,
또 어떤 이는
'이 두 대의 방망이는 모두가 요정을 놀리는 것이다.
평지에 사람을 빠뜨리고 바람 없이 파도를 일으킨다' 하니,
말해 보라.
이런 여러 가지 이야기에 온당한 점이 있는가?
불조(佛祖)의 뜻에 맞는 것이 있는가?
있거든 대중들 앞에서 지적해 보여라."
양구(良久)했다가 말하였다.
"특별한 보배는 눈 푸른 호인(胡人)의 차지이니라."
그리고 나서 선상(禪床)을 쳤다.
황룡신(黃龍新)이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어 말 하였다.
"전좌는 절을 했으니 허물은 있으나 공이 없고,
원주는 한 번 할을 했으니 공은 있으나 허물이 없다.
이미 공이 있다면 어째서 매를 맞았는가?
방망이에 눈이 있어 해와 같이 밝으니
진금(眞金)을 알려면 불 속에서 보라."
"주장자로 한 획을 긋다〔以拄杖劃一劃〕" 함은
그 한 획이 위음왕 (威音王) 이전의 것이기 때문이다.
"원주가 문득 '할' 을 하였다〔主便喝〕" 함은
한 획을 할해 깨뜨린 것이니,
이는 용(用)을 얻은 것이요,
"전좌가 문득 절을 하였다〔座便禮拜〕" 함은
한 획을 그은 곳에서 알아차렸으니,
이는 체(體)를 얻은 것이다.
선사가 낱낱이 때린 것은
일괄적으로 영을 행한 것이나
역시 살인검과 활인검의 뜻이 있으니,
무슨 까닭인가?
용을 얻은 이에게도 한 방망이를 주었고,
체를 얻은 이에게도 한 방망이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동이 "방망이에 눈이 있어〔棒頭有眼〕……" 라고 하였고,
또 "변화한 어룡(魚龍)이 벼락불에 탄다……"고 한 대목이다.
천복(薦福)의 송에서
"공덕천(功德天)……" 은 전좌와 원주를 비유한 것이요,
"지혜 있는 주인〔有智主人〕" 은 임제를 가르킨 말이요,
뒤의 두 구절은 임제의뜻을 알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천동(天童)이 송에서
첫 구절은 임제의 한 방이요,
둘째 구절은 앞뒤에 때린 장면이요,
다음의 두 구절은 위의 뜻을 거듭 밝힌 것이요,
나머지는 모두가 위의 뜻이다.
지해(智海)의 상당에서
처음부터 "노파심이 간절한〔心切〕……" 까지는
가을 터럭처럼 작은 것까지 밝게 가려내는 대목이요,
"임제의 한 자루〔臨濟一條〕……"는
전자와 원주가 다만 방망이를 맞았을 뿐
간절한 노파심을 알지 못한 것이
마치 두 개의 흙덩어리와 같았으니,
이것이 가문이 쇠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단제를 산 채로 묻어〔活埋斷際〕……" 라고 함은
위의 뜻을 밝힌 것이다.
장산(蔣山)의 염에서
"무슨 까닭으로〔着甚〕……" 라고 한 것은
전좌와 원주에게 무슨 허물이 있기에 문득 때렸는가 함이요,
"원주는〔院主〕……" 은
셈을 하면 마음 바탕을 헤어내는 데까지 이르렀고,
글쓰기는 손의 활용을 써내는 데까지 이르렀기 때문에
각기 한 기능이 있으므로
"한쪽 손을 내밀었다〔出一隻手〕" 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임제의 방망이가
비록 두사람의 뜻보다 높이 나왔으나
두 사람의 뜻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마치 한 말이 원래 열 되가 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황룡(黃龍)의 상당에서
"할을 해도〔喝亦〕……
친소가 있었는가, 없었는가?〔也無〕" 는
임제의 방망이에 친소(親踈)가 없지 않음을 밝힌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친소가 없다면〔若無親踈〕……" 이라고 하였다.
"원주가 할을 하니〔寺主下喝〕……" 라 함은
모두 놓아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거듭 말했으니, 도리어 놓쳐 버린 셈이 되었다.
그렇다면 임제가 영을 행한 것이
역시 소경이나 청맹과니의 방망이였던가?
아니면 친소의 관계를 바꾼 것인가?
"친소(親踈)" 라 함은 원주는 용이요,
전좌는 체인데 서로 번갈아 친소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놓치지 않아야 할 곳에서 놓친 것이다.
그러므로 "귀종(歸宗)이 놓쳐 버렸다" 고 하였다.
원주에 대해 이미 놓치지 말아야 한다 했고,
또 전좌에 대해 놓침이 옳지 못하다 했으니,
그렇다면 이것이 놓친 것인가?
30년 뒤에 누군가가 설파(說破)할 것이다.
대위(大潙)의 염은
원주 · 임제 · 전좌의 경지가 다만 그러할 뿐이니,
이 어찌 힘을 다해 말한 것이 아니겠는가 함이다.
동림(東林)의 상당은
여러 가지로 헤아려 분별하나
모두가 정식(情識)을 여의지 못했다는 뜻이다.
황룡(黃龍)의 상당에서
"전좌는〔典座〕……" 은 화상의 뜻에 순응했는데
, 도리어 허물이 있고, 공이 없다 하니, 무슨 까닭인가?
그 스님은 치고 일어나는 공력이 없기 때문이요,
"원주는 한 벌 할을 했으니〔院主一喝〕……" 함은
화상의 뜻에 거스르는데,
도리어 공은 있고 허물이 없다 했으니,
무슨 까닭인가?
임제가 만일 그 스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한평생 헛수고를 할 뻔했기 때문이다.
"방망이〔棒頭〕……"는 여기에 이르러 변화를 나타내는 수단이다.
3) 원주와 전좌를 가리킨다.
4) 임제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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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염송 拈頌說話
선문염송.염송설화 제16권 - 615. 조미( 糶米)
覺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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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1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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