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아일랜드 기행 43 / 조나단 스위프트 Jonathan Swift
신성한 새벽 사제의 옆에 새벽이 있었다 새벽은 아침마다 자라 올라 연애가 되었다 사제의 옷자락에서 떠오르던 저 한없이 맑은 새벽 새벽은 점점 불타올라 사랑이 되었다 여자의 새벽이여 신성한 새벽은 세상보다 먼저 와서 여자의 아침은 세상보다 늦게 돌아갔다 눈을 다시 비벼 봐도 새벽과 연정은 서로 구별되지 않아 새벽빛을 건드리면 언제나 여자였다 평생의 여자가 와서 새벽을 몰아오고 사랑이 올 때마다 새벽이 따로 밝았다 |
43. 조나단 스위프트 Jonathan Swift
사제가 있었다
날마다 새벽을 기다리던 사제
사제의 눈앞에 새벽이 오고
새벽이 빛날 때마다 여자가 있었다
한없이 반짝이던 여자, ‘에스터’
언제나 별처럼 반짝여서
차라리 ‘스텔라 stella’라 불렀었다
사제의 연인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사제의 가슴속에서 반짝이던 여자
조나단 스위프트Jonathan Swift -
아일랜드 출신의 소설가
조용하고 자상한 사제
저 유명한 ‘걸리버 여행기’의 작가
사제는 새벽을 닮은 여자를 사랑하고
소설을 써서 새벽을 밝혔었다
조나단 사제 -
유복자로 태어나 아버지를 몰랐기에
숙부의 집에서 세상을 배웠다
저 이름 높은 ‘템플’의 비서 시절
정치가요 외교관이었던 템플
템플의 사생아인 열네 살 연하의 스텔라
사제가 여자를 사랑하자
그녀가 몰아온 것은 언제나 맑은 새벽
새벽과 여자는 서로 구별되지 않았다
조나단은 한때
더블린 소재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의 주교좌
서른두 해 동안 주교로 머물고
일흔여덟 해 동안 세상에 살면서
신성과 사랑 사이를 부단히 오고간 영혼
가톨릭에서 성공회로 자리를 옮기는 날에도
여자의 사랑은 옮기지 않았다
스물두 살의 젊음으로
갓 여덟 살의 소녀를 처음 만난 후로
순정은 연애가 되고
연애는 열정이 되어
죽음이 올 때까지 여자의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베오울프Beowulf의 전설’을 닮은 영웅이 되어
사랑과 운명의 길을 걸어갔었다
인간의 정부와 권력의 길에는
소인국과 대인국이 나뉘어져 있었으나
사랑의 길 위에는
누가 소인이고
누가 대인인가
큰 열정 작은 열정은 없고 오직 사랑만 있어
정도正道와 패도覇道 사이를 수없이 오고갔다
휘그당과 토리당 사이를 저울질하던
위험한 논객의 몸은
종교로의 도피가 오히려 위안이 되었으니
숨은 신이 그를 위로했었을까
스텔라를 별처럼 받들던 날에도
바네사를 그리워했으니
두 여자 사이에서
사제의 새벽은 날마다 신에게 용서를 구했을까
스위프트의 두 연인 스텔라와 바네사
뜻으로는 신을 섬기고
몸으로는 사랑을 모셨으니
어느 생애가 이 길을 모두 비켜갈 수 있으랴
후세가 그를 기려 묘비에 적었으되
분노도 이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