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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흐릿하게 보이는 산이 봉미산, 송이재봉 가는 길에서
처음에는 그 거대한 연봉들을 바라보면서 마음 설레는 외경심이 솟아올랐다. 우리는 히말라
야의 비경 속으로 들어갔다, 한없이 걷고 답사하면서 산을 올랐다. 저녁이면 아시아의 하늘
아래서 잠을 푹 잤다. 나뭇가지를 꺾어 피우는 모닥불, 계곡과 히말라야 빙하 위에서의 캠핑,
알프스 산장에서 맞이하던 저녁과 일몰, 산속에서 보내야 하는 밤, 이러한 것들은 클라이머들
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고
또 최고의 추억일 수 있는 것은 하늘 아래서 보내는 비박이 아닐 수 없다.
――― 가스통 레뷔파, 『별빛과 폭풍설』에서
▶ 산행일시 : 2013년 12월 21일(토), 맑음, 박무(초미세먼지)
▶ 산행인원 : 2명(드류, 더산)
▶ 산행거리 : 도상 17.8㎞
▶ 산행시간 : 7시간 11분
▶ 갈 때 : 용문버스터미널에서 석산리 가는 08시 50분발 첫 버스 탐
▶ 올 때 : 용두버스터미널에서 버스 타고 용문으로 와서 중앙선 전철 탐
▶ 시간별 구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 따랐음)
08 : 59 - 용문터미널 출발
09 : 35 - 석산리 버스종점 직전 정류장 음식점 앞에서 내림, 산행시작
10 : 16 - △407.2m봉
10 : 34 - 안부, 임도 삼거리
11 : 01 - 500m봉, 휴식
11 : 58 - 소리산(△658m)
12 : 50 - 송이재봉(669m)
13 : 12 - 621m봉
13 : 28 - 583m봉
14 : 07 - 밭배고개, 임도 삼거리, 점심(20분 소요)
14 : 58 - △451m봉
15 : 07 - 통골고개
15 : 27 - 송전탑, ┬자 능선 분기봉, 한강기맥 신당고개는 왼쪽 임도로 감
15 : 48 - 갈매봉(葛每峰, 366m)
16 : 21 - 부랭이산(△274m)
16 : 46 - 양평군 청운면 용두리 여물교, 산행종료
1. 소리산 내리다 뒤돌아봄
【금홍횡단】 금홍횡단은 강릉시 옥계면 금진리 금진나루에서 남양주시 금곡동 홍유릉까지
산을 이어 가는 도상거리 237.9㎞의 횡단을 말한다. 기점인 금진(金津)나루의 ‘금(金)’ 자와 종
점인 홍유릉(洪裕陵)의 ‘홍(洪)’ 자를 차용했다. 산을 이어간다면서 정맥(正脈)이니 기맥(岐脈)
또는 지맥(支脈) 등의 용어를 쓰지 않는 것은 물을 건너기 때문이다. 오지산행은 금홍횡단
237.9㎞를 당초 12구간으로 나누어 횡단할 계획이었으나 용문산 구간의 무박을 당일 산행으
로 변경하여 1구간이 더 늘어난 13구간으로 한다.
▶ 소리산(△658m)
단월에 소리산이 2좌가 있다. 석산리에 있는 소리산(小理山, △480.0m)과 산음리의 비솔고개
에서 오르는 한강기맥 상의 소리산(△658m)이 그것이다. 석산리(소리산의 기암괴석과 암벽
으로 인해 石山이라 하지 않았을까 싶다)의 소리산이 비록 낮지만 소금강이라고 불릴 만큼 경
관이 뛰어나 널리 일반에게 알려졌다.
석산리 소리산을 가을 산행지로 소개하는 1973년 9월 6일자 경향신문의 기사가 재밌다. 그때
는 그랬다.
“해발 479m의 바위로 된 독립봉, 산 입구에서부터 6㎞에 이르는 계곡에는 청학동 소금강이
라 불릴 정도로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 있어 물과 산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지난주 半島산
우회가 개척한 이곳은 인적이 드물어 수목이 자연 그대로 있고 철분이 많다는 약수터도 일품
이다. 바위사이를 뚫고 정상에 오르면 멀리 장락산(627m), 왕터산(559m), 종자산(560m), 봉미
산(844m) 등이 보인다. 2박3일 코스이나 등산회를 이용하면 당일왕복가능.
▲ 코스 : 산음리 ~ 약수터 ~ 정상 ~ 산음리로 하산(12㎞, 3시간 30분 소요)
▲ 교통편 : 서울 동마장터미널에서 산음리까지 직행버스 운행(차비 3백 60원), 서울 출발 하
오 1시 반, 산음리 출발 상오 7시 40분”
우리는 석산리 소리산 입구로 가지만 산행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 곧장 산음리 소리산으로 간
다. 사실 오늘 산행기점을 반대편인 청운면 용두리로 잡는 편이 2시간 정도 빨리 산행할 수
있어 퍽 여유롭겠지만(동서울터미널에서 06시 15분에 용두 가는 첫차는 1시간 30분 걸린다),
석산리로 하산할 경우, 하루에 세 번 다니는 용문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을지 의문이어서 아예
석산리를 들머리로 잡는다.
용문에서 석산리 가는 버스가 9분이나 지연하여 출발한다. 대중교통 환승요금제도는 서울에
서 경기도 이곳까지 적용되는데 나는 9분 연발이 환승시간 30분을 초과하게 되어 새로이 버
스요금을 낸다. 석산리 버스종점 직전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애완견 한 마리가 우리가 오기
를 기다렸다는 듯이 꼬리치며 반갑게 맞이하고 앞장서서 등로를 안내까지 한다. 여름철에는
북적거렸을 계곡이 동면에 들어갔다. 조용하다.
산음천을 눈 쌓인 징검다리로 조심조심 건너고 너덜계곡으로 들어간다. 소리산 이정표를 아
쉽게 지나치고 오른쪽 산기슭의 가파른 바위지대가 수그러질 때까지 계곡을 거슬러 오른다.
Y자 계곡 오른쪽 사면이 우선은 완만하여 냉큼 달라붙는다. 아무도 가지 않은 눈밭이다. 사각
사각 언 눈 부서지는 소리가 경쾌하다. 일로직등. 한 피치 걸게 오르고 비둔하게 껴입은 겉옷
벗는다.
발걸음이 자꾸 뒤로 물러나지는 건 내뿜는 입김이 역추진으로 작용하는 점도 있겠지만 설사
면이 가팔라서다. 저기 오르면 소리산 연봉을 전망할 수 있을까 걸음 재촉하다보니 지도의
△407.2m봉이었다. 박무로 사방 시야가 흐려 산릉의 고저를 분별하기 어려웠다. △407.2m봉
을 362m봉으로 잘못 알았기에 삼각점을 눈밭 뒤져 찾아보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통통한 능선들이 서로 금홍이라 유혹하지만 우리는 그저 남진한다. 야트막한 안
부는 MTB 도로 안내판이 보이는 임도 삼거리다. 설벽인 가파른 사면을 한참 기어 능선마루
에 오르고 수일 전 가은 님의 기대해도 좋을 거라는 선답의 조언이 있었기에 잔뜩 기대하고
좌우 사면을 열심히 기웃거렸으나 빈 눈이다.
등로는 굴참나무 숲길이다. 숨이 턱에 차오를 무렵 500m봉에서 첫 휴식한다. 사발면 안주 삼
아 입산주로 탁주 분음한다. 온 길 갈 길이 박무로 가린다. 긴 오르막 고도 높임에 따라 눈은
점점 깊어진다. 드문드문 러셀은 고라니가 했다. 능선 날등에 수북한 눈처마 피해 사면의 잡
목 숲 뚫다가 힘에 부치면 별 수 없이 눈길 뚫는다.
소리산이 준봉인 설산이다. 오르다말고 나무에 기대 숨고르기 수회. 입가에 버캐 일어 소리산
정상이다. 높다란 산불감시망루가 있다. 삼각점은 2등 삼각점, ‘21 재설, 1976 건설부’이다.
비솔고개에서 오는 등로가 훤하다. 한강기맥 종주 중이라는 등산객 한 분이 식사하고 있다.
신당고개에서 왔다니 산행을 어지간히 일찍 시작하였다. 신당고개에서 소리산까지 14.1㎞나
된다.
2. 소리산 소금강
3. 소리산 소금강, 출세봉과 수리바위(오른쪽)
4. 수리바위
5. 임도 지나 500m봉 오르는 길
6. 소리산(△658m) 가는 길, 나뭇가지 사이로 흐릿하게 보이는 산이 송이재봉
7. 소리산 가는 길(△658m), 눈이 제법 깊다
▶ 송이재봉(669m), 밭배고개
소리산에서 동진하여 내리는 길은 오를 때와는 달리 완만하다. 눈길 또한 이미 여러 사람이
지나갔다. 한강기맥 종주하는 일단의 등산객들과 마주친다. 나더러도 한강기맥 하느냐고 묻
기에 금홍횡단 중이라고 대답하자 고개 갸웃한다. 송이재봉 오르는 길이 무척 되다. 조망하느
라 한 눈 팔면 거친 숨이 삭혀질까 오른쪽 벌목지대로 비켜 오른다.
마주친 등산객들 중에도 고수가 있었다. 등로 살짝 벗어난 풀숲 사면에서 더덕을 연거푸 캐냈
다. 이래저래 힘든 오르막이다. 엄동에 비지땀 흘린다. 송이재봉. 주변의 나뭇가지에 달아놓
은 산행표지기 수로 따진다면 명산 반열이다. 36개. 봉봉 오르내리는 굴곡이 심하다. 송이재
봉 내리는 길도 가파르게 떨어진다. 발자국 계단인 줄 알았는데 얼추 내리고 보니 돌계단이
다.
절개지를 데크계단으로 내려 임도다. 임도는 621m봉을 돌아 넘을 듯이 산허리 바짝 붙어 두
르지만 조금 더 간 산모롱이에서 틀어진다. 뭇 사람들 발자국 따라 곧추 오른다. 621m봉. 이
제 큰 고비는 없다. 고속도로 수준의 길만 남았다. 더구나 오지산행이 이 길 지날 때 등로 벗
어난 풀숲은 대간거사 님이 앞장서 초벌 했을 거고, 등로 주변은 영희언니가 놓칠 리 없고, 도
자 님이 뒤에서 시아게 했을 터, 우리는 사면 기웃거리지 않고 간다.
소동파가 『백보홍(百步洪)』에서 배를 타고 여울 지날 때의 모습으로 줄달음한다.
토끼가 뛰자 송골매가 덮치듯 有如兔走鷹隼落
천 길의 내리막에 준마가 달려가듯 駿馬下注千丈波
끊어진 거문고 줄이 기러기발에서 튕겨나듯
팽팽한 시위에서 화살이 날아가듯 斷絃離柱箭脫手
조그만 문틈으로 번개가 지나가듯
매끄러운 연잎에서 구슬이 구르듯 흐른다 飛電過隙珠翻荷
산들이 현기증을 일으키며 빙글빙글 돌고 있고
바람은 휘익휙 두 귀를 스치는데 四山眩轉風掠耳
뭇 봉우리들이 발길에 채일 듯 내달려 임도 삼거리 안부인 밭배고개다. 휴식 겸해 늦은 점심
먹는다. 나 혼자 산행하면 걷느라 거르기 일쑤인데 더산 님이 있어 먹는다. 이조차 고마운 일
이다.
8. 송이재봉 가는 길
9. 송이재봉 가는 길
10. 송이재봉 연릉
11. 송이재봉 북릉
12. 송이재봉
13. 소리산 내려 송이재봉 가는 길의 오른쪽 사면
▶ △451m봉, 갈매봉(葛每峰, 366m), 부랭이산(△274m)
완만한 등로는 계속된다. 울창한 낙엽송 숲길을 간다. 458m봉 넘고 봄날에는 초원일 설원을
지나 △451m봉. ┬자 능선 분기봉이다. 삼각점은 용두 428, 1988 복구. 더산 님은 여기서 오
른쪽 능선이 오지일 듯하여 그리로 가겠단다. 딴은 산 이름만 없다 뿐이지 갈매봉과 부랭이산
일군 능선보다 더 실한 능선이다. 나는 (속되게도) 산 이름 좇아 갈매봉 능선으로 간다. 서로
만나는 지점은 여물교가 될 것이다.
북동진. 절개지를 데크계단으로 내려 임도다. 임도는 능선 마루금으로 간다. 통골고개부터 경
기도와 강원도 경계다. 왼쪽 발은 강원도, 오른쪽 발은 경기도를 밟는다. 임도는 423m봉을 둔
덕으로 곁에 두고 간다. 임도 옆 무덤 지나자 이정표는 한강기맥 신당고개(5.7㎞)를 능선 길로
가도록 안내한다. 대형 송전탑이 있는 Y자 능선 분기봉 올라 솔숲 벗어나면 한강기맥은 왼쪽
임도(臨道)로 가고 갈매봉은 오른쪽으로 간다.
갈매봉 가는 눈길에도 등산화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혔기에 갈매봉이 나만 모르는 명산이구
나 자책했는데 얼마 안 가 발자국이 뚝 끊겼다. 한강기객 종주꾼들의 알바현장이었다 라고 해
석할 수밖에. 이왕의 길은 눈에 덮여 내가 새길 낸다. 안부는 임도 삼거리다. 갈매봉이 쉽지
않다. 산을 다시 오르듯 길고 가파른 설사면을 되우 올려친다.
갈매봉. 사방 나무숲 가려 아무 조망 없다. 길 좋다. 길 잘못 들라 봉마다 꼬박 직등하여 방향
재고 내린다. 342m봉 넘고 ‘윗부랭이산(274m)’이라는 넙데데한 봉우리 한가운데 ‘국가중요보
안시설’이라는 안테나 비슷한 시설이 있다. 대뜸 국가중요보안시설이라며 건들지 말라고 한
글과 영문으로 병기하였으니 궁금증이 인다. 영문 끝에 쓴 ‘WONJU KSRS’가 단서다. 원주 한
국지진파관측소(KSRS, Korean Seismic Research Station) 시설이다.
부연하면, “한국지진파관측소는 지난 68년부터 설치된 소련과 중국 등 동아시아지역의 핵실
험 징후를 관측하는 곳으로 미국이 보유한 지진관측망 가운데 두번째로 규모가 크고 동아시
아 지역에서는 성능이 가장 우수한 장비를 갖추고 있어 한해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800여건
의 지진 및 지하 핵실험 여부를 정확하게 탐지할 수 있으며 동아시아지역의 지진관측은 물론
지역 내 핵보유국가의 핵실험 탐지를 위해 미 공군기술지원단(AFTAC)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위 시설이 과연 그런 시설인가?
이제 등로는 동네 산책길이다. 직등하기 잘했다. 부랭이산을 지나칠 뻔했다. 삼각점은 용두
466, 2005 재설. 산께나 다닌 사람들의 표지기가 보인다. 7000산 문정남, 맥사랑, 청산수산악
회 김철규, 3000산 오르기 한현우, 전국 6000산 심용보, 군포 신상호, 강동 윤인순, 일산 조병
윤 등.
밧줄 잡고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를 오르고 내리막에 Y자 갈림길이 나온다. 인적 뜸한
오른쪽으로 간다. 무덤 지나고 덤불 숲 오지다. 충혼탑을 왼쪽에 두고 생사면을 치고 내린다.
노송 숲 돌아내리니 흑천 건너는 여물교다. 때마침 더산 님과 동행한 산길에서처럼 만난다.
여물교 건너면 바로 용두버스터미널이다. 용문 가는 버스는 수시로 있다.
용문 음식점에서 순대국 시켜 느긋이 맨소주 마시며 오늘 산행을 결산한다.
14.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산이 봉미산
15. 소리산 내려 송이재봉 가는 길의 오른쪽 골짜기와 사면
16. 송이재봉 정상
17. 송이재봉 내린 임도
18. 통골고개 가는 길
19. 여물교 가기 직전의 소나무 숲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
첫댓글 오지팀보다 더 좋은 코스로 진행하셨내요^^
거웠겠습니다.
오랜만에 더산님과 함께하셨서
수고하셨습니다
더산님이랑 같이 갔다오셨군요, 금홍 땜방하러, 소리산 수리바위도 멋있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용문발 08:50분 석산리행 버스는 양평에서 오기땜시 맨날 늦게 옴돠
교통오지 석산리
거기서 팔봉산으로도 함 가보세염...괜찮은 코스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