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가족여행기(2) 2020.10.7 ~10.9
여행 2일차이다. 아침산책을 나섰다. 지난 3월부터 매일 만보 이상을 걷고 있는데 단 하루도 빠진 일이 없다. 코로나로 인해 시작한 산책일과는 이제 단지 건강 만이 아니라 습관화 되어 매일의 일과가 되었다. 한시간을 산책하면서 동해에서 솟아 오르는 일출장면을 보며 흥분의 시간도 가졌다. 일출전,일출 장면, 그리고 일출후의 아름다운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아내와 딸에게 자랑하고 싶다. 아침 식사는 속초 노학동의 황두막이라는 맛집이다. 이집은 속초의 유명 메뉴를 다 취급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산채나물 비빔밥이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전국의 여행사 명함이 수십개가 꽂혀 있었다. 집사람이 이 집에서 먹어본 산채비빔밥이 하도 맛이 있어서 나물을 많이 사 온 기억이 있다고~산채비빔밥 외에 황태구이도 시키고 청국장도 시켜서 골고루 나누어 먹었다. 취나물,깻잎장아찌를 사서 차에 실었다. 숙소로 가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점심식사는 속초 아바이마을을 구경하고 그곳에서 순대와 냉면을 먹기로 합의했다. 아바이 마을은 속초 청호동 일대의 1.4후퇴때 남하한 함경도 피난민 촌이다.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예전 배를 타고 건넜던 추억을 살리기 위해 배가 운행되고 있었는데 요금은 500원이다. 경제성으로는 전혀 채산성이 없겠지만 관광객들을 위한 써비스인 것 같다. 우리는 미리 알고 간 단천식당에서 오징어순대를 시키고 유명한 회냉면과 물냉면을 시켜 골고루 나누어 맛 보았다. 골목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특히 배가 다니고 있는 사진을 찍고 보니 어느 외국의 유명 관광지인듯 멋진장면이 연출되었다. 이 사진은 내가 찍은 많은 사진 중 베스트 포토 20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은 사진이 되었다.
오후 일정은 설악산 산행이다. 설악동으로 차를 몰았다. 아직 단풍 절정기가 아니어서 설악산 입구까지는 쉽게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주차장에는 차가 만원이라 겨우 주차를하고 신흥사를 거쳐 산행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조금 가다가 권금성 케이불카쪽을 보니 그다지 붐비지 않아 보여 정말 오랫만에 케이블카를 타기로 스케쥴을 변경했다. 보통 비수기라도 한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바로 탈 수 있었다. 큰 행운이다. 5분 간격으로 운행되었다. 어린애처럼 마음이 들뜨고 신이 났다. 케이블카 타는 시간은 대략 4분간인데 오르면서 내려다 보이는 시야의 뷰가 정말 좋았다. 멀리 울산바위를 비롯 단풍이 시작되는 바위산 그리고 평화롭게 보이는 아랫 마을의 풍경까지 모두 멋지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아내와 나는 밖으로 나와 계단을 따라 산 정상으로 올랐다. 대부분 일행들도 다 오른다. 그런데 딸은 기다리면서 쉬겠단다. 정상에는 전망대가 있었다. 케이블카에서 보던 장면보다 훨씬 실감나는 멋진 풍경에 매료된다. 출입이 제한되어 이번엔 가보지 못한 토왕성폭포를 이곳에서 아주 까마득히 볼 수 있었다. 10배로 확대하여 보니 폭포 상부가 확실히 보였다. 아내도 딸도 사진 찍는 걸 안좋아해서 인물사진이 없다. 누군가 나의 개인 인물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하여 처음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산행은 포기하고 그냥 신흥사 까지만 가기로 했다. 신흥사는 신라 진덕여왕6년(652년) 자장율사가 처음 창건한 향성사(香城寺)가 수많은 화재로 중건을 거듭하여 근래 신흥사(新興寺)로 개명된 조계종 제3교구 본사이다. 신흥사에 들면 세계최대의 청동불좌상이 단연 시선을 끈다. 높이 14,6m의 이 청동불은 1997년 10월 통일을 염원하여 세워진 것으로 통일대불로도 불린다. 보물 제1981호인 극락보전은 신흥사의 중심 가람으로서 아미타부처를 중심으로 좌 관세음보살 우 대세지보살을 봉안하고 있다. 이 아미타여래 삼존좌상은 조각僧인 무염이 효종2년(1651)에 만든 것으로 목조 조각의 문화재이다. 역시 무염의 작품으로 명부전에 모셔져 있는 지장보살삼존상도 유명하다. 가운데 지장보살이 불단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고 좌우로 도명존자와 모독귀왕이 두손을 합장한 채 서 있다. 이 명부전에서 눈여겨 볼만한 포인트가 있었다. 수많은 명부전을 보아 왔지만 이곳 신흥사 명부전만의 특징이다. 명부전 전면 창호는 셋인데 가운데는 부처님과 스님이 드나드는 문으로 높이가 높고 양쪽 두개의 문은 제자불자들이 고개 숙이고 다니게 높이가 낮다.하심을 유도하는 철학이 담겨 있는 듯 하였다. 신흥사에 올때 특히 가을철에는 담벼락을 일부러 찾아 사진을 남긴다. 담장넝쿨의 단풍과 함께 담벼락이라는 작품사진이 만들어진다. 필자만이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름답기 그지없다. 되돌아 나오면서 설악산 입구에서 찍은 두그루의 쌍둥이 소나무도 유명하다. 키가 큰 적송으로 연륜도 오래 되었지만 서로 부딪히지 않으려고 바깥쪽으로 가지를 뻗으며 배려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
어느듯 저녁무렵이다. 저녁식사 전에 식당 인근에 있는 영금정(靈琴亭)을 찾았다. 동명동 속초등대 밑의 바닷가에 크고 넓은 바위들이 깔려있는 곳이 영금정이다. 지명의 유래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면 신묘한 율곡이 들려 이 소리를 신령한 "거문고" 소리와 같다고 하여 영금정이라 불린다. 이 정자는 영금정 바위 위에 세워진 해상 정자로 50m 정도의 다리를 건너 들어갈 수 있다. 이 곳 해안의 바위는 마치 파도에 시달려 패인 주름처럼 특이하다. 파도가 심하긴 심한 모양이다. 바위가 주름도 생기고 거문고 소리도 낸다고 하니~ 오늘 저녁식사 메뉴는 또 맛집으로 유명한 "이모네식당"의 가오리찜을 골랐다. 동명항 회식당 골목을 지나 해안길을 따라 들어가니 과연 이모네식당은 대만원이다.20여분 기다려야 한단다. 식당의 테이블 거리두기를 하니 자연 손님받는 숫자가 적어지기 마련이다. 예전엔 한시간씩 기다렸다고~과연 소문만큼 맛도 좋았다. 순전히 가오리찜 하나 만으로 유명식당이 될수 있다니 놀랍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