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보다는 격려가 힘이 셉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임순례 감독이 2018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150만 명 조금 넘는 관객과 극장에서 만났죠. 상영 당시보다는 이후 OTT를 통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본 것 같아요. 이 작품을 ‘인생 영화’라고 손꼽는 젊은이도 많더라고요. 영화 〈아가씨〉나 드라마 〈정년이〉의 당찬 모습이 아닌 자연스러운 모습의 배우 김태리를 볼 수 있어서 그녀의 팬들도 좋아하더군요.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모두가 꿈꾸는 도시 서울. 수많은 이의 꿈과 욕망과 절망이 뒤엉키는 그곳에는 자리 잡은 이의 여유도 있지만, 내팽개쳐진 이들의 좌절도 숨 쉬고 있습니다. 혜원은 안타깝게도 후자의 경우. 하는 수 없이 잠시 일상을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오랜만에 친구 재하와 은숙을 만나죠. 고향을 떠나고 싶다는 은숙과 달리 재하는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했어요. 두 친구와 더불어 직접 농사를 지어가며 한 끼 한 끼를 만들어 먹는 혜원. 그렇게 고향에서 사계절을 보내며 마음을 치유받는 혜원의 모습이 영화 전반에 펼쳐지고, 그런 장면은 관객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줍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눈이 시원해질 정도의 푸르른 자연이 보는 사람 마음속까지 편안하게 만들었지요. 저절로 힐링되는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일본 만화가 원작이라 일본에서 먼저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전체 분량 중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리가 조금 달랐습니다. 우리나라 〈리틀 포레스트〉에는 고기 요리가 전혀 나오지 않는데요. 임순례 감독이 채식주의자라 그렇다고 하네요. 채식만으로 저렇게 많은 요리가 가능한가. 그게 또 왜 저렇게까지 맛있어 보이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낭만은 영화에서나 가능합니다. 만약 서른 살 남짓한 지인이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걸 그만두겠다며 시골로 간다고 말하면 당신은 그때 어떻게 할까요. 무슨 말을 해줄까요.
여기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은 청춘이 있습니다. 몇 년 전이었어요. 서준 씨는 인간관계에 크게 상처받고, 일을 하기도 어렵게 됐죠. 게다가 건강도 안 좋아져서 강원도를 찾았습니다. 펜션에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아침을 차리며 숙소 관리하는 일을 몇 개월 동안 하게 됐죠. 풍경이 아름다운 인기 많은 숙소여서 자연스럽게 지인도 여럿 방문했답니다. 그중에서 어떻게 소식을 들은 엄마 친구분이 근처에 여행 오셨다가 얼굴을 보고 싶다며 서준 씨 있는 곳에 잠시 들르셨대요. 지내는 곳을 둘러보고 무슨 일을 하는지 하나하나 다 물어보신 아주머니는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서준아, 근데 젊을 때 이렇게 놀면 나중에 고생해. 나중에 나이 들어서 두 배, 세 배로 돌려받게 되어 있다?”
이후 아주머니는 하루에 일을 몇 시간씩 해야 하며, 무슨 공부를 해야 하며, 아주머니 자식들은 어디 학교를 나와서 지금 어디서 일하며, 연봉은 얼마라는 이야기까지 물어보지도 않은 얘기를 한참 동안 하셨대요. 마지막으로 서준 씨에게 정신 차리라고 하시고는 곧바로 그곳을 떠나셨답니다. 어이가 없었다는 서준 씨,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때 저는 그곳에서도 하루하루 정말 최선을 다해 살고 있었고, 지금 되돌아봐도 그곳에서의 경험이 제 삶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기운을 차린 저는 다시 도시로 돌아와서 지금 일하는 곳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으니까요.”
나를 찾고 싶다는 젊은이가 많아요. 솔직히 기성세대들은 좀 생뚱맞다고 느낄 것 같아요. ‘너를 찾기는 뭘 찾아? 너는 거기 있잖아. 지금까지 잘 살아왔잖아.’ 우리의 삶은 대체로 그런 식이었죠. 남들 하는 대로, 남들 사는 대로. 거기서 벗어나거나 달라지거나 그런 건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나를 찾지도 못한 채로 평생 꾸역꾸역 살아왔어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야 하는 줄 알았죠. 그러지 않는 방법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먹고살 수 있게 되니, 그게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산에 가야 편한 사람이 있듯 남들처럼 사는 게 아니라 나답게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걸. 이미 젊은 시절을 보낸 후에야 느끼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모른 채 살기도 하겠지만요.
‘나는 자연이 좋아, 나는 도시가 좋아. 나는 치열하고 빡빡하게 사는 것이 어울려, 나는 경쟁하지 않고 느긋하게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살아가는 것을 추구해.’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요즘 젊은이들은 알고 싶은 겁니다. 찾고 싶은 거고요. 대학에 다니다 휴학한 후에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해보기도 하고, 워킹 홀리데이를 신청한 후 해외에 나가서 일하며 살아보기도 하죠. 이런 게 다 나를 찾는 길인 셈입니다.
이런 젊은이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서준 씨의 말에 귀 기울여 보죠.
“저희 엄마가 항상 저에게 해주시는 말이 있습니다. ‘걱정보다는 격려가 힘이 세다.’ 저도 누군가 걱정이 될 때는 무조건 격려를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타인의 삶을 고작 한 조각만 보고 지레짐작하며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상대방의 마음을 위축시키기보다 따뜻한 격려의 말을 해주면 어떨까요.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온 거라면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해 보고 관심사가 뭔지,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 줬다면 훨씬 덜 불편했을 것 같지 않나요?
그리 어렵지 않아요. 자, 봉투를 하나 준비해 보세요. 5만 원이든 10만 원이든 그 안에 넣어봅시다. 그리고 따뜻한 밥 한 끼 사주며 젊은이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는 준비한 봉투를 손에 쥐여주죠. 그리고 가볍게 포옹을 해준 후 손을 흔들면서 헤어져요.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은 상대가 원할 때만 하자고요.
원치 않는 ‘충조평판’은 적을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하니까요. 봉투가 번거로우면 계좌이체도 있습니다. 요즘 모바일 뱅킹은 상대방 이름과 전화번호만 알아도 돈을 부칠 수 있잖아요. 일일이 계좌번호를 묻지 않아도 돼요.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그것뿐입니다.
시각장애인인 조승리 작가는 같은 시각장애인 여성 둘과 함께 직접 여행 계획을 짜고, 실행하면서 깨달았다고 합니다. “진정한 여행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이 한 여행의 기록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나만의 길에서 나만의 추억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것이 여행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만의 여행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공감에 관하여 중에서
이금희 지음
첫댓글 지부장님~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걱정보다는 격려하기"
공감하고 응원해주는 한마디 실천해야겠어요~
맞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격려하는 행동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힘든 사람들은 엄청 에너지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