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램프
임원묵
멸종 위기 동물에 관한 글을 읽었다 밤낮없이 사냥당했다, 는 문장에서
흔들리기 시작한
램프 아래에서
모기를 멸종시키는 방법에 관한 글을 읽었다 과학적으로 확실하다, 는 문장에서
개지 않은 침구류와 잠들지 않고 꾸는 꿈을 생각했다 긴긴밤 얼굴로 떨어지는 식칼의 날이 반짝인다고, 어딘가 빛이 있다 믿는 그
버튼을 누르기 전에 이미 망가져 있어서
끌 수 없는
램프 아래에서
멸종 위기 열매에 관한 글을 읽었다 찾아도 딸 수 없다, 는 문장에서
이국의 작은 바닷마을 폭설이 내리는 광경 속 선명한 얼굴이 있었지 얼지 않는, 서로의 푸른빛 생열매를 원했던 그
작아져만 갈 뿐 사라지지 않는
깊은
불에 기대서서
멸종 위기를 끝내 의심하는 일
다리가 휜 책상 위로
두꺼운 책들의 무게를 더하며
새와 공룡에 관한 글을 읽었다 새는 공룡의 후손이 아니라 대멸종에 맞선 공룡이다. 라는 문장에서
검은 이불자락에 몸을 맡겼다 작은방을 뒤덮는 눈꺼풀의 온기, 날아오를 수 없지만 타오를 수 있는 그
고대의 새가
달리고 달려 끝내 기나긴 절벽을 마주하고도
돋지 않는 날개를 용서했을 날들
아침이 오면 잿더미가 될
눈 내린 밤길 가로등 아래에서
윤곽만 남은, 아직
남아 있는 그
마음
- 임원북「새와 램프」전문『개와 늑대의 도플갱어 숲』(민음사)
<감상문>
그는 “멸종 위기 동물에 관한 글을 읽었다. 밤낮없이 사냥당했다”는 문장을 읽었다. 공룡이 멸종한 것이 아니라 공룡이 진화하여 새가 되었다는 것이다. 새와 공룡의 관계는 무엇인가? 개와 늑대가 도플갱어이듯 (「개와 늑대와 도플갱어의 숲」) “새는 공룡의 후손이 아니라 대멸종에 맞선 공룡”으로서 새와 공룡은 도플갱어이다. “고대의 새”인 공룡이 “달리고 달려 끝내 기나긴 절벽을 마주하고도 돋지 않는 날개를 용서했을 날들”이 있었다. 이는 공룡은 사라졌지만 돋지 않는 날개를 용서했을 공룡의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유추한다.
그는 “멸종 위기 열매에 관한 글을 읽었다 찾아도 딸 수 없다.” 멸종의 위기 동물에서 멸종 위기 열매로 사유가 전이된다. 흔들리는 램프 아래에서 새의 도플갱어로서 공룡은 계속 출몰한다. “이국의 작은 바닷마을 폭설이 내리는 광경 속” 그가 원했던 푸른빛 생열매란 “공룡은 사라졌지만 돋지 않는 날개를 용서했을 공룡의 마음”이다. 날아오를 수 없지만 타오를 수 있는 그가 사랑했던 마음도 공룡이 “돋지 않는 날개를 용서했을 날들”처럼 “작아져만 갈 뿐 사라지지 않는” 윤곽으로 남아 있게 된다.
“아침이 오면 잿더미가 될/ 눈 내린 밤길”에서도 아프고 슬픈 추억은 살아있다.
- 감상자 이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