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신 예수님(눅23:33-43)
갈등
1. 11월 마지막 주일입니다. 금년도도 한 달만 남기고 있습니다. 세월이 유수같지요? 오늘은 교회력의 마지막 주일이고, 다음 주일부터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절이 시작됩니다. 교회력은‘대림절’로 시작해서 오늘‘왕이신 그리스도 주일’로 마칩니다. 교회력은 이렇게 그리스도로 시작해서 그리스도로 마쳐요.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에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고난당하신 골고다 언덕으로 이 아침에 달려갑니다. 주님의 공생애 말엽-3년이 조금 지난 때에, 유대 종교인들은 주님을 죽이고자 모의했습니다.
지난 주일 누가복음 20장 말씀과 같이, 유대 종교인들이 서로 바통 터치를 하며-교대로 예수님을 책잡고자 시비를 걸었습니다. 주님을 잡을 빌미를 찾으려고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이 교대로 주님께 곤란한 질문을 했습니다. 이런 질문을 하면 예수라도 답을 하지 못하고 허점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어요. 하지만 주님은 그들의 속마음을 다 아셨어요. 미리 알고 기다리신 것처럼 그들이 준비한 곤란한 질문에 거뜬히 답하셨습니다. 유대 종교인들이 감히 더 물을 수 없었어요.
2. 그들이 말로는 예수님을 함정에 빠트릴 수 없자, 가룟 유다의 배반을 통해서 주님을 잡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유다의 반역을 주님은 이미 아셨고 그들의 계획에 맞춰주셨습니다. 주님이 그들을 이기지 못하거나, 피할 수 없어서가 아니었어요. 주님이 잡히시고, 심문을 당하셨습니다. 사형권이 없던 유대 종교인들이 주님을 빌라도에게 재판을 요청했어요. 그들이 민심을 이용해 빌라도에게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협박했습니다. 빌라도는 주님이 죄가 없으신 것을 알면서도 군중들의 함성과 민란을 염려하여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도록 내주었습니다.(정치적 결정)
예수님이 해골이라는 곳-골고다 언덕에서 두 행악자 사이에서 십자가에서 못 박히셨습니다. 로마 시대 십자가형은 가장 참혹한 사형 방법이었습니다. 건강한 사람은 한 죽기까지 한 주간 동이나 고통을 당했습니다. 로마 시민들은 참수형으로 죽음의 고통을 최소화했어요. 사도 바울은 로마 시민이라 참수형을 당했어요. 십자가형은 주로 로마에 대항했던 정치범들에게 내리던 처형법이었어요. 주님의 좌우편에서 십자가에 달린 두 행악자는 로마에 폭력으로 저항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주님이 이런 죄인들과 함께 죽임을 당하셨어요.
3. 예수님이 달리신 십자가 위에는 죄패가 있었습니다. 38절,“그의 위에 이는 유대인의 왕이라 쓴 패가 있더라.”죄패는 십자가 형장으로 가면서 죄수의 목에 걸고 가게 했습니다. 형장에서는 십자가 위에 죄패를 매달았어요. 유대 종교인들은 이 죄 패를 쓰는 것을 반대했습니다. 빌라도가 신기하게도 끝까지 고집해서 이 패를 붙이게 했어요. 하나님의 뜻은 악인을 통해서도 이뤄진 모습입니다. 주님은 유대인의 왕만이 아니라, 만왕의 왕이십니다. 만왕의 왕께서 골고다 십자가 형장에서 희롱당하셨습니다. 먼저 관리들이 예수님을 비웃으며,‘저가 남을 구원하였으니 만일 하나님이 택하신 자 그리스도이면 자신도 구원할지어다.’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어서 군인들도 주님을 희롱하며 신포도주를 주었습니다.(고통을 감하는 마취제, 아량을 베푸는 듯) 주님은 다른 복음서에 보면 이것을 받지 않으셨어요. 주님이 고난을 고스란히 담당하셨습니다. 군인들은,‘네가 만일 유대인의 왕이면 네가 너를 구원하라.’고 외쳤습니다. 십자가 달린 행악자 중 한 사람도 주님을 비방하며,‘네가 그리스도가 아니냐 너와 우리를 구원하라.’고 소리쳤어요. 왕이신 주님이 왜 희롱당하시며 무기력하게 십자가에서 고통당하셨나요? 과연 주님은 유대인의 왕이요 만왕의 왕이십니까?
갈등 심화
4. 왕이신 예수님은 사형을 집행하는 관리들과 군병들, 심지어 십자가에서 죽임당하는 사람에게까지 조롱을 당하시면서도 놀라운 기도를 아버지께 드렸습니다. 34절,“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하시더라.”주님의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 이어졌어요. 주님은 심문을 당하실 때나, 십자가를 지시는 가운데 침묵하셨습니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입을 여셨어요.
예수님은 심문을 당하실 때도 침묵하시다가, 대제사장이 네가 그리스도(메시야)냐는 질문에는 주님이 답을 하셨어요. 네 말이 옳다. 이 말씀을 하심으로 예수님이 신성모독으로 유대 종교인들에게 죽임을 당하시는 결정적 요인을 제공했습니다. 주님은 자신이 해를 당할 상황을 아시면서도 진리에 대해서는 침묵하지 않고 답하셨어요. 십자가에서도 침묵하시다가 꼭 필요할 때 일곱 말씀을 하셨습니다. 가상칠언이라고 부릅니다. 그중의 하나가 자신을 희롱하고 조롱하며 죽이는 자들을 용서해달라고 아버지께 기도를 하셨어요.
5. 왕이신 예수님은 세상 왕들에게서 볼 수 있는 위엄과 권세를 조금도 나타내지 않으셨습니다. 매우 유약하고 부드러운 모습만 나타내셨어요. 이 상황에서 왕이신 주님이 불의한 자들을 용서해달라는 기도를 하신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또 한 가지 왕이신 주님에게서 주목되는 모습이 있습니다. 십자가에 달린 한 행악자와의 대화입니다. 한 행악자는 주님을 조롱하며 너와 우리를 구원하라 했는데, 다른 행악자는 주님을 조롱하는 행악자를 꾸짖었어요. 40절,“하나는 그 사람을 꾸짖어 이르되 네가 동일한 정죄를 받고서도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아니하느냐.”너는 죽어 마땅한 죄를 범한 자인데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느냐고 책망했어요.
이어서 그는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선포했습니다. 41절,“우리는 우리가 행한 일에 상당한 보응을 받는 것이니 이에 당연하거니와 이 사람이 행한 것은 옳지 않은 것이 없느니라 하고.”너와 나는 우리가 행한 죄로 인해서 마땅한 형벌을 받기에 우리가 십자가형에 처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분이 행한 것은 옳지 않은 것이 없다. 그는 죄인이 아니고 의인이라고 선언했어요. 이 사람은 주님이 누구이신지 알고 42절,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 나를 기억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주님은 그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으시고, 오늘 네게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라고 약속해주셨습니다. 이 대화 속에 나타난 왕이신 주님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요?
실마리
6. 예수님은 빌라도가 죄패에 쓴 대로 유대인의 왕이요 나아가 만왕의 왕이십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하나님이십니다.(빌2:6) 그는 세상 어떤 왕들이나 관리들, 종교인들, 그 누구에게도 희롱과 조롱이나 당하실 분이 아닙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 보면 주님은 만왕의 왕이신 그의 모든 권위를 상실하신 것처럼 보입니다. 왕이신 주님이 두 행악자들이 십자가에 달린 사이에 죄수와 같이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주님이 그들을 제압하시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주님의 무능력이 아니고, 그의 모든 권위세 권세를 십자가에서 포기하셨어요.
사도 바울은 이러한 예수님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그는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2:7-8) 바울은 왕이신 주님이 본래 어떤 분이셨고, 십자가에서 고난당하실 때는 어떤 모습을 취하셨는지를 정확하게 말해주었습니다. 형체와 모양(모르페)은 실제로 사람이 되심을 의미합니다. 주님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자원하여 희생제물이 되셨습니다. 주님은 유다의 반역을 아시면서도 너의 할 일을 하라고 허락하셨어요. 사람들의 온갖 희롱과 조롱과 비방도 육체의 큰 고통과 함께 고스란히 감내하셨습니다.
7.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침묵 가운데 고통을 감수하시다가, 그들을 용서해달라고 아버지께 기도하셨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하나님께 용서를 받아야 하지만, 지금 자기를 죽이고 조롱하는 이들,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모르고 하고 있다고 아버지께 기도하셨어요. 그들을 긍휼히 여기시는 마음이 잘 표현되었습니다. 주님의 이 기도는 우리가 신앙 박해로 고난당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본을 보여주셨어요. 스데반이 이 기도를 기억하고 그대로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기도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형장-골고다에서 주님을 유일하게 알고 고백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과 더불어 십자가에 달린 한 사람입니다.(흔히 우편 강도로 알려진, 성경에서는 좌우편에 누가 있었다는 말이 없지만요) 그는 주님이 죄가 없으신 의인임을 선포하고, 주님의 나라-하나님의 나라를 믿었어요. 그는 주님이 자신을 하나님의 나라-영원한 천국에 있게 하실 수 있는 분임도 믿었어요. 그가 어떻게 주님과 천국을 알았는지는 모릅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은 구주이시고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알게 하신 하나님께서 이 강도에게도 알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이 행악자의 입술을 통해서 왕이신 주님이 누구이신지 온전히 선포하게 하셨습니다.
복음 제시
8. 오늘 본문은 복음 자체입니다. 왕이신 예수님이 사람이 되어 오셔서, 자신의 모든 권위를 내려놓고 낮아지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희생제물로 드리심으로 우리를 죄로부터 구원하셨습니다. 십자가에 달린 행악자처럼 우리를 그의 나라로 인도하십니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자기를 비하하셨던 주님은,“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하늘에 있는 자들(천상의 존재들-천사들)과 땅에 있는 자들(현재 살고 있는 자들)고 땅 아래에 있는 자들(죽은 자들)로-모든 피조물들로-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다.”고 말했습니다.(빌2:9-11)
기대
9. 오늘 왕이신 그리스도의 주일에, 왕이신 예수님에 대해서 나누었습니다. 주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영원 전부터 영원까지 만왕의 왕이십니다. 주님이 누구이신지 모르는 자들이 십자가 형장에서 주님을 희롱하고 조롱하고 비방하였듯이, 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께서 자기를 조롱하며 죽이는 자들을 향하여,“저들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말씀과 같이 오늘도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교회 밖에서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이런 이들이 많아요.
영적인 눈이 열린 사람들은 이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할 일은 하나님께서 그들을 긍휼히 여기시고 용서하시도록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도 영적인 눈을 열어달라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오늘 한국교회가 할 일은 복음의 본질을 알고 합당하게 살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과거 기복주의 신앙을 지향한 교회들이 행한 것처럼 사람 수-헌금에 집착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해요. 왕이신 예수님이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서 이루도록 나아가면 기복주의-세속주의-성공주의와 같은 저급한 신앙은 사라집니다.
10. 한국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를 내세로 미뤄서는 안 됩니다. 천국을 내세로 미루는 순간부터 기복주의-세속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왕이신 예수님의 통치를 내세로 미루기 때문입니다. 왕이신 주님의 통치가 내세가 아니라 지금, 이곳에 임하시도록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한국교회-세계 교회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것을 보통 교회들이 받아들이기를 원하지 않아요. 교회를 하나님의 왕국-나라가 아니라 자기 왕국-나라로 삼고 있기 때문이에요.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에 다 같이 일어나 찬양하며 기도합니다. 주께서 왕으로 우리를-교회를 통치하옵소서. 세계를 통치하옵소서.(오늘 찬양: 우리에게 향하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