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막6:1-32 왕궁이냐 광야냐?

[shalem]

왕궁이냐 광야냐?(막 6:1-32)

Ⅰ. 서론

A. 말씀이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
-한 주간 경험 : 부여 강의 + 성서유니온
-말씀보다 인간적인 조건을 중시함

설교를 하다보면, 종종 하나님께서 먼저 저에게 말씀으로, 때로는 환경으로 내가 해야 할 설교를 미리 해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주에 저는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화요일에 부여에서 제가 번역한 책 '한번 구원은 영원한 구원인가'를 중심으로 구원론의 새로운 동향에 관해서 강의를 했습니다. 40여명 정도의 목사님들이 전국에서 참석하셨는데, 참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습니다. 말씀 자체보다는 말씀을 전하는 사람에게 더 집중하더군요. 목사도 아니고, 젊고, 연대에서 공부했고, 교회는 한국교회의 주류가 아닌 광야 교회고... 이런 것들에 집중하다 보니 말씀이 정말 그러한가 하는 데는 관심을 쏟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성서유니온에서 일하면서도 이런 일들을 수없이 경험합니다. 여러분들이 늘상 보시는 매일성경 한번 나오는 데도 참 진통을 많이 겪습니다. 집필자와의 싸움입니다. 성경 저자의 생각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집필자의 생각을 따를 것인지는 고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백한 문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성경을 따른다는 것은 곧 비난과 항의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B. 본문의 문맥: 갈릴리 후기 사역
-하나님 나라에 대한 마지막 반응(6:1-6)
-복음 전파와 세례요한의 죽음(6:7-32)

물론 이런 생각이 너무 내 입장으로만 사태를 파악한 면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제가 말씀의 원리만을 좇으려고 했다면, 저는 제가 당한 일은, 그리고 앞으로 제 앞에, 우리 교회 앞에 닥칠 일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본문 6:1-6은 4장에서 계속된 주제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의 도래와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씨'의 비유를 들어 설명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왔음을 알리는 여러 가지 이적을 베푸십니다. 그 때마다 씨의 비유에서 말한 반응들이 나타납니다. 지난 시간에는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그 나라를 받아들였던 믿음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회당장 야이로는 '두려워 말고 믿기만 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믿어 죽은 12살된 딸을 살렸습니다. 12년 동안이나 혈루증으로 고생하던 '딸'도 믿음으로 건강해졌습니다. 바다를 꾸짖고, 귀신을 수장시키고, 병을 고치고, 이제 죽은 자까지 살리시는 예수님 곁에는 '함께 하도록' 부름 받은 제자들이 증인으로 늘 따라다녔습니다. 그들 눈에 비친 스승의 말씀과 능력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주님이 가시는 길에는 늘 승리뿐이라는 공식이 서서히 그들의 머리 속에 자리잡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본문 6;1-6은 예수님이 가시는 길에는 이런 수용뿐만 아니라 거절도 따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이미 씨뿌리는 자의 비유에서 예견된 사실입니다.

6:7-32은 이제 예수께서 하시던 사역을 12제자들이 감당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구조가 특이합니다. 제자들을 보내고 그 제자들이 사역을 마치고 돌아오는 중간에 세례요한이 죽는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보았던 샌드위치 구조입니다. 회당장 야이로의 딸을 살리는 이야기 중간에 혈루증 앓는 여인 이야기가 들어간 것과 같은 방법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한다고 했습니까? 회당장 야이로의 시각으로 혈루증 앓는 여인 사건을 풀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즉 가운데 사건은 양쪽 사건을 해석하는 열쇠라고 했습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제자들의 선교 사역과 세례요한의 죽음은 마가에게 아주 긴밀하게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오늘 본문을 통해서 우리는 정말 하나님 앞에 보냄 받은 사람의 삶은 어떠해야 하며, 말씀만을 가지고 나아가는 우리 앞에는 어떤 삶이 기다리는지를 같이 상고하겠습니다.


Ⅱ. 본론
A. 고향 사람들의 배척(6:1-6)
-지혜(말씀)와 권능(이적)에 놀람
-인간적인 배경 → 배척함 : '길가에 떨어진 씨'
-권능을 행하실 수 없다(?)

서사적 도입-예수께서 들어오셔서 가르치시니 사람들이 놀랐다(6:1-2b)
사람들의 반응(직접 화법) (6:2c-3b) A
서사적 해석(6:3c) B
예수의 반응(직접 화법)(6:4) A'
서사적 해석(6:5) B'
서사적 결론-예수께서 놀랐다. 그가 떠나고 가르쳤다(6:6)

갈릴리 해변 주변에서 회당장 야이로의 딸을 살리신 예수님은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경고하신 후 이제 발걸음을 고향으로 돌립니다. 그 길을 제자들도 좇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단지 따라 다니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증인입니다. 예수께서 전하시는 말씀과 행하시는 이적을 보는 증인들입니다. 3:14에 '함께 하시기' 위해 불렀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이런 뜻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그들의 말씀이 되어야 하고, 예수님의 사역은 곧 그들의 사역이 되어야 하는 자들이었습니다.

'고향'이란 말은 독자들이 예수님께서 이번에도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듭니다. 사실 세상적으로 하면, 가족과 함께 고향 사람들은 가장 가까운 인사이더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가는 이미 세상적으로 가장 가까운 사람이 영적인 하나님 나라에서는 가장 먼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3장 끝에서 언급했었습니다. 즉 하나님 나라에 대한 본문은 가장 가까운 두 관계의 반응에 둘러싸인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3:30-35 ---------- 4:1-5:43 --------- 6:1-6
가족의 몰이해 하나님의 나라 고향의 몰이해

안식일에 예수님은 회당에서 가르치십니다. 공식적인 회당 예배 시간에 자유로이 가르침을 선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예수님은 이 때 말씀을 전하신 것입니다. 아마도 하나님 나라에 관한 가르치심이었을 것입니다.

2장에서 예수님께서 갈릴리에서 첫 번째로 사역하신 것도 회당에서 가르치시는 일이었습니다. 그 때 사람들은 '이는 어찜이뇨 권세있는 새 교훈이로다' 하며 놀랐습니다.

이번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가르침을 듣고 놀랐습니다. "이 사람이 어디서 이런 것을 얻었느뇨"
그들은 메시지에 놀란 것입니다. 하지만 이 질문을 잘 보면, 그것을 말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 반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대체 저 사람은 어디서 저런 기가 막힌 교훈을 배웠을까?'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아마도 교훈만 가르치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음에 이어지는 두 질문은 '이 사람이 어디서 이런 것을 얻었느뇨'를 보충하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를 질문합니다. 첫째는 '이 사람이 받은 지혜'가 어디서 왔느냐는 것이고, 둘째는 '이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권능이 어찌 됨이뇨'라는 것입니다. 즉 예수님은 '손으로 권능'도 행하셨던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앞에서 펼쳐지는 교훈과 이적이 '하늘로부터인지 아니면 사람으로부터인지'(11:30) 묻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하늘로부터 온 것이 아니면 귀신으로부터 온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이적과 지혜의 교훈은 메시아가 와야만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 머리 속에는 이사야 11:1-3의 메시아 약속이 들어있을 지 모릅니다.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며 그 뿌리에서 한 가지가 나서 결실할 것이요 여호와의 신 곧 지혜와 총명의 신이요 모략과 재능의 신이요 지혜와 지식과 여호와를 경외하는 신이 그 위에 강림하시리니 그가 여호와를 경외함으로 즐거움을 삼을 것이며 그 눈에 보이는 대로 심판치 아니하며 귀에 들리는 대로 판단치 아니하며..."

'손으로 이루어지는'이란 표현 역시 하나님의 권능의 대리자를 뜻하는 구약적 표현입니다.

이런 표현을 통해서 볼 때 사람들이 분명히 인정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도저히 사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말이고 이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메시아가 오셔야 가능한 것이란 사실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앞에서 종교지도자들이 반응했듯이 귀신의 왕 바알세불을 힘입어 흉내낸 것에 불과할 것입니다.
마가복음 저자도 이런 표현들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이 예수가 바로 메시아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가복음이 제시하고 싶은 메시아는 수난받는 '인자'입니다. 말씀과 이적을 통해서 메시아로 인정받는 분이 아닙니다. 그는 죽고 부활하셔야 비로소 '인자'로 인정받는 것이 마가복음의 메시아입니다. 따라서 마가가 그리고 싶은 진정한 인자는 뒤에 등장하는 '세례요한의 죽음' 속에 그 모습이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주의 깊은 독자들이라면, 예수님은 결코 이렇게 쉽게 메시아로 인정받지 않을 것이란 것을 금방 알아챌 것입니다.

3절의 반응이 바로 그것입니다.
메시지와 이적을 이해했던 사람들은 이 예수 자체가 이런 지혜와 권능의 원천이 아니라고 확신했습니다. 더욱이 하늘도 이런 사람에게 지혜와 권능을 내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 사람은 절대 메시아일 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단 한 가지 뿐입니다. 귀신들린 자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첫째는 그는 마리아의 아들 목수입니다.
'마리아의 아들'이란 표현은 듣는 사람을 상당히 모욕하는 말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아버지의 이름을 따라서 '...의 아들'이라고 불렀습니다. '요셉의 아들'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마리아의 아들'이란 표현은 사생아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리고 그는 얼마 전까지 자기 집 문짝을 짜주고, 집을 지어주던 목수입니다.
둘째, 그는 야고보와 요셉과 유다의 시몬의 형제고, 누이들도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것들이 그의 인간적인 배경을 분명하게 증명해주고 있다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무엇입니까? 그는 사람의 아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출신도, 직업도, 가족도 알려진 아주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하늘이 이런 지혜와 권능을 줄 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예수만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예수님이 이 지혜와 권능으로 보여주고 싶어했던 예수님의 모습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는 회당장 야이로나 혈루증 앓은 여인이 가졌던 믿음의 눈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들은 4:11에서 말한 "보기는 보아도 알지 못하며 듣기는 들어도 깨닫지 못하는" 자들입니다. 이런 자들에게 예수님의 비유는 알기 쉽게 풀어주는 말이 아니라 수수께끼가 되듯이, 고향 사람들의 눈에는 이 예수님의 행동이 놀라운 일로만 보였던 것입니다.

마가는 왜, 하나님 나라에 대한 반응 전후에, 가장 잘 믿을 것 같은 사람들이 가장 완강하게 반응하는 기사를 배치시켜 놓았을까요?
아마도 하나님의 나라는 결코 이 세상의 기준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랬을 것입니다. 가장 똑똑하고 잘 배우고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반응할 것 같고, 제일 가까운 이웃이나 가족이 가장 먼저 알아보고 영접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거부하고 죽이려고 했던 사람들은 날마다 구약 성경을 연구하고, 기록하고, 가르쳤던 종교 지도자들이었습니다. 가족들이었고, 고향 사람들이었습니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씀 사역을 하는 데 제게 큰 격려가 된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가족들이 저를 말씀 사역자로 인정해 준 것이 정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 흔하디 흔한 목사도 아니고, 부모님께나 형제들에게 깎듯이 잘 하지도 못하는데도 제 입에서 나온 말씀의 권위를 인정해 주신 것입니다.
둘째, 저를 가르쳐 주시고 양육해 주신 교인들이 이제 제 말씀에 귀를 기울여 주시는 것이 참 큰 힘이 되었습니다.

만약 그분들이 저의 인간적인 면모에만 집착하셨다면, 끝내 철부지 박대영의 말로만 들었을 것입니다. 박대영만 보이고 박대영의 입에서 선포되는 예수님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부여에서 일부 목사님들이 그랬듯이 말입니다.

이 세상이 예수님을 믿지 못하는 것도 다 그들만의 기준을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증명할 수 없는 것은 알 수 없다'는 과학적인 사고방식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give and take'는 '자기 부인'과 '헌신'과 '희생'을 미덕으로 여기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드는 이기적인 합리주의입니다.

물론 믿는 자들이 말씀 전하는 자를 꼼꼼하게 따져 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늘 그랬지만 지금도 교회 안에 거짓 교사들이 많기 때문에 그것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이런 것은 말씀을 사모하기에 갖게 되는 자세이기 때문에 아주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우리도 우리 자신의 제한된 경험이나 우리가 가진 협소한 지식만으로 말씀을 판단한다면 결코 그 말씀이 진정으로 가리키는 예수님을 깨달을 수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회당장과 혈루증 앓는 여인과 같은 간절함입니다. 그 간절함과 절박함이 있어야 지혜와 권능을 보고 무릎을 꿇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말씀 묵상을 꼬박꼬박 해도 내 심령은 사막과 같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근사한 사람이 설교한다해도 내 마음은 봄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 같을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살 수 있는 방법은 외식과 위선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 말씀을 믿을 때만 내가 다시 소생할 수 있다는 마음이 없이는 결코 예수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 인간 설교자만 만날 수 있을 뿐입니다. 그저 놀라운 메시지만 들릴 뿐입니다.

저는 지금 우리에게 아주 절실히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엎드려 간구하는 절박한 기도라고 생각합니다. 고향 사람들에게 예수는 있으나 마나한 사람이었습니다. 차라리 목수로 왔으면 쓸모 있을 사람이었을지 모르지만, 자신과는 걸맞지 않은 지혜와 권능으로 온 예수는 의심과 호기심의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만약 우리에게 이 분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없다면, 성경 묵상도, 설교도, 좋은 책도, 강의도 모두 다 우리의 지적인 공허감을 채워주는 것이요, 우리의 정서적인 상처를 매만져 주는 것이요, 우리의 종교적인 갈증을 풀어주는 연장에 불과합니다.

하나님은 어쩌면 아주 고급스러워진 우리에게 아주 보잘 것 없고, 낯익어서, 진부해 보이기까지 한 일상적인 그릇에 담아, 당신의 말씀을 주시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다시금 민감성을 회복하지 않는 한 저 흔한 예수, 저 낯익은 목수, 저 친숙한 야고보의 형 예수의 입에서 들리는 말씀에 감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매일성경도 어쩌면 이제는 여러분이 버려야 할 고급스럽고 화려한 그릇인지도 모릅니다. 그 그릇을 포기하고 닭울음 소리에도 내 죄를 깨닫고 울 수 있는 겸허한 자리로 내려갈 때, 비로소 우리는 생명의 주를 만날 수 있을 지 모릅니다.

사람들의 반응에 예수님은 당시에 유포되던 격언을 인용하여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선지자가 자기 고향과 자기 친척과 자기 집 외에는 존경을 받지 않음이 없느니라"

물론 예수께서 자신을 선지자라고 생각하신 것은 아닙니다. 예수께서 말씀하고 싶으셨던 것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제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마가에게 이 구절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예수님은 고향뿐만 아니라 '자기 친척과 자기 집'까지 언급하십니다. 마가는 이 언급을 통해 독자들에게 3:31-35을 떠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선지자에 대한 언급은 뒤에 나타날 마지막 선지자 '세례요한의 배척'을 미리 암시하는 역할도 합니다.

이렇게 자기를 거절하는 자들에게 예수님은 권능을 행하지 않으십니다. 권능을 행해 봐야 오히려 오해만 증폭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두 방면으로 오해했습니다. 한 부류는 예수님을 이 땅의 왕으로 삼으려 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기적을 행하신 후에 한사코 피하시고, 또 알리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또 한 부류는 이 갈릴리 사람들처럼 배척하고 심지어 죽이려고 했습니다.

'거기서 아무 권능도 행하실 수 없어'라는 말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능력이 없다는 말이 아니고 해 봐야 소용이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곳에도 예수님의 도움을 기다리는 가난한 심령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병인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예수의 출신도 직업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가 내 병을 고쳐줄 수 있느냐가 문제였습니다.

예수님의 눈에도 이런 고향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하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이 주님의 사역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씨 뿌리는 비유에서 예수님은 이런 사람들이 이미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사람들은 어쩌면 길가에 떨어진 씨인지도 모릅니다. 아예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복음을 거절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듯 미련없이 떠나 다른 곳에서 말씀을 전하십니다. 거절은 새로운 사역지로의 이동 수단일 뿐 사역의 실패가 아닙니다. 사도행전에서 예루살렘의 박해가 유대와 사마리아의 전도로 복음이 이동하는 수단이었던 것처럼, 그리고 그 박해자 바울이 변하여 땅끝으로 복음이 전해지는 수단이 되었던 것처럼, 내가 전한 복음이, 복음을 따라 사는 나의 삶이 거절당할지라도 그것은 이상한 일일 뿐 결코 하나님 나라의 실패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B. 열두 제자 파송(6:7-13)
-열두 제자로 부르신 이유→3:14
-'둘씩' '귀신 축출 권능'(:13)
-선교할 때 지켜야 할 것(:8-11)
-제자들의 사역→예수님의 사역의 대행


6:7부터는 새로운 문맥이 시작됩니다. 이 문맥은 8:26까지 이어집니다. 앞부분까지를 전기 갈릴리 사역이라고 한다면, 여기서부터는 후기 갈릴리 사역이라고 부를 수 있을 지 모릅니다.
앞에서는 예수께서 직접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왔다는 것을 여러모로 보여주셨는데, 이제 후기 사역에서는 제자들과 함께 그 사역을 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7-13절까지 제자들을 보내시고, 30-32절에 그 제자들이 돌아와서 선교 결과를 보고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세례요한이 헤롯에 의해 죽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앞에서 예수님은 자신을 선지자라고 했던 것(4절)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이것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유념하면서 본문을 살피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7절은 '열 둘'이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이 단어는 3:13에서 열 두 제자를 부르실 때 나오고 여기에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저자는 예수께서 이들을 부르신 이유를 상기시키는 것입니다. 이들은 두 가지 목적 때문에 부름받았습니다. 첫째는 함께 있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둘째는 보내사 전도하며 귀신을 내어쫓는 권세도 있게 하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첫 번째 목적은 그 동안 잘 감당해왔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좇으면서 예수께서 하시는 일을 잘 보았습니다. 이제 그들이 본대로 두 번째 목적을 감당할 시간이 된 것입니다. 이제 그들은 예수님을 대신하여 '사람을 낚는 어부'로 부르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둘씩' 짝지어 보내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뜻이 있을 것입니다. 우선, 서로 합력해서 하라는 뜻이 있을 것입니다. 둘째는 이들은 '증인'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이 가는 것입니다. 구약에서 증인이 두 명 이상이라야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증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말씀을 받아들인 것에도 증인이 되어야 하고, 거절한 것에도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증인이고, 다른 하나는 심판을 받는 데 증인이 될 것입니다.

여기서 '보내다'라는 동사는 '사도'라는 말의 동사형입니다. 즉 누군가를 대리하기 위해 권한을 위임받은 대표로 보낸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들은 예수님의 대리인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귀신을 쫓는 권세를 주시고 보내십니다. 특히 이 권세를 강조하는 것(13절에도)은 앞으로 제자들이 행할 사역이 영적인 전투임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전하는 일에 가장 큰 대적은 이 사단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반대나 박해는 모두 이 사단과의 싸움의 결과입니다. 따라서 그들이 이길 수 있는 길도 하나뿐입니다. 바로 예수께서 주시는 이 권세를 믿음으로 의지하는 길입니다. 예수께서 성령이 충만하여 아버지께 순종하셨듯이, 제자들도 믿음으로 순종할 때만이 성령의 도우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12절부터 그들의 사역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그들의 사역은 세 가지로 나와 있습니다. 우선, 회개하라고 선포하는 사역이었습니다. 이것은 예수님의 길을 예비하던 세례요한의 사역이었고, 또 그 나라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의 사역이었는데, 이제 그의 제자들이 하고 있는 것입니다. 당연히 회개를 선포하기 위해서는 그 이유인 하나님 나라의 도래도 선포했을 것입니다. 14절을 보면 그 선포의 핵심은 '예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둘째로, 그들은 예수님처럼 귀신을 쫓아내는 사역을 해야 했습니다. 셋째로, 많은 병인들도 고쳐 주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제자들을 보내시면서 예수님은 엄격한 규칙을 주십니다. 우선 8-9절을 보면, 준비물을 제한하십니다. 그들이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은 지팡이와 신 밖에 없었습니다. 지팡이는 자기 방어에 필요하고, 신은 근동의 특수한 지형 때문에 필수적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밖에도 여행자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양식이나 주머니나 전대나 돈이나 심지어 옷도 두 벌은 안 된다고 하십니다. 그리스도를 따르고, 그의 삶을 사는 사람에게 단순한 삶(simple life)을 요구하신 것입니다. 도저히 혼자 힘으로는 살 수 없는 환경을 요구하신 것입니다. 이 말은 전도자가 전적으로 하나님만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요구하신 것입니다.

그것은 전도자에게 먼저 삶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살라고 요구하시는 것입니다. 이번 주간 저에게 제가 설교할 삶을 먼저 요구하셨던 것처럼, 제자들에게도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먼저 삶으로 보이라고 요구하시는 것입니다. 그들이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는 귀신도 쫓아낼 수 없고, 병도 고칠 수 없고, 심지어 아무리 메시지가 좋아도 울리는 쾡과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라는 것입니다.
"날마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는 기도를 가르치고, 강의하기 전에 네가 먼저 날마다 배고픈 삶을 살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10절을 보면 그들은 한 번 들어간 집에 유하라고 하십니다. 이집 저집 기웃거리면서 더 잘 대접하는 곳을 택해서 머물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11절은 말을 듣지도 않고 영접지 않은 자에게는 '발아래 먼지를 털어버려 증거를 삼으라'고 하십니다. 이 행동은 유대인들이 부정한 이방인 지역을 떠나면서 하는 행동입니다. 그들이 털어버린 먼지는 후에 이 전도자들을 버린 자들을 심판하실 때 증거가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영접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라는 언급이 없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이것은 그들이 가는 길이 반드시 순탄하지 만은 않을 것임을 미리 알려 주는 것입니다. 방금 전에 본 예수님처럼 그들도 거절당할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처럼 그것은 실패가 아닙니다. 그러니 실망하지 말고, 예수님이 다른 곳으로 가 복음을 전했듯이 그들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보냄을 받은 자는 철저하게 보낸 자만 의지해야 한다는 뜻일 것입니다. 우선, 이것은 저처럼 말씀 전하는 자로 부름 받은 사람에게 많은 말씀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매년 만 명 가까운 목사들이 배출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보냄을 받은 자의 삶이 이렇게 늘 배고파 밥 달라고 요구해야 하고, 말씀을 전해도 거절당하는 삶이라고 가르치는 데도 이렇게 인기 있는 것은 참 이상한 일입니다.

앞으로는 목사 택시 운전사, 목사 프로그래머, 목사 슈퍼마? 주인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수요보다 공급이 앞서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힘든 선교사도 서로 하려고 경쟁할 것입니다. 능력있는 사람은 이집 저집 기웃거리며 더 대접 잘하고, 사람 많은 곳을 찾아다닐 것입니다. 그래서 후원을 잘 받는 선교사는 넘쳐도, 시골 교회는 목회자를 구하지 못해서 안달 할 것입니다. 3D업종을 피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기를 거절하는 곳은 발에 먼지를 털고 나오라고 했는데, 앞으로는 점점 교인들이 싫어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전하여 듣는 사람 신경 건드리는 전도자는 드물어질 것입니다.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재담가가 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예수의 이름 때문에 핍박을 받고 쫓겨나는 사역자를 보기가 힘들어질 것입니다.

우리 교회도 자기 죄를 회개하지 않은 사람이 스스로 나가든지, 예수를 전하는 자가 핍박을 받아 쫓겨나든지 둘 중 하나가 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C. 세례요한의 죽음(6:14-29)
:샌드위치 구조
제자 파송 ..........세례요한의 죽음...........제자 귀환
-세례요한의 운명 : 예수 그리스도의 운명 → 제자들의 운명
-"세례 요한이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났다" → 제자들의 메시지
-헤롯 : 가시 떨기밭에 떨어진 씨
'심히 근심하나'(26절), '자기의 맹세한 것과 그 앉은 자들을 인하여'→체면

1. 선교 사역의 결과와 헤롯의 반응(:14-16)
'세례요한이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났다' ....엘리야 or 옛선지자... '내가 목 베인 요 한..살아났다'
-'헤롯왕' : 왕이 아닌데 이렇게 언급한 이유?
-'엘리야'→말 3:1; 4:5-6 → 막 8:28

이렇게 보낸 자가 명한 대로 순종할 때 보냄을 받은 자, 즉 전하는 자가 아니라 '예수'의 이름이 드러나게 됩니다. 우리 시대에는 인기 있는 목사는 많아도 예수의 이름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수의 이름은 여기 저기서 수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예수를 전하는 자는 온갖 부귀 영화를 누리고, 정작 그들이 전하는 예수는 욕을 당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열두 제자의 사역의 결과는 달랐습니다. 오직 '예수'의 이름만이 드러났습니다. 그 소식이 헤롯의 귀에까지 들렸습니다. 그런데 헤롯은 아주 이상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14절 보십시오. "세례 요한이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났도다. 그러므로 이런 능력이 그 속에서 운동하느니라."

분명이 예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고, 예수의 복음이 선포되고, 예수의 이름으로 병인들을 낫게 하여, 그래서 예수의 이름이 드러났는데, 헤롯은 그것은 예수가 한 일이 아니라 세례 요한이 살아나서 한 일이라고 난리인 것입니다. 아마도 이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식은땀을 흘리고 좌불안석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이 말을 중얼거렸을 것입니다. 15절에 사람들의 반응이 나타나고, 16절에 다시 한 번 헤롯의 반응이 나타납니다. 헤롯이 얼마나 주관적으로 이 사건을 해석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17-29절까지는 왜 헤롯이 예수가 한 일을 세례요한이 죽었다가 살아나서 한 일이라고 강변하는지 그 이유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지금 마가복음 저자는 헤롯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래서 14, 16절에 두 번이나 기록하고 있고, 그 가운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바를 싣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습니까? 아마 말라기 3:1; 4:5-6에 근거하여 예수는 바로 메시아를 예비하는 엘리야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예수를 선지자로 생각했습니다.
그들 눈에 보이는 이 제자들의 행동은 선지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차마 예수를 메시아라고 할 수는 없어서 그 메시아를 준비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본 것입니다.

하지만 헤롯은 한사코 '세례요한이 살아서 그 속에서 운동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엘리야'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맞는데, 그것은 세례요한이 다시 살아나서 그렇게 하도록 움직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헤롯은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까? 바로 말라기에서 말한 메시아를 자기가 죽였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엄청난 일을 저지른 것입니다.

여러분, 참 마가가 지금 참으로 기가 막혀서 입이 다물어질 정도로 놀라운 방법으로 자기 논리를 풀어가고 있는 것이 보이십니까?
우선 마가는 제자들의 파송과 귀환 사이에 이 '세례요한이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났다'는 말을 배치해놓고 있습니다. 그것도 사실은 예수가 한 일인데 세례요한의 영이 한 일이라고 억지 부리는 헤롯의 말을 통해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마가는 바로 이 파송과 성공적인 귀환 보고 사이에 제자들이 전해야 할 궁극적인 메시지는 바로 '예수께서 죽었다가 살아나셨다' 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세례요한이 아니라 바로 예수의 '부활의 영'을 통해서만 앞으로 이 제자들이 성공적으로 선교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그들이 전해야 할 메시지는 바로 애매하게 죽었다가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입니다.

누구처럼 애매하게 죽은 그리스도입니까? 바로 세례요한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17-29절까지 아주 길게 세례요한이 어떻게 해서 죽었는지를 소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세례요한은 예수님이 오실 길을 예비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실 삶을 미리 산 선구자이자 모범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예수 그리스도의 삶은 바로 그의 뒤를 따르는 제자들의 삶이라는 것이 바로 마가복음의 가장 핵심적인 두 메시지입니다.
마가복음 서론에서 우리는 이 사실을 이미 살폈습니다. 1:14에서 예수님은 요한이 잡힌 후, 즉 '넘겨진 후' 천국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시작하고 계십니다. 이 '넘겨지다'라는 동사는 예수님께서 유대인과 로마인들에게 넘겨질 때 역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수님도 앞서 간 이 세례요한처럼 넘겨질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암시대로 지금 세례요한은 엘리야 같은 '선지자'로서 왕의 부도덕을 지적한 후 장렬하게 참형을 당했습니다. 이제 앞서 자신을 선지자라고 말했던 예수도, 그리고 사람들이 '엘리야'라고 말했고, '선지자'라고 말했던 이 예수도, 진짜 엘리야로 와서 죽은 세례 요한처럼 참형을 당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말라기서에서 말했던 그 엘리야는 바로 예수가 아니라 세례요한이었습니다.

마가복음 저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올바른 것을 전하다가 참형을 당한 이 세례요한의 운명은 예수의 운명일 뿐만 아니라 바로 제자들의 운명이고, 예수를 따르겠다고 하는 모든 사람들의 운명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자들의 파송과 귀환 사이에 이 사건을 배치한 이유입니다.

이것이 헤롯과 세례요한의 싸움이 아니고 이 세상 왕 헤롯과 예수님의 싸움이라는 것을 말해주기 위해서 마가복음 저자는 14절에서 헤롯을 왕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는 단지 갈릴리와 베뢰아를 다스리는 영주에 불과합니다. 왕이라는 칭호는 과분합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부른 것은 바로 이것이 하나님 나라의 왕을 대적하는 사건을 암시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2. 세례요한의 죽음과 매장(:17-29)
-구약의 선지자와 세례요한→왕의 부도덕을 지적함
-엘리야와 세례요한, 이세벨과 헤로디아
-예수님의 투옥과 세례요한의 투옥, 헤롯의 번민과 빌라도의 번민
→불의한 세상에서 복음전파자의 운명
-헤로디아의 딸과 야이로의 딸
→죽음 가운데서 일어난 딸과 선지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헤로디아의 딸
-헤롯의 근심과 예수님의 겟세마네의 근심(14:34)
→왕궁의 영화를 선택할 것인가, 기도로 죽음의 길에 나설 것인가?
-세례요한의 장사와 예수님의 장사

왜 헤롯이 이렇게 히스테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지 그 이유를 살펴봅시다. 17절부터는 저자는 '화상기법'을 쓰고 있습니다. 14-16절은 헤롯이 궁중을 이리저리 거닐면서 혼자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세례요한 그 사람이 살아난 거야. 그 자가 살아나서 예수를 통해 저렇게 무시무시한 말들을 하고, 기적을 일으키고 있는 거야. 틀림 없어. 아, 죽이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왜 그랬지. 내가 왜 그렇게 엄청난 일을 저질른 거지'

그리고 17절부터는 자기가 세례 요한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회상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헤롯이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대신 회상해줍니다.

헤롯은 동생 빌립의 아내를 취해서 자기 아내로 삼았습니다. 마음에 거리낌이 있었지만 그녀는 너무 예뻤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헤로디아였습니다. 그녀도 첫눈에 헤롯씨에게 반했습니다. 그래서 둘이는 결혼을 했습니다.

하지만 세례요한은 그것을 그냥 두고보지 않았습니다. 아마 총각이었을 세례요한이 장가를 두 번이나 가는 헤롯을 시기해서가 아니라 그는 레위기 18:16; 20:21에 근거하여 이 결혼은 무효라고 겁도 없이 소리질렀습니다. 사실 헤롯은 겁도 없이 덤비는 세례요한이 무서웠습니다. 나이도 어린 것이 늘 바른 소리만 해대니 말입니다. 사실 헤롯은 여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하지만 헤로디아는 한 성깔하는 여잡니다. 사랑을 위해 자기 남편까지 버린 여자니 얼마나 독한 여자입니까? 헤롯은 그냥 봐주자고 하는데 헤로디아는 도저히 저 버릇없는 녀석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고 난리입니다. 이러다가 신혼 초부터 사이가 안좋아질까봐 17절에 나온 대로 '헤로디아를 위하여' 세례요한을 감옥에 투옥시켰습니다. 마치 김영삼씨가 호남 사람 무서워서 맘에도 없는데 전두환, 노태우씨 잡아넣은 것처럼 말입니다.

헤로디아는 세례요한을 원수처럼 미워했지만, 헤롯은 요한을 만나고 온 날이면 자기의 못난 모습이 보여서 참 괴롭고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꼭 맞을 매를 맞은 것처럼 왠지 모르게 속이 후련하기도 했습니다. 자기는 나쁜 사람인데 반해서, 그의 말은 옳고 그는 참 의롭고 거룩한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헤롯은 요한보다 헤로디아가 더 무서웠습니다. 헤로디아 없는 헤롯은 앙코 없는 진빵이고, 향미 형수 없는 용우 형이고, 소세지 없는 김밥이었습니다.

그의 행동은 구약의 선지자들이 부도덕한 왕을 책망하는 모습과 똑같습니다. 특별히 아합 왕을 혼내준 엘리야와 너무도 흡사했습니다. 아합왕도 이세벨의 치마 폭 속에서 놀아난 사람 아닙니까? 이세벨 때문에 엘리야가 곤경을 참 많이 당했습니다.

헤롯은 세례요한의 목숨만은 살려주겠노라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그것만이 최소한 자기 양심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헤롯의 생일을 많아 궁중에서는 성대한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헤롯에게 잘 보이려고 많은 귀인들이 찾아왔습니다. 헤롯은 잘 먹지도 못하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셨습니다. 기분이 끝내주게 좋았습니다. 이 때 아버지를 기쁘게 해 주겠다며, 헤로디아의 딸이 왕 앞에서 춤을 추었습니다. 백조가 따로 없었습니다. 볼쇼이 발레단보다 훨씬 아름다웠습니다. 헤롯은 말도 못하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술김에 아하수에로 왕이 에스더에게 맹세한 대로 이렇게 맹세해버렸습니다. "원하는 건 뭐든지 주겠다. 말해라. 난 이 나라의 왕이다. 왕. 이 나라의 절반이라도 싹뚝 잘라서 네게 주마"

에스더는 자기 백성을 살릴 생각을 하여 자신이 왕비가 된 것이 바로 '이 때를 위함이 아닌가'라는 태도로 임했건만, 헤로디아의 딸은 어미의 말을 듣고 세례요한의 목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것도 즈그 엄마는 말도 안 했는데, 앙증맞게도 예쁜 소반에 담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엄마에 그 딸입니다.
야이로의 딸은 아비의 믿음 때문에 죽음 가운데서 다시 살아났는데, 헤로디아의 딸은 선지자에 대한 엄마의 증오 때문에 선지자를 죽이는 일에 동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서야 왕은 술이 깼습니다. "아니 시방 네가 뭐라고 했냐?"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순간 헤롯은 심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체면이 있지,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맹세를 했는데 말을 바꿀 수도 없고... 그야말로 사면초가입니다.
그래도 폼에 살고 폼에 죽는 폼생폼사 헤롯. 결국 요한의 목을 쳐서 '소반에 담아'(딸의 무자비함을 강조하기 위해 친절하게 기술하고 있다) 여아<여아(22절)와 소녀(5:41,42)의 단어가 같다(korasion)>에게 갖다주고, 효성이 지극한 여아는 그것을 어미에게 갖다 줍니다.
요한의 제자들이 이 소식을 듣고 와서 그 시체를 거두어 장사지냅니다.

여러분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저는 방금 헤롯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아픈 기억과 그 기억을 통해 마가가 하고 싶은 말들을 다 담으려고 했습니다. 세례요한의 죽음은 의롭고 거룩한 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다 죽은 애매한 죽음이었습니다. 헤롯은 궁중의 향락을 위해서, 나를 근심하게 하고, 번민하게 하고, 두렵게까지 하는 말씀을 버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세례요한은 그렇게 인간의 체면과 자존심과 명예와 쾌락의 희생물이 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헤롯은 가시 떨기에 떨어진 씨와 같을 것입니다.
"세상의 염려와 재리의 유혹과 기타 욕심이 들어와 말씀을 막아 결실치 못하게 된" 자였습니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도 '근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자존심을 위해 죄악을 택했습니다. 예수님도 수난을 앞두고 역시 '심히 근심하셨습니다'(막 14:34). 하지만 그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자기를 부인하기 위해 피땀을 흘리며 씨름했습니다. 그리고 당당히 차가운 수난의 겨울을 맞이했습니다. "내가 그니라" 그는 결코 죽음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진리를 위해, 우리의 구속을 위해 수난의 길을 기꺼이 걸어가셨습니다. 자신이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이는 헤롯과는 달랐습니다.

이처럼 세례요한의 죽음 장면 뒤에는 이처럼 예수님의 수난의 그림자가 짙에 드리워져 있습니다. 번민하는 헤롯의 모습,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결정하는 그의 모습은 빌라도와 아주 흡사합니다(15:14-15). 사람들이 엘리야를 임의로 대했던 것처럼 인자도 임의대로 대했습니다(9:12-13). 예수님도 이렇게 요한처럼 애매한 죽음을 죽으신 것입니다. 또한 요한의 제자들이 스승을 장사한 것처럼 예수님도 아리마대 요셉이 장사하고 있습니다(15:46).

여러분, 지금 14-29절까지의 이야기는 마가복음에서 가장 긴 설화입니다. 이것은 마가복음의 문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주 짤막하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것이 마가복음의 특징인데, 이렇게 긴 이야기를 배치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마가복음이 그리고 싶었던 메시아, 즉 '인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운명을 너무나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잘 잊혀지지 않습니다. 독자들은 앞으로 예수님의 수난 기사를 읽으면서, 너무나 감동적이면서 가슴 아픈 이 세례요한의 죽음을 떠올릴 것입니다.

우리 시대는 헤롯의 궁중과 같습니다. 죄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희석시켜주는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심지어 교회에서마저도 이런 '거짓 평안'이라는 마약들을 비싼 십일조와 감사헌금을 받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구원에서 떨어질까 염려하라'는 성경의 경고 구절들은 한낯 실효성이 없는 위협일 뿐이라고 강변합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거짓말쟁이로 만들면서까지, 구원을 볼품없게 만들고, 은혜를 싸구려 얼음과자처럼 만들면서까지 사람들이 죄에 대하여 번민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D. 열두제자의 귀환과 광야로 물러남(6:30-32)
-성공적인 사역 보고(:30)
-'한적한 곳'(광야)로 나아가게 하심

하지만 반대로 주님은 우리를 광야로 부르십니다. 30절에 제자들은 예수님께 돌아와 그간 있었던 일들을 낱낱이 고합니다. 얼마나 흥분된 순간입니까? 보내신 자의 명대로 행한 사람만이 이 낱낱이 고하는 시간을 기다릴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주여 주여 내가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하며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주의 이름으로 많은 권능을 행하였습니다"라고 말해도, 주님은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도 떠나가라"고 하실 것입니다.

이 말씀 앞에 참 두려웠습니다. 내가 가르치는 것 낱낱이 모두 하나님의 말씀인가 생각할 때마다 늘 긍휼을 구하는 마음으로 말씀을 전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부여에서 마치 종교재판장이나 된 듯이 오만하게 행동하셨던 그분을 위해서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제자들은 사역 성공에 흥분하여 어쩔 줄 몰랐지만, 예수님은 담담하셨습니다. 아직 그들은 14-29절까지의 세례요한의 운명처럼 그들 앞에도 이런 고난의 순간이 닥칠 것임을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성공에 도취되어 흥분하지만 후에는 자기를 버릴 것임을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을 '한적한 곳'으로 보내십니다. 직역하면 '광야'입니다. 광야는 예수께서 사람들의 명성을 피해 찾으셨던 장소입니다. 다시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실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물론 제자들에게는 육적이 쉼도 필요했을 것입니다. 31절 보면 그들은 음식 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뻤습니다. 3:20에서 예수께서 '식사할 겨를도 없이' 바쁘셨던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진정한 쉼은 사역의 성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 거하고 그분의 길을 따르는 것에 있음을 깨닫기 전까지는 진정한 쉼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광야의 삶을 살 때만이 진정으로 쉴 수 있음을 깨달아야 했습니다.

Ⅲ. 결론
A. 말씀인가, 배경인가? → 하늘의 자원을 누리며 사는가?
오늘 저희들이 말씀을 듣고, 주께서 우리의 삶을 놀랍게 인도하시는 것을 경험하고도, 그것을 알기에 놀라면서도, 정작 그렇게 하시는 주님은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봅시다.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냉냉하게 만들고, 날카롭게 만들고, 냉소적이게 만들고, 우리 눈에 눈물을 거두고, 우리 마음에 애통함을 거두고, 우리 입에 찬양을 빼앗아 버리고 있습니까? 무엇이 우리가 울며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매달리는 것을 어색하게 느끼도록 만들었습니까?
우리에게 익숙한 연장들을 버리고 단순하게 하나님을 의뢰하는 마음을 회복합시다. 하나님께서 나의 마음을 보시고, 또 우리 공동체를 보시고는, 이젠 더 이상 여기서는 '권능을 행할 수 없다'며 돌아서고 계시는 것은 아닙니까? 그렇다면 우리 맨발로라도 뛰어나가서 예수님을 붙잡읍시다. '우리가 병인이니, 우리가 환자니 주님 제발 고쳐주십시오'라고 애원합시다. 하늘의 자원으로 살게 해달라고 사정하십시다.

B. 보냄을 받은 자의 삶을 사는가?
그리고 또한 하늘의 자원이 필요한 사람으로 살게 해달라고 기도하십시다. 지금보다 더 부유해지지 않아도, 지금보다 더 내 자식이 공부 잘하지 않아도, 지금보다 우리 교회가 더 커지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속상해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아니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욱 단순한 삶, 하나님의 공급하심을 체험할 수 있는 삶으로 바꿀 수 있을 지 고민하는 삶을 달라고 기도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준비할 때 하나님은 까마귀와 과부를 사용하셔서 우리를 먹이실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의 삶에 능력 있는 부자 아빠의 이름 대신, 하나님의 권능이 나타나고, 예수의 이름만이 드러날 것입니다.

C. 왕궁인가, 광야인가?
나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향락과 춤판이 벌어지는 왕궁입니까? 아니면 의를 위하여 핍박받는 광야입니까? 우리의 아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왕궁의 왕자로 키우시렵니까? 아니면 광야의 순례자로 키우시렵니까? 말씀을 듣고 어떤 근심이 있습니까? 큰 번민이 있습니까? 달게 받겠다는 다짐도 있습니까? 그러면 이제 예수님처럼 기도의 깊은 싸움으로 들어가십시오. 맘의 찔림은 우리에게 어떤 변화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죄에 짓눌려 있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줄 뿐입니다. 만족스럽게 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회개가 아닙니다. 요나가 다시 니느웨로 가지 않는 한 그것이 회개가 아니듯이, 거기서 구원의 메시지를 선포하기 전에는 회개가 아니듯이, 하나님이 어떤 처분을 내리시더라도 받아들이지 않는 한 회개가 아니듯이, 나의 왕관을 벗고 내 사랑 헤로디아를 버리지 않는 한 결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 주께서 헤로디아보다 더 절절한 사랑으로 우리를 부르십니다. "우리의 옛 자아의 우상을 벗어비리고 주님의 형상을 빚기 위한 순례자의 길을 함께 떠나자고 우리를 사랑으로 앞에서 부르십니다. 우리의 왕궁을 떠나서 주님과의 흥분된 광야의 삶으로 나아가자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나의 사랑하는 자가 내게 말하여 이르기를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 함께 가자"
"우리 주님과 함께 광야로 나아가시지 않겠습니까?" ('사랑 예찬' 중에서)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막 6:33-56)

본문: 마가복음 6:33-56
제목: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Ⅰ. 서론
1. 전도서 묵상과 영국에서의 경험 : '광야'의 본질을 배움

전도서는 이 세상을 어떤 곳이라고 말합니까?
유쾌하게 즐기며 멋지게 한 번 살아볼 만한 곳이라고 합니까, 아니면 살아있는 자가 죽은 지 오랜 자보다 낫고 그것보다는 아예 출생하지 않는 자가 나을 정도로, 이 세상은 차마 눈 뜨고는 못 볼 곳이라고 말합니까? 둘 다입니다. 고통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곳. 물과 기름의 관계인 듯이 보이는 두 실체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로 얽혀 있는 곳이 이 세상입니다. 그곳이 우리가 사는 '광야'입니다.

삶의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라고 권하면서도, 삶의 고통과 부정적인 것들, 수많은 비합리성에 눈을 감지는 말라고 가르칩니다. 이 둘 사이의 수수께끼 같은 관계 속에서 바른 길을 찾는 사람을 지혜 있는 자라고 말합니다. 삶의 불가피한 어두움과 한계 안에서, 인간에게 주신 기쁨과 즐거움, 즉 '좋은 것'을 식별할 줄 아는 것이 바로 지혜인 것입니다.

전도서는, 복 중에 가장 큰 복은 그저 단순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그 분이 주시는 선물을 완벽하게 누리며 사는 것이라고 합니다. 고통과 고뇌가 떠나지 않지만, 그것조차도 삶을 사랑하고 있다는 표시이며, 삶의 즐거움을 더욱 견고하게 해줄 뿐입니다.
그 이유는 "주의 인자(hesed)가 생명보다 낫기"(시 63:4)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우리를 긍휼히 여겨주시는 자비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의미있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제가, 매직아이를 보듯이 이 세상엔 삶과 고통이 한 곳에 동시에 존재하며, 그 동시성을 인정하며 사는 것이 살 길이라고 깨달은 것은, 어느 겨울 아침이었습니다. 영국의 Capernwray에서 공부할 때였습니다.
한낮에는 수많은 양들이 풀을 뜯어먹고 노니는 넓디 넓은 초장이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하얀 서리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풍경이 마치 모래바람 이는 사막이나 광야를 보는 듯 했습니다. 순간, 생명을 살게 하는 저곳이 사실은 광야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광야를 광야로 인정한 사람만이 진정으로 꼴이 풍성한 초장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저는 그 때의 충격을 짧게나마 이렇게 노래했었습니다.

요리저리 뒤척이다 잠 못 이루고 맞이한
새날,
기나긴 외로움에 울다 지친 초장은
밤새 차가운 사막이 되었습니다.
다시 햇살이 깃들고 목마른 양들이 제 자리를 찾아갈 때
사막은 내게로 다가와 순례의 길을 재촉하는
아침.


2. 본문의 문맥
A. 열두 제자 파송: 보내신 자만 의뢰하라(6:7-13)
B. 호사스런 왕궁의 잔치와 세례요한(엘리야)의 죽음: 예수와 제자들의 운명(6:14-29)
C. 제자들의 선교보고와 '한적한 곳'(광야)로의 퇴수(6:30-32)

오늘 저희들이 살펴볼 본문의 배경이 이 '광야'입니다. 아니 마가복음 전체의 배경이 '광야'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성경 전체의 배경이 이 '광야'입니다. 마가복음에서 예수님은 수난 당하고 죽어야 비로소 우리의 구원을 이루시고 진정한 왕이 되실 수 있는 분으로 묘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자'라는 그 분의 이름 자체가 그의 인생이 '광야'의 인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광야가 본문에서는 '한적한 곳' 혹은 '빈들'이라고 각각 달리 번역하고 있습니다. 모두 헬라어 에레모스( )라는 단어입니다.

우리는 지난 시간에 예수께서 열두 제자들에게 먹을 것이나 돈을 전혀 없이 주께서 주시는 권능만 갖고 믿음으로 선교 사역에 나아가게 하시는 장면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돌아오자 예수님은 그들을 '한적한 곳'으로 나아가게 하시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파송과 귀환 사이에 어떤 사건이 있었습니까? 미움과 살기가 가득한 방탕한 헤롯 궁의 잔치 때문에 세례요한이 죽는 사건이 그 사이에 끼어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예수님의 운명과 또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의 운명을 미리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점점 짙어가는 죽음의 그림자, 즉 광야가 바로 오늘 본문의 배경입니다. 하지만 그 그림자가 그렇게 암울하지만은 않습니다.

3. 본문의 구조
-새 출애굽의 메시아는 어떤 분인가? 목자
-엘리야와 엘리사보다 크신 분

오늘 본문은 그 광야에서 예수께서 남자만 오 천명을 먹이시고, 또 거세게 바람이는 바다를 걸어서 제자들을 건져내시고 안전하게 뭍에 이르도록 인도해 주시고, 또 간절한 마음으로 낫기를 구하는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시는 내용입니다.

이 예수님의 모습은, 홍해 바다를 건너 이스라엘 백성을 출애굽 시키시고,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만나와 메추라기를 먹이시고, 그들의 질병을 고쳐주신 '나는 스스로 있는 자' 여호와 하나님을 연상시켜줍니다. 우리보다 구약에 익숙했던 독자들은 읽자마자 금방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입니다. 즉 예수님은 이제 새로운 출애굽(New Exodus)을 감행하시기 위해 오신 '하나님의 아들'로 묘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시간에 사람들은 예수님을 엘리야와 관련시키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가복음 저자는 오늘 본문에 나오는 이 사건이 엘리야 선지자와 엘리사 선지자에게 일어난 사건과도 비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는 이 새출애굽을 통해 우리를 구원하실 메시아를 사랑과 긍휼이 많으신 '목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수난 받는 메시아와 목자이신 메시아의 관계, 이것이 바로 오늘 본문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사항입니다.

Ⅱ. 본론
1. 빈들을 초장으로(:33-44)
: 광야에서 가르치시고 먹이시는 선한 목자
1) 목자 없는 양과 선한 목자(:33-34)
A. 예수님을 찾아 '광야'로 나온 사람들(:33)
-왜?
-애굽을 나와 하나님께 경배하기 위해 모세를 따라 광야로 나온 백성들

배를 타고 한적한 곳으로 떠나는 제자들을 보고 사람들은 또 쫓아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든' 고을로부터...'저희보다 먼저'...'도보로'...
얼마나 간절한지를 보여주는 표현들입니다. 무엇이 그리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과 제자들에게 처절하게 매달리게 만들었을까요? 물론 그들이 예수님과 제자들이 행한 각종 이적들을 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것들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6:21에 나오는 소수의 '왕, 대신들, 천부장, 귀인들'과 대조됩니다. 로마에 기생하여 사는 이런 자들에게 갖은 수탈을 당하던 사람들입니다. 특히 이 갈릴리 지역은 심했습니다. 거의가 척박한 땅인 이스라엘에 갈릴리 지역은 유독 농사지을 땅이 많았기 때문에 그만큼 착취가 심했습니다. 그래서 농민 반란이 참으로 많이 일어났던 곳입니다.
이런 자들에게 예수님은 희망이었을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유일한 돌파구였을 것입니다.

B. 선한 목자(:34)
-'목자 없는 양'(민 27:15-23; 겔 34:2-6), '불쌍히 여기사'
-여러 가지로 가르치심(눅 9:11)


이렇게 찾아오는 큰 무리를 보시고 예수님은 '목자 없는 양'과 같다고 생각하시고 그들을 불쌍히 여기셨습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가르치셨습니다. 여기서는 안나왔지만, 누가복음에는 '하나님 나라'를 가르치셨다고 분명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지쳐있는 제자들에게 시키지 않고 자신이 직접 하십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목자 없는 양'이란 가르침을 못 받아서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목자는 곧 가르치는 자, 특별히 앞으로 올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 잘 가르치는 자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 이상을 보셨던 것입니다. 그들은 단지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수탈 때문에만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로마와 또 그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겐 참 목자가 필요했습니다. 정말 그들에겐 메시아가 필요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래서 먼저 하나님 나라를 가르치신 것입니다. 자신이 메시아라고 가르치시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경에서 약속한 그 나라, 하나님께서 메시아를 보내셔서 만들고 싶은 그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그리고 메시아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지를 가르치셨을 것입니다.

목자는 구약에서 '왕'을 상징합니다. 또한 영적인 목자로는 제사장과 선지자들이 있습니다. 당시에 이스라엘에는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 하나님께 순종하고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전하는 목자가 없었습니다.
예수님의 눈에 비친 이 사람들은 정치적으로는 학대를 받고 있는 존재며, 종교적으로는 참 목자가 왔는데도 이를 깨닫지 못하는 무지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세속적인 하나님 나라에 대한 기대 때문에 예수님을 좇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 자꾸 커져만 가는 한국교회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교회를 찾는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그들의 목적이 지극히 세속적이고, 그들이 맞아들이는 사람들 역시 그런 분들을 생명의 꼴이 있는 곳으로 이끌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 배를 채우는 데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서글퍼집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갈급하여 찾아온 사람들을 참 목자이신 예수님께로 이끄는 사람인가 하고 돌아보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자신이 인간적인 필요에만 급급하다가 참 목자를 잃어버린 상태는 아닙니까?

목자 없는 양이라는 표현은 민수기 27:17에 나옵니다. 모세가 이제 새로운 지도자 여호수아를 세우면서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합니다. "... 여호와 모든 육체의 생명의 하나님이시여, 원컨대 한 사람을 이 회중 위에 세워서 그로 그들 앞에 출입하게 하사 여호와의 회중으로 목자 없는 양과 같이 되지 않게 하옵소서.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눈의 아들 여호수아(예수)는 신에게 감동된 자니 너는 데려다가 그에게 안수하고....).
모세가 첫 출애굽(첫창조)의 모델이라면, 여호수아는 '하나님 나라'를 상징하는 가나안으로 이끈 새출애굽의 모델입니다. 여호수아는 '예수'의 히브리식 이름입니다. 예수께서 성령에 충만함으로 사역을 시작하셨듯이 이 여호수아도 여호와의 신에게 감동되었습니다.

모세도 목자였고, 또 목자이신 왕, 예수님을 가장 잘 예표하는 다윗왕도 목자였습니다. 구약 성경 곳곳에 여호와 자신은 물론 이제 앞으로 오실 메시아를 이 목자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이사야 40:10-11
"보라 주 여호와께서 장차 강한 자로 임하실 것이요 친히 그 팔로 다스리실 것이라 보라 상급이 그에게 있고 보응이 그 앞에 있으며 그는 목자 같이 양무리를 먹이시며 어린 양을 그 팔로 모아 품에 안으시며 젖먹이는 암컷들을 온순히 인도하시리로다"

겔 34장
1-10절은 거짓 목자를, 11-31절은 참목자를 대조하고 있습니다.
거짓목자는 2절에 '자기만 먹이는 이스라엘의 목자'로 4절에는 '연약한 자..병든 자...상한 자...쫓긴 자...잃어버린 자'를 외면하고 오히려 강포로 다스리는 자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양들은 흩어져 들짐승의 밥이 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양들이 바로 마가복음 6장 33절에서 예수님께 간절히 나아왔던 자들입니다. 그리고 6장 53-56절에 예수님을 찾아온 '상한 자' '병든 자'들이 바로 이 거짓 목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참 목자를 찾아온 자들입니다.

참 목자는 누구입니까?
'내 양을 찾고'(11절), '좋은 꼴을 먹이고, 높은 산 위에서 안전히 누워있게 합니다'(14절). 16절은 4절과 정 반대입니다. "잃어버린 자를 찾고, 쫓긴 자는 돌아오게 하며, 상한 자를 싸매어 주며, 병든 자를 강하게 합니다". 반대로 '살진 자와 강한 자는 내가 멸하고 공의대로 그것들을 먹이십니다'. 즉 남의 것을 수탈하여 배부른 자들을 심판하시는 공의의 목자이십니다. 23절에 그 목자는 "내 종 다윗이라 그가 그들의 목자가 될지라...내 종 다윗은 그들 중에 왕이 되리라"고 합니다. 25절에 '빈들'에서 평안히 거하고, 31절에 '내 양은 내 초장의 양 너희는 사람이요 나는 너희 하나님이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시편 23편이 바로 오늘 본문의 중요한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의 목자가 되셔서, 우리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 그 분이 바로 수난의 종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신약에서는 요한복음 10장이 이 목자로서의 메시아 예수님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10절에 보면 그분은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하게 얻게 하려고" 오신 분입니다. 우리가 받아먹는 꼴은 단지 '떡'이 아니라 '생명'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11절에 보면 그 선한 목자는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기 위해서 '자기 목숨을 버리는 분'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짓 목자 즉 삯군은 양을 버리고 달아난다고 말합니다.

이런 배경을 갖고 본문을 읽을 때 오병이어의 사건이 단지 예수님의 능력을 증명하는 이적 사건에 그치지 않고 보다 깊은 뜻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2) 저물녘 빈들( )(:35-38)
A. 배경
: 우리의 종말론적인 상황
-시간적 광야: 저물녘(2번 반복), 공간적 광야: 빈들(겔 34:25)

여러 가지로 가르치시자 날이 저물었습니다. 날이 저물었다는 표현은 35절에 두 번이나 반복됩니다. 그리고 45절부터 이어지는 바다 위에서의 사건도 역시 시간적 배경이 '날이 저물 때'입니다. 저물녘은 시간적인 광야를 뜻합니다. 그리고 바다나 빈들은 공간적인 광야를 뜻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때가 바로 저물녘이고, 빈들이고, 바람이 이는 바다라는 것입니다.

B. 제자들의 제안
-단지 먹을 것이 필요한 존재로만 바라봄. cf) 예수님-'목자 없는 양'

제자들은 무리들의 저녁거리를 걱정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제안합니다. "밥 먹고 합시다." 31절 보십시오. 제자들이나 예수님은 '먹을 겨를도 없이' 바빴습니다. 많은 무리를 걱정하기도 했지만, 자신들도 몹시 지쳐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그만하고 이 사람들을 보내서 밥 먹게 하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또한 지금 이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예수님과 제자들을 보려고 아주 먼길을 달려온 사람들입니다. 저물 때까지 가르치시기만 하는 예수님을 보고 제자들은 '도대체 저 사람들을 어떻게 할 작정이신가'하고 의아해 했을 것입니다.

지극히 당연하고 타당한 제안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들의 뱃속이 텅 빈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들의 영적인 상태가 텅 비었다는 것이라고 생각하셨습니다. 제자들은 거기까지는 보지 못했습니다. 또한 예수님은 이미 그들을 돌려보내지 않을 작정이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해가 저물 때까지 가르치셨다는 것은 이미 마음 속으로 이들을 직접 먹일 계획을 갖고 계셨다는 것을 뜻합니다. 예수님의 마음 속에는 이미 '선한 목자'의 역할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었던 것입니다. 먹이고, 가르치고, 인도하고, 치유하고...

우리 시대에도 교회가 가난한 자들을 돕는 것은 바람직하고 꼭 해야 할 일이지만, 정말 잊어서는 안되는 것은 그들이 하나님 나라에 대해서 무지하다는 것입니다. 전도서 기자의 말처럼 이 세상의 모든 즐거움과 쾌락이 의미 없는 이유는 그것이 죽음과 함께 끝나기 때문입니다. 떡을 나누는 일이 생명을 나누는 일로 연결되지 않으면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 둘이 별개일 수 없다고 하면서 정작 하나님 나라가 배를 채우는 것 뿐이라고만 알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영적인 필요와 육적인 필요를 구분하지 않으셨습니다. 영적인 필요를 위해서는 하나님 나라를 가르치시고, 육적인 필요를 위해서는 떡을 주신 것이 아닙니다. 이 둘 다 자신이 참 목자로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적입니다. 제자들은 이것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우선 이 사실을 가르치고 싶어서 이렇게 질문합니다.

C.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5:43 '소녀에게 먹을 것을 주라'를 상기시킴
-성공적인 선교 보고 후 사건(6:8)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표면적으로만 보면, 말도 안 되는 요구입니다. 농담처럼 보입니다. 선교를 떠날 때 아무 양식도 가지고 가지 말라고 해서 그렇게 하고 돌아왔는데, 이제 무슨 양식이 있어서 먹일 수 있겠습니까? 설령 자기들이 먹을 것은 어떻게 구했더라도 이 많은 사람들을 먹일 수 있는 떡이 있을리 만무합니다.

하지만 마가복음을 처음부터 읽어온 독자들이라면, 이 말씀이 바로 전장인 5:43에 나왔다는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죽었던 야이로의 딸을 살리시고는 야이로에게 "소녀에게 먹을 주라"고 하십니다. 이 말은 단지 음식을 주라는 말이 아닙니다. 이 딸이 정말 살아났다는 것을 믿으라는 뜻입니다. 또 내가 바로 생명을 주관하는 분임을 믿으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이미 아무 양식도 없이 나갔는데도 멀쩡하게 굶지 않고 하나님의 공급하시는 손길을 경험하며 사역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기대하시는 대답이 무엇일까요?
이 명령을 듣자마자, 제자들이 죽었던 생명을 살리는 이가, 또 자신들에게 다른 사람의 손길을 통해 살리신 이가 이 사람들도 먹이실 수 있다고 고백하는 말을 듣고 싶으셨을 것입니다.

D. 제자들의 반응
-민 11:21-22, 왕 4:43
-하나님의 대답→ 민 11:23 "여호와의 손이 짧아졌느냐"

그런데 제자들은 어떻게 반응합니까? "농담하지 마십시오"
이 사람들 다 먹이려면 이백 데나리온이 필요하다고 계산서까지 보여줍니다. 한 데나리온이 하루 품삯이니까 이백일 품삯에 해당합니다. 제자들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에게는 이 만한 돈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가룟유다가 돈 궤를 맡은 것을 보면, 예수님과 제자들은 사역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재정적으로 지원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설령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많은 사람들을 먹일 만큼의 빵을 찾아서, 그것을 사서, 또 지치고 힘든 몸으로 이 먼 데까지 가지고 올 생각을 하니 눈 앞에 캄캄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자기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대답은 하나님을 향한 모세의 간구를 기억나게 합니다:

"이 백성에게 줄 고기를 어디서 얻으리이까"(민 11:13).

"나와 함께 있는 이 백성의 보행자가 육십만 명이온데 주의 말씀이 일 개월 간 고기를 주어 먹게 하겠다 하시오니 그를 위하여 양떼와 소 떼를 잡은들 족하오며 바다의 고기를 모두 모은즉 족하오리이까"(민 11:21-22)

모세도 이미 하나님의 기적을 경험할 만큼 한 사람이었습니다. 제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손수 하시는 것도 보았지만 모세처럼 그들이 직접 엄청난 능력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자기가 못하면 하나님도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예수께서 명령하시면 명령하신 분은 뒷짐지고 가만 계시고 자신가 다 해야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 모세에게 하나님은 어떻게 대답하셨습니까? "여호와의 손이 짧아졌느냐"(민 11:23)
그 동안 해왔던 것을 이제는 갑자기 손이 짧아져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냐고 묻고 있는 것입니다. 참으로 모세를 무안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대답입니다. 아니 우리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한 대답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가능성을 기준으로 하나님의 손을 자르기도 하고 붙이기도 합니다. 아니 심지어 하나님을 앉지도 일어서지도 못하고,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심지어 생각하지도 못하고, 판단하지도 못하는 뇌사 상태로 만들어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우리의 가능성이 우리의 믿음의 척도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으면 기도하고, 아예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늘 하나님의 뜻은 우리의 능력 안에서만 주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안 계시다고 전제하는 학교에서, 우리는 이 상식과 합리성을 근거로 이 세상을 살아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이것이 윤리요 도덕이요 바른 생활입니다. 그러면 아주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전도서는 이것도 무익하다고 합니다. 반드시 의인이 행복하고, 악인이 심판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에 의인이 고난도 받고 악인이 잘 나가기도 하는 것입니다. 의인에게 고난이 복이 되고, 악인에게 번영이 화가 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지혜'이고, 그처럼 배후에서 우리의 내일을 섭리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을 '믿음'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믿음은 상식을 초월합니다. 상식을 무시하는 몰상식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상식 안에 머무르는 삶 만으로는 하나님을 의지할 수 없습니다.
제자들은 이 많은 무리가 '목자 없는 양'이라는 것도 몰랐지만, 이 예수님이 바로 이 양들을 먹일 수 있는 '목자'라는 것도 몰랐기에 똑똑한 척 했던 것입니다. 우리도 이렇게 주님 앞에서 헛똑똑이로 살고 있지는 않습니까? 요리저리 궁리하고 생각해서 뽑아낸 합리적인 내 계산서에 따라 살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런 마음으로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도, 하나님을 의뢰하는 마음도 생기지 않습니다.

E. 오병이어를 가지고 옴
예수님은 있는 떡을 가지고 오라고 합니다. 광야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게 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불가능의 상황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가시지 않습니다. 광야는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내 자원으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자만이 살 수 있는 곳이 바로 광야입니다. 따라서 현재 내가 겪고 있는 아픔을, 내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는 하나님의 도우시는 손길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내가 가진 것이 적다는 것을 알면 알수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적다는 것을 알면 알수록, 내가 아는 것이 얼마나 적다는 것을 알면 알수록, 더 큰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고작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였습니다. 이것이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는 사람에게는 절망의 증거지만, 무리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하나님의 공급하심을 의뢰하는 사람에게는 희망의 근거가 됩니다.

하나님은 우리 공동체에게도, 우리 각자에게도 이런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정도는 주십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입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살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망하고 말 것인지, 아니면 생명의 떡이신 하나님을 경험할 기회로 삼을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경제 위기를 피부로 느끼지는 않았습니다만, 저는 사람들이 참 엄살이 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문이나 TV를 보면, 곧 죽을 것처럼 난리입니다. 하지만 백화점이나 극장이나 식당에 가면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피서철만 되면 차가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외국에 여행가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노숙자들이나 밥굶는 아이들이나 봉천동의 천막집은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누려온 것을 못 누려서 난리고, 남들이 누리고 있는 것을 못 누리니 난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어려움이 올 것입니다.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오병이어가 있다면, 우리는 제자들처럼 그것으로 계산하지 마시고, 예수님처럼 축사하는 믿음을 갖기 바랍니다.

3) 양들을 먹이시는 목자(:39-44)
A. '푸른 잔디' → 시 23편 '푸른 초장'; 사 32; 35장
'앉게 하심' →'누이시며'
'떼를 지어' ↔ 왕궁의 떼와 비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명하사 사람들을 떼를 지어 푸른 잔디에 앉게 하십니다. 앞에서는 '빈들'이라고 하더니 여기서는 '푸른 잔디'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제 선한 목자가 양들을 '푸른 초장'으로 이끌 것임을 암시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또 양들을 '누이시듯' 그들을 '앉게' 하십니다. 여기서 사용된 '떼'라는 말은 "특별한 종류의 결속을 뜻합니다. 특별히 이 용어는 술 파티나 연회에서 사용되었습니다"(BGD, ad loc). 따라서 이 용어는 어쩌면 지난 시간에 살핀 헤롯의 궁중에 모인 떼와 구분되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결속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궁중의 향연과 빈들의 향연을 대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B. 떡을 나눠주심
-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나눠줌' →성만찬의 용어(막 14:22)
광야의 잔치 - 성만찬 - 어린양의 잔치(계 19:7,9; 사 25:6-8; 계 21:3,4)
-자신은 식사할 겨를도 없으면서(31; 막 3:20) 양들을 돌보는 목자↔겔 34:2
-자신의 몸(살과 피)을 드려 우리를 살리실 생명의 떡

예수님은 이 떡과 물고기를 가지고 축사하십니다. 감사 기도를 드리시는 것입니다. 이것은 원래 유대인들이 집에서 식사하기 전에 하던 풍습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음식을 다 차려놓고 하는 반면에, 예수님은 고작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가지고 수천명의 사람에게 음식 주심을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하셨을 때 제자들에게 요구하신 태도였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께서 반드시 공급하실 것을 신뢰하고 미리 감사 기도를 드리신 것입니다.

그런데 41절에서 마가복음 저자가 사용한 단어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나눠줌'. 이것은 후에 예수께서 제자들과 마지막으로 만찬을 나누실 때 사용하던 용어(막 14:22)와 같습니다. 그 때 예수께서 나눠주신 떡과 포도주는 무엇을 상징합니까? 자신의 살과 피, 즉 자신의 목숨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마가복음 저자는 예수께서 떡과 물고기를 나눠주는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는 것입니까? 단지 육체적인 필요만 채우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수난을 당하고 생명을 바쳐서 자신을 믿고 따르는 양들에게 풍성한 생명을 주시는 목자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요한복음 10장이 이해한 예수님입니다.

즉 지금 이 오병이어의 기적은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식탁을 차려주신 하나님을 연상시키고, 예수님의 죽으심으로 누릴 생명을 예견하며, 궁극적으로는 새하늘과 새땅에서 벌어질 어린양의 잔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떡과 물고기를 제자들에게 주어 나누게 하십니다. 제자들이 직접 하나님의 이적을 경험하게 하신 것입니다. 자신들의 계산서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깨닫게 하시는 것입니다.

C. '다 배불리 먹고'→'부족함이 없으리로다'
'12광주리가 남음'

그 결과 모든 사람이 다 배불리 먹었습니다. 그 수가 남자만 오 천명입니다. 이것은 21절에서 몇몇 사람들만 만족했고, 특히 한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선지자까지 죽였던 헤롯 궁의 잔치와 너무나 대조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고 노래했던 시편 23편의 말씀을 떠올리는 표현입니다. 그리고 예수께서 생명을 풍성하게 얻게 하신다는 요 10:10 말씀도 떠오릅니다.

그러고도 12광주리가 남았습니다. 어떤 책에서는,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을 합치면 완전수 7이 되고, 12 광주리는 12지파를 뜻하는 상징이 있기 때문에, 이것은 모든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주어지는 하나님 나라의 완전한 부요를 보여주는 이적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엘리사도 이런 이적을 일으켰습니다. 그도 일백명이나 먹이고도 남겼습니다. 저자는 예수께서 모세는 물론이고 이 엘리사보다 크신 분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D. 광야의 잔치와 헤롯궁의 잔치 비교
이처럼 하나님 나라의 잔치는 넘칠 정도로 풍요롭고, 모든 사람이 다 만족을 얻는 향연입니다. 그 잔치는 양들을 사랑하고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우리의 목자가 친히 베풀어주신 잔치입니다. 이 잔치는 앞에서 살펴본 사치스럽고, 기득권자들만 참석한 방탕하고 타락한 헤롯 왕궁의 잔치와 비교됩니다. 헤로디아의 살해 계획과 그의 딸 살로메의 정략적인 춤, 그리고 세례 요한의 목이 소반에 담겨 나오는 향연과 대조된다. 빈들의 향연이 겸손한 왕 예수께서 자기를 희생하시면서 생명을 살리시는 사랑과 긍휼의 향연이라면, 뒤엣것은 '무엇이든 너 원하는 것을 내게 구하라'(22절)고 말하는 거만한 왕 헤롯이 자신의 체면을 위해 선지자의 목숨을 빼앗은 살기와 미움과 방탕의 향연입니다.

우리는 어떤 잔치에 참여하기를 바라십니까? 소수의 기득권자가 되어 하나님을 모르고, 오직 자신의 자존심과 명예만 자랑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짓밟고 희생시켜야 기쁨이 있는 헤롯 궁정에 들어갈 맴버십을 얻기 위해 애쓰고 있지는 않습니까? 나는 이미 그런 꿈을 꿀 수 없더라도, 내 자식만은 그런 '사회 지도층'이 되기를 바라지 않으십니까? 우리 모두 아주 작은 것을 내놓아 모든 사람이 배부르는 어린양의 잔치, 하나님 나라의 잔치를 우리가 경험하고, 자녀들에게도 가르치지 않으시렵니까?

2. 바다 한 가운데서(:45-52)
: 바다에서 인도하시는 선한 목자
1) 환호를 뒤로 하고 기도하러 가심(:45-46)
-제자들은 벳세다로 자신은 산의 '한적한 곳'으로
-고난 받는 아들의 길을 가기 위해

이 광경을 목격한 많은 무리는 충격에 휩싸였을 것입니다. 도보로 달려온 자기들의 기대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요한복음에 보면 그들이 예수를 붙잡아 왕을 삼으려 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는 즉시 제자들을 벳세다로 배를 태워 보냅니다. 그리고 자기는 무리들을 돌려보냅니다. 제자들이나 자신에게 쉼이 필요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더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길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길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환호하던 사람들이 결국엔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아 죽일 것이라는 것을 아셨습니다.

그래서 홀로 기도하러 산으로 가십니다.
광야는 이처럼 유혹이 있는 곳입니다. 항상 고난만이 우리의 신앙을 무너뜨리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환호와 칭찬과 출세가 우리를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기가 더 쉽습니다. 예수님도 이 때는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십자가에 한발짝 더 다가갈수록 더욱 기도해야 했습니다. 아버지의 도움이 없이는 결코 수난의 길을 갈 수 없었던 것입니다.

2) '목자 없는 양'을 보신 예수님(:47-48a)
-바다 가운데와 뭍
-기도 중에 제자들의 곤경을 보신 예수님-마가공동체의 상황, 우리의 상황
-저물녘부터 동트기까지 시간: 종말론적인 현재(엡 1:16)

예수님이 뭍에서 기도하시는 동안 제자들은 바다 한 가운데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시간적인 배경은 저물 때입니다. 47절은 제자들과 예수님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의 형편이 '목자 없는 양'과 같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48절 보십시오. 목자 없는 양들이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물 때부터 밤 사경(새벽 3-6시)까지 바람과 맞서서 노를 저어 보았지만, 여전히 그들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봐도 바다 한 가운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광야에서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가르치고, 또 하나님께 구하여 만나와 메추라기를 얻었고, 광야길을 인도하였듯이, 예수님께서 바다 가운데서 유리 방황하는 제자들을 인도하시는 목자로 묘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저물 때'가 시간적인 광야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마가복음에서 저물 때는 대개 수난의 시간, 고난의 시간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예수께서 떠나시고 다시 오시기까지 이 시간은 바로 우리가 사는 이 시대를 뜻하는지도 모릅니다. 바람은 앞에서는 떡이 없는 상황처럼, 그리고 53절부터 나오는 '질병'처럼 고난과 시련을 뜻합니다. 배는 당연히 교회겠지요. 만약 예수께서 가시고 다시 오실 때까지 우리가 홀로 남겨진다면, 아니 우리가 목자이신 하나님을 거절한다면, 우리는 한 발짝도 하나님 나라를 향하여 전진하지 못하고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광야에서 맴돌고, 제자들처럼 바다 한 가운데서 맴돌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가시면서 우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하시겠다고 하셨습니까? 보혜사 성령님을 보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

[shalem]

†광야학교왕궁이냐 광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