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연(蓮)밭
양수리역에서 두물머리로 가는 길 중간에는
작은 연밭이 있습니다
그 연밭은 꽃이 피거나 잎 무성할 때보다
잎 다 떨어지고
꺾인 대궁마저 말라비틀어져
썩은 연못에 반쯤 잠겨 있을때가 좋습니다
몇 년 전이었습니다
그 연밭에 취해 넋을 놓고 서 있었습니다
소금쟁이들은 발을 적시지 않고
물위를 걸었지요
놈들에게 돌덩이를 집어던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침묵으로 썩어가는 연못에
숙연해져서
그냥 돌아서며
썩은 못물을 가슴에 퍼담았습니다
두물머리 닿을 때까지 퍼담았습니다
올해도 시린 바람 속에 그 연밭 만나러 갑니다
데친 나물처럼 미쳐가는
몸 데리고
밤 열시 청량리역에서
완행열차 표를 주머니에 찔러넣고
그 작은 연밭의 침묵 들으러 갑니다
** 어느 해 이 시를 읽고는
꽃이 진 꽃대궁이 연밥의 무게를 못견디고 진흙밭에 고꾸라진
그 모습을
꼭 보러가야지 했다가
몇 년이 지나 생각 난 어느 해 겨울
추위가 연일 계속되는 어느 겨울 날
경춘선 기차를 타고 두물머리 연밭을 찾았지요.
꽁꽁 언 연밭에 고개를 떨구고 있는 그 모습이
처연하기도 하고 숙연해지기도 해서 한참을 보고왔던 기억이 생각났답니다.
세미원이나 두물머리 연꽃이 활짝 필 때 연꽃 보러 갈 때도 있지만
이 추운 겨울, 썰렁하지만 아름다운 이 풍경을 보려고
연밭을 찾을때가 더 많아졌지요.
얼마 전 다녀온 연밭에서는 실망 한 바가지
연밥을 다 따버려 맥없이 고개 꺾인 대궁만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네요
시커멓게 썩은 몰골을 하고는~~~
사진 몇 장 찍었는데 그마저도 남겨놓기 싫어
돌아오는길에 다 지워버렸네요.
첫댓글 아쉬움이 많이 남았겠어요
네~~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었지만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연밭이라 그랬나 싶기도 했어요.^^
오랜만에 시 같은 시를 읽습니다
감상 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겨울이면 늘 생각나는 시랍니다.
꽁꽁 언 연밭에 얼음이 조금씩 녹아갈때쯤 보는 연밭보는것도
참 좋아라 한답니다.
이번 겨울이 끝나기 전 두물머리 연밭보러 가고 싶네요.
공감해주셔서 늘 고맙습니다.^^
맞아요
지금의 연밭이
낭만적이지요 ,
사계절 다가봐도
늘 세미원은 눈이 즐겁지요
겨울 가기전에 두물머리 가보고 싶어요.
썰렁한 그 강가에서 강바람 쌩 맞아보고 오고 싶어요.
사진찍는 친구 있었다면 가자하면 좋아했을텐데
그 친구가 고향으로 귀촌해서리~~~
그냥 스쳐 지날 수 없는 연밭의 풍경...
때로는 숙연해 지기도했었는데...
시커멓게 명을 다한
연밥을 보면 안타깝지요?
나영님
또 새해가 닥아옵니다.
나이...잊고살지만
여기저기 욱씬거리는 몸은
절로 나이를 말합니다.ㅋ
이번 독감에 저도 거의 한달가까이 초죽음이 되었었지요.
늘 건강 조심하시고요♡
쥐방울 님 오랜만입니다.
이번 감기로 고생 많이하셨군요.
지금은 회복되셨나요?
잘 드시면서 푹 쉬시고 개운하게 컨디션 끌어올리시기를요.
저도 한 30년만에 감기때문에 드러누워있어 봤네요.^^
나영 님 글을 읽으니 옛날에 봤던 청도 혼신지 연밭이 생각나네요.
와~~ 저 이런 그림 보러 철 지난 연밭 가는거 좋아해요.
아주 많은 뜻의 상형문자들이 가득한 저 풍경,
선생님 올려주신 사진 너무 좋아요.
저도 저 곳에서 저 그림을 봤더라면 한참동안 놀았을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