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마차
- 김봉용
알소주잔 같은 인생
숨겨진 흰머리 밖으로 퍼져 나올 때
포장마차에서 마시는 잔술은 쓰기만 하다
힘들어도 울지 못하고
쉼 없이 흘러온 겨울 강물이 침묵하는 밤이면
흐려진 불빛도 소주를 마셨는가
뱃살 아제가 되어
혼자 중얼거리는 독작(獨酌
첫눈이 난데없는 욕처럼 내려
머뭇거리는 사이
찬 서리 내리듯 와 버린 중년
산다는 것은 상처에 새로운 상처를 더하여
소실점을 찿아가는 것
겨울바람이 흔들어 댄다
오늘밤
저 강물이 얼기 전에 어서
따뜻한 문풍지라도 새로 발라야 한다
―시집『저녁 무렵의 랩소디』(시산맥기획시선,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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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저녁 무렵 텃밭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에 옛 동파 앞 코너에
새롭게 개업한 포장 마차 간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인력공사가 있는 걸로 봐서 일당을 받은 인부들을 타깃으로 삼은 듯했습니다
옛날에 시내에서 근무할 때 퇴근 길에 중앙통 포장 마차 골목에서
잔술로 추위를 물리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뜨끈한 어묵 국물과 홍합 삶은 물이 얼마나 허기진 속을 달래줬던가 생각하니...
코로나 19로 사회적거리두기를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어서
모든 가게는 일찌감치 문을 닫아야 합니다만
아랑곳하지 않고 젊은이들은 여기저기서 모임을 연다고 하니 걱정이 큽니다
확진되었어도 특별한 증상 없이 스스로 치유되기도 하는 젊음이 부럽다가도
나이든 이들만 피해를 입는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