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 Ⅰ
나에게 철학이 있다. 개똥철학이다. 글쎄, 뭐라고 할까... 내가 뭐 고집스럽게 주장하면
할멈은 ‘개똥철학 그만 하라’ 한다. 하긴 이 개똥철학 때문에 이 모양 이 꼴로 사는지 모른다.
나의 개똥철학은 할멈이 그만하라하면 대계는 수그러들지만 어떤 때는 강력 반발할 때도 있다.
처남이 <그리운 금강산> 노래를 들려주면서 유명 여성성악가 다섯 사람의 노래를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홍혜경, 신영옥, 조수미, 백남옥, 이미자 등이다.
이들은 각기 개성이 다르고 노래 부르는 스타일도 다르며 각자 인성, 인물이 다르다.
처남이 갑작이 이들 중 며느리를 삼는다면 누구를 삼겠느냐고 엉뚱하게 물어본다.
처남은 신영옥, 백남옥이 좋다한다. 나도 그렇다 했다. 이미자는 자타가 공인하듯 뭐 그러하니까
열외로 하고 신영옥, 백남옥이 푸근함, 부드러움이 좋게 보였던 모양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이해관계 없이 좋은 사람도 있고 싫은 사람도 있다.
특히 TV에 나오는 사람들, 그 중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제척(除斥)하는 사람도 있다.
괜히 입방아 찢는 것이지만...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나 일단 좋아하면 오래가고 변동이 없다.
굳이 말해보라 하면 전에 KBS 기상캐스터였던 이익선(51세)을 들겠다.
이익선은 KBS 여성 기상캐스터 1호일뿐만 아니라 부지런하고 상냥스러운 면이 있어 좋았다.
현역 때 아침 방송을 위해 4시에 집을 나서곤 했다한다. 얼마나 부지런하고 열심인가.
지금은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요즘은 청초한 김연아, 배수지은 말할 것도 없다. 노래 잘 부르는 송가인도 호감이 간다.
우스갯소리로 내가 저런 아이 며느리 삼으면 어떼?‘하면 할멈 ’무슨 복(福)에.‘한다.
나는 고루(固陋)한 유교사상으로 꽉 차 있다.
그 딱딱한 머리로 완고한 사상으로 조신하고 단아한 여자가 좋아 보이는 모양이다.
이것도 변치 않는 생각, 사고, 사상이고 보면 일종의 철학이라 할 수 있다.
철학 중에 개똥철학이다. 나는 이 개똥철학도 고이 간직하고 지키고 싶다.
마치 지조 높은 여자 처녀성(處女性) 간직하고 지키듯 말이다.
개똥철학 Ⅱ
차치리(且置履)라는 일화(逸話)가 있다.
이 글은 왁자지껄 ‘호호 아저씨?‘에서 인용된바 있다. 다시 본다.
차치리라는 사람이 어느 날 장에서 신발을 사려고 발의 크기를 본을 떴습니다.
종이 위에 발을 올려놓고 발의 윤곽을 그렸습니다. 탁(度)을 뜬 것입니다.
그런데 장에 갈 때 깜박 잊고 놓고 왔습니다. 이를 알고 다시 집에 거서 탁을
갔고 왔으나 장은 이미 파한 뒤였습니다.
‘탁을 가지러 집에 갈 필요가 어디 있소. 당신의 발로 신어 보면 될 일
아니오.’라는 말에 그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아무려면 발이 탁 만큼 정확 하겠습니까?’
이 일화를 읽고 고소를 금치 못했다.
왜냐하면 차치리는 바로 나로구나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어리석고 고지식하기 이를 데 없고 뒷북만 치고 있는 것이 꼭 나와 같으니
말이다.
지난 70-80년대의 일이다.
인플레가 한참 극심할 때. 남들 하듯 요령 좋게 땅 좀 사고팔고 아파트 몇 번
사고팔고 하였으면 지금 이 고생 아니 하고 살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졸장부모양
거들먹거리며 살 것이다. 남 손해도 입혀보고 억울하게 만들어 송사도 당해보고 부정한
일로 큰집도 들락날락 했더라면 지금쯤 똘똘하고 영악스런 사람 되어 있을 것 아닌 가...?
내가 무슨 애국자라도 되는 양, 부동산 투기, 투자만 나와도 멀리 도망갔다.
남 손해 입히면 큰일 나는 줄 알고 겁먹고 살았다. 그러니 경찰서는 말할 것도 없고 파출소 한번
가본일이 없다. 어찌 어리석음이 차치리에 비할 바이겠는가?
지금 뒤돌아보니 내가 너무 근사하였다? 철두철미 하였다? 나름대로 알량한 나의 인생관,
가치관, 윤리, 철학 등이 있었던 모양이다.
글쎄, 지금 이 철학 이 개똥철학 어디 가서 위안 받을 수 있을까...
어디 가서 보상(報償) 받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