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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무(37)
금역이라 불리는 건 다 이유가 있다(3)
갑작스레 강해진 상대의 공격에 진득한 살소를 머금었다. 머릿속엔
힘겨워하는 상대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백안으로 변한 눈에는 상대 뒤쪽에 서 있는 석주의 모습이
들어왔다.
"헉!"
등뒤에 와 닿는 딱딱한 기운에 나철의 입에서 나직한 신음이 흘러나
왔다.
그순간.
퍼억!
나철의 몸에서 울리는 첫 소성이 있었다. 회오리 막에서 튀어나온
발 하나가 그의 복부에 박혀든 것이었다.
"커억!"
나직한 비명을 내지른 나철은 일순 몸을 비틀거렸다. 단전으로부터
엄청난 고통이 밀려들며 온몸의 힘이 탁 풀렸다.
아울러 양손에서 쏟아져 나가던 혈루가 힘을 잃고 공기방울 터지듯
스러져버렸다.
파악!
백산의 두 번째 공격은 오른 주먹이었다. 강력한 회전력을 동반한
그의 주먹이 나철의 얼굴에 정통으로 박혀 들었다.
찢겨나간 복면사이로 경악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나철의 얼굴이 나
타났다.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강기를 쏟아내지 못하는 자신의
양손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그를 향해 백산의 세 번째 공격이 터졌다.
왼다리, 붉은 기운을 잔뜩 머금은 왼 무릎이 조금 전 오른발로 쳤던
단전을 짓이겼다.
"크아악!"
손을 써볼 틈도 없이 나철은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파괴된 단전으로부터 오는 통증보다 급격히 빠져나가는 내공으로 인
한 고통이 더 컸다.
온몸을 쥐어짜는 듯한 극렬한 고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네 놈은? 파(破)……."
나철의 입이 쩍 벌어졌다. 코앞으로 다가온 유리알처럼 투명한 눈.
그것은 저주였다. 잊혀졌던 저주의 전설.
"아-악!"
벌어진 입을 통해 들어간 백산의 주먹이 나철의 뒷머리를 뚫고 나옴
과 동시에 길었던 접전은 막을 내렸다.
"제기랄……."
상대의 머리를 형체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뭉개버렸고, 11명에 달
하는 적을 전부 처치했지만 백산은 욕설을 뱉어내며 투덜거렸다.
더 이상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옷 때문이었다.
아랫도리만 가리고 있을 뿐 나체와 다름없는 자신의 몰골에 그저 웃
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강시라지만 옷까지 시체 걸 입어야하다니."
주변에 쓰러진 자들을 휘 둘러보던 백산은 인상을 찌푸렸다. 워낙
거칠게 싸움을 해서인지 쓸만한 시체가 없었다.
그러다 한 쪽을 쳐다보며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마지막 겁마수에 당해 죽었던 자의 시체는, 목이 꺾인 것을 제외한
다면 비교적 온전한 상태였던 탓이었다.
옷을 훌훌 벗어 던진 백산은 온몸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방금 보았
던 시체의 옷을 벗겨냈다.
물끄러미 백산의 행동은 지켜보든 두 사람.
치료를 끝낸 주하연과 요정대사였다. 창백한 주하연의 얼굴에 홍조
가 돌았다. 발가벗은 상태로 몸을 씻고 시체에서 옷을 벗겨내는 백산
의 모습 때문이었다.
"으찻!"
봉선도와 칠성태극검을 챙긴 백산이 몸을 날려 석주 위로 올라왔다.
"어? 깨어났네, 치료는 전부 끝난 거야?"
이편을 쳐다보는 두 사람을 향해 백산은 멋쩍게 웃었다.
"아미타불! 치료랄 게 있습니까. 몸의 피곤을 풀어주는 역할밖에 못
하는 걸요."
주하연을 힐끗 쳐다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천고에 다시없는 영약
이 대환단이지만 주하연에게는 일반 보약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
천음신맥의 기운에 눌려 대환단은 아무런 영향도 발휘하지 못했다.
다만 몸 속의 잠력을 보충해 주는 역할밖에 없다.
"보약이 보약역할만 하면 됐지, 더 바라는 게 이상한 거야. 몸은 어
때? 얼굴에 홍조가 도는 걸 보면 많이 좋아진 것 같기는 한데……."
그녀 곁에 털썩 주저앉으며 물었다. 그녀의 발그레해진 얼굴을 백산
은 보약 때문이라고 넘겨짚은 것이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내 얼굴에 피는 붉은 꽃을 보았을 텐데."
"무슨 말이냐?"
"다른 게 아니고, 오빤 얼굴뿐만 아니라 몸도 쓸만하다고……."
"또 쓸데없는 소릴. 참! 요정, 환골탈태를 하면 원래의 얼굴로 돌아
올까?"
"그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렇습니까? 제가 보기엔 살우 사숙
을 닮은 것보다 훨씬 나아 보이는데."
백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요정은 물었다.
"마음에 안든다기보다는 불편해서 그래. 어찌 됐건 난 살우의 아들
이잖아."
"얼굴을 바꾼 것도 이유가 있을 줄 압니다. 공연히 환골탈태로 원
얼굴을 회복하려 하지말고 그대로 사십시오. 더구나 사숙님의 무공은
환골탈태가 안 되는 무공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고민이야, 혈풍뇌전심법을 익힐지 아니면 요정에게 내공심
법을 하나 달래서 익혀야 할지 판단을 내리지 못했거든."
"그냥 오빠 내공심법 익혀요. 남들은 미남 되지 못해 안달인데 그
얼굴을 왜 바꾸려고 그래요! 절대로 안돼요!"
옆에서 듣고 있던 주하연이 빽 소리를 질렀다.
"허허허! 군주님이 싫으신 모양입니다. 그냥 생긴 대로 사십시오."
놀란 듯 주하연을 쳐다보던 요정대사는 너털웃음을 터트리고 말았
다. 어린 소녀의 마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굴에 적응이 안 된다니까 그러네."
"오빠는 정말 머리가 나빠. 뭘 어렵게 생각해. 동경을 안 보고 살면
되잖아."
"그게 가능한 일이냐, 동경을 볼 때뿐만 아니라 세수를 할 때마다
딴 놈을 쳐다보는 것 같아 기분이 엿같단 말이다."
"걱정 마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리고 그것보다는 여기
서 살아나갈 걱정이나 하라구요."
"참! 그것 안 물어 봤다. 도대체 여긴 어디냐?"
농밀해진 운무 때문에 시계조차 나오지 않는 건너편으로 시선을 주
며 물었다.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많은 변화가 생긴 듯했다.
분명 따스한 기운이 흐르고 있는 내부임에도 불구하고 음습한 기운
이 감돌았다.
마치 북망산이라도 옮겨놓은 듯 섬뜩한 기운이 도는 게 영 거슬렸
다.
"지저사령계(地底死靈界)라서 그럴 거예요."
"저저사령계? 그건 또 뭐냐?"
의아한 얼굴로 주하연을 쳐다보았다. 처음 듣는 말이었다.
"2대 금역중의 한 곳이라 하였던 그 지저사령계란 말입니까?"
하지만 곁에 있던 요정은 달랐다. 해쓱해진 얼굴로 주하연을 쳐다보
더니 다그치듯 물었다.
"네."
"그러니까 지저사령계가 뭐냐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백산은 고함을 빽 질렀다.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말해주면 될 것 아냐! 혹시 반신육천역(半
神六天域)과 오신가(五神家)에 대한 전설 알아?"
"너무 잘 알아서 탈이지. 그런데 지저사령계와 오신가가 관련이 있
는 거냐?"
내심 뜨끔한 백산은 재빨리 표정을 수습하며 되물었다. 천신가와 사
신가, 그들은 바로 제천맹의 배후였고 두 부인과 소령의 납치를 사주
했던 자들이었다. 광혈지옥비의 제물로 사라졌던 그 이름을 다시 듣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
망연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자 주하연이 천천히 입을 뗐다.
"천역이라 불렸던 장소를 관리하던 곳을 일컬어 무극계(無極界)와
사령계(死靈界)라 불렀어요. 불연성지, 유형마지, 화령극지 세 곳을
관리했던 곳이 무극계였고, 빙극냉지와 사극혈지는 사령계에서 관리했
어요."
"그럼 오신가는?"
황당하다는 듯 백산이 물었다. 반신육천역, 뇌극철지를 제외한 나머
지 다섯 곳은 신의 힘을 얻을 수 있는 기연의 장소로 불린다.
그곳을 통해 성장한 가문들이 오신가(五神家)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주하연은 그 이전 상황, 즉 오신가가 탄생하게된 배경을 설
명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두 곳에 살던 모든 가문들이 천역을 관리하는 건 아니었어
요. 그들 가문 중 다섯 가문이 천역 관리를 도맡아 한 거예요. 그들이
바로 오신가란 이름으로 세상에 드러났던 자들이고."
"컥! 그럼 무극계나 사령계에는 다른 자들이 또 있단 말이야?"
문득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다. 강호무림엔 고금오천무라 불렸던 무
공이 있었다.
천마심공(天魔心功), 빙천수라마공(氷天修羅魔功), 천검무극류(天劍
無極流), 사사지옥혈공(邪邪地獄血功), 금황파천신공(金黃破天神功).
이렇게 불렸던 무공은 하나만 익혀도 천하제일인 된다고 하였던 강한
무공들이었다.
그런데 고금오천무라 불렸던 그 다섯 가지 무공은 오신가의 무공에
서 유래되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들이 일부에 불과했다니, 기절할 노릇이었다.
"글쎄? 아마 없어졌겠지. 여기를 봐도 생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잖
아."
백산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던 주하연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지저
사령계는 사령계의 다른 이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사라졌다고 해서 마음을 놓아서는 안돼요. 잠을 자
서는 안 된다 했던 곳이 지저사령계거든요."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오빠가 겪었다는 불영전륜쇄옥진과 비슷하
다면 죽음조차 허락되지 않을 거예요."
"그럼 지저만상지옥대진에 갇힌 자들은 미치광이가 된다는 말이냐?
죽은 자들은 다시 살아나고?"
과거 불영전륜쇄옥진에서 겪었던 일이 생각나 물었다. 그 당시 진력
을 소모하고 기절했던 광견조원들은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강시처럼
움직였었다.
견디다 못해 그들의 다리를 부러뜨려 움직이지 못하게 함으로서 제
압했었다. 그런데 지저사령계 또한 그곳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한다.
"죽은 자들이 살아나는 것까지는 모르겠지만 미치광이가 된다는 것
만은 확실해요."
백산의 물음에 주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책에는 분명 그렇게 나와
있었다. 잠을 자면 몽마가 침입하여 마음속의 어두운 면을 끄집어낸다
하였다.
이성보다는 본능이 지배하는 인간으로 변하고, 탐욕과 질시의 감정
을 외적으로 표현하여 폭력적으로 변한다고 하였다.
"더구나 이성이 없는 그들은 진(陣)조차 무용지물이란 거예요."
"너는 잠을 자도 괜찮다는 말처럼 들린다?"
"오빠가 있으니까 들어올 생각을 했지. 아니면 이런 위험한 곳엘 왜
들어왔겠어요."
얼마동안 백산을 겪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동안 같이 오면서
백산이 자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 심지어는 음식을 먹는 것조차 보지
못했다.
백산의 신체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으나 일부러 묻지 않았다. 결코
평탄하지 않았던 그의 과거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무극계라던가 사령계에 관한 것도 책에 나와있던?"
"훗! 오빤 책에 자격지심 가진 사람 같아. 그럼 책에서 봤지 내가
그 시대에 살았을 까봐?"
"그게 아니잖아 임마, 여태 너처럼 자세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
단 말이야."
"저도 알고 싶습니다, 군주님. 사숙님의 말처럼 그 정도로 자세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강호에 없습니다."
지금껏 가만히 듣고 있던 요정이 궁금한 얼굴로 덧붙였다. 주하연은
책에서 보았다고 하였지만, 그 이상 무엇인가 있는 듯 했다.
"제가 오신가 중 수신가(水神家)의 후손이라면 믿겠어요? 외가 쪽에
불과하지만."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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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입니다
잘보고갑니다
즐독 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
즐감하고 감니다
잘읽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
감사 하고 사랑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