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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그와의 축제*
하얀색 침대 시트 속에 푹 파묻힌 소녀의 위로 밝지만 따뜻한 햇빛이 내려앉았다.
햇빛은 소녀의 머리카락처럼 보이는 은빛의 기다란 실을 아름답게 반짝이게 만들어주었다.
"너무 수련에만 매달리면 금방 쓰러질테니 자는 것도 좋겠지."
소녀의 자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다가 부드럽게 미소지은 붉은 머리칼의 남자는 은빛 머리카락을 몇 가닥 집어
입을 맞춘 뒤, 들고있던 붉은 검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조용히 방을 나섰다.
그리고 남자가 나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따뜻하게만 비치던 햇빛을 가리며 창가로 들어서는 이가 있었다.
"어라, 공녀님은 곤한 낮잠을 자고 계시는건가요."
창가로 들어선 남자의 보라빛 머리카락을 건드린 바람이 소녀에게도 닿자 소녀는 약간 서늘한지 몸을 부르르 떨며
무의식중에 시트 속으로 파고들어갔다.
"공녀님, 일어나세요."
아기같은 소녀의 모습에 작게 웃으며 시트를 들추던 남자는 파르르 떨리는 소녀의 은빛 속눈썹을 바라보며
짖궂은 미소를 지었다.
"잠자는 공녀님을 저의 키스로 깨워드리죠."
소녀는 낮은 미성과 함께 볼을 간지르는 숨결에 눈썹을 찡그리며 일어났다가 심장마비(…)를 일으킬뻔했다.
어딘가 낯익은 남자가 눈을 뜨자마자 바로 코 앞에 있다면 누군들 안 놀랄까….
"꺄악! 너 뭐야!"
소녀의 비명에 남자는 생긋 웃으며 정말이지 아쉬운 표정으로 손가락을 딱 소리 내며 비볐다.
"아, 깨셨네요? 아깝게…."
"뭐, 뭐!"
자다 일어나서 어수선한 머리를 남자는 다정하게 매만져주며 말했다.
"역시 공녀님의 머릿결은 아름답네요."
손으로 머리카락을 빗고 만지던 남자는 보라빛눈동자를 반으로 접으며 입을 다물지 못하는 소녀의 볼을 톡톡 쳤다.
"침 떨어져요."
"헛…."
저도 모르게 흘러내리려던(…) 침을 쓰읍 하며 대충 팔로 문지른 소녀는 이 남자의 외모에 넘어가지 말자며 굳게 다짐했다.
"무, 무슨일이야."
"저랑 놀아요. 공녀님."
"응?"
예상치 못한 말에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은 소녀는 저도모르게 남자에게 되물었다.
"저랑 같이 축제구경 가요."
"추, 축제?"
남자의 외모와 속셈에 넘어가지 말자는 다짐은 그가 뱉어낸 축제라는 단어에 저 멀리 심연의 어둠속으로 사라진지 오래인
소녀는 어느새 말갛게 빛나는 은빛눈동자를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남자를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이 그러한 소녀의 눈빛공격(?)을 받았다면 부담스러워 고개를 슬며시 돌렸을테지만, 소녀의 눈 앞의 남자는
오히려 그런 눈빛을 하는 소녀를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네. 축제요. 지금 라히베 공작령의 마을에서 꽃의 축제가 한창이거든요."
"꽃의 축제?"
"봄을 환영하는 축제이지요."
화악- 하며 얼굴을 환하게 밝히는 소녀를 은근슬쩍 안아든 남자는 곧 시트가 완전히 내려간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음, 그냥 이대로 갈까했더니… 생각보다 원피스가 짧군요."
수수한 하늘빛 원피스가 적어도 종아리 중간까지 오리라고 생각한 남자는 무릎정도 밖에 오지 않는 소녀의 옷을
보고 머리를 긁적이며 소녀를 내려주었다.
이미 남자의 말은 들리지않는 소녀의 마음은 벌써 축제에 가 있는 듯 했다.
소녀가 정신이 있거나 없거나 무례하지만 숙녀의 옷장을 열어 본 남자는 그녀가 입는 듯한 검은 바지와 흰색 와이셔츠,
그 위에 입는 검은색 조끼를 꺼내들고 소녀 앞에 섰다.
"자, 이걸로 갈아입으세요. 그 모습도 예쁘지만, 공녀님의 하얀다리는 아무한테나 보여주고싶지 않거든요."
"응? 이건 수련할때 입는 옷인데?"
"제가 갈아입혀주기를 바라시는군요. 그렇다면…."
대뜸 다가와 소녀의 옷을 벗기려는 남자의 손길에 경악한 소녀는 얼른 뒷걸음질 치며 그의 손에 든 옷을 가로채었다.
"이 변태야! 나가!!"
순식간에 창문 밖으로 떠밀려진(…) 남자는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커텐을 치는 소녀를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남자를 쫓아낸 소녀는 축제를 보는 기대감에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허리에 붉은빛의 검을 매고 커텐을 잡았다.
그리고 순간 드는 자신의 호위기사에 대한 생각에 침묵한 소녀는 메모장에 한 문장을 적고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류!! 가자!"
커텐을 제치고 창문을 열자 보이는 건 보라빛의 머리카락을 날리고 있을 류는 없고 휑한 테라스만이 소녀를 반길뿐이었다.
"어? 어디갔어… 설마 자기 혼자만 축제보러 간거 아니야?!"
"그럴리가요. 잠시 이것 좀 사러갔었어요."
머리 위에서 울리는 소리에 깜짝 놀란 소녀는 얼른 고개를 들자, 그녀의 머리 위로 뭔가가 툭 하고 떨어졌다.
"아직 봄이라 쌀쌀하지만, 햇빛은 좀 따가우니까… 이거 쓰세요."
검은 색의 베레모 모자는 소녀에게 좀 큰 듯 했지만 긴 머리카카락을 전부 모자 안에 넣고 쓰자 딱 맞았다. (아니 조금 낄지
도…)
"공녀님… 그렇게 하니 소년같네요."
"헤헤, 이러고 가는 것도 좋겠다. 카나크가 분명 저 메모를 발견하면 쫓아올테니까…."
축제에 대한 기대감에 하얀볼을 발그레하게 붉힌 소녀는 모자를 양 손으로 살짝 눌러쓰며 히죽 웃음지었다.
"뭐, 그것도 좋습니다만… 축제에서 소년과 데이트를 하려면 좀 눈에 띄겠네요."
"응?"
"공녀님이 상대라면 전 소년이여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상큼하게(…) 웃으며 범죄를 저지를만한 류의 대사에 표정을 싸악 굳힌 소녀는 모자를 냉큼 벗어 올렸던 머리를
내린 뒤, 조금 헐렁하긴 하지만 비스듬하게 다시 쓴 후 옷을 매만졌다.
"그런 범죄는… 보는 건 좋아하지만 직접 체험하고싶지 않아…."
뚱하니 입술을 내밀고 중얼거린 소녀를 재밌다는 듯 바라본 류는 냉큼 그녀를 안아들었다.
"우악! 내려놔! 나도 발 있어!"
"공녀님의 오늘 하루, 제가 에스코트 해드릴게요."
"이게 에스코트냐! 애 취급이지!"
"저에게 공녀님은 아직 숙녀가 아닌지라…."
"나도 16살이야!!"
"흐음…."
의미심장한 목소리를 내며 소녀의 특정부위를 지그시 바라본 류는 그의 시선을 눈치 챈 소녀에게 한대 얻어 맞아야 했다.
"어딜 봐! 이 변태야! 나도 이제 곧 클거야!!!! ……아마도."
팔을 엑스자로 교차시키며 가슴을 가린 소녀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씩씩 거렸다.
"아파요, 공녀님."
"흥!"
삐진 듯 고개를 훽 돌린 소녀를 사랑스럽다는듯이 바라본 류는 테라스에서 지상으로 뛰어내린 뒤,
곧 높은 담장도 뛰어넘어버렸다.
"자, 그 무서운 호위기사가 오기 전에 얼른 축제구경 갈까요?"
"가자!"
아까의 불쾌한 사건은 어느새 잊어버렸는지 소녀는 붉게 홍조를 드리운 채 한 손은 류의 목 뒤로 두르고 다른 한 손은
목적지를 정하듯 축제가 열리는 마을을 가리켰다.
소녀와 류가 축제가 열리는 마을에 도착했을 무렵, 붉은 머리카락의 남자가 그녀의 방에 들어왔다.
"서희가 이렇게 오래 잘리가 없는데…."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들어온 남자, 카나크는 텅 비어있는 침대와 활짝 열려 서늘한 바람이 들어오는
테라스와 창문에 경악해야만 했다.
서둘러 주위를 둘러본 카나크는 테이블에 있던 검의 유무를 확인한 뒤, 일단 서희가 납치를 당한건 아니라고 판단한 후
한차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검이 있던 자리에 얌전히 놓여있는 메모에 또다시 숨을 들이켜야했다.
[보라돌이 변태하고 마을 축제구경 갔다올게!]
"……."
메모를 한동안 쳐다보며 침묵을 했던 카나크는 곧 괴성을 질러야만 했다.
"아악!!!!!! 서희 라히베!!!!! 이 말썽쟁이야!!!!!!"
* * *
"누가… 내 욕을 하나…."
"응? 왜그러시나요?"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리는 서희를 힐끔 쳐다본 류는 마을에 다다라 그녀를 땅에 내려놓으며 물었다.
"아니, 누가 내 욕을 하는지 간지러워서 말이야…."
"어디가요?"
"응… 귀가…."
"훅!"
"꺅!!'
기겁하며 물러난 서희는 류가 바람을 불어넣은 귀를 세차게 비비며 웃고있는 그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무슨짓이야!"
"하하- 가렵다고 하셔서…."
"… 역시 넌 뼛 속 까지 변태야."
아직도 소름이 돋는 귀를 만지작 거리며 앞장 서 가버리는 서희의 뒷 모습을 웃으면서 바라본 류는 곧 그녀의 뒤를 따랐다.
"저는 당신에게만 변태거든요."
물론 그 소리 했다가 서희한테 한 대 더 얻어맞은건 말 할것도 없다….
어디서 일부러 뿌리는건지 마을 전체를 휘감고 있는 분홍 꽃잎들은 마치 벚꽃같았다.
"우아, 이쁘다."
"일종의 환영마법이지요."
"아, 마법."
서희가 만지려고 하자 그대로 손을 통과하는 꽃잎은 약간 환상 속에 있는 것 같은 허무함을 갖게 했다.
"벚꽃 보고싶다. 이쁜데…."
씁쓸한 표정을 하는 서희를 지그시 바라보던 류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이 게임 한번 해봐요. 공녀님."
"응? 뭔데?"
류가 무릎을 굽히고 쭈그리고 앉자 서희도 덩달아 그의 옆에 앉았다.
"피라잡기 게임이예요."
"피라?"
그의 앞에 있는 것은 작은 물고기떼가 담긴 수조였고, 손에 들린것은 작은 막을 씌운 동그란 막대였다.
"물고기잡기?"
"하하, 맞아요. 원래는 순하고 애완용으로도 많이 기르는 부라를 많이 사용하는데, 여긴 특이하게 피라를 쓰네요."
"뭐가 달라?"
"부라는 순하다고 했죠? 피라는 육식성으로 애완용이라기보다는 몬스터로 많이 분류해요."
"육…식?"
"이 정도의 수보다 더 많이 몰려다니는 피라는 약간 더러운 강에 사는데, 만약 사람이 하나 떨어지면,
운이 안좋으면 갈기갈기 찢겨지죠. 이 놈들의 이빨에 의해서."
어디서 많이 듣던 종류의 생물이었다.
"스마하고 사냥방법이 비슷해서 사람들이 좀 꺼리는 면이 있어요."
"아! 피라니아!!!"
"예?"
갑자기 손가락을 딱 소리나게 비비며 소리치는 서희를 유가 의아하게 바라보자 움찔한 서희가 고개를 저으며
둥근 채를 잡았다.
"하하, 아니야. 잡자!"
"이건 새끼지만 키워서 성어가 되면 요리해서 드셔보세요. 맛있어요. 잡아서 잘 키워보세요."
"오호!"
맛있다는 소리에 의욕이 생긴 서희는 한동안 그 상점앞을 떠날줄을 몰랐다. 보다못한 류가 근처의 먹거리 상점에서
사다주는 음식을 입으로만 받아먹을 뿐, 수조안에 있는 피라를 싹쓸이 할 기세를 보이는 그녀를
결국 주인이 울며불며 장사를 해야한다며 매달리자 아쉬운 듯이 일어난 서희의 손에는 두꺼운 비닐안에
넣어진 다수의 피라가 담겨져 있었다.
"아, 더 잡고 싶었는데."
"벌써 어두워졌어요. 아직 구경 못한데가 많은데…."
"내일 또 나오면 되지."
"그럴까요? 그럼 저야 좋지요."
"응응!"
"내일 또 데이트 해요. 오늘처럼 몰래 마중나갈게요."
"응!"
"그럼, 저기 붉은 호위견이 오니까 전 이만 가볼게요. 내일 봐요. 나의 공녀님."
"잘가."
가볍게 손을 흔들어준 서희는 손에 살며시 입을 맞춘 뒤 사라지는 류를 바라보다가 어깨를 잡는 손길에
몸을 움찔 떨었다.
"서희 라히베…."
음산하게 떨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움직이지 않는 목을 삐걱거리며 돌아본 서희는 그대로 바뀌는 시야에
비명을 질러야 했다.
"무슨짓이야! 카나크!! 내려놔!"
"이 말썽쟁이 공녀야. 더 혼나기 싫으면 입다물어라. 하루크가 오겠다는거 말리고 왔으니까."
"……."
오라버니들을 생각지 못한 서희는 그대로 하얗게 굳었고 그런 서희를 아는 카나크는 마지막 경고(?)를
남긴 뒤 조용히 성으로 향했다.
"루이스와 공작이 기다리고 있다."
"……."
하루종일 아버지와 하루크의 투정과 루이스의 침묵이 담긴 검을 받아낼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서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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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오랜만입니다^^;
한동안 이거 쓰다가 학교 과제와 시험에 치여 못쓰다가 이제야 마무리 해서 올리는군요.
러스윗 님께서 요청하신 서희와 류의 애정행각(?)입니다.
부족한 번외였지만;; 재밌게 봐주세요^^;
☆냥。님께서 요청하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패러디는… 제가 간단하게 요약된 다른 패러니 앨리스나 처음과 끝을 요약한 앨리스만 보았기에 원본글을 모릅니다. 그 원본글을 찾아 정독한 뒤 써서 올리도록 하지요^^;;
이 번외가 올라간 뒤 저녁쯤에 본편글을 하나 올리려고 했는데, 이런 ㄱ-....집뜰이로 인천을 간대요....
그래서 내일이나 내일모레쯤에 본편이 올라올 예정입니다.
흠흠, 그럼 코멘 감사합니다^^*****
본편 올릴때 봐요!
첫댓글 다음편 기대할게요~^^
기대.../ㅁ/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읽고 가요 ^^ 다음편도 외전 인가요?? 후훗 아무쪼록 재미있었습니다 ^^
하하^^;; 다음편은 본편입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ㅎ
아아~ 오랜만에 보네요~ㅎ 그럼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근데.. 오늘이 일월 오일인데..ㅠㅠ 다음편은 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