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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월 다 가고 삼월이라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면은
이 땅에도 또 다시 새봄이 온다네'
언 땅이 설핏 녹아 갈 즈음. 오후반에 들어가기 전, 봄 햇살이 퍼진 좁은 운동장 구석구석에서 아이들은 치마자락 한쪽을 손에 틀어 쥐고 친구 둘이 양쪽에서 주먹을 쥐어가며 좀더 높이 붙잡고 있는 고무줄을 낚아채려고 다리를 번쩍번쩍 들어올립니다. 시끄러운 운동장의 다른 아이들에게 질새라 입을 야무지게 오무려가며 부르는 고무줄 노래소리가 귀에 쟁쟁합니다. 옷깃을 여미어야 할 차가운 봄바람이 불지만 폴짝폴짝 뛰노라 볼은 발갛게 달아오르고 땀이 배인 목에는 때국물이 졸졸 흐릅니다. 콩나물 시루처럼 아이들로 빼곡한 교실이지만 달력이나 비닐로 씌운 새교과서를 손에 쥘 때면 마음이 벅차 올라 새 학년에서는 공부가 저절로 될 것만 같았습니다.
새해가 되면 거창하지는 않아도 나름대로 한해의 계획을 세워봅니다. 연말을 보내면서 지난 해를 돌아보면 만감이 교차하기에 약간은 높은 기준의 계획을 고려해 봅니다. 그러나 하루 자고 나면 불현듯 한 살을 더 먹고 마는 1월은 묵직한 부담감 속에서 꽉 찬 31일을 버티게 됩니다. 명절 기운이 완연한 구정을 지나며 띠가 바뀔 즈음이면 조금은 구체적인 계획으로 다시 다듬습니다. ‘봄을 빨리 맞이하라고 2월은 숫자 몇 개를 슬쩍 뺐다’는 동시도 있다지만 2월은 미처 30일을 채우지도 않은 채 황망하게 우리 곁을 떠나버립니다. 살랑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3월이 되면 겨우내 얼어 붙어있던 머리 속에도 아지랑이가 피어오릅니다.
드디어 3월 1일입니다. 새학기입니다. 이제 올해의 계획을 손 볼 마지막 기회입니다.
요즘엔 作心三日을 3일마다 계속하면 계획하는 일을 이룰 수 있지 않느냐는 농담도 합니다. 심리 전문가들은 스트레스가 심한 시대이므로 거창하고 화끈한 계획 보다는 실현이 가능한 일을 조금씩 해 나가라는 충고도 합니다. 또 현대인의 새해 단골 목표는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것인데 이것도 원대한 계획 보다는 作身三日로 일주일에 삼일 정도를 맨몸으로 집에서 하는 것을 트레이너들은 추천합니다.
저는 어느 기사에서 본 세 권의 책 소개를 통해서 새해의 다짐을 해 보았습니다.
그 세 권의 책들을 구경하기 전에 잠시 이야기 하나.
얼마전 세상을 뜨신 황병기님의 일화가 생각납니다. 십 수년 전 인터넷이 활발하게 보급이 되면서 각 고교 동창들의 홈페이지가 활성화 되기 시작할 때 황병기님 동기의 홈페이지가 인기를 끌던 시절이 있습니다. 워낙 유모어와 재치가 넘치고 필력도 좋으셔서 그 분의 글 역시나 인기를 모았습니다. 어느 날 친구들에게 익살스럽게 올린 이런 요지의 글을 기억합니다. ‘너희들 책을 얼마나 많이 읽느냐? 니들이 그렇게 열심히 읽은 책의 내용을 기억을 하기는 하느냐? 아마 기억을 거의 못할거다. 그러니 그렇게 열심히 읽을 필요도 없지 않으냐. 그냥 책꽂이에 꽂아 놓아둔 책들의 제목만 봐라. 그것만 봐도 내용을 아는 셈이니 구태여 읽으려 애쓰지 말아라.’ 그 글을 읽으면서 많이 웃고 무척 공감을 했습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기억해 두고 싶은 부분에 색연필로 줄을 그어가면서 읽는데 어떤 때는 책을 집어 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참을 읽다가 느닷없이 색연필이 그어진 페이지를 만나곤 합니다. 이미 읽은 부분을 전혀 기억을 못한 채 다시 공감까지 해 가면서 읽고 있는 것이지요. 읽은 책의 제목만이라도 기억을 하면 많이 기억을 하는 것입니다.
‘2018년 새해 달라지고 싶은 당신에게’
이건 책 제목이 아니라 그 기사의 제목입니다.
그럼 세 권의 책 서평을 살펴 보겠습니다.
혼자서도 잘 지내고 싶다면…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마이클 해리스 지음)
이 책은 홀로 있음이 기이한 태도가 아니고 사람의 본능적 태도라고
말한다. 과잉
연결된
세상에서
홀로
있기는
힘겨운
투쟁을
수반한다.
홀로 있기는
외로움과
다르다.
"외로움이라
부르는
'실패한
홀로
있음'과
대비되는
'진정한
홀로
있음'은
비옥한
영토이지만,
거기
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힘들게
노력해야
한다."
저자는
소셜미디어와
작별하기도
하고,
몽상하기,
손으로
쓰기,
산책의
기술
같은
고전적인
방법과
더불어
저마다의
취향을
살려
"사적인
자아를
즐겁게
하라"고
조언한다.
결코
참신한
얘기는
아니나
"나
자신을
찾으려는
노력이
타인을
얻는
것이기도
하다"는
저자의
논거는
관계에
대한
편의주의를
넘어선다.
고로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일찍이
이렇게
썼다.
"나는
혼자인
것만큼
함께
있기
좋은
동반자를
본
적이
없다." ‘나 자신을 찾으면 친구를 찾는다.’ ‘홀로 있음은 하나의 자원이다.’
요즘처럼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고 실제 그로 인한 어려움을 크게 겪어 본 일이 이전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건강한 공동체는 건강한 구성원이 있어야 가능하기에 개개인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훨씬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개인이 건강해 지기 위해서는 홀로 설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나의 내면을 귀중한 자원을 쌓을 수 있고 말씀이 풍성하고 깊게 뿌리 내릴 수 있는 옥토로 만들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홀로 있기가 필요합니다. 이는 힘든 노력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저마다의 적성에 맞는 방법으로 나자신을 내 평생의 동반자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공동체 안에 자신을 감춘 채 보호 받기만을 원하고 살아 왔는지도 모릅니다. 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지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 보다 그 안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우선했는지도 모릅니다. 홀로 서기에 익숙하지 못했기에 서로에게 기대고 기도 안으로 숨어 든 적은 없었을까요. 나 자신을 찾아가며 사적인 자아를 즐겁게 만들기 위해, 진정한 친구를 얻기 위해 새해엔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2. 오랜 버릇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중독에 갇힌 사람을 위한 탈출 안내서
‘습관의 감옥’ (폴 윌리엄스/트레이시 잭슨 지음)
저자들은
약물만이
중독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며,
오랜
기간
몸에
밴
나쁜
습관도
삶을
망친다고
지적한다.
삶을
바꾸려면
습관의
감옥에서
벗어나야
한다.
변화의
첫
단계로
"나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속으로
생각만
할
게
아니라
큰
목소리로
외쳐
자기암시를
줘야
한다.
잘못된
습관에서
탈출하는
열쇠
6개도
제시한다.
첫
번째
열쇠는
'무언가
바뀌어야
한다면,
그건
바로
나'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두
번째
열쇠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데도
내
안의
무언가는
그것을
한다'는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그것'은
종교적
절대자이거나
내
안의
양심이
내는
목소리다.
'실수를
정당화하지
말고
거기에서
배우고'
'가능할
때마다
내가
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하며',
오늘
해야
했는데
하지
않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는
없었는지
'자신의
행동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
마지막
열쇠는
'사랑과
봉사로
살며,
감사의
마음과
신뢰를
잃지
않아야
한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고치고 싶은 습관이 있습니다. 저는 약속 시간에 늦는 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다만 3분이나 5분이라도 늦게 되면 미리 전화를 하던지 문자로 알립니다. 오랜 동안 만나고 있는 어느 작은 모임에서 두 분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습관이 있습니다. 한 분은 늘 10분 정도 일찍 나오십니다. 어떤 때는 30분 일찍 나올 때도 있습니다. 그 분이 지각을 하면 무슨 일이 있는지 일단 걱정부터 됩니다. 다른 한 분은 택시를 타는 습관이 있습니다. 단골 지각생인 셈이지요. 오래 전 저는 모임에 갈 때면 문자를 자주 보내곤 했습니다. 단골 3분 지각생이지요. 그래서 저는 당연히 일찍 나오는 분을 따라 하고 싶어서 열심히 부지런을 떨지만 늦을 것 같으면 서슴없이 택시를 탑니다. 제가 좋아하는 두 분의 영향을 받은 저는 과연 습관이 고쳐 진 것인지요.
몸에 배인 습관은 정말 고치기가 어렵습니다. 또 저는 제 단점내지 좋지 않은 습관에 대해 변명보다는 쉽게 인정을 하는 편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칭찬 비슷한 말을 해 주는데 인정을 할 뿐 그 점을 잘 고치지를 못합니다. 그렇게 쉽게 인정해 버리는 일이 습관이 되어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나쁜 습관을 고치려면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가감없이 돌아보아야 합니다. 저도 습관의 감옥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3. 말 잘하는 내가 되고 싶다면… '한마디 말'로 상황을 뒤집는 방법
‘一言力(일언력)’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198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던
레이건은
한마디
말로
불리한
상황을
뒤집었다.
언론과
여론조사는
당시
74세인
레이건의
'고령'을
우려하고
있었다.
상대
후보
먼데일은
56세.
TV 토론에서
사회자가
나이에
대해
질문했다.
레이건은
한마디
말로
상황을
제압했다.
"나는
상대
후보의
젊음과
미숙함을
굳이
들춰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토론회장은
웃음바다가
됐고,
나이
문제는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다.
일본의
유명
광고
카피라이터인
저자는
핵심을
꿰뚫는
한마디
말로
단숨에
상황을
정리하는
힘을
'일언력(一言力)'이라
명명한다.
일곱
가지
기술이
있다.
① 정보·의견을
짧게
요약하는
기술(요약력)
② 위험을
감수하고
단언하는
기술(단언력)
③ 상대가
답을
찾도록
묻는
기술(발문력)
④ 상대
질문에
짧게
답하는
기술(단답력)
⑤ 새로운
이름·제목을
만드는
기술(명명력)
⑥ 순발력
있는
비유로
설득하는
기술(비유력)
⑦ 사람을
끌어들이는
슬로건을
만드는
기술(기치력)이다.
저자는 책에서 사회 생활을 하는데 좀 더 효과적으로 말하는 방법에 대해 논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말수를 줄여야 하는 점과 단 한마디의 말을 할 때는 듣기에 좋은 말을 해야 한다는 점을 점점 깨닫게 됩니다. 친구가 해 준 말이 있습니다. 자기는 남편에게 절대 잔소리를 안하려고 한답니다. 그런데 남편과 같이 있다 보면 왜 자기 목이 아픈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 더욱 중언부언하게 되고 말에도 참을성을 잃어자기의 말만 하게 됩니다. 대화 중에 상대방의 입술을 뚫어져라 보는 것은 경청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말을 멈출 때 재빨리 치고 들어가기 위해서라는 말도 있지요. 기도할 때 중언부언하지 말라 하신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한참 이야기를 하다보면 맨 앞에 했던 말로 다시 마무리를 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어쩌면 점점 정신이 없어지니 무의식적으로 나 자신에게 재차 다짐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전화 통화로 가족의 일을 의논하던 동생이 ‘언니, 같은 얘기 반복해봐야 결론은 않나니 그 얘긴 그만 하자' 라고 하면 정신이 번쩍 들면서 얼른 말해 주어서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냉장고를 열면서도 ‘자자 내가 뭘 꺼내려 했나?’ 청소를 하다가도 ‘이만하면 되었고…’ 듣는 사람도 없건만 자신의 행동과 생각까지 중얼중얼 생중계를 합니다. 어찌 되었든 말은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게 됩니다. 그런데 옛 어르신들은 마음과 다른 말을 하시는게 습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지마라오지마라’는 ‘와라와라’의 강한 표현이고 ‘필요없다괜찮다’는 말은 ‘다고다고’의 간절함인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뜻밖에도 言行에 心思가 다 들어있지 않는 경우도 상당히 경험을 하였기에 말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기도 합니다.
아무튼 현대의 나이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一言力’이란 듣는 힘을 기르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담백하게 표현하고 부정적인 말보다 긍정적인 한마디를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흔히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는데 크게 벌릴 지갑을 갖춘 것도 아니니 한마디 말로라도 주변을 따스하게 만들어 우리 공동체안에 사랑이 점점 더 풍성해 지기 위한 통찰력과 분별력이 필요합니다.
2018년 새해! 달라지고 싶은 당신이라면 홀로서기에 도전해 보고 고치고 싶은 습관의 감옥으로부터 탈출해 보십시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면서 따스한 말 한마디로 서로를 격려하여 갱신의 길을 더욱 따스하고 환하게 밝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이월 다가고 삼월입니다. 강남 마당에도 어김없이 봄은 오고 있습니다.
남보다 나은 내가 아니라 이전 보다 나아져 가는 자신이 되는, 마음까지 따스해 지는 날을 우리 모두가 맞이하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