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초유의 '비상경영'…서민주택공급 차질 빚나 [초점]
LH, 11일 긴급기자회견 개최하고 임원진 5인 전원 사표 받아
이한준 사장 "조직 비대화로 보고체계 작동하지 못하고 책임소재 불분명"
LH "인력 축소하되 효율적으로 운영, 서민주택공급 지장 없다"
[아이뉴스24 김서온,안다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초유의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를 시작으로 무량판 구조에서 철근이 빠진 LH 단지들이 대거 적발, 사안이 심각해지자 LH 임원진 5명(부사장, 국민주거복지본부장, 국토도시개발본부장, 지역균형발전본부장, 공정경영혁신본부장)에 대해 11일자로 일괄 사표를 받으면서다.
이한준 LH 사장 역시 국토교통부 등 정부의 뜻에 따라 거취를 정할 예정이라는 점도 밝혔다. LH 발주 아파트 단지 중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일부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발생한 것에 강력한 책임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 사장은 인적 조직 쇄신을 통해 LH 내부의 보고체계와 소통 미비, 불분명한 책임소재 등의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겠다며, 사실상 비상 경영체제 돌입을 선포했다.
이에 최대의 서민 주택공급 기관이자 100만채가 넘는 임대주택 관리의 주체인 LH로서 역할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한준 사장 "방만한 조직, 콤팩트하게 쇄신할 것"
이한준 사장은 11일 열린 '철근 누락 사태' 긴급기자회견에서 "중구난방식 칸막이 조직문화 전관과 연결된 못된 관습과 안일한 제도, 국민에 봉사하지 않는 서비스 제도를 반드시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본사를 비롯해 지역본부를 잇는 내부 조직까지 규모를 대폭 줄이고, 현장 중심 실행 능력 강화하겠다고 했다. 특히, 이 사장은 무량판 부실시공 사태 발발 직후부터 LH 조직혁신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LH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사장은 조직개편과 관련해 "가급적 조직에 혼란 방지하기 위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며 "이미 무량판 부실시공 벌어진 지난 5월부터 이 조직을 혁신해야겠단 생각에서 조직진단 용역을 준비 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철근 누락 사태 논란이 확산하면서 잠시 보류됐다"며 "조직진단을 제대로 해서 방만한 조직을 콤팩트하게 쇄신하고 그 이전까지는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업무를 간소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비대해진 LH 조직을 지자체나 자치단체 공기업으로 넘기겠다"며 "자치단체나 해당 기관에서 이를 넘겨받는 것을 지금까지 주저해 진전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LH는 정부,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비핵심 업무로 구분되는 관련 종사 인력을 외주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진다.
◆'3기 신도시·공공분양 50만 가구' 등 우려의 시선도…
"조직이 망가지고 위계도 체계도 없고, 기본적인 것조차 상실했다"며 이한준 사장은 자기 조직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조직시스템과 개편과 함께 조직문화의 대대적 수술을 예고함에 따라 LH의 각종 서민주택공급이나 택지 및 주택건설 사업 등이 영향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앞서 LH는 올해 발주 물량부터 계획대로 이행해 경기 회복에 적극 동참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LH의 대부분 주택공급 정책사업은 주인(시행사) 격인 LH가 얼마나 빨리 용역을 적기에 발주 또는 사업을 추진하는지에 따라 사업 속도가 달라진다"며 "임원급이 전원 물러나고, 대대적인 조직 쇄신이 아무리 빠르게 진행된다고 할지라도 사업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3월 LH는 올해 전국 분양·임대주택 7만4천576가구에 대한 입주자 모집을 한다고 밝혔다. 또한, LH는 정부의 '공공분양 50만 가구 달성'을 위해 향후 5년간 공공택지 및 정비사업 등을 통해 나눔형 14만3천가구, 선택형 5만6천가구, 일반형 11만7천가구 등 모두 31만6천가구를 공급해야 한다.
이어 지난달 LH는 연간 투자계획을 차질 없이 집행하기 위해 지난해 대비 올 하반기 발주계획을 두 달 앞당겨 확정했다. 특히 지난달 3기 신도시 최초로 인천계양 아파트 건설공사가 발주된 데 이어 하반기에 3기 신도시 6개 공구에서 6천여억 원 규모의 조성공사도 발주를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우려와 관련해 LH 관계자는 "LH가 추진하는 3기 신도시, 공공임대주택 공급, 용역발주 등 관련 계획에 지장은 없을 것"이라며 "인력은 축소하되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기본 사업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