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사실을 보도하고 판단은 독자가 합니다. 그게 언론의 바른 태도가 아니겠습니까. 언젠가부터 한국 언론은 사실에 관심을 두기보다 먼저 스스로 판단을 하기 시작했고, 독자에게 자기 판단을 강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독자들은 언론 권력이라고 합니다.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 비리 혐의로 사직한 후 조선일보는 양상훈 신임 논설주간의 칼럼 '논설 책임을 맡고서도 차마 선배 주필들 사진을 쳐다볼 수 없었다'을 독자들에게 내보였습니다. 그 칼럼을 유심히 읽었습니다. 그리곤 많이 실망했습니다. 언론사 주필의 비리 의혹과 사임에 대한 조선일보의 사과와 반성으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언론사 주필의 비리 문제를 너무나 가볍게 여기는게 아닌가 해서입니다. 송희영 주필의 비리 혐의와 사임은 언론사가 문을 닫아야 할 사안입니다. 두리뭉실한 칼럼 하나로 때울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조선일보 사장님, 그리고 논설위원님과 기자님들. 하나의 중대한 오보가 생겨도 언론사 사장과 편집인은 사임해야 마땅한데 하물며 주필의 비리와 권력질이 발생했다면 그 언론사는 문을 닫는 게 정상적인 도덕과 윤리며 언론사의 책임이 아니겠습니까. 왜냐하면 언론이야 말로 그 사회의 최후의 양심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신임 주필이라란 사람이 칼럼에서 자기 겸연함의 넋두리와 김영란법이 조금 더 일찍 만들어졌으면 '언론 권력'이란 치욕스럼도 없었을 거란 대목에선 그저 말문이 막힐 따름이었습니다. 마치 방산비리가 생계형이란 주장과 같이 들렸기 때문입니다. 양상훈 주필의 말처럼 과거 어려운 시기를 살았던 조선일보의 선배 주필들은 월급을 넉넉히 받아서 언론인으로서의 윤리를 잃지 않고 사명감을 잃지 않았겠습니까. 양상훈 칼럼을 읽으면서 송희영 주필의 비리와 권력질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조선일보의 내부가 이미 바른 언론의 윤리를 잃은 탓일 걸로 짐작합니다.
오늘 조선일보사의 회사소개를 찾아 봤습니다. 조선일보가 언론사로서 그들이 존재해야 할 가치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 '불편부당'이란 네 글자가 눈에 들어 오더군요. 지금의 조선일보는 불편부당과는 거리가 멉니다. 멀다 뿐 아니라 조선일보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권력, 하나의 붕당으로만 보입니다. 제가 한겨레 신문이나 경향신문을 혐오하는 이유는 그게 좌파 매체여서가 아니라 기사에 교묘하게 숨겨놓은 거짓과 논팩트(none fact)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주장을 하고 아무리 좋은 정보를 세우고 아무리 논리적으로 기술했어도 거짓과 허위가 단 하나라도 포함되어 있으면 기사의 가치는 없고 독자를 현혹시키는 흉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언론사의 허위보도 하나는 전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립니다.
차마 선배 주필들 사진을 쳐다볼 수 없어 망연자실할 뿐이란 양상훈 주필은 '언론 권력'이란 말이 치욕스럽다고 칼럼에서 말합니다.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기자가 원하는 허상을 독자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언론 권력이 아닙니까. 양상훈 조선일보 논설주간의 칼럼은 지난 9월 8일이었습니다. 조선일보가 언론 권력 소리를 듣는게 치욕스럽다며 반성의 변으로 낸 칼럼이 나온지 고작 두달도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조선일보가 마치 혁명 전야에 숨겨놓은 윤전기를 돌려 혁명의 빠라를 거리에 뿌리듯이 최순실과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에 관련된 미확인 기사들을 연일 대대적으로 생산하는 행위가 언론 권력 행위가 아니란 말입니까.
오늘 조선일보를 보니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가 '누나에게서 최순실을 떼어놓지 않은게 후회스럽다'는 기사가 나 있었습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친동생이 그런 말을 했을까 궁금해 자세히 읽어 봤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보니 박지만의 지인 모씨가 들었다고 하더라, 또 다른 지인인 모씨가 그랬다고 하더라고 보도합니다. 조선일보는 스스로 창피한 줄 알아야 합니다. 저는 조선일보가 보수 언론이거나 진보 언론이거나 개의치 않습니다. 그러나 단 한가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사실만을 보도하는 신문이 되길 바란단 것입니다. 조선일보 뿐 아니라 모든 한국 언론에 대해 독자들이 요구하는 하나의 바람은 사실보도입니다. 사실보도란 신뢰만 지켜진다면 보수와 진보로 갈등할 필요가 없고 사회적 통합도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왜냐하면 독자들은 스스로 판단할 능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언론이 독자들의 사고 능력을 의심했을 때 그때가 진정한 언론의 위기입니다. 언론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으면서 한국 사회의 갈등은 시작됐습니다.
양상훈 주필은 칼럼의 끝에 이렇게 얘기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할 말은 하겠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럴 자격이 있느냐도 항상 돌아보겠습니다." 조선일보 사장님, 논설위원님 그리고 기자님들은 지금 당장 자신들의 신문을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조선일보란 신문에 사실은 몇 그램이나 들어 있고 허위와 추측과 과장과 선정성은 얼마나 무거운지. 양심의 저울에 달아 본 후에 스스로 우리들이 과연 언론인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자문해 보십시오.
지난 9월 23일 조선일보 사설입니다. [사설] 미국 내 北 타격론, 이게 지금 안보 현실. 9월 6일 사설입니다. [사설] 한·중 사드 갈등보다 우리 내부가 심각하다. 8월 26일 사설입니다. [사설] 큰 위기 오는데 나라 전반이 엉망이다. 8월 25일 사설입니다. [사설] 北 SLBM 성공 보면서도 내 집값 땅값이 우선인가.
조선일보의 최순실 관련 보도가 모두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과연 지금이 대통령을 허물 때인지 묻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을 파괴해도 되는 때인지 묻고 싶습니다. 조선일보스럽게 말씀드리면 혹시라도 북핵선제타격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대통령을 허물어뜨려야겠다고 판단한 것입니까. 아니면 반중국 친미로 한국의 균형자적 위치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까. 한국이 처한 내우외환의 걱정으로 연일 사설로 내부 갈등과 이기주의와 정쟁을 비판하던 조선일보와 지금의 조선일보는 다른 신문입니까. 국가에 대한 책임감이 없이 과연 일등신문이란 자기 선전을 할 수 있습니까.
지금 5~60대 이상의 국민들은 이른바 조선일보 세대입니다. 길게는 40년 넘게 짧게는 제5공화국의 언론통폐합 이후 급성장한 조선일보를 읽고 세상을 읽는 법은 배운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 세상을 읽는 법을 가르친 사람들이 바로 조선일보의 선배주필들입니다. 마치 혁명 전야에 볼세비키들이 뿌리는 삐라 같은 과장되고 선정적이고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보도들을 대량 생산해 독자들에게 강요하는 행위는 조선일보의 선배주필들을 배신하는 행위임은 물론 40년 50년 동안 조선일보를 믿고 세상을 살아온 독자들을 배신한 행위입니다. 이 배신감과 허탈함을 조선일도, 당신들은 알고 있습니까.
조선일보의 상징격인 김대중 고문은 칼럼에서 내각제 개헌을 주장해 왔습니다. 한국 근 현대사의 비극은 헌법 개헌에서부터란 걸 김대중 고문을 비롯한 조선일보 논설위원들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사사오입개헌, 유신헌법, 제5공화국 헌법 등으로 주권은 늘 유린당해 왔습니다. 심지어 6.25 전쟁 중에도 국회는 정쟁을 하고 있었고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 내려간 부산 피난지에서조차 정치 권력들에 의해 개헌을 한 한국의 역사는 비극입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개헌은 항상 권력에 의한 개헌이었지 국민 발의가 아니었습니다. 그걸 충분히 잘 알고 있을 조선일보 논설위원님들이 내각제 개헌을 주장하고 나선 건 조선일보가 권력에 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솔직히 말씀드려서 취할 정도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권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게 진실일 겁니다. 정작 조선일보 사장님, 논설위원님, 기자님들만 그걸 모르고 있을 뿐이지요. 언론인들이 스스로 뱉은 말과 행동이 다르다? 자가당착입니다.
스스로 입법 행정 사법 위에 서 있는 것처럼 권력을 행사하면서 '언론 권력'이란 말이 치욕스럽다고 하면 이걸 독자들은 어찌 받아들여야겠습니까.
2016년 9월 29일 조선일보는 [사설] '가습기 살균제 성분 논란, 호들갑 말고 철저한 조사를'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보건 당국은 해당 회사들이 문제의 물질로 뭘 만드는 데 썼는지, 제품별 성분 함량과 유해도가 어느 정도인지 조사해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당장 큰일 난 것처럼 호들갑 떨 일은 분명히 아니다. 그러나 제대로 조사는 해야 하며 그래야 안전을 지키고 불필요한 공포와 불안이 확산되는 걸 막을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로 200여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임에도 조선일보는 당장 큰 일이 일어난 것처럼 호들갑 떨 일이 아니라 사실 조사부터 분명히 해 불필요한 공포와 불안이 확산되는 걸 막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태도가 가장 이성적인 태도며 언론이 가야 할 정도가 아니겠습니까. 세월호 사고는 700여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입니다. 세월호 사건이 난 후 시위대는 청와대 앞에서 과도정부 수립을 요구했습니다. 만일 국민들이 가습기 살균제 사고나 세월호 같은 사고가 났을 때마다 "술 마신 경상도 군인이 대검으로 XX를 도려낸다"는 5.18 광주사태의 유언비어처럼 혹세무민하는 유언비어가 사회를 덮친다면 그런 국가는 온전하게 유지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조선일보의 최순실 사건 보도를 지켜보고 있는 독자들은 박근혜를 위해서가 아니라 언론의 윤리가 사망했음을 두 눈으로 지켜보면서 조선일보가 독자들을 이렇게 배신하고, 침소봉대와 삼인성호로 대한민국 정부와 헌법질서를 무너뜨리려 한단 사실에 비통함과 분노를 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울분을 참지 못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독자들은 조선일보의 행태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지금 조선일보의 행위가 언론 권력의 갑질이 아니면 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선정적이고 과장되고 사실 확인이 안된 보도로 발생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어찌 지려하십니까. 조선일보 사장님, 편집인님, 논설위원님, 기자님들 당신들은 창피한 줄 알아야 합니다. 일제시대에도 살아남은 조선일보의 이름에 똥칠을 한 행위가 부끄럽지 않단 말입니까. '언론 권력'이란 말이 치욕스럽단 양상훈 논설주간님 말씀 한번 해 보세요. 이게 과연 신문인지.
첫댓글 언제부터인가 좌파전향이었죠
언론의 본연의무는 팽개치고 사익에 앞서 있기 때문이겠지요
동감입니다
동감합니다.
조선일보의 정치적 스탠스는 좌도 우도 아닙니다. 일제시대부터 어떤 스탠스를 취했나 보시면 압니다. 한마디로 개념 없습니다. 우리나라 최대 언론사 그 자리 유지하고 싶은 것이고 조선일보가 정부위에 있고 싶은 것이죠..지금 나라 돌아가는 상황 보면 우리나라 최고 실세는 조선일보 사장 같습니다.
좌고 우도 ==> 좌도 우도???
@더기 지적 잘 해주셨습니다. 님이 아니셨으면 몰랐어요.
조선일보가 미쳤나봅니다 하루종일 최순실최순실,,카드라만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다 역풍 맞습니다. 선동도 적당한 수준에서 해야지 지금 뒤로 물러설 수는 없으니까 똥줄이 타들어 갈 것입니다. 국민들 정서 바뀌면 조선일보 폐간이 답입니다.
폐간운동이 안되면 조선일보 사절운동이라도 해야겠네요.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