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풍무(41)
지저사령계(3)
"요정!"
"알겠습니다."
전면으로 나선 요정의 몸에서 황금빛 광채가 폭발적으로 흘러나왔
다.
"요옵!"
요정대사의 입에서 짤막한 고함소리가 터지고 그의 수중을 떠난 아
홉 개의 연꽃이 2장 높이의 석문에 작렬했다.
콰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구련조화인에 격중된 석문이 부서져 내리고, 강
렬할 빛줄기들이 일행의 눈앞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건 또 뭐지?"
안쪽으로 들어선 백산은 소스라쳤다. 좌우 폭이 50여 장 정도 되어
보이는 광장 천장에는 천체도(天體圖)를 그려놓은 듯 수많은 별들이
반짝였다. 마치 한 여름 밤하늘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50장 떨어진 커다란 석조건물을 향해 두 줄의 기둥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저곳에도 진(陣)이 설치되어 있어요."
두 줄로 늘어선 기둥 사이에 일렁이는 운무를 가리키며 주하연이 말
했다. 인공으로 만들어 세운 기둥과 그 사이를 장식한 마신상(魔神像)
은 사사미혼진(死死迷魂陣)이라 불리는 진이었다.
"천음신맥답게 똑똑하구나."
안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뒤쪽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열 구의 강시를 거느린 혈마문 문주인 마천룡과 혈뇌였다.
마천룡의 얼굴에 희열의 빛이 떠올랐다. 드디어 천마 이후 가장 강
자였다는 혈마 사조의 무덤에 들어선 것이다.
수라혈마공은 혈마사조가 처음 강호에 출두할 때 선보인 무공이긴
하였으나 그의 진신무공이 아니었다.
혈마 사조의 진신무공은 혈영수라혈마공(血影修羅血魔功)으로 가문
대대로 내려왔던 무공이다. 한때 중원을 질타했던 수라천가(修羅天家)
의 독문무공.
그 무공을 찾아 이곳까지 들어온 것이었다.
"네가 이곳 주인이냐?"
마천룡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백산은 확인하듯 물었다. 복면을 벗었
지만 혈마사보 중 수라혈마공을 익혔던 자가 분명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런데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항상 반말을 하
나?"
"반말? 내가 그랬나? 그게 중요한 거야?"
"이상한 놈이군. 상관없지, 어차피 이곳에서 나가지 못할 테니까."
대수롭잖게 맞받아치는 백산을 향해 마천룡은 차가운 살소를 머금
었다.
처음 녀석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 아니 혈마총 일을 성공적으로 마
칠 수 있는 징조로 여겼다.
지난 5년 간 교(敎)에서 찾던 칠성태극검을 녀석이 차고 나타난 것
이다. 교(敎)보다는 오히려 강시를 주 세력으로 삼는 혈마문에 더 부
담스러운 존재가 칠성태극검이었고, 반드시 없애야할 물건이었다.
그랬던 칠성태극검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당장 빼앗고 싶었지만 수많은 눈 때문에 참아야 했다. 그런데 이곳
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수라마종과 수라구노를 시종으로 거느린 시
점에서.
하지만 그건 마천룡의 생각일 뿐 백산의 얼굴은 조금전과 전혀 변함
이 없었다. 오히려 기이한 얼굴로 마천룡을 보며 말을 건넸다.
"그건 네 생각이고 임마, 나는 가고 싶으면 가고 오고싶으면 오는
사람이야. 그건 저기 들어오는 놈도 마찬가지일 테고."
"누가?"
백산이 뒤쪽을 가리키자 마천룡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어떤 기
척도 감지하지 못했기 탓이었다. 아울러 지저만상지옥대진을 뚫고 들
어올 자가 있을 거란 생가도 하지 못했다.
그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일단의 무리가 광장 안으로 들어섰다.
제갈승후와 막요광, 무림십정 삼 인과 진선자, 그리고 남세옥을 비
롯한 10여 명의 무림인들이었다.
"혈마사보를 가져온 우리도 혈마의 무공을 견식할 자격이 있는 걸로
아는데. 안 그런가 혈마문의 문주나리."
천천히 걸음을 옮겨 마천룡 전면으로 자리한 제갈승후는 슬쩍 미소
를 머금고 말했다.
"그건 북황련 총사 말이 맞소이다. 그런데 마천룡이 마교(魔敎) 무
리였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소이다, 그려?"
제갈승후의 말을 받은 사람은 남세옥이었다. 지저만상지옥대진을 뚫
고 오느라 고생을 많이 했는지 그의 몰골은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산발된 머리와 여기저기 찢긴 옷에서는 여태 물방울이 떨어져 내렸
다.
"북황련과 남천벌이 손을 잡겠다는 말인가?"
남세옥이 제갈승후 곁으로 다가가자 마천룡의 얼굴이 흠칫 굳어졌
다. 그들 둘뿐만이 아니라, 남세옥과 동행했던 무인들마저 덩달아 움
직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수라마종과 수라구노를 강시로 거느린 혈마문주에게 대항하기 위해
선 다른 방법이 없지 않겠나."
마천룡 뒤에 시립하고 서 있는 무리들을 가리키며 제갈승후는 말했
다. 일순 무인들의 얼굴이 해쓱하게 변했다.
창백한 얼굴의 무인들을 수라마종과 수라구노라고 여긴 사람은 아무
도 없었다. 무려 5백 년 전 실존했던 자들이 아닌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제갈승후를 쳐다보았다.
"맞소이다, 저 자들을 깨우는 모습을 두 눈으로 분명히 보았소. 어
떻게 하겠나, 검운비. 우리에게 맡기고 떠날 테냐 아니면 이곳 지하가
무너지도록 싸워볼 테냐."
마천룡 일행을 향해 적의를 드러내는 무인들을 만족스런 얼굴로 쳐
다보며 제갈승후는 말했다. 혈마문의 문주이자 마천룡으로 알려진 그
의 이름은 검운비였다.
강시로 제강된 수라마종이 강자라고는 하지만 지저만상지옥대진을
뚫고 들어온 자들 또한 녹녹한 자들은 아니다.
한바탕 드잡이를 벌인다고 하여 결코 밀리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
다. 다만 한 가지, 지하 2백장이나 되는 깊은 곳에 들어와 있다는 사
실이 걸릴 뿐이었다.
"우습군, 이 분들이 수라마종과 수라구노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하다니. 오만인가 아니면 자신이 있다는 말인가?"
"오만이 아니라, 강호 무림이 변했다. 고금오천무라 알려졌던 무공
이 이류로 전락한 것처럼 지금은 너희 마교가 지배했던 5백 년 전이
아니다."
"물론 알고 있다 제갈승후, 하지만 너희들이 광혈지옥비를 가졌다거
나 천마심공을 익힌 것은 아니지 않느냐? 북황련이나 남천벌 무인들의
무공을 시험해보는 것도 괜찮겠지."
"무슨 소리야 요정, 여기서 왜 광혈지옥비가 나오는 거지?"
제갈승후와 마천룡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백산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
다.
"모르셨습니까? 귀마겁 이후 무공 서열이 바뀌었습니다."
요정이 어색한 미소를 물었다. 귀마겁 전까지만 해도 무림에서 가장
강한 무공으로 과거 오신가(五神家)의 무공이었던 고금오천무를 두었
다.
그랬던 무공 서열을 바뀌게 하였던 사건이 혈광마겁과 귀마겁이었
다.
귀마겁을 끝으로 세인들이 말하는 천하제일은 무공이 아닌 무기였
다. 광혈지옥비(狂血地獄匕), 귀마겁 때 묵안혈마 백산이 사용했던 12
자루의 비도가 천하제일 무공이 되었던 것이다. 그 아래로 오신가 중
마신가(魔神家)의 무공이자 철목승이 익혔던 천마심공을 두었다.
호사가들이 만든 무공 서열은 2위까지였다.
그리고 금신가의 무공이었던 화룡파천비공과 백산과 철목승을 제외
한 나머지 천붕십일천마의 무공은 서열 없이 동률로 취급하였다.
"일 없는 놈들."
씁쓸했다. 수만 명의 무인들을 학살하고 얻은 칭호는 천하제일인과
천하제일무공이다. 무공의 강약은 살인을 얼마나 많이 했느냐 하는 것
으로 결정되는 곳이 강호 무림이었다.
"갑시다, 요정."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양편을 쳐다보던 백산은 미련 없이 몸을 돌
렸다. 주하연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머물러
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혈마총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무인들이 백산을 가
만둘 리가 없었다.
"한발만 더 움직이면 그 자리에서 죽는다."
안쪽으로 들어가려는 백산의 귓전에 진득한 살기를 머금은 검운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운비라 했느냐? 혈마라는 놈의 무공엔 관심 없으니 날 건들지 마
라. 내가 원하는 건 이 소녀의 치료제뿐이다."
나직하니 말을 뱉은 백산은 주하연의 손을 잡고 다시 걸음을 옮겼
다.
"말을 못 알아듣는 군, 이 안에서는 내가 시키는 대로해야 살아 남
는단 말이다. 구마 저 놈을 없애라!"
"크아!"
검운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의 뒤편에 서있던 열 구의 강시중 한
마리가 백산 쪽으로 몸을 날렸다.
일순 중인들은 눈을 의심해야했다. 제갈승후가 강시라고 말했을 때
만 하여도 별 것 아니라 여겼다. 의식도 없는 강시가 강하다고 한들
얼마나 하겠느냐고 무시했던 무인들이 태반이었다.
그런데 지금 보는 강시의 움직임은 상상을 초월했다.
단지 몸을 퉁겼을 뿐인데 강시의 신형은 상대편 앞에 도달해 있었
다.
"궁신탄영(弓身彈影)?"
누군가의 입에서 나직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궁신탄영이라니, 일반
무인들은 시전하기 힘든 최상승 경신법을 시전했다고 하여 놀란 게 아
니었다. 몸을 활처럼 휘어 그 반동으로 나아가는 신법을 강시가 시전
했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다.
그들이 알고 있는 강시에 대한 상식으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
이었다.
"머리가 좋군 검운비, 하지만 저자 또한 외공을 극성으로 익혀 금강
불괴지신이란 사실을 알았어야 했다."
무서운 속도로 나아가는 강시를 보며 제갈승후는 나지막이 말했다.
무인들에게 위화감을 심어주려는 검운비의 의도는 좋았지만 상대를 잘
못 선택했다. 더구나 그에게 들려있는 무기는 상문의 칠성태극검. 강
시와는 상극인 자라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검운비는 판단을 잘못했다고 봐야했다.
싱긋 웃는 제갈승후의 시야에 칠성태극검과 함께 몸을 날리는 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즐감합니다.
즐~~~감!
즐독입니다
즐~~~감!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잘읽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
감사 하고 사랑 합니다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