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를 통해 민주주의를 배우다.
서울상원초등학교 허영주
상원초등학교가 혁신학교가 되면서 없어진 것 중 하나는 학급임원과 전교임원이다.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4학년엔 학급 임원제도가 있고 나머지 학년에는 없다. 4학년의 경우엔 학급 임원 구성을 통한 학급회의 및 학급 민주주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임원제도를 유지시켰고, 나머지 학년에서는 대표를 통한 학생자치보다는 전원 참여형 회의와 민주주의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임원제도를 없앴다.(상원초등학교는 스몰스쿨제이기 때문에 중요한 내용들은 대부분 학년단위로 결정된다.)
초등학교에서 학생 자치는 매우 중요하고 특히나 혁신학교에서는 민주주의의 생활화를 중요한 혁신의 과제로 잡고 있기 때문에 임원들에 의해서 주도되는 간접적인 방식의 회의보다는 학급별, 학년별로 안건이 있을 때마다 함께 모여 회의하는 ‘다모임’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다. 상원초등학교도 3학년에서부터 6학년까지 월 1회 또는 필요한 때마다 학생이나 선생님이 안건을 제안하고 함께 모여 회의를 한다.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면 과연 제대로 회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엔 교사들도 그랬다. 하지만 모이다 보면 의외로 학생들은 굉장히 다양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세심한 것들을 서로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교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규칙이나 약속이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책임감과 주인의식이 커져 감을 느낀다.
‘다모임’이 잘 이끌어지기 위해서는 학급 문제나 행사에 관해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좋은 결론을 이끌어내는 일상적인 학급회의 문화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3학년의 경우엔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자주 학급회의를 열기 위해 노력한다. ‘다모임’이 있기 전에 학급회의를 통해 내용을 충분히 더 고민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도 물론이다. 3학년에서 지금까지 ‘다모임’을 통해 결정한 것들은 사육장 이름 정하기, 사육장 꾸미기를 위한 아이디어 모으기, 복도에서의 생활 약속, 언어생활 약속, 새끼 낳아 많아진 토끼 처리 문제, 점심시간 운동장 사용문제로 생겨나는 선배들과의 갈등 해결 방법 찾기 등이다.
‘다모임’이나 학급회의를 할 때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여유 있게 기다리면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 굉장히 의젓하면서도 넘치지 않게 좋은 결론을 만들어 가는 힘을 보여준다는 것을 확인한다. 뭔가 결정해야 할 일이 있거나 문제가 있을 때 ‘회의 하자!’고 제안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더디지만 커져가는 민주주의의 희망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