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파트 단지에서 주행 중이던 운전자 A씨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었습니다. 차량에 갑자기 사람 주먹만 한 나무 열매가 떨어져내린 겁니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이런 일을 겪을 줄이야. A씨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나무열매는 그대로 차량 앞유리를 강타했고 차유리는 교체가 필요할 정도로 파손됐습니다.
A씨는 이 사고로 100만원이 넘는 거금을 지출해야만 했는데요. 유리 교체에 110만원, 틴팅에 25만원 등 총 135만원을 들었습니다.
피해 보상을 위해 A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관리사무소는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A씨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기에 손해배상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A씨가 아파트 거주민이 아닌 방문자이기에 더욱 보상이 어렵다는 뜻도 내비쳤습니다.
A씨는 억울하기만 합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심어진 나무에서 열매가 떨어져 피해를 입었는데 아파트 측이 책임을 부인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울러 A씨는 해당 아파트 단지를 지날 때 나무 열매를 조심히라는 내용의 어떤 경고문도 본 적이 없습니다.
A씨는 피해 금액을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아파트단지 내 도로에는 어떤 법이…
먼저 아파트 관리인 또는 관리업체를 공중접객업자로 본다면 상법 적용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공중접객업자는 극장이나 음식점 등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에서의 거래를 영업으로 삼는 사람을 뜻합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다수가 이용하는 아파트 시설을 관리하는 관리자 역시 공중접객업자에 해당합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주차장에서 낙하물로 인한 파손이 발생했을 경우 주차장 관리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아파트 관리비에 주차장 이용 요금이 포함되므로 관리자는 천재지변을 제외하고 주차장에서 일어난 사고에 관해 책임을 져야 하죠. 하지만 A씨가 입주민이 아니거나 아파트 관리 계약서에 명시된 관리 위탁 범위에 주차장 관리에 대한 내용이 없었을 경우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주차장법은 어떨까요? 보통 아파트 주차장은 건축물 등 주차 수요를 유발하는 시설에 설치되는 부설주차장의 한 종류로 분류됩니다. 주차장법에 따르면 부설주차장 관리자는 주차요금을 받을 시 노외주차장 관리자와 마찬가지로 주차장 내 자동차를 관리할 의무가 있습니다. 자동차가 훼손됐을 시 자신이 주의 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지 않으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하지만 A씨의 차량이 주차 상태가 아닌 아파트 단지 내 도로를 주행하던 중 사고를 겪었습니다. 이 법령이 적용 가능한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책임 소재 불분명…보상과정 순탄치 않을 듯
일단 A씨로서는 자차보험을 통해 수리비를 해결한 다음 관리사무소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이 최선으로 보입니다. 책임 주체를 따지기 어려운 만큼 피해 보상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3년 울산지방법원은 아파트 외벽 낙하물에 의해 주차된 차량이 파손된 사례에서 관리 주체인 입주자대표회의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반대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사례도 있습니다. 2012년 대구지방법원은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이 못에 긁혀 훼손되자 보험회사를 통해 입주자대표회의 측에 구상권을 행사한 사건에서 입주자대표회의 측의 잘못이 없다고 봤습니다. 매월 주차비 명목의 돈을 지급했더라도 이는 추가관리비일 뿐 차량을 보관하고 감시하는 대가로 지급했다고 보긴 어렵기에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대구지법 2012.9.20. 선고 2012나1177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