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한 편의 탄원서 내지는 응원글을 글쓴이의 동의를 얻어 게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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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파워트위터이며 중학교 현직 교사인 권재원 선생의 진솔한 추억담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곽노현 교육감과의 추억
저는 서울시 송파구 풍성중학교 교사 권재원입니다. 저는 곽노현 교육감과 몇 번의 만남을 가졌고, 그것을 통해 곽교육감의 인품의 단면을 엿본 경험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8월29일 교육감의 기자회견 직후 보수진영은 물론 진보진영에서도 사퇴여론이 비등할 때 인터넷과 SNS를 통해 밤을 지새우며 교육감을 두둔했습니다. 무슨 힘으로 그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곽노현 교육감을 직접 만나 보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존경과 애정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교육감의 측근도 무엇도 아닙니다. 다만 두어 번의 만남을 가졌을 뿐이니까요. 저와 곽교육감의 인연은 이렇습니다.
곽교육감의 당선이 확정된 다음날 저는 블로그를 통해 희망차게 몇 가지 제언을 했습니다. 물론 교육감이 그 포스팅을 보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시에는 일단 전교조의 명망가들 중심으로 TF들이 구성되었고, 전교조 명망가들은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저의 의견이 교육감에게 전달될 것이라고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취임 후 며칠 만에 저는 곽노현 교육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으로 돌아섰습니다. 그래서 교육감을 비판하는 글들을 계속해서 블로그에 올렸고, 또 트위터로도 교육감에게 직접 직설적인 비판의 멘션을 날려 보냈습니다. 사실 저는 교육감의 트위터가 비서나 다른 누군가가 대행하는 줄 알았고, 교육감이 직접 읽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체벌금지 정책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글을 썼습니다. 사실 저는 체벌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며, 10년래 체벌을 사용한 횟수가 한손으로도 꼽습니다. 하지만 교사가 체벌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할지라도 이것을 교육적 방식으로 풀어야지 제도와 관권으로 금지하는 것은 또 다른 억압이며 폭력이고, 전혀 진보교육감 답지 못한 일이고, 심지어 곽노현의 정치적 자살골이라고까지 강경한 비판의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2011년 4월. 이제 취임 10개월째. 우왕좌왕한다는 느낌을 주는 서울시교육청의 모습을 보며 거의 폭발 직전이 되었습니다. 제 눈에 비추인 곽노현 교육감은 교육에 대해 잘 모르면서 섣부른 진보이념을 교육에 관철시키려다가 교육을 엉망으로 만드는 아마추어였습니다. 이대로라면 큰일이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몇몇 진보적인 교육운동가들과 상의하고 “이대로라면 곽노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의 망신이다.” “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하지만 다들 말 뿐, 정말 교육감에게 그런 직설적인 비판을 퍼부을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 미룰 수 없다고 생각되어 직설적인 비판의 글을 블로그에 썼습니다. 그리고 그 글을 트위터를 통해 교육감에게 날렸습니다. "일단 이 글을 멘션으로 날려 봅니다만, 과연 읽으실지 안 읽으실지 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거야 교육감님의 혹은 이글을 쓰는 사람의 운수소관이겠죠." 라는 냉소적이고 다소 무례한 문장까지 덧붙였습니다.
막상 날려놓고 나니 살짝 겁이 났습니다. 아무리 진보고 아무리 선량하다고 알려진 분이지만 일개 평교사가 감히 교육감에게 번번이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써댄다면 후환이 두려울 수밖에요. 그러던 어느 날 "교육감 수행비서입니다."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그리고 "hagi87 부정변증법 맞으시죠?" 라는 겁니다. 순간 머리털이 쭈뼛 섰습니다. "아니 이 사람들이 어떻게 필명을 추적해서 전화번호까지 알아냈지? 아이쿠 난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저는 그렇게 그 다음 주에 서울시 교육청으로 불려갔습니다. 교육청 근처 어느 식당에서 보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난 이판사판, 교육의 바른 길을 위해 교육감 앞이라도 쫄지 말고 할 말 다하자 이런 각오를 하고, 제가 가장 신뢰하는 선배 세분과 만나서 교육감에게 드릴 직언을 A4 15매 정도로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가는 전철 안에서 계속 읽고 읽으며 입에 말이 밸 때까지 익혔습니다. 그 문서의 내용은 한 마디로 시민운동 출신의 교육감과 그 보좌진은 "교육의 문외한이자 아마추어"에 불과하니 교사들의 말을 듣고 독단적인 교육행정을 하지 말아라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차라리 조중동의 공격의 대상이 되어야지 조롱과 빈축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는 말도 들어 있었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정말 기분 나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교육감과 대면했습니다. 측근들과 함께 있더군요. 그리고 한 시간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분은 일개 평교사에 불과한, 그리고 운동권이나 전교조의 간부도 아닌 그야말로 밑바닥인 저의 말 하나하나를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이때 제 느낌은 1)너무 선량하다 2)아주 스마트 하다였습니다. 과장 하나 없이 44년 동안 이렇게 악의가 없는 사람은 또 이렇게 머리 좋은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그래서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제안이나 말의 요지를 한 두 마디 들으면 바로 파악했고, 진부하거나 구태의연한 화제에는 금세 지루함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스스로 "나는 교육학에 대해 무지하다. 당신이 교육학 박사니 좀 많이 가르쳐 달라"고 말했지만, 이미 나와 이야기 하는 동안 교육학의 핵심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공부하고 고민해야 할지 상당부분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그는 매우 치밀하고 분석적이라서 이야기의 빈틈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파고들어왔고, 거기에 대해 상대가 방어하면 다시 파고들면서 논쟁하기를 즐겼습니다. 물론 자신의 말에 대해서도 상대가 멍하니 듣기보다는 논쟁을 걸어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상대가 젊건 늙었건 지위가 높건 낮건 따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 마디, 한 마디 진심을 담아 공들여 말했습니다. 그리고 A4종이 뭉치도 드렸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저를 교육감실로 불러서 서로 책을 교환했고, 또 저에게 국궁 쏘는 시범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그 만남이 하루의 해프닝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어디 교사가 건방지게 교육감한테 막말이냐고 힐난이나 듣지 않은 것을 다행이려 여겼습니다. 그런데 칠 뒤 제가 권력 앞의 두려움을 무릅쓰고 용기 내어 했던 말들을 교육감이 직접 실천에 옮기는 것을 확인하고 놀랐습니다.
평교사와 교육감의 대화 가 개최된 것입니다. 수십 명의 평교사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이들 평교사들은 그 동안 교육감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가감 없이 마구 아프게 쏟아내었습니다. 한 마디로 교육감은 이들의 열화와 같은 항의, 그야말로 집중포화를 당했습니다. 세상에 평교사들이 교육감에게 이렇게 달려들어 삿대질(?) 할 날이 또 올수 있을까요? 이 토론회는 원래 예정 시간인 9시 반을 훨씬 넘겨 11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성에 안 찬 몇몇 선생님들이 남았고, 그 분들은 교육감과 맥주잔을 기울이며 계속 성토를 이어 나갔습니다. 전교조 간부도, 고위 교육 관료도 아닌, 그날 첨 만난 평교사들인데 말입니다.
그날 모임이 끝나면서 교육감은 과감하게 "지난 10개월간 나의 정책은 선무당이 사람 잡은 정책이었다."라고 자기 자신의 정책에 대해 공개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교사들에게 혼란과 어려움을 준 것을 사과하고 어떤 정책도 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서는 시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2011년 5월 이후 그 약속은 쭉 지켜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1년 5월 이전의 우왕좌왕하고 독선적인 정책을 펴던 아마추어 곽노현은 교육개혁의 선두 곽노현으로 변신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뜻대로 잘 안되어 곤혹스러움과 걱정에 가득 찬 교육감의 모습은 점차 확신과 자신감에 찬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사실 저는 처음에 교육학박사이자 20년 경력의 교사, 6년 경력의 사범대 강사로서 법학 교수인 교육감에게 교육에 대해 한 수 가르쳐 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교육철학과 신념을 교육감을 통해 구현해 볼 기회를 찾아보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런 생각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생각인지 깨달았습니다. 한때 까에 가까웠던 까칠했던 나의 마음은 커다란 존경심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화창했던 봄날 꽃을 보며 이렇게 화창하게 웃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다시 이렇게 웃는 모습을 신문 방송을 통해서나마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2011년 4월의 어느 날, 화창한 역사박물관 뒷뜰에서의 이 한 컷의 사진을 저는 정말 소중하게 간직하고 살 것입니다.
특히 식당에서 교육청으로 돌아가는 길에 길가에 핀 꽃 한 송이 한 송이마다 그 아름다움에 경탄하며 사진도 찍고 향기도 맡는 모습을 보며 이 분의 "문예체 활성화 교육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라는 것도 느꼈습니다. 꽃 좋아하고 책 좋아하는 사람 중 악인이 없다죠? 그래서 저는 선의로 2억을 쾌척했다는 말을 듣고 별로 놀라지 않았던 것입니다.
풍성중 교사 권재원
부정변증법
@hagi87 (트윗 프로필)
사회학, 철학(정치철학, 사회철학), 교육학 . 정규직 사회교사, 비정규직 대학교수(고전 사회학, 사회조사방법론), 잉여력 있으면 포스팅, 저술. 교육학 박사. 듀이 아도르노 네그리 주의자. 예술지상론자. 남들 눈에는 좌파. 스스로는 다만 리버럴http://hagi87.blogspot.com
첫댓글 곽노현 교육감님...이런 양파 같은 분같으니라고ㅠㅠ 까면 깔수록 매운향은 커녕 선한 내음만 나는 분이네요. 요런거 자주 올려주셔요. 응원함!
이 분 글 다좋아요 ^^
부정변증법의 교육창고 ^^
저도 이글 봤었어요 ^^
아름다운 에피소드네요.. 곽교육감님조금만 힘내세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곽노현 교육감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 일이 교육감님과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분들의 진심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네요.
진실은 반드시 빛을 볼날이 옵니다. 이제 4개월남았네요. 불과
아놔~ 사건 발생하고 더 좋아지넹.. 지금 혼자계시지만 혼자가 아니라고 어떻게든 말씀드리고 싶네요. 스스로가 향기로운 꽃같은 분이군요..
눈물이 나네요.
감동적입니다. 사진에서 웃고 계신 모습을 보니 정말 눈물이 나네요.
저도 눈물이..감성적으로는 매우 여린 분이신데 강건히 버텨주시니 그게 더 마음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