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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변화
오늘은 그림에 대한 공부를 하였다.
늘 딱딱한 공식들을 만나면서 낮에도 고달픈 사회에서 어울렸던 그 연장선이 되었을 텐데도 모두 진부하게 강의에 열중 했던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했다. 비록 학문적 가치를 따지기 보다는 기본 지식을 보탬다는 의미의 강의였다.
인물화를 그릴 때에는 얼굴의 구도나 신체의 크기를 정하고 가장 중심이 되는 눈을 기점으로 그릴 것과 눈을 유리알 처럼 맑게 그리기 위해서는 빛을 그려 넣어야 한다. 눈은 인체에서 그리기 어려운 부분 중 하나다. 또한 눈의 크기에 따라 얼굴의 전체 크기가 정해 진다는 것과 코를 그릴 때는 빛의 명암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 등 기본 사항을 알려 주었다.
풍경화는 원근법을 적용하여 가까운 것부터 먼 곳으로 그리고 그림의 목적하는 중심이 있을 것 등등.
그림에는 가장 기본적인 연필 스케치로 부터 소묘, 뎃생. 펜화.묵화, 수묵화 수채화, 유화 판화 등의 종류가 있고 인물화를 비롯하여 정물화, 풍경화, 추상화가 있으며 나아가 소조와 조소등도 미술 분야라는 것, 그리고 요즈음은 자신의 신체나 구조물 또는 자연에 산재해 있는 물질들을 이용하여 행위 예술을 하는 것도 일종의 미술적 감각을 포함한다는 것들을 하나하나 설명하였다.
"이해가 되시나요? 그러면 이런 것은 어떨까요?"
나는 미술을 넘어 에술을 곁들여 설명코자 하였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면 파도가 일어나는 것을 늘 볼 수 있죠?"
-"네!"-
"그러면 수학자의 눈에 보이는 파도와 물리학자나 음악가 또는 예술가의 눈에 보이는 파도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요?"
-"....?"-
"사람마다 다르다는 생각을 접고 각자 몸담고 있는 분야별로 바라보면 수학자의 눈에 비친 파도는 삼각함수를 포함하여 파고와 파도 밑면이 이동하는 피라미드처럼 느껴지겠죠?"
-"네, 그렇겠네요,"-
"그러면 물리학자의 눈에 비친 파도는 싸이클 곡선을 그리며 질주하는 파장으로 비쳐 보이겠죠? 음악가는 눈과 귀를 동원하여 노래 부르며 바다의 합주곡을 연주하는 춤추는 피아노 건반으로 보일 수도 있겠고 미술가의 눈에는 파란 물감이 살아 있는 그림 같기도 하겠지요."
"행위 에술을 끝없이 이어가는 바다의 용골로 보일 수도 있겠네요."
"어린이의 눈으로 보면 수영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 거예요. 선생님!"
민규가 수영을 하고 싶은지 말을 얼른 받았다. 그러자 누군가 얼른 다른 말로 끼어 들었다.
"호전적인 사람은 횡대로 서서 질주하는 용병으로 보일 수도 있겠네요, 샘!"
"아마 군사가 그렇게 많다면 전쟁에서 늘 승리할 수 있겠네요"
-"하하하!"-
"그러나 바다는 아마도 마술사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샘"
현이 학생이 바다를 보고 느낀 감성을 표현하였다.
"왜 그런가요?"
"끝없이 움직여도 늘 그 자리이고 깨어지고 부서지고 갈라져도 상처하나 없이 늘 완벽하잖아요! 그러면서도 또 흔적을 만들어 나가고 그래도 깔끔하고요."
"현이 학생은 바다에 자주 가는가 봐요!"
"....네....."
그녀는 대답을 하면서 말을 흐렸다.
어떤 아픔의 상흔이 그녀를 흩고 지나간 것같이 보였다.
이후 알게 된 일이지만 그녀의 아빠는 바다를 좋아하셨다. 그리고 그녀가 아직 어린아이였을 때 생업을 위해 어업에 종사하였고 폭풍이 불어오던 날,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가 바다에서 실종되었다. 그리고 차거운 뻘 속에묻혀 사흘이 지나서야 발견 되었다고 했다. 바다를 좋아하는 아빠를 생각하며 어린 현이는 울면서 아빠를 다시 바다에 돌려 보냈다. 늘 그리움에 젖었고 아빠가 보고 싶을 땐 그녀는 홀로 바다를 찾곤 하였다.
폭풍이 불어 오는 날에는 바다를 찾아 간다는 수줍은 소녀! 그리고 이후 그녀의 어머니 마저 생계를 꾸리다 허리를 다쳐 지금은 거동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어려운 환경에 나이드신 할머니가 엄마의 수발을 들며 함게 생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학교의 담임선생이라면 학생들의 사생활을 면담을 통해서라도 알수 있었으련만 이곳 야간학교의 학생들이 사생활은 노출이 쉽지않아 마음의 상처들을 거의 모르고 지냈다.
늘 밝게만 보이는 학생들의 속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게 못내 아쉬웠다.
다만 이곳에서 공부하는 이들의 가슴 한 구석에는 늘 까만 멍울이 하나 내지는 서너개씩 간직하고 있을 거라는 추측만 할 분이었다.
그 아픔을 삭이며 사는 이들의 내적인 강인함은 오히려 얼굴이 맑다는 것을....
침묵이 흘렀다.
내 양심을 찔러대는 칼날이 보였다. 나는 너무 행복했다. 지금도, 그리고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지만....
살아가는 동안 내 안에 머물고 싶은 생활철학 하나 세우기로 하였다. 누군가를 배려하는 맘으로 살아야 나도 강인해 질 수 있다는 것을!
나를 동정하는 침묵 속의 응징들....
지금까지 행복했었음에 대해 늘 감사해야 한다. 부족하다고 불평한 것들에 대해 부그럽게 생각해야 한다.
"여러분! 오늘은 여러분에게 숙제를 내어 드리겠어요."
"네~에 숙제라고요?"
"샘 저희는 야간에 학교에 나오는 것도 벅찬데 숙제를요?"
"별로 어려운 숙제 아녜요! 걱정하지 말고 들어봐요."
모두가 어설프게 숙제에 대한 의문을 갖은 동안 그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이 빈틈없이 돌아가는 사회에서 약간의 휴식을 가져 보라는 뜻에서 제안하는 거에요. 사랑하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동물, 또는 아끼고 있는 사물이나 생물 등,좋아하는 것의 그림을 그려 보라는 것이 오늘의 숙제랍니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가 아니라 여러분의 혹 부족한 정서를 키워 줄 수 있는 교육이 될 거에요. 한 점이나 두 점, 원하는 만큼, 자랑하고 싶은 만큼, 또 자신 있는 만큼 그려보시고 좋은 그림 맘껏 가져 오시길 바래요."
"샘, 그림은 유화여야 되나요? 그림 한 번 그리기 위해서 물감을 준비해야 하고 크레파스도 준비해야 하나요?"
"그렇게 번거로운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예요. 핲으로 '나는 그림을 그리겠다'거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렇게 해도 되고 그냥 여러분이 평소 사용하고 있는 연필로 스케치해도 무방하답니다., 참고로 저도 스케치 그림을 그려올까 해요."
"여러분! 이제 주말입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 참! 그림이 어려운 학생은 먼저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그대로 그려 보도록 해요. 도움이 될거에요. 그럼 화요일에 여러분도 그림도 함께 보도록 해요."
"샘, 즐건 주말 되세요!"
모두가 돌아가고 밖을 나오는데 문득 목사님의 메모가 생각나며 허공에서 울렸다.
'아직 혼자라고 했지? 내 조카하고 한번 친구 해 볼 생각은 없으신가?'
늘 어리게만 보아왔던 양미 씨가 나이가 든 것도 그렇고 또 수재였다는 것도 마음에 와 닿기도 하고 거기에 목사님이 나를 아끼 신다는 표현을 들었으니....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유림 씨가 내 옆에 있다고 알리기라도 할걸..... 아니면 목사님이 나를 가까이 두고 싶은 당신 혼자만의 생각일까?
지난 번 선물에 얽혀있던 글귀가 마음을 혼란하게 하였다. 이 이야기가 지난 해 이든가 아니면 혼인을 약속한 여인을 만나기 전이었다면 크게 상심해야 할 일도 아니지만 지금은 목사님의 기대치를 저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만약 양미 씨가 나를 좋아하고 있기라도 한다면 더욱 어려운 일에 말려들 수도 있었다. 요즘 텔레비젼에서 나오는 이상한 현실적 이야기가 내 주변에서 생겨나지 않았으면.... 어떻게 이 어려운 난제를 해결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부딪쳐 보기로 마음 먹었다.
진정 당사자를 만나 해결해야 한다.....!
나는 곧바로 양미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그녀가 웬일인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 메모에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늦지 않은 시간에 연락이 닿으면 지난 번 함께 했던 호프집에서 만나자고....
그러나 그녀는 연락이 없었다. 호프집 앞에서 그녀가 오기를기다렸다. 11시가 다 되도록 기다리다가 그냥 집으로 왔다.
"무슨 고뇌를 짊어지고 다니시기에 얼굴이 시커멓네요!"
"응? 새카맣다고?"
"잘 못 말했어요. 언어 조합이 쉽지않은 단어를 모아 처음 말하다 보니 잘 안 되네요. '수심이 깊다' 아닌가요?"
"그렇게 보여?"
"그럼 좋은 표정인데 다른 사람에게는 이상스럽게 보이는 건 아니겠죠?"
"그냥! 잘.... 안 풀리는 것이 있어서....!"
"말씀해 보세요. 걱정은 나누면 줄어든다던데요."
"괜찮아요, 걱정 안 해도 돼요."
'실은 나눌 게 따로 있지!'
그건 아닐거야 아마!
다음날 회사에서 긴급 회의가 열렸다. 전 사원 모두 회의실로 모이라는 것이었다.
"웬일이지?"
"여지껏 전원 집합이라는 것은 없었는데 말야! 연말 연시는 아직 있어야 되고...."
"혹시 들은 소문이라도 없어?
모두 의아한 채 회의실로 들어갔다. "다 모이셨나요?"
사장은 좌중을 둘러보며 입가에 약간 미소를 흘렸다.
전부 모이고 나니 회의실이 비좁을 만큼 많은 인원이었다. 그동안 흩어져 직무에 여념이 없었을 때는 잘 몰랐는데 30여명이 모이자 회의 실이 비좁았다. 대표자의 언성으로 보나 표정으로 보나 진지하기는 하였으나 그리 불길한 어투는 아니었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 여러분을 전부 모이게 한 것은 두가지 일이 있어서 입니다. 그동안 혼돈을 유발하지 않도록 비밀을 유지한 까닭에 여러분이 무척 긍근해 하시;리라고 믿습니다. 한가지는 좋은 일이고 다른 한가지는 서운 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어떤 소식부터 들으시겠습니까?'
-"좋은 소식요!"-
"그러면 좋은 소식부터 전해 드리겠습니다. 금년 한해도 여러분들 모두 애써주신 관계로 저희 회사가 '유망 중소기업 차트 1위'에 올라 기업자금 20억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와~아!"-
"늘 수고를 아끼지 않은 전 직원 모두의 희생이 있었기에 이런 영광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금번 다른 회사에서는 감히 엄두를 내짐 못했던 새로운 기계들을 만들어 낸 것과 그 제품의 창의성, 작업능률화, 자동하 성능 등 기계의 스펙이 타사의 자동화 기계와 비교 심사한 결과 파이프 마이너스 압출기와 그 파이프를 철판에 접합하는 360도 회전 자동 용접기 등이 유망 중소기업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한 효자 품목이었습니다. 또한 박판 스테인레스 파이프 성형기의 용접성이 미려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봅니다. 또 미래 에너지의 주력산업인 태양광 못지않게 저희가 추진하고 있는 풍력에너지 저장 방식이 미래 협력부서의 추천으로 곧 국가 기간산업으로 연구 및 실행계획에 있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수고 하셨습니다."
"-와~우와~아!"-
'그것참 좋은 일이군요. 이런 좋은 일이 있는데 다음 이야기는 나뻐봐야 얼마나 나쁘겠습니까?"
생산부 차장으로 있는 오민용 차장님이 환한 얼굴로 크게 말하였다.
"네, 나쁜 일만은 아닙니다만 여러분이 이 말씀으로 인해 근심이 생기지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소식은 저희 회사가 이번 유망 중소기업으로 발탁되면서 주문 생산량이 급격하게 증가하여 보다 나은 기계제품의 생산과 증산을 위해 더 큰 회사로 이전 하든가 아니면 마땅한 장소가 없으면 제2공장을 만들든가 해야 합니다., 그런데 마땅한 부지나 큰 공장이 수급이 안 되어 부득이 제2공장으로 나누어 여기 있는 직원을 분산하여야만 한다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보앗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손발이 잘 맞아 오늘의 'SJ금속'을 성장시킨 직원들인데 갈라놓다뇨? 그건 말이 안 됩니다!"
영업부 차장이 나서서 이원화를 반대하고 나섰다. 영업인의 입장에서 직원의 이동은 생산외에도 납기일 등 걱정스러운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현재 주문량으로 보아서도 제2공장 증설을 안 할 수도 없고 또 제2공장에 신입사원만 보낼 수는 없잖습니까? 그렇다고 들어오는 주문량을 거부할 수 없는 호기라고 봅니다. 하여 제 나름대로 인원 보충과 이임할 인원을 나누어 봣습니다, 이는 저 혼자만의 생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고 각 부서장과 충분히 상의한 일이므로 차후 변동이 없기를 당부 말씀을 드립니다. 좋은 의견 있으시면 참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공고는 오후에 게시판에 올려 놓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참 좋다가 이게 뭔가? 에~잉!"
"잠깐, 좋은 소식 하나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총무부서 사무장이 앞으로 나오면서 흩어지려는 인원을 다시 모았다.
"사장님께서 금년 연말에 특별 보너스를 주시겠답니다. 그리고 오늘 금일봉을 두둑이 주셨습니다. 저녁은 '황소와 만나'에서 가족을 동반한 회식이 있겠사오니 연계된 가족 분들과 모두 함께 나오시길 바랍니다. 시간은 오후 7기에 수저를 들수 있도록 그 전에 모두 도착하시기 바랍니다."
사무장의 안내가 있고 사람들은 회비가 엇갈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엉성한 표정이었다. 아마도 회사 창립이후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웃었다가 울었다가 한 날도 오늘이 처음일 것이다. 아마도.... 사람들의 표정이 그랬다.
나는 일과가 끝나기 전에 얼른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제일 멋진 옷으로 입고 있어요. 데리러 갈께!"
이왕 여기저기 알려야 한다면 그리고 양미 씨와 아무런 관게도 아니니 이왕 이렇게 된 마당에 머리 아프고 어지럽게 할 것이 아니라 부모님께도 알렸는데 회사에도 알리는 것이 좋을 듯 하였다. 마침 기회도 좋았다.
전 사원이 모여 기쁨에 젖어 있는 곳에서 그것도 사원들 가족이 함께한 자리에서 그녀를 소개하고 아내로 맞이하겠노라고 선포할 예정이었다. 아마도 하늘이 준 더없는 기회가 아닐까? 그럴려면 준비가 필요하였다. 가장 시급한 것이 '프로포즈'라는 연극에 필요한 물건이 필요했다.
아주 짧은 시간에....
들떠 있는 마음에 조급함이 따라왔다.
일과가 끝나자마자 화원에 들렀다. 어디선가 봤던 프로포즈장면에 꽃다발이 전해지고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연습이라도 해 볼껄!'
"좋은 일이 있으신가 봅니다!"
"어떤 꽃이 여자친구에게 잘 어울릴까요?"
꽃을 고르면서 화원 주인에게 물었다.
"프로포즈 할려면 그녀의 나이 숫자에 맞는 장미꽃이 제일이지요."
"그러면 스물여섯 송이 주세요."
꽃은 준비가 되었다.
그 준비된 모습을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 깊숙한 곳에 감추어 두었다. 그리고 집으로 가서 나도 약간 진지해 보이는 옷으로 치장하고 얼른 집을 나섰다.
"오늘이 뭔 날이여유? 왜이리 급해유!"
'유라 켔수?'
반감을 표출하려다가 목구멍으로 도로 들어갔다.
그녀가 노친네들을 닮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고향애 가서 어머니하고 하룻밤 지냈는데.... 그러자 내 입에서도 덩달아 사투리가 나왔다.
"기냥 따라와유."
그녀의 얼굴을 보며 약간의 설명을 곁들였다.
모처럼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곧 결혼해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할 말을 잊어 멍한 눈으로 그녀를 이끌고 골드 샾으로 향하였다.
그녀는 금새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내 볼에 키스를 하였다.
"자기야, 남들이 안 보는 곳이면 온몸에 키스해 줄 수 있는데... 나를 이렇게 감격시켜도 돼?"
그녀는 떨고 있었다.
"자기야! 우리끼리는 벌써 결혼한 거잖아. 근데 이렇게 흥분하면 안 되지 않겠어!"
"그래도 자기가 훤한 대낮에 나를 사랑한다는 표현은 처음이잖아요. 너무 기쁘고 당황스러워서 그래요."
"그럼 됐어! 이제 당신은 어엿한 내 사람야, 그렇구 말구!"
"그런데 오늘 누굴 만나기로 한거에요?"
"응, 내가 아는 모든 사람 앞에서 자기야를 사랑한다고 고백할 거야!"
"그 사람들 한테도 이야기 했어요?"
"아니!"
"자신 있어요? 나를 그들 앞에서 당신의 아내로 삼겠노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요?"
"그럼! 근데 왜? 내가 미워졌어?"
"아니에요. 나도 고향 생각이 나서 그래요."
"자기는 고향이 없다면서?"
"어서 가기나 해요. 이젠 눈물 안 보일께요."
그녀와 함께 보석상에 들렀다. 이왕 프로포즈할 거면 진짜로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는 눈빛이 달라졌다. 내가 집어든 보석이 금액이 실물에 비해 너무 비싸게 보였던 모양이었다.
"잠깐만요! 실은 지난번 시장에 갔을 때 엄청 좋은 보석을 보았어요. 제가 사는 곳에서 귀하게 여기는 보석 제품인데 여기서는 너무 싸게 파는 거였어요. 그렇잖아도 하나 부탁하고 싶었는데요. 그리로 가요."
그녀는 나를 안내하며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장으로 향하였다. 해가 짧은 계절이라 가게들이 하나 둘씩 불이 꺼져가고 있었다.
그녀가 향한 곳은 복제품을 리어카에 싣고 물건을 파는 이동점포였고 그녀는 그중 하나의 악세사리에 눈길을 주었다.
"응, 이거였구나!"
그것은 가격이 저렴해 보였다. 그녀가 말한 약간 요란스러운 반지를 고르자 상인은 거기에 맞는 목걸이와 귀걸이를 맞춰 주었다.
"이거에요! 제가 말한 것이요."
"어쨌든 가격이 저렴해서 좋긴하구먼! 이건 자기가 직접 고른 것이니 후회하지 말아요."
"걱정 붙둘어 매시고 가격이나 지불하세요. 서방님!"
"얼마죠?"
내 물음에 상인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점잖게 말하였다.
"사모님이 물건 보실 줄을 압니다.그려! 원래 비싼 물건이지만서두 리어카에서 팔고 있으니 그냥 이만 원만 내십시요. 내 물건 좋은 걸 알아 보시는 분들께 비싸게 받을 수 있나요!"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좋은 물건이라하고 미래에서는 값이 나가는 보석이라하니 좋은 물건을 싸게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고마워요! 정말, 정말로요."
그녀는 매우 고마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눈가에 비친 눈물이 내게는 줄줄 흐르는 닭똥만한 환상으로 보였다.
"자, 이제는 회식 장소에 얼른 가자!"
오늘은 무슨 날이기나 한 것처럼 많은 인파가 식당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시장같은 곳에서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아주 큰 소리로 지구가 흔들리도록....
그 땜에 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흥분되었다.
"선진 금속에서 오신 분들은 저쪽 큰 방으로 모십니다."
먼저 나와서 안내를 하고 있는 사람은 총무과 사무장이었다.
"오늘은 제가 여러분을 정중히 모시겠습니다."
그는 사무장답게 안내용 띠를 매고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며 그 가족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입가에 흐믓한 미소를 띠고 회사대표가 나타난 것은 7시가 다 되어서였다. 그런데 그와 함께 동석한 이가 가족 말고 또 옆에 누군가가 있었다. 최 목사님과 그 내외분까지는 알겠는데 남자 한 분은 처음보는 사람이었다.
7시가 되자 모두 자리에 앉았다. 안내를 하고 있던 사무장님이 서두를 꺼냈다.
"오늘 회사의 경사스런 날을 맞아 사장님 이하 회사 가족 여러분을 모시고 저녁시간을 함께 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우선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사장님의 말씀을 간단명료하게 듣도록 하겠습니다,"
"네, 여러분 모두 평안 하시죠? 오늘 여러 가족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직원은 직원대로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였고 그 노력을 할 수 있도록 변함없이 뒤에서 내조해 주신 가족 여러분게 더욱 감사드립니다. 모쪼록 부족한 저를 믿고 오늘 중소기업 최고의 영예를 안겨주신 분들께 약소한 자리를 초대하게 된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또 드시는 자리에서 말이 길어지지 않도록 우리 건배 한번 제창하겠습니다. 선창은 사무장께서 하시겠습니다."
"선진 금속의 밝은 미래를 위하여!"
-"선진 금속의 밝은 미래를 위하여!"-
-"와~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잡담과 함께 술잔이 돌고 부위기가 무르익자 사무장이 다시 일어났다.
....여기까지
-하늘바보-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