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네 눈빛이 닿으면 유리창은 숨을 쉰다.
지금 네가 그린 파란 물고기는 하늘 물 속에서 뛰놀고
풀밭에선 네 작은 종아리가 바람에 날아다니고,
이상하지,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
빈 벌판에서 차갑고도 따스한 비를 맞고 있는 것 같지.
눈만 뜨면 신기로운 것들이
네 눈의 수정체 속으로 헤엄쳐 들어오고
때로 너는 두 팔 벌려, 환한 빗물을 받으며 미소짓고······
이윽고 어느 날 너는 새로운 눈을 달고
세상으로 출근하리라.
많은 사람들을 너는 만날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네 눈물의 외줄기 길을 타고 떠나가리라.
강물은 흘러가 다시 돌아오지 않고
너는 네 스스로 강을 이뤄 흘러가야만 한다.
그러나 나의 몫은 이제 깊이깊이 가라앉는 일. 봐라,
저 많은 세월의 개떼들이 나를 향해 몰려오잖니,
흰 이빨과 흰 꼬리를 치켜들고
푸른 파도를 타고 달려오잖니.
물려 죽지 않기 위해, 하지만 끝내 물려 죽으면서,
나는 깊이깊이 추락해야 해.
발바닥부터 서서히 꺼져들어가며, 참으로
연극적으로 죽어가는 게 실은 나의 사랑인 까닭에.
그리하여 21세기의 어느 하오,
거리에 비 내리듯
내 무덤에 술 내리고
나는 알지
어느 알지 못할 꿈의 어귀에서
잠시 울고 서 있을 네 모습을,
이윽고 네가 찾아 헤맬 모든 길들을,
-- 가다가 아름답고 슬픈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의 동냥바가지에 너의 소중한 금화 한 닢도
기쁘게 던져 주며
마침내 네가 이르게 될 모든 끝의
시작을!
_ 최승자 <20년 후에, 지芝에게>
첫댓글 아주아주 오랫만에 들러서
혹시나하고 봣더니 흔적이있네요
절 기억하실런지~
이게 누구시래..우리 j님..대체 얼마만이야..스무 해쯤 됐지 아마..? 막 담근 술이었으면 아주 농익어 엑기스만 남았을 시간만큼이다, 그지?..갑자기 그 시간만큼 젊어진 기분이다..무지 반갑..! 문 안 닫구 있으니 별 기적같은 일도 다 있구나..전화해, 카톡하든지..ㅎㅎ..
010 5695 7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