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의 모양은 있어도 알맹이는 없는 한국 개신교의 실상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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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독일에 있는 동안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도시인 비텐베르크에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루터의 흔적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루터가 오래 살던 집, 루터가 수 천 번 설교한 교회 등, 그의 숨결이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었다. 산책하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오는 엽서가 있어 구입했다. 그 안에는 루터가 말한 다음 문장이 있었다.
Wer viel Bier trinkt, schlaft gut. Wer gut schlaft, sundigt nicht. Und wer nicht sundigt, kommt in den Himmel! Martin Luther (Aber im Himmel gibt es kein Bier, darum trinken wir es hier!)
번역해보면,
맥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은 잠을 잘 잔다. 잘 자는 사람은 죄를 짓지 않는다. 죄를 짓지 않는 사람은 하늘나라에 간다. 마틴 루터 (그러나 하늘나라에는 맥주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서 마신다!)
개신교의 틀을 마련한 루터에게서 나온 말이다. 미심쩍어서 엽서판매원에게 물었다. 진짜 그분이 한 말이냐고! 사실이란다. 그리곤 장광설을 더 늘어놓는다. 수녀 출신인 루터의 부인은 아예 집에서 맥주를 담갔고, 루터는 하루에 2리터씩 마셨단다.
각설하고, 한국 개신교는 주초문제에 대해 금기시하는 풍토가 지배적이다. 그리고 주초문제를 신앙생활, 경건생활의 시금석으로 여기는 경향도 있다. 한국 개신교인들이 독일교회에서 혼동을 일으키는 것은 루터가 던진 이 말뿐만이 이니다. 독일교회는 한국교회와는 달리 아주 개방적이고 자유롭다. 개신교는 진보적이고 가톨릭은 보수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반대의 인식이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도대체 개신교적 신앙과 경건, 그리고 경건주의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흔히 경건주의라고 하면 세상을 등지고 경건한 체하고, 유약하고, 자기독선적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그러나 이 얼마나 잘못된 판단인가. 경건주의는 모험을 좋아하고, 개방적이고, 사회적 이상을 일상 속에서 민첩하고 분명하게 실천하는 능력과 연관된 말이다. 섬김 실천의 전성기는 경건주의 운동가들에 의해 형성되었다. 이러한 경건주의는 종교개혁과 관련되어 있다. 마친 루터는 1516년 저술한 로마서 주석의 서두에서 이렇개 말한다.
"신앙은 우리를 변화시키고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신적인 활동이다. 우리의 마음과 용기, 의미, 모든 힘들을 변화시켜 전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바꾸고 성령 안에 살아가게 한다. 오! 신앙은 얼마나 생명력이 있고 활동적인가. 신앙 안에 있는 사람이 쉬지 않고 선을 행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앙 안에 사는 이는 그가 선행을 해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해 묻지 않는다. 그는 이러한 물음 이전에 이미 실천을 했는가와 행동 속에 항상 있는가에 대해 묻는다."
홍주민 한신대학교 연구교수
<기독교사상> (2008년 8월호) 219-220쪽.
마틴 루터의 아내 카타리나 폰 보라 (Katharina von Bora). 루터보다 16세 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