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길동시장을 가로 질러서 출퇴근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농수산물 시세에 대해서 아주 훤하게 알게되었습니다.
요즘은 무가 한창이고 너무 싸더군요. 애들 머리통만한 조선무가 한 개에 500원밖에 안 합니다.
봄이면 주꾸미가 맛있다고 하고 가을이면 전어가 맛있다고들 하듯이 무는 지금이 제일 맛있을 때입니다.
쓰레기 치우는 값보다 더 헐한 가격으로 무를 출하하는 농민의 허탈함은 가슴 아프지만 맛나고 싼 무를 지금 많이 먹어둡시다.
1. 무국
무가 제일 맛있는 제철인 지금이 무국도 가장 맛이 있을 때다.
우리 어렸을 때는 조그만 쇠고기 한덩이 넣고 끓인 무국은 연중 몇 번 먹지 못하는 특식이요, 별미였었다.
요즘처럼 무가 맛있을 때는 고기를 넣지 않아도 무국이 달디 달다.
무는 채를 썰어도 좋고 나박썰기해도 좋다.
국물은 내장을 뺀 깨끗한 멸치와 다시마로만 끓인 육수만으로도 시원한 무 맛의 최고의 국이 된다.
멸치로 육수를 낼 때는 비릿한 맛을 제거하기 위하여 술과 생강즙(아주 조금)을 넣으면 더 좋다.
* 요즘은 대구가 한창이다. (맛도 지금이 최고다) 몇 년 전에만 해도 생대구는 서민은 가까이 하기 힘든 비싼 생선이었다.
그런데 올해 보니 대구가 동태만큼이나 싸다. 몇 년 전에 몇 만원이나 하던 어른 팔뚝만한 생대구가 5,000원이면 살 수 있다.
1~20만원하던 대형 대구는 2~3만원이면 살 수 있다. 이렇게 쌀 때 많이 먹어두는 것이 돈 버는 방법이다.
이렇게 싱싱한 물 좋은 생대구는(생태도 마찬 가지이지만) 매운탕보다는 시원한 지리로 끓이는 것이 좋다.
무와 마늘,대파 만 넣고 끓인 생대구지리탕도 지금이 제철이다. (통후추를 넣고 끓이면 국물이 더 시원하다)
(나는 이 지리탕을 끓일 때 새우젓으로 밑간을 한다. 두부도 조금 넣고 새우젓국을 끓이는 것이다.)
tip-생선을 끓일 때는 끓이기 전에 팔팔 끓는 뜨거운 물로 한번 씻어주는 것이 비법이다. 이렇게 뜨거운 물에 한 번 튀겨 준 후 조리하면 생선의 비린 맛이 없어진다.
2. 무조림
옛날에 우리 할머니는 김장철이 되면 무조림을 해주시곤 했다.
할머니는 무뭐시기라고 불렀는데 나는 그 이름을 잊어버렸다. 그래서 무조림이라고 했으나 사실은 무조림은 아니다.
우선 무를 깎두기처럼 깎둑 썰기를 한다. 역시 육수는 쇠고기로 하면 좋지만 멸치와 다시마만으로도 좋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깎뚝 썬 무에 육수를 붓고 파, 마늘을 넣고 진간장으로 간을 하여 끓이면 된다.
무가 간장육수를 흡수하여 갈색으로 되면 완성이다. 이 음식 역시 지금이 아니면 맛이 없다.
육수를 머금은 무도 맛있고, 시원한 무즙이 빠져나온 국물 역시 시원하다.
3. 무전
무를 둥글고 얇게 저며서 기름 두른 후라이 팬에 익혀서 초간장에 찍어 먹는다.
무슨 맛이겠나 싶었지만 의외로 깊은 맛이 난다. 이 역시 요즘 아니면 맛이 없는 김장철의 별미이다.
4. 무생채
집집마다 무생채 무치는 비법은 갖가지고 모두 맛이 있으므로 조리법은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요즘 음식의 모양세를 위하여 맛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무채도 그 예에 속한다.
즉 무를 세로로 토막내어 반듯하게 채를 썰면 일정한 크기에 반듯한 모양으로 보기에는 좋지만 맛으로는 마이너스다.
무채는 가로로 썰어야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좋다.
내가 단골로 가는 빈대떡집은 중년의 아들이 그 어머니의 대를 이어서 빈대떡을 부치고 있는데
항상 밑반찬으로 무생채를 내놓는다. 그런데 그집 무생채의 모양이 칼로 썰어서 모양이 삐뚤빼뚤이다.
언젠가 내가 그 무생채를 보면서 "그래도 이집 무생채는 채칼로 썰지 않고 칼로 썰었네" 했더니
주인장이 "우리 어머니가 채칼로 썰면 맛이 없다고 꼭 칼로 썰라고 해서 칼로만 썰어요." 한다
내가 아는 체를 했다. "왜 채칼로 썰면 맛이 없는 지 알아? 채칼을 쓰면 무가 세로로 썰리잖아.
무에는 심이 들어 있잖아 칼로 가로로 썰어야 그 심을 잘라주기 때문에 생채가 더 아삭하게 되는 거야."
첫댓글 ㅋㅋ 오늘 무국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