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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좋아하는 여자의 마음을 뺏기 위해서 눈에 띄는 우연을 만들어 내는가 하면, 지나치게 과도한 선물로 부담을 지우기도 한다. 하지만 정도를 지키지 못한 그런 노력들은 수포로 돌아가기 마련이고, 결국 남자들은 돈과 노력을 버려가며 이별의 슬픔까지 맛보게 되는 것이다.
세기의 유혹자 조반니 자코모 카사노바는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요즘의 말로 최고의 작업남이었다. 카사노바는 우연과 필연을 적절히 섞어가며 여인들의 애간장을 태우곤 했는데 카사노바가 여자들의 인생에서 빠진 부분을 채워 넣을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그가 관찰자의 태도로 여성들을 분석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인생에 있었던 수많은 러브 스토리 중 몇 가지를 통해 사랑과 유혹에 능통했던 그의 기술을 엿보도록 하자.
1760년 쾰른, 오페라 극장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있던 시장 부인은 지루한 얼굴로 청중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름답게 장식된 쌍안경으로 무대가 아닌 관람석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는데, 부인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화려한 옷으로 한껏 치장한 카사노바였다. 순식간에 시장 부인의 시선을 빼앗은 그는 그녀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고, 오페라가 끝난 후 쾌활하고 호탕한 말솜씨로 부인의 마음마저 사로잡게 되었다. 어느 날 그는 부인의 저녁식사에 초대 받게 되었는데, 두 사람은 우연히 자신들의 밀회의 장소로 적당한 예배당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부인의 침실과 이어지는 예배당에서 둘은 밤마다 사랑을 나누었고, 카사노바는 잠깐 동안 부인을 만나기 위해 좁은 예배당에 몸을 숨기고 하루를 꼬박 기다리기도 했다. 역시 최고의 작업남이 되기 위해선 인내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결국 시장 부인은 자신을 위해서 오랜 시간을 참을성 있게 기다려준 카사노바에게 남편과는 다른 깊은 사랑을 느꼈지만, 그녀가 잠시 시장과 여행을 다녀온 후 예배당에 찾아가보니 카사노바의 모습은 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지고 없었다. 이것이 바로 애태우기 작전의 성공이자, 영원히 한 남자의 추억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카사노바의 노하우였다.
이렇듯이 신출귀몰하게 떠돌아다니며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던 카사노바의 유명한 일화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파울린이라는 여성은 애인이 떠나간 이후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더구나 살 곳이 마땅치 않았던 그녀는 살 집을 찾던 중 한 남성이 신문에 함께 살 여성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는 그를 찾아가게 된다. 그 남성은 다름 아닌 카사노바였다. 집세를 내지 않아도 괜찮으니 가끔 말동무나 되어 달라는 카사노바의 친절에 감동하게 된다. 두 사람은 완벽한 우정의 경계 안에서 건전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그녀에게 진지한 눈빛을 보내던 카사노바가 마침내 사랑을 고백하게 되었다. 파울린은 카사노바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화가 난 카사노바는 승마를 하다가 그만 말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치게 된다. 그가 부상을 입자, 파울린은 정신없이 뛰어가 그에게 안겨들었고, 그 이후로 그들은 사랑을 나누는 연인이 되었다.
카사노바가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한가?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는 언제나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그녀가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연구했다. 이렇게 입장을 바꾸어보면 해답은 선명한 길이 되어 그의 앞에 펼쳐졌고, 그는 그저 호쾌하게 웃으며 그 길을 걸어가기만 하면 되었다. 여자의 마음을 읽어낸 후에 약간의 술책으로 그녀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만 하면 사랑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예배당에서 하루 종일 그녀를 기다린다던가, 말에서 떨어지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 정도의 용기는 필요하지만 말이다.
입장을 바꾸어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카사노바가 가지고 있었던 여자를 사랑에 빠뜨리는 기술이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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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역사 속 인물들과 성풍속> -LJ (엘제이) 비뇨기과-
첫댓글 말이 되네.... 그나 저나 나같이 참을성 부족하고 기다리는 일 못하는 사람은 어찌할끄나...
사골은 오래 진득하게 끊여야 제맛이 난다고 하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