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 1993년 4월 17일 / 극장용 컬러 48분 / 출연 : 츠치카도 히로시, 모리나가 나오미, 사사키 이사오, 오오바 켄지
모치츠키 유전자공학 연구소에 조수로 근무하던 청년 아소 마사루는 어느새 광기의 화신이 되어버린 모치츠키 박사에 의해 초생명체 창조를 위한 실험체로 개조되고 만다. 결국 실패작 개조인간이 되어버린 마사루는 연구소를 빠져나와 산속을 헤매다가 혼수상태에 빠져버리는데, 4년후 누군가의 부름에 의해 깨어난 마사루는 그동안 받아들인 대지의 힘에 의해 대자연의 사자 가면라이더 ZO로 변모해 있었고, ZO는 모치츠키 박사의 광기의 결정체인 네오 생명체의 손에서 박사의 아들 히로시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가면라이더 시리즈 사상 최초의 오리지널 극장판 작품. 당초에는 가면라이더 20주년을 기념한 대작으로서 기획되었고, 이에 맞추어 ZO이라는 이름도 탄생 20주년을 나타내는 '20'에서 따왔다. 그러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결국 단독공개는 무산되고, 48분 작품으로 완성된 이 '가면라이더 ZO'는 메탈 히어로 작품인 '특수로보 잰퍼슨'과 슈퍼 전대 시리즈 '오성전대 다이레인져' 등의 극장판과 묶여서 '도에이 슈퍼 히어로 페어'라는 방학 이벤트의 간판 작품으로 상영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작품에 투입한 도에이의 정성은 '가면라이더 20주년 기념작'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을만한 것으로서, 처음으로 '가면라이더'를 맡게 된 귀재 아메미야 케이타 감독의 연출은 지금까지의 라이더 작품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와이어 액션, 모델 애니메이션, CG 표현 등 많은 분야에 있어서 도에이 특촬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고, '우주형사' 시리즈 등 도에이의 다른 인기작품의 출연진들이 대거 조역으로서 출연한 화려한 캐스팅은 특촬팬들에게도 많은 화제를 불렀다.
하지만, '진 가면라이더'와는 다른 방향으로 생물적인 느낌을 추구하려고 했던 ZO의 디자인은 정작 본격적인 크리쳐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적 괴인들과 비교하면 어딘지 어중간한 느낌을 떨치기 힘들었고, 작품의 분위기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개조인간의 비애를 그리는데는 어느정도 성공하였으나 히어로 작품으로서의 완성도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어디까지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작품을 지향하고 있었으면서도 처음부터 어린이들의 취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던 디자인과, '진 가면라이더'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여전히 암울한 느낌을 벗지 못하고 있는 스토리, 그리고 극장용 단발작품이라는 핸디캡까지 겹친 덕분에 이 '가면라이더 ZO'는 여러가지 참신한 시도와 다양한 화제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표적인 '마이너 라이더'로서 역사 속에 묻혀버린 작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