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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 芳台山 △1435.6m
2010.08.14(토)
미산리~한니동~방태산~배달은석~방태산주억봉~구룡덕봉~방태산휴양림
Cartographic Length = 20.4 km Total Time: 06:35
방태산을 검색하니 의외로 주걱봉이란 이름이 많이 나온다. 주걱봉(1,386m)은 한계령 남쪽 가리봉 옆에 있는 산이고 방태산에는 주억봉(主億峰 1,439m)이다. 뭐든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는 네이버나 다음 검색이 모두 이 모양이다.
(국토지리정보원 고시지명)
행정구역 :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상남면 미산리
지명종류 : 산 / 고시일자 : 19610422 / 고시지명 : 주억봉 / 한자유래 : -
유래 : 태산준령이 첩첩히 싸여 있는 곳의 주봉이라 하여 주억봉이라 한다.
NAVER-
“높이는 1,435m로, 깃대봉(1,436m), 구룡덕봉(1,388m)과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오지의 산이다....“산의 모양이 주걱처럼 생겼다고 해서 주걱봉이라고 부른다. ...”
DAUM도 마찬가지다.
방태산(芳台山)은 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산이다. 가칠봉(1,241m), 응복산(1,156m), 구룡덕봉(1,388m), 주걱봉(1,444m) 등 고산준봉을 거느리고 있다.
네이버에는 불량정보 신고를 했고, 다음에는 신고할만한 데가 없어 관뒀다.
'방태산‘에 대한 네이버사전 설명이 잘못되었습니다. 주걱봉이 아니라 주억봉(主億峰)이고, 주걱봉은 한계령 남쪽 가리봉 옆에 있는 봉우리 입니다.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1/25000 지형도 (도엽명 방동) 표기지명이고, 자연지명검색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네이버 사전은 국가 기본도와 다른 정보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조속한 시정 바랍니다.
진작부터 가보고 싶어 했던 산이었으나, 거리도 있지만 무엇보다 방태산은 대간 정맥은 물론 100지맥에도 빠져있는 산이라 허구한 날 마루금만 쫒아 다닌 내 계획에는 걸려들지 못한 것이다. 백두대간 할 때는 방태산 옆으로 지나는지도 몰랐고, 한강기맥 비로봉에서, 춘천지맥 가마봉에서 아스라이 바라봤던 산이다.
방태산은 백두대간 갈전곡봉에서 분기해 내린천으로 내려오는 산줄기인데, 가칠봉 구룡덕봉을 거쳐 방태산에 이른다. 이후 산줄기는 수리봉으로 가든 기린면계로 가든, 어디로 그어도 30km가 못되어 지맥에 들지 못한 것이다. 어디로 가도 내린천으로 떨어지는데 아무리 길게 잡아도 25km 정도다.
백두대간 할 때도 ‘삼둔사갈’에 대해 잠깐 알아본 바 있지만 방태산하면 삼둔사갈을 품은 산이다. 3둔은 방태산 남쪽 자락에 붙어있고 4갈(가리)은 북동쪽 자락에 있다. 그 때 맛보기로 알아봤던 삼둔사갈을 다시 제대로 찾아봤다.
삼둔사갈이란 조선시대의 예언서인 정감록에 “난리를 피해 숨을 만한 비장의 피난처로 지칭한 ‘삼둔사가리’를 일컫는 말로, 둔이란 강(江)이나 내(川)등 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 물가의 둔덕진 곳(둔치)을 말하며, 가리(갈)란 사람이 살만한 터, 다시 말해 밭을 일굴 만한 평평한 산기슭의 터를 의미한다.
정감록에는 살둔이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 즉 물, 불, 바람. 달리 표현하면 흉년, 전염병, 전쟁의 삼재(三災)가 들지 않는 복된 땅이라고 한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높고 깊은 산세처럼 울창한 숲에서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를 만들어주니 전염병이 돌리 없고, 깊은 골짜기로 끊이지 않고 흐르는 물은 가뭄을 없애며, 산은 첩첩하고 골은 겹겹하여 들머리는 좁고 그 안은 넓어져 외부의 접근도 어려우니 피병지(避病地)라 아니 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좋게 말해 삼재가 들지 않는 복된 땅이라고는 하지만 한번 들어가면 쉽게 돌아 나올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긴 하지만 그건 이미 옛말이다. 강원도 두메산골 첩첩 골짜기인 ‘4갈’을 거치는 인제 진동리에서 양양 서림리로 터널이 뚫린지 이미 오래(06.12.개통)이고, 446번 지방도로와 56번국도가 ‘3둔’을 차례로 지난다. 오지를 찾는 사람들 발길 또한 이런 숨은 골짜기를 내버려두지 않아 어느 골짜기든 사람의 흔적은 찍혀있다. 이제 방태산 주능선을 훑었으니 또 시간을 만들어 삼둔사갈을 하나하나 찾아봐야겠다.
삼둔이 홍천군 내면 쪽에 위치해 있는 반면 사갈은 인제군 기린면에 위치해 있다. 사갈 가운데 연가리는 진동리에 있고, 적가리와 아침가리, 명지가리는 모두 방동리에 속한다. 이 가운데 현재 사람이 사는 마을은 살둔, 월둔, 연가리, 아침가리 정도다.
3둔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 상남초등학교 앞에서 446번 지방도를 따라 내린천의 상류인 미산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살둔, 월둔, 달둔이 차례로 있다.
살둔(生屯) : 홍천군 내면 율전2리. 원당초등학교 생둔분교(폐교 후 수련원)
월둔(月屯) : 홍천군 내면 광원2리. 내린천 상류와 자운천 하류가 만나는 합수부
달둔(達屯) : 홍천군 내면 광원1리. (계방산 북쪽 소대산에서 내려온 계곡)
‘살둔’이란 이름은 “이곳에 오면 산다”라는 뜻으로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당시에도 난리를 겪지 않을 정도로 오지(奧地)여서 단 한사람의 희생자도 없었다는데서 유래했으며 조선시대 세조집권을 반대하며 단종 복위에 가담했던 사람의 일부가 훗날을 기약하면서 내린천을 거슬러 올라 이곳에 머물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4가리
아침가리 :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조경동(朝耕洞)
명지가리 :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구룡덕봉 남동쪽 기슭이며 아침가리 물길 최상단부다.
적가리 :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방태산 자연휴양림이 있는 곳. 곁가리라 하기도 한다.
연가리 :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아침가리라는 이름은 높은 산봉우리에 묻혀 아침나절 잠깐 비치는 햇살에 밭을 간다고 해서 라기도 하고, 밭이 적어서 아침나절이면 다 갈수 있다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현재 아침가리에는 세가구가 살고 있으며 폐교가 된 ‘방동초등학교 조경분교’가 있다
연가리는 백두대간 구룡령에서 조침령으로 가는 중에 왕승골 갈림길 지나 [연가리골샘터] 이정표를 보고 식수를 보충한 적이 있다. 사람과산 지도에 연가리골 이름이 겨우 보일뿐 지형도에는 지명을 찾을 수 없다. 기린면 진동2리. 백두대간 능선에서 맞바위 쪽으로 흘러내린 계곡이다. 예전에 담배(연초)를 많이 재배했다고 연가리라 한단다.
사실 최근들어 일반에 알려지기로는 방태산보다는 내린천이다. 남한 지역에 오염되지 않은 청정계곡 제1순위로 꼽히면서 여름철에는 가히 북새통을 이룬다. 점봉산에서 시작한 방태천이 북에서 내려오고, 오대산에서 발원한 계방천과 자운천이 남쪽을 휘감으며 서로 합하여 북류하다가 마침내 소양강이 된다.
“내린천”이란 이름은 홍천군 내면의 내(內)자와 인제군 기린면의 린(麟)자를 합쳐 지어졌으며, 옛날 이 물길로 벌목된 나무들이 뗏목으로 만들어져 한양 마포나루까지 운반되었다고 하는데 그 물길은 우리같은 마루금파들에게는 어렵지않게 그려진다. 내린천 물은 소양강이 되고, 소양강은 북한강이 되었다가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비로소 한강이 된다.
열목어가 뛰어오르는 칡소폭포.
월둔과 달둔 중간에 오대산에서 내려오는 을수골 하류에 있는 폭포로 삼둔을 찾는 길이라면 꼭 들러볼만한 곳이다. 높이는 3~4m에 불과하지만 천연기념물 열목어가 쉼 없이 뛰어오르는 모습이 차마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곳이다.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작은 물고기의 몸짓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감탄사를 쏟아내지 않을 수 없단다.
(시간표)
12:35 미산교
12:50 한니동 들머리
14:45 배달은석 갈림길
15:08 방태산 깃대봉
15:32 ×1417m(배달은석)
15:44 약수터 갈림길
16:10 개인동 갈림길
16:43 방태산 주억봉
16:54 방동 삼거리
17:27 1,390봉 (조망데크)
17:44 구룡덕봉
18:02 매봉령
18:40 삼거리
18:46 휴양림 2주차장
19:00 휴양림 관리소
19:10 매표소
종잡을 수 없는 날씨지만, 몇 번이나 말로만 그친 방태산이라 우중산행이라도 각오하고 나섰다. 버스기사가 삼복 날씨임에도 넥타이에 양복까지 걸친 의관은 아주 깔끔하다만 강원도길에 그리 밝지 못한지 부산출발 여섯시간 반만에 미산리에 도착을 한다. 자기 딴엔 네비가 안내하는데로 왔노라지만 최근 한강 춘천하면서 우리가 다녔던 길이 아니었고 바로 옆에 있는 행치령에 올 때도 시간이 이렇게 걸리진 않았다.
낮 열두시반에 산행 시작이라니, 그럼에도 산행대장은 계획수정을 않는다. 나야 바라던 바이지만 어디서나 한 두사람 뒤처지게 되어있는 법인데 어찌 감당을 하려나. 지도를 언뜻봐도 구룡덕봉을 돌아 내려가려면 ‘다섯시간 반’으로는 어림없어 보인다만 내 소관사항은 아니라.
미산리 내린천을 건너는 ‘미산약수교’를 건너자말자 내리란다. 들머리까지 아직 아스팔트길이 1km는 되어 보이는데 버스 돌릴데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더는 못올라 가겠단다. 줄줄 내리는 비를 일단은 우의로 막아본다. 가다가 더워지면 벗어버릴 요량이다.
미산교(410m)
미산리 입구 쪽에는 이렇게 비가 오는데도 래프팅을 하는 무리들이 있다. 하기야 이런날 산에 올라가는 우리가 저들 나무랄 형편도 아니다. 몸 사리는 일부는 그대로 버스에 앉아있고 용감한 여남은 명만 비를 맞으며 올라간다. 10수분 올라가니 아담스런 팬션 앞에 등산안내도가 서있어 한눈에 들머리인줄 알겠다. 이 길은 계속 올라가 개인동을 지나 개인약수로 오르고, 곧장 가면 구룡덕봉으로 올라가는 어두원골이다.
어두원길 : 개인리 동북쪽. 곧 구용덕봉 밑에 있는 골짜기로 뒤에 높은 산이 솟아 있고 골이 깊어서 늘 어두운데 연유하여 지은 이름이다.
한니동 들머리 (640m)
[방태산 안내도] 그림을 보니, 승용차로 개인동까지 올라가서 개인약수로 해서 주억봉에 오른 다음, 구룡덕봉에서 개인산으로 침석봉에서 내려오면 하루꺼리 원점회귀코스로 적당해 보인다.
돌담길 옆으로 난 길로 들면 바로 개울을 건넌다. 이후 몇 개의 개울을 건넜는지 기억도 없다만 아슬아슬 하긴해도 다 뛰어넘을 만한 물길이다.
심마니들이 제를 올린다는 산신제당, 율곡선생 부친이 심었다는 ‘나도밤나무’를 지나고 꾸준히 고도를 올린다. 길은 경운기 정도는 다닐만한 폭에 바닥은 돌길이다. 도랑 물소리 요란하다. 이 골짜기는 하니동계곡 또는 용늪골로 불리는데 그리 빼어난 풍광은 없어 보인다. 비는 다소 잠잠해 지면서 그치는 기미다.
한니동 들머리
용늪골
옛 한니동 (합수부 갈림길)
합수부 갈림길(800m)
들머리 출발 40분 걸려 너른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지면서 좁아진다. 왼쪽 골짜기로는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다. [국유림복합경영사업장] 간판에는 무단출입시 처벌하겠단다. 폭넓은 길은 여기까지이고 삼거리를 이루면서 평평한 지형을 이루면서 바로 앞에 도랑이 흐른다. 여기서 점심을 먹고 식후작업을 하러 숲으로 들어가봤는데 축대를 쌓은 흔적과 밭터 흔적도 보인다. 여기가 한니동(寒泥洞)이 아닐까. 비가 더 올런지는 모르겠다만 일단은 비옷을 벗어 넣었다.
이제 길도 좁아지고 경사도 더해졌다. 본격적인 오름의 시작이겠다. 깃대봉까지 고도 600을 올리는 만만찮은 작업이 기다린다. 합수부에서 거진 한시간 걸려 고도를 확인하니 1200이다.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도 후들거린다. 우측 나무사이로 언뜻 그럴듯한 암봉이 하나 불숙 솟았는데 제대로 보니 ‘배달은석’이라는 봉우리다.
100m 더 올라가니 마치 지리산 상봉 아래 천왕샘 처럼 거대한 바위벽에서 뚝뚝 떨어지는 석간수가 작은 샘을 만들었다. 암벽을 피해 옆으로 휘돌아 오른다. 그 암벽 앞에서 깃대봉으로 바로 오르는 길과 배달은석으로 질러가는 길이 갈라진다. 곧추 선 비탈이지만 여기까지 오른 마당에 깃대봉을 생략하랴. 급비탈길에 붙으면 비로소 오늘 입산하고 처음으로 햇볕을 본다. 그만큼 골짝에 숲이 빽빽했음이다.
동자꽃, 둥근이질풀, 모싯대
흰물봉선
×1,417m (배달은석)
방태산(芳台山 깃대봉 1435.6m △현리11)
이정표에는 [6km 2시간]인데 나는 2시간20분 걸렸다. 밥 먹는시간 빼면 2시간이 맞겠고 키로수도 거의 비슷하다. 주억봉은 [3.5km에 2시간30분]인데 실제 3.9km에 1시간반 걸렸다. 이정표 설치한 사람들은 도중에 점심을 먹고 갔나보다. 점심시간 보태면 두시간반이 되겠네.
지형도에는 여기를 ‘방태산’으로, 동쪽 ×1,439m봉을 ‘방태산(주억봉)’으로 표기했다. 그러니까 지리원지형도는 여기가 방태산(주봉)이고 1439봉은 방태산에 딸린 주억봉인데, 현지에서는 서로 뒤바뀐 듯하다. 높이가 더 높아서이기도 하겠고, 휴양림에서 탐방로를 내면서 거기에 속한 주억봉을 부각시킴에 따라 그리된 것도 같다. 높이도 그렇고 주능선의 한가운데 위치한 것도 그렇고 주억봉이 더 主峰스럽다만 고시(표기)는 따로 되어 있으니 어느장단에 맞춰야 하나.
구름을 뚫고 햇살이 비치기는 하나 건너편 산은 모두 구름속이다. 그래도 기분을 내며 카메라 이리저리 돌려가며 박아댔지만 역시나 허연 구름만 찍어왔다. 삼각점은 1등급이지만 이정표 기둥에 ‘방태산 깃대봉’이라 쓴 나무판만 걸려있다.
뒤로 5분정도 나가면 방태산 뒷봉인데 높이는 조금 낮아 보이고,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기린면계인데 이 기린면계는 동쪽으로 구룡덕봉까지 이어진다. 마치 헬기장 같은 평평한 정상부는 꽃밭이다. 동자꽃, 산오이풀, 도라지모싯대, 초롱꽃, 둥근이질풀들이 서로 어우러져 천상화원을 만들었다. 키 작은 관목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내려서면 안부이고, 깃대봉 아래에서 질러온 길과 만난다. 여기도 꽃밭이다.
방태산(깃대봉)
깃대봉 뒷봉
×1,417m
일부 지도에 ‘배달은석’이라 표기된 봉우리다. 기린면 방동리 지명유래에 ‘배달은 돌’ 또는 ‘배닿은 돌’ 이라 나오고 옛날 대홍수 때 배가 떠내려가지 않게 큰 바위에다 구멍을 뚫어 배를 매달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강원도 산골 해발 1300m에 뭔 배를 매달았다는 얘긴지 황당하다. 고창 선운산의 ‘배맨바위’ 역시 같은 유래 이다만 그쪽은 바닷가라 예전에는 그럴 수도 있다 하겠지만 방태산 어디에 배를 달았다면 한반도 전체가 물에 잠길 일 아닌가.
깃대봉쪽에서 오르는 기슭에 울퉁불퉁 뾰쪽하게 선바위가 몇 개 있긴 한데 정작 어느 바위가 그 바위인지는 알아보지 못하겠다. 더 찾아보려다가 그 유래 자체가 너무 실없는 이야기라 발길을 돌렸다. 이어지는 능선도 볕이 들지않는 숲길이다.
1417봉에서 15분 거리에 갈림길이 나온다. [약수터 1.1km 1시간] 남쪽으로 가리키는데 아마도 개인약수를 말함인가 보다. 이제 주억봉까지는 신나게 달리면 되나 싶었다만 돌길이 발목을 잡는다. 울퉁불퉁 튀어나오기도 하고, 큰 바위는 두 손짚고 오르내려야하니 막 달릴 형편이 못된다.
선두조는 벌써 달라뺐고 후미조는 오는지 마는지, 오다가 되돌아 갔는지 알 수가 없는 일이라. 후미가 돌아 가버렸다면 내가 후미라는 얘긴데, 갈 길은 까마득한데 시간은 4시가 넘는다. 마음만 바쁘지 발은 느리기만 하니 땀만 더 난다. 약수터 갈림길에서 한 1km 왔나. 넓은 공터 갈림길이 나온다. 역시 개인약수로 내려가는 길인 모양이나 이정표는 없다.
이 갈림길을 지나고는 길이 다소 순해진다. 물이 고여 질퍽한데도 있으나 흙이 밟히니 속도를 낼 수 있다. 봉우리 정점 몇군데를 빼고는 빽빽한 숲속이라 고개 돌릴 일도 없이 부지런히 다리만 젖어댄다. 고도차도 고만고만하여 한결 탄력이 붙다가 주억봉 직전 안부에서 오름이 길어진다.
주억봉 (主億峰 ×1,439m △현리434)
정상표지판과 삼각점은 정점 바로 아랫부분에 설치되어 있다. 정점부가 좁아서 그랬는 모양인데 정작 조망은 정점부에 올라야 팔방으로 다 보인다. 내가 정상부로 들어섬과 동시에 선두 둘이 막 내려간다. 선두와 그리 멀리 벌어진건 아니니 여유를 가지고 배낭을 내리고, 내리는 김에 아랫도리까지 함께 내린다. 바람 또한 시원하게 불어주니 여기까지 헐떡거리며 쫒아온 보람이 있다 싶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개인약수쪽으로 내려가는 사람 하나 만났을 뿐 오늘 같은 날 누가 또 오겠나.
멀리 북으로 구름을 잔뜩 쓴 대청봉이 점봉과 나란히 보인다. 저 점봉에서 하루 묵으면서도 방태는 생각도 못했으니 역시 산길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 모양이라. 동으로 두로봉 비로봉도 그저 구름속으로 짐작만 할 뿐이다. 거저 내리지 않는 비에 감읍할 따름이구나...
거풍작업 마치고 행장을 수습하니 사람 하나 올라온다. 가만보니 우리버스에 함께 왔던 사람인데, 버스타고 방태산휴양림까지 돌아가서 휴양림에서 올라오는 참이다. 이름하여 ‘C조’란다.
주억봉
설악산쪽
구룡덕봉
주억봉 바로 아래 방동리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삼거리다. [주억봉0.4 구룡덕봉 1.4km] B조는 여기서 하산예정이고 A조는 구룡덕봉이라. B조는 아직 주억봉에도 못이른 모양인데 구룡덕봉 돌아가도 되지않겠나. 시간은 5시가 다 되간다만 설마하니 내가 민폐를 만들기야 하겠나. 계획대로 가보자.
삼거리를 지나고도 길은 뚜렷하지만 울퉁불퉁 요철이 있어 까다롭다. 휴양림에서 개설한 탐방로 코스라 [5km지점] 등 안내판이 있고, 주로 능선 북쪽으로 이어지는데 아름드리 주목이 여럿 보인다. 주억봉에서 빤히 보이던 구룡덕봉 이지만 마음이 급해 그런지 더 길게 느껴진다.
1,390봉
주억봉에서 40분 걸렸다. 통나무로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는 태양열 집열판을 단 시설물이 있다. 주변으로 로프를 둘러 통로를 내고 동 북 남, 세 방향으로 조망데크를 설치했다. 예전에 군부대가 주둔했던 곳인데 휴양림의 지도를 보면 여기를 구룡덕봉이라 표기했고 나도 그런줄로 알고 신나게 찍었는데(!), 지형도를 맞춰보니 구룡덕봉은 헬기장 건너편에 보이는 다음 봉우리다. 설악산, 오대산쪽 조망도가 있으나 오늘은 모두 구름 속에 숨은산이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개인산 침석봉 능선만 확연하다.
내려가면 헬기장과 임도를 만난다. 이 임도는 응복산쪽으로 내려가다가 남쪽으로 월둔, 북쪽으로 명지가리를 거쳐 아침가리(조경동)로 내려간다. 차는 못 올라오겠고, 산악용바이크는 가능하겠다. 헬기장에서 남쪽으로 [샘터 0.25km] 이정표가 있고 길이 보인다. 샘터가 있으니 야영도 가능하겠다. 예전에 군부대가 있었고 이를 복원했다는 안내판이 있다. 임도를 따라 잠깐 가다가 구룡덕봉은 왼쪽 숲길로 들어간다.
구룡덕봉으로 불리는 1390봉
지형도상 구룡덕봉
구룡덕봉 (1,388m △현리311)
숲으로 둘러싸이고 바닥에 삼각점만 있다. 지형도상 여기가 구룡덕봉인데 숲속에 묻힌 봉이라, 직전에 조망데크가 있는 봉우리가 새 구룡덕봉이 된 모양이다. 생긴거는 그래도 이 봉우리가 주요한 깃점이 되는 것이, 여기서 개인산과 침석봉으로, 또 가칠봉으로 해서 백두대간으로 이어지고 인제군과 홍천군의 경계가 되는 무시못할 봉우리다. 아래쪽으로 돌아가는 임도가 있으니 올라오는 사람도 별로 없을 듯하다.
내려가면 직전의 임도와 다시 만나고, 잠시 임도를 따라가다가 임도가 우측으로 휘돌아 내려갈 때 정면 숲으로 들어간다 [매봉령, 방태산휴양림] 간판이 두 개 있다. 급 내림길 후에 잔잔한 산죽이 밭을 이룬다.
매봉령(1,200m)
지형도의 명칭은 아니고, 고개로 보이지도 않는다만 이정표에 현위치 매봉령이라 해놨다. 직진하는 능선은 왼쪽으로 적가리골 우측으로 아침가리골을 가르면서 방동리 방동약수로 내려간다.
[매봉령]
왼쪽 휴양림길로 내려간다. 길은 휴양림에서 내놓는 탐방로 코스이니만치 뺀질뺀질할 만큼 잘 닦여있다. 카메라에 저절로 후레쉬가 터지는걸보니 시계를 보지 않더라도 시간을 알만하다. [시작점에서 3.1km]라 되어 있는데 시작점이 어딘지 알 수가 있나. 실제로 휴양림관리소까지 4.5km 이고, 매표소까지는 1.5km를 더 내려가야 했으니 도합 6km를 내려간 셈이다. 그걸 1시간 15분 걸렸으니 엥간히 밟은 모양이다.
30분을 내려오니 왼쪽으로 [숲체험코스] 이정표가 있다. 이제 겨우 휴양림 영역 안에 들어왔나보다. 우측 계곡 암반 위를 흐르는 물은 가히 옥수(玉水)다. 계곡을 건너는 통나무다리가 나오고 휴양림에서 산책 나온 사람을 만난다.
삼거리
다시 10분을 더 내려오니 비로소 주억봉 아래 삼거리에서 내려온 길과 만난다. 우리편 B조가 내려올 길이고, 휴양림에서 내놓은 탐방로 코스가 여기서 왼쪽 내가 내려온 길로 올랐다가 우측 길로 내려오는 코스로 9.8km 거리다. 흐르는 계곡물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제2주차장
휴양림을 통해서 차량이 올라오는 마지막 지점이다. 승용차 몇 대 보이고 숲속에는 야영객의 텐트도 보인다. 눈으로 보기에는 그저 부럽기만 한 장면이지만 코로 들어오는 숨은 온통 고기 굽는 냄새다. 그 데크 위에 지은 집집마다 고기들을 구워대니 좁은 골안에 소고기 돼지고기 짬뽕 잡탕이 되어 숨쉬기조차 거북스럽다. 이 양반들 도데체 집에서는 고기 구경을 못해서 여기와서 꾸워대나... 하기사 난들 이런데 오면 자연스럽게 굽는게 삼겹살이니 남 묙할바도 못되고, 어쨌든 우리나라 휴양문화 좀 바꿔야 할거 같다.
차가 다니는 길이니 달려도 좋을만한 길이다. 10여분 더 내려오니 휴양림 관리소 건물이 나오고 바로 아래 주차장에 버스는 보이는데 우리 차는 아니다. 좋다 말았다. 기사님께 전화를 하니 매표소에서 통제를 하는 바람에 못올라갔다나 뭐라나. 이 양반 참, 복장에만 깔끔 떨지말고 손님 생각이나 좀 더하지... 매표소는 아직 1.5km 아래다.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고, 가벼운 중이 움직여야지 어쩌겠노... 휴양림 관리소 앞에서 7시 땡하는 시보를 들었고 15분 더 허우적 거리고 비로소 버스를 만난다. 휴양림 매표소 차단기가 내려져 있는걸 보니 버스를 막기는 막는 모양이다.
매표소 바로 앞 도랑은 매표소에서 빤히 내려다보이는 곳이나, 이미 주변이 어둑어둑해 눈치 볼 것도 없이 홀랑벗고 몸을 담궜다.
"ㅇㅓ ㅁㅔ... 조은거~~~"
구룡덕봉에서 내려오는 길에 옴니아폰을 켜봤다
트랙 잘 그려지고, 계곡길에 허리춤에 찼는데도 수신은 잘된다.
첫댓글 멋진산행기 잘봤읍니다. 옴니아에 수신이 잘된다니 이젠 스마트폰 영역이 어데까지 갈런지 기대됩니다.
너무 자료 감사합니다 개인 약수 주차장에서 직진하면. 계곡따라가면 화전민 지역. 그리고 새로 단장한 전망테크와 만나요 몇달전에 다녀왔죠 ㅎㅎㅎ 언제 이길도 가보려고합니다
바리게이트 뚫고 돌진 미션을 수행해야 일류기사.. ㅋㅋ
지난주에 쏘주 한잔 함시로 방태산 얘기가 나오드마 이번주도 본업은 접어두고 안내산행 따라서 댕기왔는 모양이지요. 전에 장사이 얘기하든 방태산이 거기 아잉교?
나는 39도~ 40도에 땀으로 허우적 대다가 오늘은 출근 했심다.
2001년 무박으로 방태산을 갔었는데 초입을 잡지못해 고생 무자게하고 포도시 개인약수터 찿아 아침먹고 방태산 찍었는데 그때도 여름인지라
폭우들이 내렸는데 다음날 광주에서 뉴스들으니 일요일 밤 폭우로 피해를 엄청주었다는데 하루만 오차가 없었다면.... 지금생각해도 끔찍합니다, 그때 심정은 이제는 산 그만두고 집에서 리모콘 잡는다 했는데... 40여명을 인솔 밤새내내 헤메였으니 생각해 보세요~~^^ㅎㅎㅎ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미산교를 네비에 치고 같더니 미산 1,2, 3교가 있어 들머리를 못찾고...
gps트랙으로 찾아찾아 같더니..
(미산약수교)더군요~~~서방님을 위한 기사역활 이었지만..덕분에 제서방님 산행잘하고 돌아 왔습니다...gps의 위력~~~
멋진 산행기 잘봤습니다.
인제에 살면서 멋진 산행기를 10년이나 지난 2020년에 보네요.^^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