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이 피었습니다. 감꽃으로 목걸이 만들고 꽃바구니 만들어서 선생님께 드리면 ‘천생 시인일세’ 하시면서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선생님 모습이 오늘은 유독 생각납니다. 스승의 날에 찾아뵐 수 있는 선생님이 계셔서 좋다고 철없이 웃던 저의 모습도 그립습니다. 세상에 나만 혼자 스승님이 있는 양 의기양양해서 아침부터 버스를 타고 포항으로 달려갔습니다. 제가 대접을 해야 하는데 언제나 선생님께서 맛있는 것을 사주셨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도 가고 카페에서 빙수도 먹으며 하루를 보내고 왔습니다. 이제 선생님이 안 계신 세상에서 스승의 날을 홀로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은사님이 계시지만 선생님은 나에게 부모님 같은 분이였습니다.
선생님께서 ‘그만 노시지, 언제 시는 쓰시려나’ 하시면서 회초리를 드시던 그 시간이 마냥 그립습니다. 이제는 마냥 놀아도 어떤 사람도 나에게 걱정해 주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안 계시면 누구에게 모르는 것 물어보냐고 오래 사시라고 늘 기도했는데 선생님이 너무 일찍 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그렇게 일찍 가시려고 저에게 지극한 사랑을 주셨는지 모릅니다. 얼마 전에 문협에서 문학기행을 갔습니다, 선생님과 연배가 같은 선생님이 저보고 연주 선생이 안 계시니까 제가 힘이 없다고 그러시는데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습니다. 실은 문학기행 내내 선생님이 생각나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선생님을 스승님으로 모시고 공부했던 것이 제게는 최고의 행운이었습니다. 슬퍼하지 않을 겁니다. 선생님이 언제나 제 곁에서 지켜주고 있음을 알기에 당당하게 예쁘게 살아가겠습니다. 선생님의 제자답게 달나라 공주로 살아가겠습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2023년 5월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