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골목으로 찾아가는 동국대 후문의 명물
<동국 할머니집>
대학 근처 어느 곳을 가도 그곳 학생들 사이에서 유난히 소문이 났거나, 모이는 장소는 따로 있다. 그곳은 반드시 맛에 있어서도 서비스에 있어서도 제일 중요한 가격에 있어서도 다른 무엇이 있다.
특히, 대학가는 주머니사정이 넉넉지 못한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곳이라 푸짐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사랑받는 주점들이 많은데, 이곳 역시 동국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동국할머니집은 찾아가는 길부터 그리 녹녹지가 않다. 골목 후미진 곳에 위치해 있어 찾아가는 재미가 또 쏠쏠하다.
찾아간 술집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온통 낙서로 덮힌 벽면에 작은 입구에는 심각하게 적혀있지만 웃음이 나올 듯한 ‘미성년자 출입금지. 주민등록증 제시’라고 적혀있다. 들어서면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 옆으로 벽면도 온통 낙서투성이다. 학생들의 문화를 엿보는 듯하다.
메뉴판도 따로 없다. 그냥 벽에 붙어있는 메뉴를 보고 주문하면 되는데, 대체로 동동주에 파전이 인기메뉴다. 살얼음이 살살한 걸쭉한 동동주에 큼지막하고 넓적하게 지져낸 파전이면 각 4,000원이다. 이정도 가격에 이정도 양이면 주머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지 않나 싶다.
계란말이나 제육볶음도 3,000원. 닭발볶음도 3,000원이면 해결이다.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투박한 어머니 손맛같은 파전은 오징어와 야채를 듬뿍넣고 바삭하게 지져내어 고소한 맛이 그대로다.
동동주 한사발에 파전 한접시, 좋은 벗들과 두런두런 얘기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동국 할머니집이라는 간판은 초기에 이 술집은 할머니께서 운영하셔서 붙여진 이름인데, 1999년에 지금의 사장님께 인수하셔서 이름과 명성을 그대로 유지시키고 있는 곳이다. 동국대 후문에서 동동주가 생각나면 주머니 걱정 없이 이곳에 한번 들려보면 좋겠다. 후한 인심도 있고, 대학가의 멋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