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음악과 관련해서만은 섣불리 큰소리를 낼 처지가 아니다. 지난해 가수 이효리의 앨범 재킷 사진 모방 의혹과 같이 음반 분야에서는 표절문제가 심심치 않게 불거지고 있다.
지난 1996년 새해 벽두 가요계는 표절시비로 한차례 홍역을 치르고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댄스그룹 룰라의 신보 3집의 타이틀곡 '천상유애'. 이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시중 레코드상 판매순위에서 1위에 올라섰고 당시 제작사측에서 선주문량만 100만장을 돌파했다고 발표한 화제작이었다.
하지만 타이틀곡 '천상유애'가 일본의 남성 6인조그룹 닌자가 90년 발표한 '오마쓰리 닌자(お祭り忍者)'의 주요부분을 표절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각종 매스컴과 PC통신을 이용하던 네티즌들의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다. ('오마쓰리 닌자'는 일본의 전설적 엔카가수 미조라 히바리의 '오마쓰리 만보'의 리메이크곡이다.)
당시 네티즌을 중심으로 음반불매 서명운동이 벌어지던 상황에서 이 그룹의 한 멤버는 TV의 연예프로그램에서 이 곡의 표절시비를 문제삼자 손목을 찌르는 등 자해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룰라는 96년 오늘(1월12일) '도의적 책임을 지고 활동을 중단한다'는 기자회견을 갖고 표절파문을 일단락시킨다.
'천상유애' 표절파문은 오랜기간 뼈를 깎는 산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손쉽게 곡을 만들어 돈과 인기를 얻어온 가요계의 오랜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우리의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재현되지 않는 계기가 되길 기원하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룰라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96년에만 해도 이오스의 '넌 남이 아냐', 이무송의 '이리 와서 봐'와 몇몇 신인급 가수들의 노래가 악성 표절로 밝혀졌고, 히트곡의 대열에 올랐던 디제이덕의 '미녀와 야수', 녹색지대의 '준비없는 이별', 패닉의 '달팽이'도 표절 혐의에서 자유롭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