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이달 미국과 러시아가 고위급 회담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는 회담에 포함되지 않아 전문가들은 종전 협상이 순탄치 않으리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한 정세 속에서 우크라이나의 아동은 여전히 전쟁의 그늘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소니아 쿠쉬 세이브더칠드런 우크라이나 사무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쟁이 우크라이나 아동들에게 미친 영향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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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2025-02-23 러 "트럼프-푸틴 정상회담 준비 중…2주 내 특사 회담 기대"
▲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의 작은 마을 후티르(khutir). 포격과 폭발이 일어나는 동안 지하실에 숨어 지낸
바라와 두 아이들 마리아, 세르피(이름은 모두 가명), 그리고 세이브더칠드런 직원들
[전쟁의 그늘, 아동의 삶을 뒤흔들다]
"우크라이나에서 3년간의 전쟁 속에 아이들의 삶은 산산조각 났습니다. 공습경보, 정찰 드론, 폭발로 인해 아이를 둘러싼 주변의 모든 것이 파괴되었죠. 집과 학교에서 쫓겨나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잃고, 두려움 속에서 살면서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찢겨 나갔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보고서 '분쟁 속 희망: 우크라이나 분쟁 2년(Hope Amidst War)'에 따르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1,500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발생한 이주 위기입니다. 분쟁 이후 민간인 사망자 수는 아동 587명을 포함해 약 10,500명에 달했습니다. 이 중 87%인 9,241명은 폭발 무기로 인해 숨졌고, 약 2만 명은 폭격, 지뢰, 드론 등의 공격으로 다쳤습니다. 피난 과정에서 팔과 다리를 잃거나 시각 장애를 입는 등 아이들의 일생에 영향을 미치는 피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 관련 보고서
📍'분쟁 속 희망: 우크라이나 분쟁 2년(Hope Amidst War)' 보고서 원문
▲ 지난해 1월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키이우
[생명의 위협과 교육의 단절]
"전쟁 발발 이후 2,500명 이상의 아동이 사망하거나 다쳤습니다. 집과 학교, 병원이 지속적으로 폭격을 받았어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5%가 지뢰와 폭발 잔해로 뒤덮여 있어, 아동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최전선 지역의 아동은 공격으로부터 대피하는 데만 7개월에 해당하는 5,000시간을 보냈으며, 종종 지하로 대피하기도 했습니다."
"교육 상황도 심각하죠. 약 400만 명의 우크라이나 아동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4년 학교에 대한 공격은 2023년에 비해 두 배로 증가했고, 약 120만 명의 아이들이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과 너무 가까이 살거나, 학교에 방공호가 없어서 대면 학습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아이들은 친구들과 배우고 소통할 기회를 잃었고,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고 있어요."
학교를 가지 못하는 것은 아이들의 뒤바뀐 인생의 일부일 뿐입니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학습과 성적을 못 받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사회화 과정을 놓치는 것이죠.
▲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의 지하 대피소에 있는 아이들
[정신 건강의 위기와 빈곤의 악화]
"전쟁은 아동들의 정신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약 150만 명의 아동이 PTSD와 우울증의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일부 아이들은 언어 장애를 보이고, 경련이나 발작을 일으키기도 하고, 또 끔찍한 악몽을 꾸고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도 심각합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여성과 아동이 치솟는 빈곤의 고통을 겪고 있어요. 영양가 있는 음식이나 의류, 위생용품과 같은 필수용품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쟁은 아동들의 인생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줍니다. 평생 가지고 가야 할 장애를 입히기도 하고 교육의 권리를 빼앗기는 등 아동의 삶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전쟁이 우크라이나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인 것에 그치지 않을 겁니다. 교육의 단절, 정신적 트라우마, 경제적 어려움 등은 아이들의 미래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 관련 자료
📍2025-02-24 [보도자료] 세이브더칠드런, “우크라 전쟁 3년 속 빈곤, 아동 가장 큰 피해자”
▲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에 살고 있는 마리아와 아들 드미트로(현재 6세)
[국제사회의 지원 절실]
"우크라이나의 아이들은 이 잔인한 전쟁에서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국제 사회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전 세계가 나서서 인도주의적 대응에 전폭적인 자금을 지원하고 이 세대의 장기적인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세이브더칠드런 우크라이나 사무소장 소니아 쿠쉬
인터뷰이 소니아 쿠쉬
키이우에 본부를 둔 세이브더칠드런 우크라이나 사무소장. 그녀는 2015년부터 2022까지 중동의 여러 지역에 본부를 둔 시리아 대응 책임자였으며, 라이베리아의 에볼라 대응(2014년), 필리핀 태풍 하이옌 대응(2013년), 아이티 지진(2010년), 반다 아체 쓰나미(2004년), 팔레스타인(2001~2002년) 등 인도주의 대응 수석 디렉터를 역임했습니다.
▲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 외곽의 한 학교
세이브더칠드런은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에서 인도적지원 활동을 시작했으며 2022년 2월 전쟁 후 대응 활동을 전면 확대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인접 국가에서 피난민 아동과 가족을 대상으로 식량, 깨끗한 물, 현금 및 바우처 지원, 대피소 등 긴급구호 활동을 진행 중입니다. 이와 함께 세이브더칠드런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재난· 재해에 대비하여 골든타임 72시간 내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긴급구호기금을 사전에 확보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세이브원(Save One) 캠페인에 참여하면 후원금 전액이 긴급구호아동기금으로 사용되고, 후원자에게는 인도적지원 전문가와 연결된 모습을 상징하는 팔찌가 제공됩니다.
글. 정리 나상민(커뮤니케이션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