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보면 탄식 나와

[숲사람]

가서 보니 탄식이 나와

-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낙동강 순례기-

주님, 비오니 더 늦기 전에 저들이

국민과 하느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시어

주님이 마련해주신 아름다운 산하와 수많은 생명과

사람들의 터전을 지켜주소서. 아멘

   26일(월) 10시 상주 개운동성당에 모여 경건하게 <4대강을 위한 기도>를 바친 일행이 중동 잠수교 쪽으로 순례 길에 올랐다. 사제 세 분, 수도자 열두 분을 포함 안동 문경 선산 상주 영덕 등지에서 모인 순례객이 모두 서른다섯 사람이었다. 중동교에서 차를 내려 상류쪽으로 바라본 낙동강은 공사장 장비들로 인해 물빛이 이미 흐려져 있었다. 상주보(사실은 상주댐) 입구에 다다라 바라본 공사장은 첫눈에 “이건 아니잖아!”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강에서 퍼 올린 준설토가 높다랗게 쌓여 흉물스런 둑을 이루고 있었고, 그 둑 너머로도 준설토가 농토를 뒤덮고 있었다. 상주보에는 가동보 철제 건조물이 강 한 편에 우뚝 세워져 있고, 강 건너편으로 고정보 물막이 시설을 머지않아 설치할 예정인지 덤프트럭이 분주히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경천대쪽으로 산등성이를 따라 걸으며 내려다 본 공사장은 일행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말았다. 오랜 세월 흐르는 물길을 양쪽으로 두고 생겨난 커다란 섬이 파헤쳐져 있었다. 자연섬을 인공섬으로 바꾸려는지 커다란 수양버들이 쌓인 준설토에 허리까지 묻혀 있는 모습은 4대강 살리기라는 구호하고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여남은 마리의 고라니와 수많은 수변 동물들이 서식하던 푸른 섬이 허옇게 속살을 드러낸 모습이 가슴 아팠다.

   삼복이라지만 유난히 무더운 날씨였다. 드라마 <상도> 촬영장에서 잠시 땀을 닦으며, 각자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떼운 일행은 멀리 경천대 건너편 모래사장 앞까지 돌아서 갔다. 상주 시민의 쉼터로서 천혜의 풍광을 자랑하는 경천대! 주민의 반발을 두려워함인가 아직 이곳에는 공사의 삽질이 시작되지 않았다. 태풍 전야처럼 긴장이 느껴졌다. 지율 스님이 이곳만은 지켜내야 한다며 떠나지 않고 근처에 아주 눌러 계신다고 한다. 그런데 공사의 강행을 알리는 붉은 깃발들이 들판 한가운데를 일직선으로 띄엄띄엄 줄지어 서 있었다. 옥토라는 이곳 들판도 공사판으로 변하게 돼 이맘때 벼가 한창 자라야 할 논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놀라운 것은 붉은 깃발을 기준으로 이 들판이 직선으로 강으로 변한다면 경천대 앞의 강폭은 4, 5백 미터가 넉넉히 되리라는 것이다.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내린 결론은, 전체 공정에 비추어 아직 시작 단계인 4대강 공사를 여기서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겨우 강바닥 준설 정도로 진척된 공사를 바로 중단한다면 생명의 강은 지켜낼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하루였다. 아울러, 서울에서 문화예술인 40여명이 지난 주 이곳 낙동강을 찾아 순례하였는데 좀더 많은 발길이 이어졌으면 한다.

2010. 7. 26.

우려하는 순례단

사라져 가는 모래톱

쌓인 준설토 위에서

흉물스런 상주댐 가동보

농지를 뒤덮은 준설토

고라니와 수변동물들의 서식지도 사라지고

상주보(상주댐이 맞는 표현) 공사 현장

왼쪽은 현대가, 오른쪽은 대림이 시공

경천대 건너편 붉은 깃발이 서 있는 데까지 물길을 낸다고

[솔지]

아직은.... 황량하네요~~~~ 숲사랑님.... 화이팅~ !!!

[정가네]

정말 미친 짓입니다. 에이, 비벼먹을 놈들 같으니라구...

[더바]

비벼머글~! ㅎㅎㅎㅎ 모래가 필요했나?

[린네아]

낙동강 살리기가 아니고 건설사 살리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상월리행구]

골칫덩어리입니다.

[숲사람]

이 글이 한겨레신문 8.2일자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