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에 충남 홍성의료원 호스피스병동엘 다녀 왔어요.
이제 마흔 여섯의 예쁜 아내와 스물셋, 스물 둘 된 똑똑하고 발랄한 두 딸을 두고
마흔 아홉된 남편이 폐암 말기로 지난 1월 중순 시한부 '한 달 반 선고를 받고
죽음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마지막 정거장 같은 곳에.
2주전의 월요일 오후 7시쯤 교회에 있는데 그동안 제 전화번호를 찍었다가 '혹시 부담을 주는 게 아닐까~' 싶어
그만 둔 것이 네 번이었다면서 그날은 강력한 영감(?)에 이끌려 제게 전화를 하게 되었다고,
예전처럼 까르르 웃음이 쏟아질 듯한 밝은 목소리로 안부를 물어 왔어요.
아마도 우리가 얼굴을 본 것이 3~4년쯤은 지났을 거예요.
'어머나~ 이 전화 받으려고 나도 한 달 쯤 전에 그미가 생각났나보다, 잘 지내죠. 별일 없으시죠?'하니
'그럼요. 잘 지내지요. 그런데 별일은 있어요.' 하면서 남편과 호스피스 병동에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렇지만, 이야기 하는 내내 절망스럽다거나, 불행하다거나 라는 말이나 느낌 하나도 없이
지금 이 때가 자기 부부로서는 최고의 행복을 누리고 나누는 때라고 했어요.
통화 중 제 핸폰 배터리가 방전되어 하던 이야기가 그만 끊기고 말았어요.
마침 모임 시간도 임박했고, 주변 전화를 이용할 곳도 없어서, 하루가 지나서야 다시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그 친구는 제 전화가 방전된 것을 모르고 만의 하나, 자기의 이야기가 부담스러워 전화를 끊은 것은 아닐까?
살짝 고민을 했다더군요.
주말에 찾아봐야지~ 한 것이,
아들녀석이 친구 세 명을 부산에서 데려 온 바람에 밥 해 먹이느라 못 가보고 또 한 주는 강화도에 계시는
시아버님께 들렸다가 가 보려 한 것이 서해안고속도로가 막혀 되돌아오고 이러다간 장례식에나 가게 될 것 같아
엊그제 월요일 오후, 부랴부랴 무거운 마음으로 오랜만에 기차를 타고 충남 홍성엘 갔어요.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도무지 할 말이 없을 것 같아 그저 손이나 잡아 주고
꼭 안아 주고 등이나 토닥여줘야지~.
이런 제 생각과, 제 마음은 그니들의 병실을 들어서며 완전 깨어지고 말았어요.
호스피스 병실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 생기있는 아내의 모습, 몰핀에 취해 산만하거나 힘들어 할 환자의 모습을
상상했는데 그것은 정말 상상일뿐 너무나 또렷한 의식과 언어, 천사의 얼굴이 저렇겠지 싶을 정도로 환하고 맑은
그 남편의 웃는 얼굴을 보는 순간, 모든 긴장이 풀어지고 마음이 가벼워지는데~
제가 환자의 손을 꼭 잡고 감사와 감격에 휩싸여,
'어머~, 이렇게 행복하고 맑은 모습이라니요. 천국 못 가실 것 같아요.
제 상상이 완전히 빗나갔어요. 웬지 00 아버님, 하나님이 다시 살게 하실 것 같아요.
저는 천국 가시는 날까지 고통을 제하여 주시고 극심한 고통 덜어 달라고 기도했는데 이제 기도를 바꿔야겠어요.
하늘에서 사는 것도 좋지만, 건강을 회복해 주셔서 이 땅에서 사랑하며 더 살 수 있도록 기도할래요.'
그분은 더 이상 삶에 대한 아쉬움, 미련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말기암의 한계에 부딪쳐 포기나 체념으로 넉다운된 패잔병의 모습도 결코 아니었어요.
이미 하반신 마비와 그즈음의 정상적 투여량의 몇배의 진통제를 맞고 먹고 부치고 있었으나
말이나 정신이 온전하고 또렷해서, 누워 있으면서도 놓인 오른 손으로 아내가 잡아주는 노트에 일기를 쓰고 있었어요.
제 생각, 제 느낌 뭐 그런 것일 수도 있지요.
저는 웬지 그 분 얼굴에서 소망이 생기더군요. 어쩌면 제가 100% 잘못 보아 그 분의 부음을 듣게 될 수도 있는데
저는 그 분이 다시 건강을 회복해서 살아날 것만 같은 생각을 자꾸 하게 되어 이렇게 기도를 하게 되는 거예요.
'그 분의 몸 속에 있는 암세포는 분리되고 녹아 배설물로 쏟아지게 해 주세요.
치료의 광선으로 모든 암세포를 태워 주세요. 이 기도가 무리가 아니란 것을 알게 해 주세요'
우리 남편에게도, 그 분을 긍휼히 여기셔서 이 땅에 더 살게 해 주시라고 기도를 보태달라고 했어요.
참 안 됐으면서도 얼토당토한 제 얘기, 웃음 나지요?
제 친구가 되어 주시는 행샘분들도 좀 보태 주세요. 어느 순간, 제 말이 생각날 때,
'나는 당신을 잘 모르지만, 지혜님의 하나님, 그분의 하나님, 그 양반 다시 건강하게 살게 해 주세요.'라고요.
웃지만 마시고요~.
이 일의 결과가 어떻든 그리 멀지않은 날, 드러나게 되겠지요.
그 분의 부음을 듣게 되던지, 정말 기적처럼 그 분이 다시 살게 되시든지~ 그 날 까지 그렇게 해 주세요. 아라찌요~?
첫댓글 사람의 마음만 보면서 이 세상을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눈물 뒤에 웃음, 웃음 뒤에 눈물, 고통 안에 숨겨진 삶의 보물, 좋은 게 다 좋은 게 아니고 나쁜 게 다 나쁜 게 아니라는 것을...,
건강하게 잘 살겁니다!
돌님의 '믿음'을 제가 어찌 따라잡을 수 있으리오~
결코 웃지 않았어요. 착찹하고, 슬프고.. 아무튼 그래요. 하나님께서 저희들의 기도를 들어주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