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박2일로 멀리서 비행기타고 제주도까지 상담을 왔던 부모님들과 긴 대화시간을 가졌습니다. 기존에 하던 방식으로는 아이에게 어떤 변화도 없다는 것을 통감하고 있던 차였고, 열 살을 향해 가면서 전에 없던 공격행위도 나오곤 하니 분명 다른 차원의 치료중재법이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던 중에 저를 소개받고는 바로 달려온 것입니다.
때로 우리는 최선이라고 믿고 그저 열심히 하고있는 것들에 대해 반문을 해야될 때가 있습니다. 열심히 했는데도 변화가 없다면 반문의 시기는 빠를수록 좋지만 그 반문을 만족시키는 해답을 찾기도 어려울 때가 많아서 아까운 세월만 보낼 때도 있습니다.
비단 우리 세계에서 뿐만 아니라 교육이라는 측면에서는 누구든 비슷한 경험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최악의 장애를 가진 헬렌 켈러가 설리반이란 진정한 스승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저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하는 장애인으로 남아있었겠지만 훌륭한 특수교사를 만난 덕에 내재된 재능을 한껏 밖으로 끄집어 낼 수 있었겠지요.
우리는 늘 설리반과 같은 선생을 만나기를 꿈꾸지만 그건 극히 가능성이 많지 않은 일이라 이 대목에서 우리는 시각장애를 갖고있었던 설리반선생을 집으로 끌어들인 헬렌 켈러의 부모님이 더 위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명의 교사가 포기할만큼 최악의 신체장애와 성질머리였음에도 부모가 포기하지 않았기에 결국 이뤄낸 일입니다.
설리반선생 역시 시각장애를 갖고있었기에 아무도 다룰 수 없었던 그녀에게 교육적 접근을 할 수 있었으리라고 봅니다. 두 사람은 평생의 동지로 서로에게 의지하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범미국적 교육커리를 완성했으니 동병상련이란 때로 의기투합의 큰 요소가 됩니다.
저를 찾는 부모님들 역시 저와는 동병상련 처지이고 얼마든지 의기투합이 가능하지만, '지가 뭔데...'라고 여기는 부모님도 있거니와 그야말로 폭발적인 의기투합으로 가는 경우도 있죠. 우리 세계에서 부모만큼 훌륭한 스승은 없으니 부모가 올바른 방향으로 매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저의 큰 임무이기에 의기투합이 잘 되는 부모를 만난다는 것은 양자에게 커다란 기쁨이기도 합니다.
1박2일 부모님들은 마음이 열려있고 자세를 바꾸려는 사람들이기에 오늘 집에 가자마자 바뀐 모습을 확인해주는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아이는 전정 고유수용 시각 청각 감각의 문제를 모두 오래 묵혀버린 케이스라서 묵힌 감각적 문제가 곳곳에 크게 남아있지만 사랑과 관심 또한 많이 받았기에 갖고있는 감각문제에 비해 아이는 평온해 보입니다. 평온을 유지하게 하는 지나친 휴대폰집착이 걱정되기에 이제부터라도 근본을 만져보는 감각문제 개선 노력이 많이 필요할 듯 합니다.
멀리서 온 가족들을 떠나보내고 오늘 오후 몇 달만에 제주도에 있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몇 달만에 너무 바뀐 모습에 제가 얼마나 기쁘던지... 저의 조언 하나하나 버리는 것이 그대로 실천하고 더 보태고, 그 가족들은 그렇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토마티스 훈련도 시간맞춰 한번도 빼먹지 않았고 보충제도 열심히 했습니다.
몇 달 전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긍정적 변화들이 향후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서도 기대를 갖게 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동작성이 많이 좋아진 것, 눈이 너무 밝아진 것, 수정해주는 것에 대한 습득력이 빨라진 것 그리고 얼굴표정이 너무 밝아진 것 입니다. 전에 1박2일 있으면서 보았던 무표정과 심각해보였던 얼굴이 어찌나 바뀌었는지 저는 그것만으로도 감격! 이렇게 애쓰는 부모님들 존경합니다.
오늘 날씨는 바람이 어찌나 심한지, 야외에서 만난 터라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휴일시간을 잘 보내려 샤갈전으로 전시내용이 바뀐 '빛의 벙커'를 찾아갔으나 오늘은 휴관이랍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광치기해변을 찾아갔더니 오 마이갓, 우리를 위해 막 열리고 있는 멋진 지질층 너럭바위들!
며칠 전 대학동문들과 갔었던 성산일출봉 입구 해녀짬뽕집 짬뽕이 너무 맛있어서 한 그릇씩 먹여주고... 좀더 걸으려고 차를 성산일출봉 해안가 근처 주차장에 대놓고 걸어갔는데 그 길이 골목골목을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길이었는데...
짬뽕 다 먹고는 머리자르러가자는 말에 먼저 일어나 가버리는 태균이. 주차장 잘 찾아가라고 말해놓았지만... 약간의 걱정이 무색하게 초행길임에도 문제없이 잘 찾아갔네요. 화장실까지 다녀온 양 멀리서 우리가 골목길에서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자 차쪽으로 부산히 걸어옵니다.
성산일출봉 주차장에서 바라본 광치기 해변의 멋진 풍경! 이런 게 바로 제주도에 사는 맛이죠! 바람이 어찌나 센지 날아갈 것 같은 정도지만 이런 날씨에 접하는 바다란... 언제나 다른 모습이지만 특별함에 몇 배를 더해줍니다. 바람심하게 부는 날, 바다를 마주하는 것은 행복입니다.
오늘 지질층을 훤하게 드러낸 광치기해변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보았습니다. 영상 속 바람소리가 현장 그대로의 재현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먹구름이 한라산 백록담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묘한 장면이 하루를 멋지게 마무리해줍니다.
첫댓글 멘토로서의 대표님 일에 의기투합되는 부모들이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그 반대상황은 상상하기도 싫네요.
이쪽 동네는 바람 없었답니다. 제주도는 동네마다 변화무쌍한 날씨 끝내 주네요.
동영상 속 바람소리 어마무시합니다.
광치기해변에서 못본 누륵 바위 광경을 사진으로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