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훈 ＜숨겨진 이야기 부산＞

[서창호]

이양훈 <숨겨진 이야기 부산>. 사단법인부산컨벤션뷰로. 2006.

남자들은 목욕탕을 함께가면 금방 더욱 친해진다는 말이 있다. 그처럼 속살을 보면 친근해진다.

지역에 대한 '이해'도 마찬가지 같다. <숨겨진 이야기 부산>은 '숨겨진, 이야기 부산'이라고 끊어읽기 하는 것이 이 책을 더 잘 소개하는 것이리라.

예컨대, 나의 근무지가 있는 서구 동대신동은 구덕산과 승학산을 끼고 있다. 이곳 일대에 옛날 가야 김수로왕의 부인 아유타국의 허황후가 한반도에 왔을 때, 그의 수행원들 상당수가 거주했다고 한다.

까치고개를 끼고 있는 천마산은 석성산(石城山)이라고도 했다. 신라장군 이사부가 이곳에 '왜'의 출몰을 경계하기 위해 성을 쌓았던 것이다. 그런가하면 '까치'는 철(鐵)을 의미한다. 괴정동고분군에서 출토되었던 환도대두는 철기인데, 이곳의 철기문화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까치고개를 낀 천마산이 야철공급지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1974년 당감동 이전까지 화장터였던 아미산-천마산은 주검을 보기 위해 몰려든 까마귀와 까치때문에 까치고개가 된 것이 아니라 야철공급지로서 '철'을 부르던 말인 '까치'에서 유래했다고 봐야 한단다.

또 내가 집에서 가까워 자주가는 초읍시민도서관의 바로 뒷산은 복천동고분군에서 출토된 각종 철기 유물이 존재할 수 있도록 철을 공급했던 금용산(金湧山)이었다.

어린이대공원이 위치한 성지곡(聖知谷)은 명풍수 성지(性智)대사가 풍수지리상 이곳이 명당이라 하여 이름지은 것이다. 성지대사는 임진왜란 후 불타버린 도읍지의 궁궐을 재건하는 데 출중한 역할을 했던 분이다.

그리고 지금은 수원지가 되어 있던 그곳에는 고려시대 동평현일때 소(沼)였다. 대개 깊은 소에서는 용이 출몰한다는 사상이 있다. 이곳을 화전(花煎)놀이 삼아 나올 때 기생들의 그네뛰기 시합이 있었는데, 한번은 아리따운 기생이 그네를 타다 미끄러져 소에 빠져 죽고 말았다. 그래서 성지곡 수원지를 가기소(歌妓沼: 노래하는 기생이 빠져죽은 소)라고 부르기도 했다.

서울은 조선 500년을 통해 도읍으로 자리잡으면서 뭇사람들이 거주하고픈 선망의 지역이었다. 그런데 부산은 역사적으로도 거친면이 강하지만 철기문화가 일찍부터 발달하여, 고대에는 강력한 힘을 가진 곳이었다.

그리고 부산의 속살은 일본과 부산이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려준다. 나는 뒤늣게 이런 사실들을 인식하게 되었다.

저자는 책에 기술한 내용 중에서는 아직 비정(比定)인 부분을 여럿 지적하고 있다. 땅속에서 구체적인 흔적이 나오게 되면 '확정'될 사실들이 될 것이다. 그 점에서 부산은 역사적 사실들을 고이 발아래 간직하고 있을 지 모를 일이다.

안타깝게도 이 책은 비매품이다. 공공도서관에 가면 대출해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