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이빨은 5복 중의 하나라고 했습니다.
음식을 잘 씹을 수 있고 말을 제대로 하는데 치아의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주위에 칠팔십이 넘어도 고른 치아를 가진 노인들을 봅니다.
대부분 건강하십니다.
그도그럴것이 음식을 잘 씹어서 삼키면 소화기관에 무리를 주지 않고 골고루 잘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니 어릴 때부터 치아관리를 잘 해야했었는데 소홀히 한 탓에 치과 신세를 일찍 져왔습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윗니는 모두 내 본니입니다. 아랫니는 벌써 임플란트를 너댓개 했습니다.
다행히 뼈가 튼튼하여 지금까지 잘 버텨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치과를 방문하여 윗쪽 사랑니 바로 옆에 있는 어금니 하나를 발치하고 왔습니다. 약간 흔들거리고 씹는데 부담이 되고 단골 치과의사의 권유도 있었던 터라 큰 마음을 먹고 실행을 했습니다.
어릴 때, 할머니가 실을 묶어 머리를 탁 치면서 흔들거리던 이빨을 빼주신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마취를 한 후에 금방 빼니 통증이 없고 간단합니다.
그런데 나이들어 내 이빨을 빼고나니 왠지모르게 허전하고 묘하게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끝까지 지키려고 했는데...
이제 또 내 몸 어디에선가 소리를 낼 것같습니다. 기계도 오래 쓰면 고장이 나서 수리를 해야하는 게 정상이듯이 우리 몸도 마찬가지 라고 생각합니다.
장마철에 산천초목이 푸른 잎을 뽐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디찬 겨울이 오면 그 옷을 다 벗고 봄이 올때까지 맨몸으로 추위를 견뎌내야 합니다.
우리네 인생도 똑같은 과정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칠십, 인생의 초겨울 고지에 오르니 삭막한 겨울산이 저만치 보입니다.
인생을 배웁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양쪽으로 잘 씹을 수 있으니 이또한 하늘이 주신 축복이라고 믿습니다.
사즉생, 즉 "죽음이 곧 삶이다"라는 차원에서 새 힘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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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를 뽑고 나서
박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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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09:4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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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앓던 어금니 하나를 뽑았습니다.
늦게나마 치아관리를 잘 해보려고 애썼는데 세월은 어쩔 수 없는가 봅니다.
여느 때와 달리 허전하고 내 몸의 일부가 빠져나가는 것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 나이가 든 탓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