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닛산의 ‘블레이드 글라이더’ 콘셉트를 소개합니다. 삼각형 모양의 디자인이 조금은 어색한 모습이긴 합니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가 되어도 스포츠카로 대표되는 자동차의 낭만을 지키리라 기대하는 모델입니다. 닛산이 블레이드 글라이더를 바탕으로 양산형 모델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전기차 시대인 듯, 아닌 듯 묘한 분위기다. 여러 브랜드들이 앞다퉈 전기차 내놓거나,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시기지만 아직 우리 삶에 깊게 다가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의 계획 대로라면 우리는 가까운 시기에 전기차 시대를 맞이할테다. 하지만 불만이 있다. 대다수가 효율성 강조하니 운전의 재미를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닛산의 블레이드 글라이더(BladeGlider)는 그런 아쉬움 덜기 위해 등장한 콘셉트다. 이미 잘 팔리는 전기차 ‘리프(Leaf)’를 갖고 있는 닛산이지만, 안주하지 않고 전기차에서 재미를 찾는 열의가 인상적이다. 닛산은 “블레이드 글라이더를 통해 전통적 구동계를 벗어난 미래의 스포츠카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블레이드 글라이더는 2013년 도쿄모터쇼에서 첫 등장했다. 당시에는 닛산 리프의 구동계를 얹어 기술력 과시하는 전기차 콘셉트에 그친 수준이었다. 하지만 닛산은 “이 차를 바탕으로 한 양산형 모델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6년에는 두 번째 버전을 만들었다. 디자인을 매끈하게 다듬고 성능도 높였다. 조금씩 완성도를 높여가겠다는 약속을 지킨 셈일까.
블레이드 글라이더의 길이×너비×높이는 4,300×1,850×1,300㎜. 휠베이스는 2,800㎜다. 좀처럼 자동차에 쓰지 않을법한 삼각형 디자인이 특이해 보인다. 앞은 좁고 뒤는 넓다. 닛산은 공기역학이나 핸들링 안정성에 최적화한 디자인이라 주장한다. 대부분의 스포츠카는 너비를 조금이라도 넓혀 안정적인 자세 취하려 드는데 말이다.
실내는 경주용 자동차 분위기가 물씬하다. 운전자가 가운데 앉고 양쪽에 승객이 탄다. 서킷을 달린다면 운전자가 가운데 앉는 쪽이 유리할테다. 스티어링 휠에는 디스플레이 달아 모든 정보를 띄운다. 공기저항 줄이기 위해 사이드 미러를 떼어내고 카메라와 스크린 달아 뒷부분을 비추도록 만들었다.
블레이드 글라이더는 뒷바퀴굴림 스포츠 콘셉트다. 양쪽 뒷바퀴에 각각 모터를 달아 총 2개 모터로 움직인다. 모터 하나 당 최고출력은 176마력. 두 개를 합친 시스템출력은 268마력이다. 0→시속 100㎞ 가속은 5초 안에 끝낸다. 최고속도는 190㎞를 넘기는 정도. 앞으로 전기차용 변속기를 추가한다면 더욱 최고속도를 높일 수 있으리라 본다.
블레이드 글라이더가 미래의 스포츠카로 여겨지는 이유 중 하나는 각 바퀴의 힘을 각각 제어할 수 있어서다. 전기모터를 달았기에 각 모터에 보내는 힘을 자유롭게 조절 가능하다. 엔진에 비해 다른 주행법을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이를 이용한 다양한 주행 모드를 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닛산이 2016년 공개한 시제차에는 토크 벡터링 기능과 더불어 드리프트 모드가 추가됐다. 따라서 전기차 시대에도 뒷바퀴를 날리며 화끈하게 달릴 수 있으리라 본다. 다만 엔진차가 엔진 온도에 신경쓰듯이 전기차 시대에도 배터리와 모터 온도는 여전히 중요할테다. 그래서 닛산은 블레이드 글라이더에 특제 냉각 시스템을 달았다.
아직 닛산은 블레이드 글라이더를 출시하지 않았다. 양산한다면 용기를 높게 치고 싶다. 만들어봤자 많이 팔 수 있는 차가 아니라서다. 사실 중형 세단이나 SUV를 만들면 더 많이 벌 수 있다. 하지만 마니아가 많은 회사들은 굳이 어려운 길을 간다. 강력한 모델이나 첨단 기술로 시대를 선도한다. 당장 판매 증가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브랜드에 자부심을 더하는 길이다.
닛산은 블레이드 글라이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운전의 즐거움과 환경에 대한 책임을 하나로 만드는 닛산의 지능형 이동성 전략의 일부분이다. 조용하고, 재미있으며, 흥분되는 새로운 운전 경험을 만든다. 자동차 마니아를 위한 전기차다”. 양산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