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948
반야심경049
동봉
정종분正宗分(23)
온근진蘊根塵의 실체(12)
그러므로 공가운데 물질세계 색이없고
정신세계 구성하는 수상행식 마저없고
육근으로 눈귀코혀 몸과뜻이 일체없고
빛깔소리 냄새맛과 촉과법의 육진없고
是故空中無色无受想行識無眼耳鼻舌身意无色聲香味觸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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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무미空中无味라
공空 속에는 맛味이 없느니라
맛 미味 자는 입구변口에 아닐 미未 자다
맛 미味 자에 담긴 뜻으로는 맛 외에
기분, 취향, 뜻, 의의, 육진六塵의 하나
부족의 음악, 맛보다, 맛들이다 따위다
영어는 테이스트taste로서
맛보다, 시식하다, 시음하다, 먹다, 마시다
맛을 알다, 느끼다, 분간하다, 향수享受하다
경험하다, 풍미가 있다, 알다, 감지하다
좋아하다, 맛있다, 기미가 있다 따위다
맛 미味 자는 꼴소리形聲문자로서
뜻을 나타내는 입 구口 자와
소리값을 나타내는 아닐 미未 자가 합하여
음식 따위가 혀에 와 닿는 뜻을 표현한다
입 구口 자는 입과 먹다, 말하다를 나타내고
소리값에 해당하는 아닐 미未 자는
나무 끝 가느다란 작은 가지를 표현한 글자로
잘고 희미하다의 뜻을 지니고 있다
나뭇가지 끝에 여는 과일도
조금씩 다른 데가 있고 미묘한 맛이 난다
그리하여 아닐 미未 자로 맛을 드러내고 있다
처음에는 미未 자로 맛이란 뜻을 삼았으나
나중에 미未 자의 다른 쓰임새가 생기면서
먹는 것에 관계가 있음을 분명히 하기 위하여
입 구口 자를 붙여 맛 미味 자로 썼다
아닐 미未 자는 굵은 나뭇가지 끝에 돋아난
'작은 가지'를 표현하느라 길이가 짧고
가지가 아직 어리다는 뜻으로 짧게 표현하였다
또한 '아직'이라는 뜻을 이어받아
시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뜻한다
미래未來, 미흡未洽, 미만未滿 따위가 있다
사람이 다른 동물과 다르다는 것이
주택 의상 언어 직립보행 따위만이 아니다
사람은 음식에서도 맛을 창조할 줄 안다
생명의 세계는 종에 따라 거처를 달리한다
제비는 전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그들이 짓는 집의 양식이 대동소이하고
개미귀신ant lion의 경우는 특이하겠지만
개미성ant castle은 어딜 가나 비슷한 형태다
하긴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본 개미성은
크기에서부터 우리나라 개미집과는 달랐다
사람이 사는 집은 모양도 크기도 다양하다
흙으로만 지은 집이 있고
오로지 나무로 지은 집이 있는가 하면
돌집, 철골집, 띠집,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아파트형, 오피스텔형, 한옥형이 있고
건축물의 쓰임새에 따라 컬러도 다양하다
어떤 집은 물 위에 짓고
어떤 집은 땅 위에 짓고
어떤 집은 공중에 짓고
어떤 집은 절벽 위에 지으며 디자인도 다르다
옷도 마찬가지다
어떤 생명체도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동일한 패션fashion을 지닌 채 살아간다
다시 말해 사람을 제외하면
어떤 생명체도 옷을 지어입지는 않는다
사람은 옷을 통해 문화를 창조하는 존재다
우선 사람은 피부가 매우 연약하다
동물처럼 털가죽毛皮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거북이처럼 단단한 껍질로 되어있지 않으며
뱀이나 악어, 물고기처럼
비늘도 없고 거칠거나 미끄럽지도 못하다
그러므로 몸을 보호하는 옷이 등장할 수밖에
사람의 의상만큼 아름다운 게 있으랴
문명文明civilization이나 문화文化culture의
'글월 문文' 자 모양이 정장한 어깨뽕이다
문文 자의 돼지해머리亠는 갓을 쓴 모습이고
깎을 예乂자는 다리를 꼬고 앉은 모습이다
다리를 꼬고 앉으려면 의자가 필요하다
좌복 위 결과부좌나 책상다리 모습은 아니다
의자에 앉는다는 것은 품격을 나타내고
거기에는 문명과 문화가 깃들어 있다
이는 옷이 문화/문명의 척도라는 방증이다
앞서 얘기했듯 사람의 특징은 언어다
어떤 생명체도 그들만의 의사소통이 있다
천적天敵natural enermy과 맞닥뜨렸을 때
그들이 동종同種에게 전하는 소통체계는
완전한 언어며 완벽한 암호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종種의 동물들은 체계가 동일하다
한국에 사는 말티즈나 미국에 사는 말티즈나
같은 종의 세계에서는 언어도 동일하다
그런데 사람은 나라에 따라 다르다
언어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언어와 의사의 표기인 문자다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문화의 다양성을 뜻함이고
나아가 의식구조의 다양성을 뜻함이다
주택 문화의 다양성
의복 문화의 다양성
언어와 문자의 다양성은 독특함이다
이 지구상에서 사람만큼 다양한 존재는 없다
이처럼 다양한 존재인 사람이
획일적인 음식에 머무를 수 있겠느냐다
라면 한 가지로도 100여 가지 맛을 낼 수 있다
그만큼 사람은 맛을 창조하는 존재다
음식 문화, 맛의 창조는
민족과 국가와 시대에 따라 다양하고
기후와 경제와 기술과 문화의 영향을 받는다
대륙마다 독특한 음식 문화가 생기고
나라마다 지방마다 부족마다 음식이 다르다
온대에서는 음식의 종류와 조리법이 다양하며
주로 곡류와 채소를 많이 이용하는데
소금과 향신료를 적당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열대에서는 기름을 많이 쓰고
과일을 음식재료로 쓰고 있다
한편 냉대에서는 음식 종류가 적고
소금을 적게 쓰며 싱겁고 담백한 편이다
유제품이 발달하여 치즈와 요구르트가 많고
날씨가 춥기 때문에 식품 가공은 하지 않으며
순록과 생선을 많이 먹는 편이다
인간은 음식을 배부름보다는 맛으로 즐긴다
무엇보다 맛과 함께 건강을 생각한다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장아찌, 절인 음식, 발효식품 등을 생각했고
회膾slices와 쌈 과일 따위
자연 그대로 즐겨 먹는 음식을 생각했다
음식飮食은 마실거리飮와 씹을거리食다
어떤 이는 추위 때문에 불을 발견하였다 하는데
나는 음식 때문에 불을 발견했다고 본다
인간은 생식生食에서 화식火食으로 바꾸면서
뇌의 크기가 생각보다 많이 커졌으나
다른 한편, 맛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끓여먹는 음식으로 국과 찌게가 생기고
수프와 탕湯 종류가 발달하게 되었다
밥과 빵 만두와 국수도 바베큐도
군감자 군고구마 따위도 모두 화식 문화다
맛味이란 영원히 미완성未 음식口이다
지구상에 인류가 살아가는 이상
맛의 완성이란 있을 수가 없다
음식은 끊임없이 다시 새롭게 만들어지고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는 지속된다
맛 미味 자가 입구변口에 아닐 미未 자다
사람의 입맛口은 만족이란 게 없未다
끊임없이 더 새로운 맛을 찾아 헤맬 것이다
이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인간이 지닌 고유固有 문화며 독특한 세계다
부처님께서는《반야심경》에서 말씀하신다
'공空 속에는 맛이 없노라'고.
그러나 반드시 추구해야 할 맛이 있다
죽을맛이 아닌 이른바 살맛이다
살맛나는 세상을 만드는 게 사람 몫이다
세상에는 쓴맛苦味만 있는 게 아니다
세상에는 신맛酸味만 있지 않고
떫은 맛澁만 있지 않고
매운 맛辣만 있지 않고
삭힌 맛酵味만 있지 않고
짠맛鹹味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단맛甘味만 있는 것도 아니다
공空 중에 맛味은 없으나
살맛 나는 세상 한 번 만들어 보자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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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여주 도곡리 석불좌상]
08/18/2017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