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미륵 신당과 결부되어 전승되는
무불융합
제주불교는 제주사회에 어떠한 뿌리를 내렸는가. 또한 불교문화는 도민의 삶 속에 어떻게
융화됐을까.
과거 문헌을 살펴보면 불교의 영향력은 거대했다는 걸 실감한다. 하지만 복원을 통해 이를 계승 발전시켜 나가지 못해
그에 대한 기대와 역할에 부응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번 호에는 제주의 민속신앙과 융화되어 발전해온‘돌미륵’의
계승발전 시켜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요즘 제주의 돌문화가 뜨고 있다.
돌, 바람, 여자가 많다 하여 삼다도라 불리는 제주에서‘돌’과 관련된 문화와 경관 그리고 그에 얽힌 제주민중의 삶의 이야기들이 주목받고
있다.
돌은 제주인의 삶 속에 다양한 방식으로 깊숙하게 자리잡은 가운데 하나의 신앙으로도 발전해 나가면서 생명과 영력을 부여받았는데
이를 제주민중들은‘돌미륵(돌미럭)’이라 불렀다.
하지만 제주의 돌미륵은 제주만의 독특하고 희귀한 문화유산임에도 실질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보존과 관리 방안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제주의‘돌미륵’이 재조명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주불교는 민간적 토속신앙과 융합되는 경향이 강하다. ‘절에 가듯 당에 가고, 당에 가듯 절에 가는 식’이었으니
비승비속이고, 무불융합의 형태로 남아있다. 수많은 불교신앙 가운데 미륵만이 유일무이하게 당문화와 결부되어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돌미륵은 토속신앙인 당문화에 불교적인 색채가 덧붙여져 제주만의 독특한 유물로 탄생한 것으로 보여
진다.
제주에서 미륵이라 불리는 돌은 여럿이다. 제주읍성 동서에 자리한 ‘동서자복미륵’과 애월읍 광령리 서천암지에 있었던 ‘덕절
미륵불’, 제주시 회천동 화천사의 ‘오석불’, 제주시 도평동 흥룡사 ‘석불’, 제주시 도남동 제석사의 ‘제석천왕 3기’, 애월읍 광령리 ‘마씨
미륵’ 등이 불교의 미륵신앙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무속에 뿌리를 두고 미륵불교를 수용한 결과로 보여지는 제주시 이도동
우녀천에 있었던 ‘수신미륵’, 화북동의 ‘윤동지 영감’, 조천읍 신촌리의 ‘고동지 은진미륵’, 조천읍 함덕리 본향의 ‘급서황하늘’, 구좌읍
김녕리의 ‘서문하르방’이 대표적이다.
미륵은 불교와 무속 속에 융화되어 발전해 왔지만 그 의미는 다르다. 미륵보살은 불교에서
미래적인 구언자로 숭배되어 왔으나 무속의 토양에서는 기복신앙의 대상으로 변모하여 해상의 안전과 풍어, 득남, 집안의 융성 등으로 숭배되어 왔다.
돌의 모양에서도 당의 미륵은 인공적이지 않고 자연적이다. 이에 반해 불교의 영향을 받은 돌미륵은 눈, 코, 입을 음각으로 새기고 얼굴 형태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어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게 특징이다. 이처럼 돌도 무속에서 불교의 색채가 짙어지면서 모양이 점차 변형되어 갔다. 신앙의
형태가 변하고, 제주민중들의 삶의 변화도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전문가들은 미륵돌이 제주지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현대에 살고 세대에게 문화유산으로 어떻게 인식되고 앞으로 어떻게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내 모 스님은 “제주의 돌미륵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있는 자원인가를 체감하면서 돌미륵에 새겨진
선조들의 정신과 지혜를 계승하여 제주를 더욱 아름답고 평화로운 섬으로 가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