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의 투구와 사울 왕의 투구
삼상17장에는 다윗과 골리앗의 전투 장면이 나온다. 4절~5절을 보자.
“그의 이름은 골리앗이요 가드 사람이라. 그의 키는 여섯 규빗 한 뼘이요 머리에는 놋 ‘투구’를 썼고”
또 38절을 보자.
“이에 사울이 자기 군복을 다윗에게 입히고 놋 ‘투구’를 그의 머리에 씌우고 또 그에게 갑옷을 입히매”
그런데 골리앗이 쓴 투구는 코바(כּוֹבַע koba)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사울 왕이 다윗에게 씌우려고 했던 투구에는 코바(קוֹבַע qoba)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LXX는 둘 다 페리케팔라이아(περικεφαλαια 투구)라고 번역했다.
골리앗의 투구와 사울 왕의 투구는 서로 달랐을까? 나는 달랐다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사울 왕의 투구는 “왕”이 쓰는 투구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보호장치가 추가되고 왕을 상징하는 장식이 있는 투구였을 것으로 본다. 왕이 병사가 쓰는 투구를 쓰고 전쟁터에 나갈 수는 없지 않은가. 안 그런가.
이곳저곳 문헌들을 찾아보니 골리앗의 투구(כּוֹבַע)는 둥근 아치형의 투구며, 사울 왕의 투구(קוֹבַע)는 외래어로 시리아 아니면 에티오피아의 투구였을지 모른다고 나온다.
48절~49절을 보자.
“다윗이 블레셋 사람을 향하여 빨리 달리며 손을 주머니에 넣어 돌을 가지고 물매로 던져 블레셋 사람의 이마를 치매 돌이 그의 이마에 박히니 땅에 엎드러지니라”
골리앗이 썼던 투구는 아마도 이마의 半까지만 가리는 투구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다윗이 날린 물맷돌이 그의 이마를 뚫고 박혔다고 했다. (타바(טָבַע)는 “함몰되다, 가라앉다”는 뜻을 갖고 있다)
삿20:16을 보자.
“(베냐민 지파) 칠백 명은 다 왼손잡이라. 물매로 돌을 던지면 조금도 틀림이 없는 자들이더라”
“조금도 틀림이 없는 자들이더라”의 히브리어는 “엘 하싸아라 베로 야하티(אֶל־הַשַּׂעֲרָה וְלֹא יַחֲטִא)”로 직역하면 “머리카락도 빗나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스라엘의 탄도학 전문가인 Eitan Hirsch는, 숙련된 투석병이 35m 거리에서 날린 돌은 초속 35m(시속 122.4km)로 골리앗의 이마를 깨뜨려서 의식불명에 빠뜨리거나, 죽이고도 남을만한 위력이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p.s.
현대의 세계 최장거리 투석 기록은 1981년에 래리 브레이가 세운 437m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