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군통장 '역사적 방문' 등
양국, 中 위협 맞서 긴밀 협력
韓 '과거사 결벽증' 정도 심해
중요한 것은 과거보다 미래
데이비드 골드파인 미국 공군참모총장은 대를 이은 전투기 조종사다.
그의 부친은 월남전 때 F-4 팬텀을 몰고 베트남 상공을 누볐다.
지난 8월 골드파인 총장이 베트남에 다녀갔다.
미 공군총장이 베트남을 찾은 건 1975년 월남전 종전 후 44년 만에 처음이다.
미 공군 홈페이지가 이 솟기을 알리며 '역사적(Historic) 방문'이란 제목을 단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러남전 참전용사인 아버지 세대의 희생을 잘 아는 골드파인 총장은 '과거사로 인해 얼굴을 붉히진 않을까'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우였다.
베트남 공군이 미국 손님들을 어찌나 융숭하게 대접했는지 환영 연회장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고 미 공군은 전했다.
실은 더 역사적인 장면이 지난해 3월 있었다.
베트남 다낭에 역시 전후 최초로 미 해군 항공모함이 입항 것이다.
왜 그런걸까.
미 외교협회(CFR)가 올해 미국.베트남 관계를 분석해 펴낸 보고서에 답이 있다.
'이 (아시아) 지역에서 점증하는 중국의 영향력 때문에 두 나라의 전략적 이해관계는 갈수록 더 가까워질 것이다'
남중국해 패권을 노리고 끊임없이 군사력을 증강하는 중국에 맞서 베트남은 그간 미국과 육군.해군 해안경비대 차원에서
긴밀히 협력해 왔다.
이번에 베트남 조종사 훈련을 미국이 지원키로 하는 등 공군 간 공조체제까지 확실히 구축했다.
중국이란 '현존하는' 위협 앞에 과거사는 무의미해졌다.
'쌀딩크 '박향서 감독 덕분에 요즘 부쩍 한국에 친근감을 느끼는 베트남인들은 미국처럼
한국도 자기네 안보에 관심을 가져주길 원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의 시선은 베트남의 현재와 미래보다 여전히 과거에 고정돼 있는 느낌이다.
최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월남전 때 한국군의 민간인 학대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대리해
우리 국방부에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다.
국방부는 '관련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1965~1969년 주월한국군사령관을 지낸 채명신 전 육군 중장은 2013년 타계시 생전의 유언대로
국립 현충원의 으리으리한 장성 묘역 대신 수수한 사병 묘역에 묻혀 국민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6월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참다운 군인정신을 남겼다'고 채 장군을 칭찬했다.
그 채 장군이 회고록 '베트남전쟁과 나'에서 한국군의 민간인 괴롬힘 의혹을 '터무니없는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은) 당시 북한에서 파견된 심리전 요원에 의해 기획되었다'고 밝혀 북축 이간질에 낚인 것임을 꼬집었다.
채 장군 말이 맞는지 검증해 보자는 반론도 물론 가능하겠다.
그러려면 한국.베트남 양국의 공동조사가 선행되야 한다.
민변늬 조사 요청에 난색을 표하며 국방부는 '아직 공동조사 여건이 조성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조사를 베트남측에서 원치 않는다는 뜻이다.
언론인 권쾌현씨는 연합뉴스 하노이특파원을 두번 맡아 베트남에 6년을 살았다.
그의 저서 '아주 특별한 베트남 이야기'를 보면 베트남의 속내가 뭔지 알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비슷한 요구가 제기됐을 때 베트남 정부가 내놓은 논평이다.
'베트남은 지금 과거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해 앞으로 달려가는 데에도 힘이 모자랄 지경이다'
문재인 정부 들오 '적폐청산'의 미명 아래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는 과거사 결벽증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가 많다.
기자의 한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새 학기 첫날 부푼 가슴으로 교과서의 '문재인과 미래 한국'편을 펼쳤다.
그런데 교사가 갑자기 복습 운운하며 책을 거꾸로 넘겨 '박근혜'편을 다시 봐라.
더 앞으로 가서 '이명박'편도 다시 보자.
아예 지난해 다 뗀 헌 교과서까지 가져오라 하더니 '대한제극'편을 펼쳐라, 하는 기분이다.
이어 '슬슬 학기가 끝나가고 시험일이 다가오는데 '대체 진도는 언제 나갈 거냐'고 따지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중요한 것은 과거보다 현재, 그리고 미래다.
베트남도, 미국도 이를 잘 아는 데 한국은 모르는 듯하다.
기자의 경험에 비춰 보면 학창시절 복습보다 예습에 치중한 학생이 공부를 더 잘했다. 김태훈 특별기획취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