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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무(46)
상단전으로 운기행공을 하다(1)
상단전으로 운기행공을 시작하다.
뜨거운 기운이 넘실대는 물 속.
따뜻한 곳에서 몸을 살리는 게 낫다는 주하연의 충고대로 백산은 양
천(陽泉) 바닥으로 내려와 가부좌를 했다. 상단전을 이용한 운기행공
에 도전하려는 참이었다.
심검의 경지까지 올랐던 자신조차 생각하지 못한 무론이지만 가능성
은 있었다.
뜨거운 기운 때문인지 양천 내부의 움직임은 음천보다 더욱 활발했
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빙빙 도는 물살과, 빠르게 상층부로 솟구쳐 오르는 물살이 뒤섞여
움직여 다녔다.
잠시 동안 물 속을 관찰하던 백산은 이내 정신을 집중하여 인체도를
떠올렸다.
그리고, 사문의 내공심법인 혈풍뇌전심법(血風雷電心法)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혈풍뇌전심법의 요체는 바람이다.
단전에 있는 진기를 분리한 다음, 몸의 좌측과 우측을 타고 각각 돌
게 하여 서로간의 변화를 유도함으로써 풍(風)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진기의 운용이 아닌, 오직 생기를 운용하는 방법으로
단전을 살려야 한다.
여전히 먹물처럼 검은 단전을 주시하며 혈풍뇌전심법을 따라 생기를
운용했다.
마치 진기를 운용할 때처럼 한쪽은 빠르게 한쪽은 느리게 운용하며
끊임없이 단전을 두드렸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이었다. 더구나 아직은 아무런 변화의 조짐
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변화는 있었다. 단전을 끊임없
이 자극하고 있음에도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럽지가 않았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맑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 같았다. 고무된 백산
은 생기를 더욱 강하게 하여 단전을 향해 밀어 넣기 시작하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
또 다시 시간을 잊고 모든 것을 잊었다. 오직 생기와 단전만 생각하
고 운기행공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따끔한 기운이 뇌리를 스치며 단전 부위에서 검은 기운이 폭발적으
로 솟구쳐 나오기 시작하였다.
지금껏 생기를 이용하여 조금씩 치료했던 상황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치 운기행공을 할 때와 느낌이 같았다.
혈풍뇌전심법에 들어 있는 풍의 비밀. 바람은 일정한 틀을 갖춘 존
재가 아니라는 사실부터 시작한다.
몸 속을 흐르는 진기 또한 마찬가지다. 진기를 일부러 유도하는 게
아닌, 스스로 흘러가게 만든다. 바람은 스스로 통로와 길을 만들어 나
아간다.
인간의 육체는 대지다.
바람은 대지 속을 마음껏 질주하여 나간다. 산을 만나면 산을 넘고,
평야를 만나면 평야를 건넌다.
내공을 운용하는 자가 해줄 일은 내기에 회전을 걸어 바람으로 만들
어주고 관찰만 하면 된다.
지금 백산이 그랬다.
단전으로 보냈던 생기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을 뿐 어떤 제약도 가하
지 않고 있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스스로 찾아가는 게 기(氣)의 특징이란 사실
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양천에 몸을 담그고 천음신맥 치료에 전념하던 주하연이 두 번이나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갔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오직 눈앞에 드러난
단전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때보다는 쉽군."
아직은 완전하지 못한 단전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풍뢰
곡(風雷谷))에서 무공을 익힐 때는 고생을 많이 했다. 바람의 비밀을
터득하는 데 무려 삼 년의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몸에 적용하는 것일
뿐이다. 당연이 그 때보다 속도가 빠를 수밖에.
"요 녀석 또 내려왔구나."
문득 눈앞에 일렁이는 기운에 낮게 중얼거렸다.
상단전을 이용한 운기행공 한번으로 단전의 절반정도를 회복했다.
눈에 보이는 기관이 아니었기에 회복되면 그곳은 투명하게 변한다.
처음 치료를 시작할 때만 해도 머리만 하던 검은 덩어리는 지금은 그
절반 정도로 작아진 채다.
이제는 휴식을 취해야 할 때였다. 몸을 쉬어주는 게 아니라 단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조심하고 있는 것이다.
"한번 놀래봐라!"
슬쩍 미소를 머금은 백산은 벌떡 일어남과 동시에 양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입을 쩍 벌렸다.
"허억!"
백산 주위를 돌고 있던 주하연은 질겁하며 입을 쩍 벌렸다. 순간 입
안으로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 들어왔고 그녀의 얼굴은 붉게 변했
다. 보통 뜨거운 물도 아니고, 음양지극천의 양천 물이다.
뱃속에서 불이 나는 듯, 물 속을 데굴데굴 굴렀다.
오히려 놀란 사람은 백산이었다.
재빨리 주하연을 안고 양천 밖으로 나와 음천으로 뛰어들었다. 그리
고는 그녀의 입을 벌리고 차가운 물을 들이부었다.
"하아! 정말 나뻐.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나구요."
내부가 진정된 듯 가쁜 숨을 내쉬며 주하연은 백산의 가슴을 쳤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몸 속에서 불길이 이글거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도 아닌데 그렇게 놀라면 나보고 어쩌라고."
"그래도 그렇지. 오빤 이제 죽었어."
"잠깐, 맞을 때 맞더라도 제발 지금은 조심 좀 해주라."
주하연을 슬며시 밀어낸 백산은 한껏 몸을 사리며 음천을 빠져나왔
다. 아랫도리만 간신히 가리고 있는 옷이 이번에도 얼음조각으로 부서
질까 걱정이 앞섰다.
"이제 됐어."
양천으로 몸을 담근 백산은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환하게 웃었다.
"얼마나 지났지?"
"음, 내가 저 놈의 붉은 색 이끼를 다섯 번 먹었으니까 적어도 닷새
는 지났을 거야."
"저놈의 이끼? 처음 먹을 땐 맛있다고 했잖아?"
"오빠도 날이면 날마다 풀만 뜯고 살아봐, 그럼 내 기분 알 거야.
더 기분 나쁜 건 뭐냐면 혼자 먹는 거라고. 아이고 춥다."
혀를 쏙 내민 주하연이 백산이 있는 양천으로 건너왔다.
"너두 이제 과년한 나인데 좀 조신하게 굴어야 되지 않겠냐?"
이제는 아예 몸을 가릴 생각도 하지 않는 주하연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같은 또래의 아이들보다 훨씬 조숙한 탓에 몸으로만 본다
면 도저히 15살이란 말을 하지 못할 정도다.
웬만한 처녀보다 한결 풍만한 몸매 아닌가.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눈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곤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별수 없이 오빠가 책임져야지 뭐. 오빠 말대로 과년한 처녀하고 약
관의 청년이 며칠 밤낮을 같이 보내고 있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
면 믿어줄 사람이 어디 있어.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면 그게 더 이상
한 거지."
"에라!"
"쳐봐!"
백산이 주먹을 들어올리자 양천 가장자리를 잡고 위로 솟구친 주하
연이 불쑥 가슴을 내밀었다.
"말자, 말아."
"저번에 봤을 때보다 더 커진 것 같지 않아?"
"그만하랬다."
백산은 잔뜩 이맛살을 찌푸렸다.
"알았다 뭐. 내 가슴이야기는 그만하고, 오빠 몸은 어때요?"
백산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지자 주하연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뭐, 단전은 절반 정도 치료한 것 같다. 한 번만 더 들어가면 단전
치료는 끝날 것 같아."
"빠르네, 그럼 오늘은 자고 내려가는 거다."
"알았어 임마. 그러니까 먼저 나가서 옷이나 입어."
"알겠습니다, 오라버니."
활짝 미소 띤 얼굴로 주하연은 후다닥 양천을 빠져나와 옷을 걸쳤
다.
"오빠 왔으니까 밥 좀 먹어야겠다. 한 줌만 먹어야지. 우이! 고기
먹고 싶다."
지극화정균을 들어올리며 깔깔거리던 주하연은 문득 입맛을 다셨다.
지극화정균에서 떨어지는 붉은 물이 마치 막 잡은 고기 피 같다는 생
각에 얼결에 고기 소리가 튀어나와 버린 것이다.
"이래서 남자나 여자나 할 것 없이 짝지어 사는 건가봐. 오빠가 지
켜보고 있으니까 훨씬 맛있는 것 같아. 아니 훨씬 맛있다?"
한 줌만으로는 부족했던지 지극화정균을 한 움큼 뜯어온 주하연은
백산 보는 앞에서 맛있게 먹어댔다.
그날 밤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주하연은 백산의 품에 안겨 빙천수
라마공 구결을 들으며 잠이 들었다.
그렇게 나날은 흘렀다.
백산은 상단전을 이용한 운기행공으로 단전을 비롯한 내부 장기들을
깨우고 주하연은 지극화정균을 복용하며 양천과 음천을 오가며 천음신
맥을 치료했다. 그리고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느끼는 순간 빙천수
라마공을 수련하기 시작하였다.
빙천수라마공을 익히는데 음천(陰泉)은 최적의 장소였다.
더하여 주하연의 무공 실력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다. 곁에서 지켜
보는 백산이 놀랄 정도로 빙천수라마공을 익히는 속도가 빨랐다.
그 누구도 찾지 못하는 2백 장 지하는 백산과 주하연 둘만의 세계였
다.
"잘하고 있나 모르겠네."
연신 손을 비비는 주하연의 얼굴엔 초조한 빛이 역력했다. 몇 번인
가 음천 속으로 뛰어들려는 동작을 취했다가 이내 자세를 풀곤 하는
그녀의 모습으로 보건대 백산의 신상에 무슨 일인가 생긴 듯했다.
정식 운기행공.
상단전이 아닌 기해혈에 자리한 하단전을 이용해 첫 운기행공을 시
도하는 날이었다. 심장을 제외한 모든 기관을 정상으로 돌아왔고, 오
늘 운기행공과 동시에 심장도 정상으로 되돌려 놓는다고 하였다.
"안되겠다, 들어가 봐야지."
초조한 듯 물 속을 주시하던 주하연은 결국 참지 못하고 옷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이내 음천 안으로 뛰어들었다.
30장 아래로 헤엄쳐 들어간 그녀가 맨 처음 본 광경은 백산의 몸에
서 일고 있는 붉은 소용돌이였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즐독입니다
즐~~~감!
즐독 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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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
감사 하고 사랑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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