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프랑크푸르트는 시즌 막판 레버쿠젠에서 임대해온 주축 미드필더였던 프레우와 차두리의 이적으로 안좋은 마무리를 지어야만 했다. 프레우가 해주던 안정된 볼배급과 상대방 공격의 예봉 차단, 그리고 폭발적인 스피드와 강력한 수비가담으로 사이드를 휘젓던 차두리가 없어진 프랑크푸르트는 약팀에게도 역전패, 영패의 수모를 당하며 1~2위를 넘나들던 성적은 결국 시즌을 5위로 끝마치게 되었다. EUFA컵 진출권을 따내긴 했지만 2승만 더 챙겼더라도 챔피언스리그의 문을 노크할 수 있었던 욘 감독으로서는 여간 아쉬운 뒷마무리가 아닐 수 없었다. 더군다나 팀을 정상으로 이끌고 명예롭게 물러나겠다는 노장들의 투혼은 늘 그렇듯 노쇄화와 체력저하라는 벽에 부딪쳐 어느새 그 기량이 감퇴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름값만으로 축구하기엔 이제 그들은 너무 지쳐있었다.
리그에 또다른 충격을 안겨준 것은 명문 베르더 브레멘의 2부리가 강등이었다. 시즌 내내 주축들의 부상과 잦은 감독의 교체가 낳은 비극이었다. 2부리가로 추락한 브레멘의 주축들에게 남은 것은 1부리가 클럽들의 유혹의 손짓이었다.
뮐러(Moller) : "아 심심한데 이제 은퇴나 할까? 어때 애송이?"
훈련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어 뮐러는 늘 그렇듯 뮐러는 욘에게 농담을 걸어왔다.
욘(John) : "헤슬러(Haßler, Thomas AM C)도 아직 은퇴 안했는데 뭐. 아직은 노땅이 필요한 시기야."
뮐러(Moller) : "또 헤슬러 얘기군. 내 참. 도대체 그녀석은 언제 잔디밭을 떠나는거야? 나도 좀 쉬었으면 좋겠는데"
뮐러는 한탄하듯 말했지만, 욘은 진심이었다. 아직 그를 받쳐줄만한 미드필더 하나 영입하지 못한 상태였고, 더군다나 피치를 장악하는 그의 카리스마는 갓 유럽무대를 밟기 시작한 선수단에게는 큰 정신적 보루가 되기 때문이다.
2.
새 시즌이 되면서 프랑크푸르트의 아담한 재정에도 큰 햇볓이 들었다. 거액의 중계권료가 들어왔고 순위에 따른 상금도 두둑히 챙겨서 어느새 구단의 순 수익이 2천만 달러를 웃돌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축구로 들어온 돈은 축구로 환원해야한다는 욘의 논리에 굴복한 프뢰클은 이 수익금들을 고스란히 선수 이적료로 내놓게 되었다. 해서 이미 지난시즌 확정을 지어놓은 4명의 선수 이외에, 욘은 10명의 알짜배기 선수들을 세계 각지에 보낸 스카우터들에게 추천받아 영입을 하게 된다.
먼저 지난시즌 확정을 지어놓은 4명의 선수를 살펴보자면
PSV에서 자리를 잡지못해 고국리그로 리턴할 계획이었던 이영표(D/M L)
이집트 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19살의 신예 아부 알 마그드(Abu Al Magd, Talal AM LC)
우루과이 출신의 유망주 페레이라(Pereira, Luis AM C)
네덜란드 출신의 유망주 공격수 호세(Jose, Brutil) 이었다.
그리고 올 시즌 새로 영입을 마무리 지은 선수들은
슬로베니아 명문 마리보르(Maribor)의 주축 미드필더인 두로(Duro, Samir DM C)
FC 보른홀름(FC Bornholm)에서 활약한 덴마크 미드필더인 한센(Hansen, Martin M C)
페루 아틀레티코 알리안자(Atletico Alianza)에서 뛰던 페루 청소년 대표인 아라우조(Araujo, Jose Martin D R/C)
우크라이나 명문인 다이나모 키에프(Dinamo Kiev)에서 좋은 수비를 보여주던 우크라이나 국가대표 네스마크니(Nesmachny, Andriy D L)
샬케04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던 오른쪽 날개인 죠르제비치(Djordjevic, Kristijan AM R)
유벤투스(Juventus)의 두터운 스쿼드에서 밀려나 이적을 요청했던 바이오코(Baiocco, Davide DM L/C)
루마니아 바카우(Bacau)에서 밀고 당긴 끝에 가까스로 영입한 바씨우(Baciu, Catalin Eugen D/DM C)
뉴케슬(Newcastle)에서 주전경쟁에 밀려 낙담하고 있었던 기븐(Given, Shay GK)
큰 맘 먹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거액을 들여 영입한 공격수 린츠(Linz, Roland SC)
이적 마감시간 하루전에 베르더 브레멘에서 급하게 영입한 에른스트(Ernst, Fabian SW/DM C)
이렇게 10명 이었다.
특히나 동유럽출신 선수가 많은 까닭으로는 동유럽으로 보낸 팀의 스카우터인 힐데브란트(Hildebrandt, Christoph)가 빠짐없이 쓸만한 선수들의 자료를 욘의 노트북에 옮겨두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명문클럽의 후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몇몇 선수들은 욘 감독이 싼 이적료로 직접 데려왔다. 무엇보다 그들의 실력을 아는 욘 감독은 주전으로만 뛴다면 어떤 조건이라도 상관없다는 선수들의 열망을 현실로 이루게 해 주었다.
이제, 새로 이적한 이 이방인들로 클럽은 올 시즌을 또다시 버텨나가야만 한다. 거함 브레멘의 침몰이 있긴 했으나 아직도 리가에는 정상급 선수들로 구성된 클럽들이 많다. 지난시즌의 돌풍을 올 시즌에도 이어가고 싶은건 욘 감독뿐만이 아닐 것이다. 신흥 명문으로 거듭난 프랑크푸르트를 지지하는 팬들과 무엇보다 이 팀을 새롭게 바꾸고 있는 구단주인 프뢰클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3.
지난시즌 주축들 대부분은 나이로 인한 기량감퇴로 아마추어팀으로 강등되었다. 오직 뮐러와 복시치만이 좋은 기량으로 퍼스트 팀에 남아있었고 젊은 피의 수혈로 스쿼드의 체질개선에 성공한 욘 감독은 몇몇 필요없는 유망주들과 노장들을 2부리가 클럽들로 싼 값에 넘겨줬다. 그러나 발트슈타디온에 새로이 발을 디딘 이적생들에게 가장 급한 것은 팀웍을 맞추는 일 이었다. 지난시즌은 경험많은 레전드들로 인해 팀웍에 큰 차질이 없었지만 올시즌은 각국에서 날아온 여러 젊은 선수들로 인해 당장 언어통합부터 해야 할 판이었다. 훈련중 커멘트는 그래서 대부분 영어로 진행되었고, 선수들은 독일어를 새로이 배우기 시작했다.
에른스트(Ernst) : "난 아라우조가 제일 불쌍해. 여기 스페인어 아는 사람? 누가 말좀 걸어봐"
일동 : "낄낄낄"
지난시즌 어찌된 영문인지 브레멘에서 한번도 뛰어보지 못한 에른스트는 요즘 팀 훈련에 재미를 붙였다. 독일 스위퍼 특유의 잘 뛰지않는 플레이는 여전하지만 독일 국가대표다운 합리적인 플레이 스타일은 연습경기 때부터 남다른 아우라를 발산했다. 뮐러와 에른스트는 진정 독일의 사회체육 시스템이 낳은 걸작들이라고 욘은 생각했다.
뮐러(Moller) : "하하하 신문에서는 우리보고 외인구단이라고 하던데. 하긴 나도 프로통산 17시즌동안 이런경우는 처음이야. 그나마 내 자리를 차지하려는 녀석은 없으니 다행이군"
욘(John) : "늙었다고 괄시하는 것도 안좋아. 그리고 내 조국에서는 당신같은 사람들을 더 우대해준다고."
뮐러(Moller) : "희한한 정서군. 내가 구단주라면 당장 나를 해고하고 저어기 볼프스부르크에서 불만에 가득 쌓여있는 디알레산드로(D'allssandro, Andres AM C)를 데려왔겠다."
욘(John) : "뭐 말은 그렇게 하면서 자네도 필드에서 뛰는걸 좋아하지않나. 훈련이나 열심히 받으라고. 신참들 독일어도 좀 가르쳐주고"
뮐러(Moller) : "그래그래. 아직 헤슬러도 은퇴 안했는걸."
장난치듯 공을 차는 뮐러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욘은 평소처럼 먼 하늘을 바라보며 앞으로 다가올 또다른 미래를 상상했다.
첫댓글 오오 영표햄이 고국행 ㅠ_ㅠ
역시 잘보고갑니다^^
캬... 잘쓰시네요... 건필하세요...